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69화
59. 실버 vs 마스터(2)
타코의 선언 후.
상현은 30레벨을 돌파해서 랭크게임을 시작했고.
금세 실버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5일이 지난 오늘, 딸기슈터와의 대전 당일.
후우. 후우.
거친 숨을 토해내며 푸쉬업을 하고 있는 상현.
그런 그에게 주혁이 넌지시 물었다.
“야. 너 요즘 운동 열심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나?”
“그냥. 이러면 생각이 사라져.”
“그러니까…….”
주혁이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보다 더?”
“……이 새끼가. 말 걸지 마.”
상현의 반응에 주혁이 킬킬댄다.
상현은 짜증 난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80개를 채우고 쓰러지듯이 누웠다.
“후아!”
이런 정도의 운동에서는 오른팔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게 다행이었다.
왼팔로만 푸쉬업을 해야 하는 것만큼 고역은 없을 테니까.
“돈도 많은데, 홈트레이닝 기구라도 사지?”
“양궁 선수들은 중량 잘 안 쳐. 개수로 조지지.”
상현이 뻗어 누운 채로 말한다.
하얀빛의 햇살이, 축축이 젖은 하얀 티를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이제 4시간 남았나.’
딸기슈터와의 결전이 오후 6시다.
현재 오후 2시의 햇살은, 그 사정을 모른다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마치 상현의 멍한 머릿속처럼.
“……오 실장은 그 이후에 연락 없냐?”
“왜?”
“너 미호 매니저 시키려고 한다며.”
“음. 그거 아직 결정 안 했어.”
“……아직도? 그럼 미호는 어떡해?”
주혁은 마우스 스크롤을 괜히 스크롤을 벅벅 내렸다.
“알아서 잘 하겠지. 풍선껌 엔터가 대타도 없겠냐.”
꽤나 남 일처럼 말하는 모습에, 상현은 의아했다.
‘이 기회를 안 잡으려는 건가?’
주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상현의 생각엔, 딱히 고민할 여지도 없이 미호의 매니저도 함께 맡는 게 맞으니까.
‘나보다 머리 좋으니. 더 잘하겠지.’
하나 상현도 굳이 참견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주혁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주혁이 묻는다.
“넌 근데 오늘이 1 대 1 대전인데 긴장 하나도 안 되냐?”
중요한 일이 있을 땐 바짝 긴장하며 무한히 연습을 거듭하는 주혁 같은 사람이 보기엔, 상현은 신기한 놈이다.
천하태평이란 게 저놈을 두고 생긴 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원딜 포지션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긴장을 해?”
“딸기슈터가 들으면 서운하겠다. 그럼 그냥 양보하든가.”
“양보는 못 하지. 내가 더 잘하는데.”
푸핫!
주혁은 크게 웃었다. 진짜 골 때리는 놈이다.
이제 겨우 실버를 단 놈이…….
어떤 실버 랭크가 자기가 마스터보다 잘한다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까?
“이걸 올튜브에 찍어서 올려야 되는데.”
“그럼 조회 수는 잘 나오겠네.”
상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하곤 아몬드를 한 봉지 꺼냈다.
오드득.
입에 한 알씩 털어 넣으며 씹는 것에 집중한다.
일종의 명상 루틴이다.
특정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안정감을 얻는, 양궁 선수로서 필수적으로 갈고닦는 멘탈 관리법 중의 하나였다.
그의 태평함이 그저 타고난 기질이나 재능 때문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게 모르게 그는 마음을 끊임없이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나름 중요한 경기란 건 알지.’
1 대 1 대결.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진검 승부.
누구라고 긴장이 안 될까?
여기서 지면 상현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거다.
실버가 마스터한테 졌다고 상처를 받는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그게 유상현이라는 사람이다.
그라고 해서 정말로 대결의 승패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승패에 집착하는 부류다.
다만, 그는 이기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이다.
‘점수판이 아니라, 화살에 집중해야지.’
양궁 매치에서 점수가 밀리고 있을 때. 노련하지 못한 선수들은 점수판에 시선이 자주 간다.
피가 말리는 것이다.
그러나 점수판만 노려보며 안절부절못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
그럴 때일수록 활과 화살에만 집중해야만 한다.
릴도 마찬가지다.
승패라는 결과가 아니라 더 단순한 진리에 집중해야 한다.
적의 공격은 피하고, 내 공격은 맞힌다.
1 대 1 대결일수록, 릴에선 저 문장이 진리다.
상대가 딸기슈터라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대전이 많은 주목을 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상현이 해야 할 일은 똑같다.
‘피하고, 맞힌다.’
그는 자신을 세뇌하듯이 계속 되새긴다.
* * *
실버와 마스터가 한판 붙는다.
이 자극적인 워딩에 끌리지 않을 커뮤니티 유저는 없었다.
[캬 오늘 실버와 마스터의 대결 실화냐? ㅋㅋㅋㅋ] [딸기슈터 지면 ㄹㅇ 어떡함? ㅋㅋㅋ] [진짜 잔인하네 타코 쉑] [아딸대전 ㅋㅋㅋㅋㅋ]이른 아침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아몬드와 딸기슈터에 관한 게시글들은, 오후가 다가오자 점점 불어났다.
심지어는 ‘#아딸대전’이라는 해시태그도 새로 생길 정도였다.
[아딸대전 딸기가 지겠냐고 ㅋㅋㅋㅋㅋ 솔직히] [나 레이팅 초기화됐을 때 전시즌 마스터 만나서 진짜 개털렸었는데 아예 클라스가 다름] [근데 1 대 1이라 또 몰라. 아몬드 같은 무지성 피지컬이 유리할지도.] [1 대 1인 게 좀 변수이긴 한데. 원딜은 솔직히 피지컬이 좋은 게 최고라…… 적절한 대결인듯] [솔직히 이건 타코가 건방진 견과류 쉑 기강 잡으려고 하는 거 아님? 말 ㅈㄴ 안 듣잖앜ㅋㅋㅋㅋ] [아몬드 한 귀로 흘리기 오지긴 하짘ㅋㅋㅋㅋ]시청자들은 대체로 아몬드의 완패를 예상하고 있었다.
당연하긴 했다.
실버와 마스터가 붙는데. 누가 실버의 승리에 베팅하겠는가?
“쯔쯧. 이 건방진 자식들. 아직도 이렇게 모르나.”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건방진 녀석들을 싸그리 털어먹어 볼까?”
상현이 반문했다.
쟤네들을 무슨 수로 턴다는 건지.
“……어떻게?”
“베팅 시스템을 열어보려고.”
“베팅? 그 포인트 토토?”
포인트 토토.
시청하다 보면 쌓이는 포인트로 내기를 거는 시스템인데, 트리비에서 지원한다.
채팅창이 너무 더러워지는 경우가 많아서 잘 쓰이진 않지만, 이런 대결 구도의 방송을 할 때 한 번씩 써주면 반응이 좋다.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쓰냐. 그리고 어차피 관심받는 거 아주 모아서 터뜨려보자고.”
“……오. 좋은데? 재밌겠다.”
이게 상현의 장점이다.
‘플레이어로서 부담될 법도 한데…….’
이 녀석은 부담감이나 긴장감에 거의 면역체계가 있는 것마냥 잘 견딘다.
반면 상대는 어떨까?
‘딸기슈터는 분명 부담되겠지.’
멘탈 싸움으로 끌고 가면 프로 경험도 없는 딸기슈터는 당연히 상대가 안 된다.
주혁은 어차피 상현이 멀쩡하다면, 그리고 어차피 대단한 관심을 받고 모두가 상현의 패배를 점칠 거라면, 더 판을 키워서 터뜨릴 생각이었다.
이러면 상현의 승률도 올라가고, 시청률도 올라간다.
그리고 주혁도 아마 포인트를 쏠쏠하게 벌 것이다.
물론 이 트리비 포인트는 그저 이모티콘이나 사는 데 쓸 수 있는 별 가치가 없는 화폐이지만.
많이 있으면 기분이 좋은 녀석이다.
많이 잃으면 아마 기분이 나쁘겠지.
“이 기회에, 아직도 널 인정 안 하는 놈들 기강 한번 잡는 거다.”
“……포인트를 뺏는 걸로?”
상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고작 포인트를 잃는다고 뭐가 대수냐는 표정.
주혁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 자식. 트수들에게 포인트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나?
“그걸로도 충분해. 아마 이번 기회로 인생의 쓴맛을 볼 거다.”
“이, 인생의 쓴맛까지……?”
상현은 끝까지 이해 안 가는 듯한 태도였으나 주혁은 곧바로 일을 진행했다.
어쨌든 상현도 ‘재밌겠다’며 동의했으니까.
[공지. 아몬드 vs 딸기슈터 경기에서 포인트 베팅이 이뤄질 겁니다. 낭낭하게 챙겨오세요!]공지가 올라간 시간은 경기 시작 약 30분 전.
-ㄹㅇ?
-와! 선비 채널인 아몬드에서 포인트 토토를!?
-대박 ㅋㅋㅋㅋ
-개꿀잼ㅋㅋㅋㅋ
└이거 아몬드에 걸면 배당 개높게 나올 것 같은데
└에이 아몬드 채널인데 아몬드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누가 실버를 응원함? 그런 세계는 없음
└ㄷㄷ……
-와 ㅋㅋㅋㅋㅋ 아몬드 님! 고마워요! 포인트를 공짜로 주신다니! 딸기슈터에게 걸고 받아가면 되죠?!
└나쁜 새끼 ㅋㅋㅋㅋㅋ
└아몬드가 이길 거라니까!?
└어허. 주가조작 하지 맙시다
공지를 올리자마자 바로 반응이 뜨겁게 왔다.
역시나, 이 컨텐츠는 자극적이다.
* * *
“트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타코가 왔습니다!”
타코는 자신의 머리를 통통 두들기며, 인사를 해 보였다.
-타하~
-타하아아!
-타하타하
-오늘 1 대 1 중계함?
“자. 오늘 1 대 1 당연히 중계합니다. 근데…….”
타코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채팅창을 바라봤다.
아무리 방송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지만, 시청자가 이상하게 안 모이고 있다.
‘뭐지? 오늘 경기도 있어서 분명히 더 많아야 정상인데.’
실버와 마스터의 1 대 1 매치.
누구나 보고 싶어 할 법한 자극적인 경기다.
당연히 시청자가 더 많아야 한다.
-지금 아몬드 방에서 토토한대 ㅋㅋㅋㅋㅋ
-나 정배만 걸고 옴ㅋㅋㅋ
-와 아몬드가 웬일로 토토?
-헐ㅋㅋㅋ 자신 넘치나 봄
-속보) 지금 아몬드 방 토토 매니저가 포인트 아몬드한테 올인함ㅋㅋㅋㅋㅋㅋㅋ
-배당률 무쳤 아몬드 현재 예측 5%밖에 안 됨ㅋㅋㅋㅋ
채팅에 답이 있었다.
“아. 아몬드 방에서 베팅을 시작했어?”
타코는 머리를 긁적였다.
기회를 잘 포착한다는 느낌이다. 보면 볼수록 아몬드란 녀석은 단순히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다.
방송을 휘두를 줄 아는 놈이다.
베팅 컨텐츠는 양날의 검이지만, 완전한 언더독으로 시작하는 현시점.
그에겐 거의 좋은 점만 있었다.
‘감이 좋네.’
타코는 그리 생각하며, 경기 중계에 집중했다.
“자, 베팅 다들 잘 하시고! 이제 5분 내로 시작한다. 착석!”
* * *
아몬드와 딸기슈터가 같은 대기방에 모였다.
[모드 : 나락 결투]설정된 모드는 나락 결투.
공성전과는 다르게, 1 대 1로 붙는 전용 모드였다.
여러 가지 귀찮은 요소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화신을 다루는 실력만을 볼 수 있는 모드이기도 했다.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예.”
커스텀 대기방이라 신체 조건이 온전히 구현되고 있다.
딸기슈터의 덩치는 육안상 아몬드의 2배로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아몬드는 손을 내밀었다.
“잘해봐요.”
“네. 근데…… 운동하십니까?”
딸기슈터는 아몬드의 몸을 슬쩍 보며 물었다.
척 봐도 오랜 기간 꾸준히 단련한 몸이었다. 운동 좀 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강인한 육체.
심지어 헬스로 만든 패션 근육이 아니라, 기능성 운동을 통해 만든 실전형.
일반인 중엔 흔치 않은 유형이다.
“아. 최근 컨디션 때문에 한 1주 정도만 했어요.”
1주? 말이 안 된다.
1주는 묻혀 있던 보석을 다시 파헤치는 데 쓰인 시간일 뿐.
‘10년은 넘게 한 것 같은데.’
무어라 더 말을 붙여보려는 찰나.
[게임이 시작됩니다!]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딸기슈터와 아몬드가 분리되었다.
[원하는 화신을 고르세요!]타코가 텐션을 올리며 중계를 이어갔다.
“자아! 시작됐습니다! 1 대 1 대결 모드 나락 결투에선 각자 가장 자신있는 픽을 고르면 됩니다아!”
가장 자신있는 화신…….
아몬드는 이미 들어오기 전부터 마음을 정한 참이다.
그는 곧바로 선택했다.
쿵!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쏟아지는 빛.
〔이제서야 불러주네.〕
금발의 여성이 그의 뒤에 후광처럼 깃들었다.
* * *
[현재 시청자 2.3만] [승리 예측] [아몬드 13%] [딸기슈터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