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6화
58. 선물(1)
그린 다이아몬드 광고라니.
풍선껌을 만났을 때보다도 더 믿기지 않았다.
일상처럼 보던 것, 일상처럼 먹던 것이지만 실제로 그들과 상현의 인생은 해와 지구만큼이나 멀었다.
그걸 상현도 충분히 체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아니었다.
풍선껌과는 친분이 있는 스트리머가 된 걸 넘어, 같이 대회를 나가자고 제의를 받았고.
그린 다이아몬드는 나한테 광고를 하고 싶단다.
‘말이 되나…….’
얼떨떨했다. 육중한 뭔가가 머리를 계속 후려치는 것처럼.
그런데 그게 전혀 아프지 않고, 되려 기분만 좋아지는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사실 아몬드 광고가 안 들어왔던 건 아냐.”
주혁에게 광고 제의는 이제 스팸메일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로 많았다. 그만큼 신중하게 고른다는 말이기도 했다.
특히나 아몬드(먹는 것) 광고는 신중해야 했다.
스트리머 이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식품이라, 서로의 브랜드가 너무 긴밀하게 섞인다.
그래서 주혁은 이것만큼은 최고로, 최고 회사로 선정하고 싶었다.
그걸 오 실장과의 딜을 통해 결국 얻어낸 거다.
“그 수많은 광고 중에, 이번 건 달라. 너도 알지?”
“응. 완전히 다르지. 그린 다이아몬드는…….”
상현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몬드 시리얼사 중에서는 최고고, 아몬드 우유도 만드는 곳이잖아.”
“맞아. 게다가 단순히 몇 번 먹어주는 식이 아니라, CF 촬영이야. 판타지아처럼.”
단순 협찬 제공이 아니었다.
먹방 몇 번 해주고 끝나는 식이 아니라, 광고 모델이 되는 광고건.
이런 건 대외 이미지에도 매우 좋으면서, 페이도 굉장히 셌다.
“그간 허접한 광고는 다 걸러서 생긴 결과야.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고.”
확실히 그랬다.
그간 자잘한 광고로 이미지를 소비해 버리지 않고, 잘 구축해 온 덕에 이런 굵직한 것들이 떨어지는 것이다.
처음엔 자잘한 거라도 받아서 빨리 성장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상현이지만.
주혁의 말이 맞았다. 이 녀석은 확실히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그린 다이아몬드 광고를 받아냈으니, 상현에겐 그저 주혁이 옳은 것이다.
“그래. 네가 맞네. 잘했다.”
상현은 패배를 인정했다.
그린 다이아몬드 광고 앞에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이 승리의 순간에, 주혁은 엉뚱하게도 슬그머니 열이 뻗쳐올랐다.
어떤 생각 하나가 그의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잠깐……. 이제 겨우 밥을 먹게 됐는데.’
아몬드 시리얼 광고까지 받으면, 그거 협찬으로 먹어준다고 또 얼마나 더 처먹어댈까…….
이젠 그걸 말릴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그린 다이아몬드 님들이 우리에게 광고를 주셨는데! 먹어주는 게 맞는 거 아니냐?! 심지어 공짜라고!’
이런 식으로 외치는 상현 앞에서 주혁은 아무런 말도 못 할 것이다.
‘아…… 씹.’
* * *
다음 날.
오 실장은 주혁과 상현을 공공 오피스 시설 하나로 초대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임대로 나눠쓰는 오피스인데, 꽤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여기 내가 개인적으로 가끔 쓰는 곳이에요. 그나저나…….”
오 실장이 상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런 걸 성덕이라고 하던가?”
“예?”
“아몬드 님 말이에요. 성공한 덕후. 아몬드 시리얼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아. 하하. 맞습니다.”
평소엔 헤프게 웃는 일이 거의 없는 상현은 오늘따라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상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오늘은 좋은 일이 있구나 생각할 정도로.
엘리베이터에서 회의실 층을 누르며 오 실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판타지아보다 단가는 좀 더 낮을 거예요.”
이번 광고에 대한 얘기였다.
“요즘은 영상 광고가 서브 채널, 메이저 채널, 그리고 올 채널로 구분되는 거 아시죠?”
“예.”
“이 광고는 서브 채널입니다. 이전에 있던 망나니 용사는 메이저 채널 광고였거든요. 거기에 게임 캐릭터 계약까지 포함이니까 가격이 높았죠.”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전부 무너지면서, 이제 TV 방송 광고 단가, 올튜브 단가, 트리비 단가 따위의 방식으로 계산하는 시대는 지나 버렸다.
플랫폼별로 급을 나누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광고사에선 ‘메이저 채널’과 ‘서브 채널’로 광고 스타일을 나눈다.
기준은 간단하다.
시청자 수가 많은 곳이 메이저 채널이다.
그게 지상파 예능이든, 1인 방송이든.
그중에서 알맞은 연령층과 성별, 취미 등의 타깃을 정해서 공략하는 것이 메이저 채널 광고다.
서브 채널은 좀 더 마이너한 채널들에 같은 방식으로 들어가는 광고를 말한다.
시청자는 얼마 없지만, 특이한 취향의 시청자를 공략하면 높은 충성도를 노려볼 수 있었다.
올 채널은 모든 채널을 통틀어서 다 공략해 주는 시스템이고, 단가는 당연히 제일 비싸다.
이전에 광고했던 망나니 용사는 양산형 모바일 RPG였으니 당연히 메이저와 서브를 동시에 노렸고.
아몬드 시리얼은 웬걸, 서브 채널로 공략한다고 한다.
“근데 시리얼이 서브 채널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까?”
“정확히는 아몬드 시리얼 광고가 서브 채널 공략이 아니라, 아몬드 님이 광고하는 버전이 서브 채널로 들어가죠.”
“아…….”
“아직 메이저 인지도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날도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아몬드의 인지도는 아직 낮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서브 채널로 분류되는 트리비의 게임 방송들에선?
그의 인지도가 오히려 메이저의 셀럽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엔 충성도가 상당히 높아지는 현상이 있는데.
그린 다이아몬드는 이런 현상을 노리는 것이다.
이 광고는 아몬드가 아몬드인 걸 알아야 임팩트가 있는 광고니까. 아몬드를 모르는 층에 뿌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판단한 것이다.
띵.
엘리베이터가 회의실 층에 도착했다.
“들어가시죠.”
주혁이 자신의 양복 깃을 능숙하게 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아몬드의 사진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한 사무실.
한 사람이 그 홀로그램 안으로 손가락을 슥 밀어 넣더니 묻는다.
“이번에 결정된 사람이 스트리머라던데, 이 사람입니까?”
“그렇다고 하네. 위쪽에서 회의 끝에 결정했단다.”
“이야. 스트리머가 대세이긴 한가 보네요.”
“한 10년 전부터 쭉 치고 올라오다가, 캡슐 게임 보급되고 나선 뭐…… 연예인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졌잖냐.”
“저도 게임 잘했었는데 말이죠.”
쩝.
장난스러운 인상의 남자가 입맛을 다신다.
“참 내. 지금이라도 해보던가. 쟤도 회사 때려치우고 게임 스트리머 시작한 거래. 한 달 만에 엄청나게 성장했다더라.”
“……에이. 그린 다이아몬드 같은 데를 왜 때려치웁니까. 스트리머 한다고.”
“하긴. 다른 영업직이랑 다르게 거의 갑 입장이니까 일도 편하고, 페이도 세고. 아주 살판나고 좋지?”
“예에! 좋습니닷!”
“이 새끼. 빠져 가지고…….”
그린 다이아몬드.
외국계 대형 식품 기업으로서, 한국에 진출한 진 얼마 되지 않았지만, 되레 그렇기에 영업 맨에겐 아직 젖과 꿀이 흐르는 기업이었다.
이제 막 진출해서 큰 건을 따내거나 뿌릴 일이 빈번하기에 기회가 많은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 부장’이라는 사람만 봐도 나이로는 과장 정도여야 하는데 고속 승진으로 현재 부장이다.
이 부장은 여러 화면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우리 앞에서 뿌린 돈이 조금 많은데.”
“아…… 그렇죠. 앞에 손 배우 광고에 너무 많이 부었어요.”
“어디 하나에서 싹 빨아야 될 것 같다?”
“음…….”
영업팀이라고 대충 불리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사실상 영업과는 정반대다.
일을 따오는 게 아니라, 일을 주고 오는 역할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일을 주는 게 목표이다.
그런데 얼마 전 협상에서 돈이 너무 많이 나갔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가격 조정을 해서 최대한 예산을 아껴야 했다.
현재 광고 리스트 중에서 눈이 가는 쪽은…….
“음…… 아무래도 빤다면 이쪽 아니겠어요?”
스트리머 아몬드.
“제일 만만한데요. 스트리머 업계에서 이런 광고는 거의 없기도 하고, 대처도 잘 못할 거예요.”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지? 제시된 금액이 얼마지?”
“5천이요.”
“거기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말자고. 아예 딜 같은 게 안되는 것처럼 분위기 조성하는 게 좋아. 그냥 계약만 하러 왔다는 스탠스로.”
“음…… 그렇게까지 될까요?”
“짜식.”
이 부장은 씩 웃으며 부하직원의 어깨를 짚었다.
“넌 아직 뭘 모르는구나?”
척.
그의 엄지가 어깨너머 어딘가를 가리켰다.
“?”
거기엔 외국 본사에서 파견 온 직원 하나가 느긋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살피고 있었다.
“네이슨(Nathan)이요?”
“윌스마(Weilsma) 씨라고 불러라. 임마.”
“아…… 저랑 친한데.”
“어쨌든. 이제부턴 윌스마 씨야.”
“?”
이 부장은 실실 웃었다.
“저 코쟁이들을 사용하면, 우리나라에서 협상이 얼마나 수월하게 흘러가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다.”
“그래요?”
“어. 마침 파견이 나와 있고 내 관할이니 한번 써볼게. 잘 배워놔라.”
* * *
“들어오세요.”
회의실로 들어서니,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난한 인상의 남자 둘과 웬 외국인이 하나.
“안녕하세요.”
조금 어눌한 발음이지만, 한국적인 예법은 다 아는지,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다.
오 실장도 한국어로 서로를 소개해 주는 걸 보니 알아듣는 데도 문제는 없어 보였으나.
“Oh…… you are the Almond. I’ve watched you playing ‘Battle Large’ several time. Nice to meet you in person.”
결국 긴 말은 영어로 말하는 모습이다.
옆에 딸린 한국인 하나는 통역이었다.
“아몬드 님 방송을 재밌게 봤었는데, 직접 봬서 좋다고 말하시네요.”
“아, 예. 감사합니다.”
상현은 어색하게 대답하며 끝자리에 앉았다.
‘이거…….’
옆에 앉은 주혁이 상현의 옆을 툭 쳤다.
상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이언트를 앞에 두고 귓속말을 할 수는 없으니, 눈빛으로만 주고받았지만.
둘 다 충분히 의미는 통했다.
‘그때랑 비슷하네.’
겪어본 적 있는 상황.
외국계 회사라고 외국인이 여기에 올 필요는 별로 없다.
“그린 다이아몬드가 한국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돼서, 중간 책임자분이 아직은 전부 외국인이십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통역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변명은 하지만…….
‘의도적인 거다.’
아성에 다닐 때 몇 번 겪어보던 그림이다.
한국계 회사들은 영어를 쓰는 외국인 앞에서 제대로 의견 피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이용해 중요한 발표 따위를 영어로 진행하는 곳들이 많았다.
그러면 한국어로 진행할 때보다 딴지가 덜 걸린다.
통역을 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쿠션 장치로 들어가는 통역사 때문에 협상이 마음대로 진행이 안 된다.
그랬을 경우 이상하게 영어를 쓰는 쪽이 유리해진다. 이를 아시아계를 상대하는 외국회사들도 다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일부러 아시안의 영어를 못 알아 듣는 척 다시 물어본다거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압박을 가한다거나.
이러면 아무리 영어를 곧 잘하는 사람이라도, 위축되게 마련이다. 상대는 외국인이니까.
영어에 능통한 것과, 그 언어로 협상을 진행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아성에선 신입이 오면 일단 영어부터, 그리고 악센트부터 교정한다. 부하 직원들 길들이기에도 좋은 구실이다.
유학파 출신이라 영어를 잘해도, 선배들이 악센트 하나하나, 그리고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어휘로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선배들의 빡센 길들이기에서 아주 쉽게 살아남은 놈이 하나 있다.
애초에 태어나길 미국 조지아 주에서 태어났고, 학창시절만 한국에서 보낸 후, 다시 대학원을 미국에서 나와 아카데믹 영어, 일상 영어까지 모두 완벽한 놈.
애초에 전공이 국내 무역이 아니라, 해외 무역이고, 그걸로 미국에서 석사를 딴 그놈이 바로 옆에 있었다.
김주혁이 입을 떼었다.
“Actu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