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8화
59. 실버 vs 마스터(1)
멋지게 협상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들은 그제야 올튜브 1등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주된 이야깃거리는 전자파의 댓글이었다.
“이거 실시간으로 대댓글이 무슨 10개씩 달리는데?”
“이 정도인가?”
전자파라는 존재가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전자파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네.’
집에 도착한 뒤, 주혁은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자파에 관해서 찾아봤다.
나무 위키를 쭉 읽어 내려가 본 주혁은 안경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다.
“야. 전자파가 게임 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맞는데. 더 큰 공헌은 사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이래.”
“……그래?”
“어. 그 자식이 등장하면서부터 게임 방송인들 대외적인 이미지도 엄청 좋아지고, 평균 시청자도 10배로 뛰었다.”
하긴. 예전엔 라이브 시청자 1만이 넘으면 최고 수준이었던 시절도 있었지.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자파의 등장 이후 벌어진 일이었구나.’
전자파라는 대스타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이 잠시 캡슐 게임과 관련 방송으로 확 쏠린 시점이 있었다.
사실 상현도 그때서야 게임 방송이란 걸 처음 알게 된 사람 중 하나였다.
그 현상이 전자파 때문인지 몰랐을 뿐이다.
“난 언뜻 봐서 잘 몰랐는데. 얘도 얼굴이 상당하네.”
주혁의 모니터엔, 큼지막하게 전자파의 상반신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상현이 릴을 배울 때 방송에서 늘 보던 그 얼굴이었다.
다시 봐도 미적으로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얼굴이었다.
저런 얼굴에 게임까지 세계 최고로 잘하니, 당연히 인기는 하늘을 찔렀겠다.
오죽하면 회사 일에 치이던 상현도 전자파가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음?’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얼굴을 보면 볼수록 말이다.
뭔가 생각날락 말락하는 중에, 주혁이 엉뚱한 소리를 꺼냈다.
“내가 봤을 땐, 너도 전자파까진 아니더라도 후자파 정도는 될 수 있다.”
“뭔 소리야.”
전자파와 아몬드는 지금 하늘과 땅이라는 표현도 다 담아내기 힘들 만큼 거리가 있다.
“아니, 왜? 스트리머계의 전자파가 될 수도 있지. 얼굴도 잘생겼지, 배경도 딱 대중들이 좋아하는 식이고. 메이저 채널에서 한번 빵 뜨면 한 달에 막 100억씩…… 어?”
으흐흐……
주혁은 돈 얘기가 나오자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한 달에 백억이라니. 그런 웃음이 나올 만도 하긴 하다.
“전자파가 그렇게나 벌어?”
“한 달 100억까진 오바라 하더라도, 뭐…… 수치로 환산하는 게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벌더라. 스포츠카만 5대 굴리고 집도 어마무시하댄다. 원래도 집이 부자란 소문이 있어.”
“아…… 너도 부자잖아.”
“우리 집이랑은 다르지. 완전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재벌 수준이래.”
드라마에서나 들어보던 재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또, 그 여자다.
상현은 다시 한번 전자파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음…….’
스쳐 가는 한 여인의 얼굴이 지금 이 남자와 닮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비록 말은 거의 안 하지만, 자주 웃는 밝고 쾌활한 전자파와, 그때 그 어두침침한 여자와의 분위기는 너무 다르지만.
확실히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남매인가?’
그 여자네 집도 부자였다. 전자파네 집도 부자라면 확실히 남매일 수도 있다.
그 정도 되는 부잣집은 흔치 않은 데다가, 생긴 것도 닮았으니까.
‘남매여도 뭐 어쩔 건데.’
물론 전자파의 가족관계 따위는 알 바가 아니다.
그저 나중에 마주치면 댓글 고마웠다고 인사나 하면 될 터다.
상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회가 가장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가 고안한 트레이닝을 오늘부터라도 실시해야 한다.
“난 잠깐 마당에서 운동 좀 할게.”
“……음? 마당에서?”
“어. 새로운 트레이닝.”
“그래라.”
마당으로 나온 상현은 올튜브 영상을 하나 켜놓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특이하게도 동작은 전부 왼팔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훙. 훙.
또한, 동작이 흔한 헬스 트레이닝의 근력 운동이라기보단, 성능에 집중한 운동이었다.
거의 검술 따위에 가까웠다.
‘뭐하는 거야. 저놈. 게임에서 아직 못 빠져나왔나?’
커튼을 치면서 우연찮게 그 장면을 본 주혁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다른 운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왼팔을 휘두르거나, 어디로 갑자기 뛰어간다거나, 제3자가 보면 미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는 운동들뿐이다.
‘운동이 많이 되긴 하겠네.’
확실한 건 힘들어 보이긴 했다.
* * *
톡.
무릎 위에 패드를 내려놓은 여자가 말했다.
“이 정도 활동은 괜찮잖아?”
“…….”
집사는 심기가 불편했으나. 당장 캡슐로 들어가겠다고 발작 일으키던 때가 고작 몇 개월 전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감안할 만했다.
‘아니면 아가씨가 전략을 바꿨다든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넘어가는 게 좋을 터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기사가 날 겁니다. 그쪽 업계에서 아가씨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나 아직 잘나가~”
간만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다.
저것만으로도 넘어갈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그 사람에게 흥미가 있으십니까?”
“응.”
집사는 놀란 눈으로 잠시 동안 여자를 응시했다.
그녀는 그 시선에 싱긋 웃을 뿐이다.
“난 잘하는 사람은 다 좋아.”
띠링.
그녀가 단 댓글에서 알람이 떴다.
[아몬드 님이 당신의 댓글을 좋아합니다.]‘싫기도 하지만.’
그녀의 눈길이 슬그머니 컴컴한 어둠에 잠긴 방으로 향한다.
캡슐이 있는 곳이다.
띠링.
또 알람이 울린다.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여자는 습관적으로 알림 배너를 클릭했다.
“이만 가 봐. 난 방송이나 볼게.”
“……알겠습니다.”
여자는 수많은 시청자들과 함께 1차로 입장한다.
-아하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아몬드니뮤ㅠㅠㅠㅠ
-와 방송!
시청자들의 기쁜 채팅들이 무수하게 올라온다.
여자는 그저 가만히 화면을 들여다 볼 뿐이었다.
[트하~!]아몬드는 언제나처럼 활기찬 인사를 건넨다.
병원에서 봤을 때는 좀 더 차분한 느낌이었는데…… 라고 생각하며 여자는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사나는 어제 마스터 한 것 같아서…….]아몬드는 오늘 새로 준비한 뭔가가 있는지 평소 방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을 떼었다.
-???
-ㄹㅇㅋㅋ
-시작하자마자 도발 ㅋㅋㅋ
-스토리 모드도 안 했잖아! 친밀도 100 쌓으란 말야!
-사나님도 스토리 모드 해줘영~
[스토리 모드도 안 하긴 했지만…… 그건 볼륨이 너무 커서 대회 전에 하긴 좀 그렇더라구요. 새로운 스킬까지 받으려면 좀…… 힘들잖아요. 게다가 사나는 그냥 친밀도가 잘 오르던데요?]-그건 너만…….
-너한테만이야!
-사나가 잘 오르는 편은 맞음ㅋㅋㅋ 근데 님처럼 오르진 않음
[돈도 그대로 남아서 화신을 몇 개 구입해 봤어요.]아몬드는 방송 전에 상점에서 구입한 화신들을 보여줬다. 4개 정도 더 구입한 모양이다.
아몬드가 교류의 장에서 화신들을 보여주는 순간.
화면이 흔들렸다.
여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멸검 – 스위프트]자신이 추천했던,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다뤘던 화신이 그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왜 그래. 네가 쿨한 척 추천했잖아.’
여자는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하나, 아무리 자신의 감정에 표백제를 뿌려봐도,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묘한 감정을 정제할 순 없었다.
이게 뭔지 정의할 수도, 정리할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 * *
[교류의 장]뿌듯한 표정으로 교류의 장을 보여주는 아몬드.
“저도 이제 화신이 많네요.”
-ㅋㅋㅋㅋ 커엽
-와 화신 많이 샀네 ㅋㅋㅋㅋ
-겨우 넷 가지고 ㅋㅋㅋ
-오오오
-사나를 공짜로 사서, 돈이 많이 남았나 보다.
아몬드가 구입한 화신은 총 4개였다.
사나와 레이나뿐이던 교류의 장에, 갑자기 4명이나 더 들어오니 북적대는 느낌이다.
“여긴 또 무슨 일이야.”
조금은 까칠한 목소리.
레이나였다.
-제일 헐레벌떡 달려온 주제에ㅋㅋㅋㅋ
-무슨 일이야?(심장이 쿵쾅대며)
-무슨 일이야는 아몬드가 물어야할 것 같은데 ㅋㅋㅋ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여
말은 저렇게 해도, 늘 그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화신이었다.
최근 사나만 계속 골라서, 조금 감정이 상한 듯한 모습이긴 하지만 이미 친밀이 아닌 신뢰의 영역에 도달한 둘.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아. 레이나. 잠시 얘기하러 왔어.”
아몬드는 레이나가 좋아할 법한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아주었다.
레이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다.
“그래. 알았어. 잘 놀다 가.”
아몬드는 레이나를 지나, 숲 쪽으로 걸었다.
울창한 숲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년이 하나 보인다.
아몬드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써볼 화신은 바로 이 녀석입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신비하며 고귀한 느낌의 소년이다.
-오! 란이다
-란?
-란은 화살 안 쏘는데?
“란도 화살 쏘던데요?”
-앜ㅋㅋ 그것도 화살이라면 화살이지
-ㅋㅋㅋㅋㅋ 하긴 레이나도 사실 마나 화살인데.
-활만 있으면 아몬드는 다 해!
-그건 아몬드 마음이지ㅋㅋ
란의 이명은 ‘순백의 저격술사’였다.
레이나처럼 마나를 적극적으로 확용하는 사수인데, 좀 더 마법사에 가까웠다.
순도가 높은 마나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래서 쏘는 방식도 자유자재다.
사람에 따라 활처럼 쏘는 자들도 있고, 공처럼 던지는 자들도 있다.
아몬드는 당연히 활의 방식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대충 악수나 한번 하고 게임하러갈게요. 여러분 보여드리려고 온 건데. 란이 생각보다 상처를 잘 받아서 그냥 가면 안 된대요.”
-크 공부하는 아몬드……
-어이어이. 이제 소년마저 공략하는 거냐고!
-란이 상처를 잘 받긴 하짘ㅋㅋ
-사나: 흐뭇…….
-실제 게임에서도 상처 잘 받음 몸 ㅈㄴ 약함ㅋㅋㅋ
란은 첫인사를 하러 온 아몬드를 해맑게 맞아주었다.
귀족가의 순수한 금발 소년 같은 이미지인데.
가끔 ‘순수악’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많았다.
해맑은 얼굴로 트롤짓을 하면 그것만큼 부글부글 끓는 게 없으니까.
[모든 팀원들이 준비되었습니다!]란을 연습하기 위한 첫 번째 게임이 잡혔다.
[타코야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 제가 조금 늦었네요. 죄송하빈다. 관전 바로 갑니다……!]코칭을 하기로 한 타코야끼도 도착했다.
계약자들이 전장에 소환되고, 게임이 시작됐다.
* * *
‘오늘은 란을 골랐네?’
타코는 란이라는 픽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안 어울리지않나?’
아몬드는, 미친 듯한 반응속도와 빠른 타깃팅이 장점인 플레이어다.
그런데 란은 사거리만 길지 사실 굉장히 둔한 편이다.
기를 모으고 모아서, 한 방을 노리는 타입이랄까. 레이나처럼 속도감이 있는 캐릭터와는 정반대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게임이 진행될수록 타코는 깨달았다.
‘……미친. 인생캐잖아?’
아몬드는 빠르게 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쏘는 게 전문이라는 걸.
그리고 란은 플레이어가 온전히 정확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캐릭터.
이때서야 아몬드의 포텐이 제대로 폭발했다.
쾅!
한참 멀리서 쏘는데도, 적의 머리에 일제히 명중하는 순백의 마나.
[망나니 용사가 전설적입니다!] [쿼드라킬!]아몬드는 말 그대로 게임을 파괴해 버렸다.
게임 시작 15분 만에 적진 앞에서 적 4명을 해치우고 성소를 부숴 버렸다.
* * *
“하…… 진짜 할 말이 없네.”
타코는 땀이 흐르는 머리를 매만졌고.
여기서 그냥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여겼다.
“여러분. 지금 딸기랑 아몬드랑 메인 원딜을 포지션을 두고 경쟁 중인거 알지?
-ㅇㅇㅇ
-압니당
“난 솔직히 아몬드가 딸기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고 봐.”
다소 충격적인 결정일지라도.
미리 내뱉는 게 나을 터다.
“하지만 누가 납득하겠어. 언랭이 마스터보다 잘한다니. 그래서…….”
채팅창은 이미 난장판.
물음표와 비아냥으로 점철되었다.
-언랭이 진짜 마스터보다 잘한다고???
-킹능성 ㅅㅂ ㅋㅋㅋㅋ
-아몬드랑 친목하냐? ㄹㅇ 노말만 보고 판단한다고?
-와…… 이건 아니지
-딸기단 존나 몰려왔누 ㅋㅋㅋㅋ
이 정도 반응은 예상했던 바다.
지금은 열불내지만, 다음 말을 들으면 다들 재밌어할 것도, 예상했던 바다.
“5일 뒤에 팀 로스터를 만들어야 하거든? 그때 1 대 1 매치로 승부를 보자.”
-오오오오! 1 대 1? 나락배틀?
-오진다 ㅋㅋㅋ
-1 대 1???
-마스터 대 언랭 ㅋㅋㅋㅋㅋㅋㅋ
-어그로 ㅅㅌㅊ
“1 대 1 모드 있잖아? 그 나락 결투인가? 그걸로 승부를 봐서 포지션을 정할게!”
타코의 선언 후.
5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