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화
7. 전환점(1)
하루에 벌린 총 후원 액수.
“……오, 오백?”
상현은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내뱉고 말았다.
도재묵이 패드에 띄운 후원금 총액은 무려 536만 원이었다.
회사 다닐때 온갖 인센티브, 보너스를 다 끌어와야 겨우 받을까 말까한 월급이 하루 치 후원금에 적혀 있었다.
심지어 트리비에 수수료를 떼어주고 남은 금액이었다.
“워, 원래 이 정도 버시나요?”
도토리묵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 정도는 저도 처음이에요.”
이건 도토리묵으로서도 이례적인 수익이었다.
하루에 50만 원만 터져도 초대박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500만 원.
준비한거라고는 상현을 초대하고 인터뷰한 것뿐이다. 거기에 간단한 티져 영상 하나 만들어 준거.
‘이거 완전 남는 장사 아냐?’
물론 둘이 나눠야 해서 250만 원 정도로 봐야 한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거 정확히 반으로 나누면…… 약 270 정도 나오시겠네요.”
상현과 주혁은 서로를 잠시 마주 본 후 멍하니 있었다.
‘실화냐?’
‘어…… 그런 듯.’
둘 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아주 약간의 텀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둘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제가 감사한 거죠. 제 후원 수익이 평소엔 50만 원 나오면 진짜 대박 터지는 날이고, 하루에 20만 원 정도도 안 나오거든요.”
주혁은 안경을 고쳐 쓰며 눈을 번뜩였다.
그는 여태 게임 방송의 주 수입원이 후원금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럼…… 어떤 루트로 수익을 충당하시는건지…….”
“당연히 광고죠. 트리비에서 쏴주는 기본 광고료가 시청자 수에 비례해서 돈이 들어오고, 그게 이제 기본 월급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에…….”
나연이 끼어들어서 설명을 보탰다.
“제가 다른 외부 업체 광고를 물어와요. 보통 게임 광고인데. 게임 광고도 무분별하게 진행하면 이미지에 크게 타격이라 신중히 고르셔야 해요.”
“아…….”
주혁은 메모장과 펜을 꺼내 들지만 않았지, 완전히 집중하면서 뇌에 정보를 전부 새기고 있었다.
도토리묵과 나연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런 기회는 잘 안 올 것이다. 그는 질문을 더 이었다.
“그럼 게임 외쪽 광고도 가져오시나요?”
“네. 오히려 그게 안전한 경우도 많아요. 옷 같은 것도 협찬을 받고, 카메라, 방송 장비, 컴퓨터, 캡슐 협찬이 대표적이죠.”
“아…….”
주혁은 다시 머리에 메모를 시작했다.
이미 사회적 기반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기에 금세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연예계랑 비슷하네.’
배우나 가수들이 돈을 버는 방식과 비슷했다. 영화, 음원 수익 자체는 돈이 크게 되지 않지만, 그걸로 유명세를 얻는다면 얘기가 달랐다.
그때부턴 그들이 입는 옷, 귀걸이, 끄는 차, 심지어는 마시는 음료까지도 다 돈이었다.
스트리머 업계도 최상위권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특히나 후원 비중이 적은 종합 게임 스트리머는 더더욱.
“연예인과 비슷하네요.”
“연예인이에요. 웃기죠? 막상 진짜 연예인이랑 비슷해 보이는 여캠류 방송은 후원금이 수익 90% 이상이라 연예인 짓 안 해도 되고, 저희는 연예인 짓 해야 돼요. 저 얼굴로!”
나연이 도재묵의 얼굴을 정확히 가리키며 외쳤다.
“하. 이 얼굴이 뭐! 웃기게 생겼잖아! 그게 이 업계에선 최고의 자산이야!”
“웃기긴 하지. 헛웃음이 나오니까.”
둘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온갖 화려한 어휘로 묘사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상현과 주혁에게 말을 건냈다.
요지는 상현과 주혁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나연은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한 솔루션을 알려준다.
“흠흠…… 상현 씨는 반쯤 연예인으로 가셔도 되겠던데…….”
나연이 상현 쪽의 얼굴을 쳐다보지는 못하는 채 중얼거렸다.
“그래. 이런 선머슴 같은 게 이렇게 기가 팍 죽어서 얼굴만 시뻘게진 거 보면 상현 씨는 확실히 연예인 스타일로 가도 되겠지.”
도토리묵이 낄낄대며 덧붙였으나.
“저는 게임 스트리머 하고 싶은데…….”
상현은 의외로 단호했다.
그는 이제 막 게임 플레이와 스트리밍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연예인 노릇은 그에게 맞지도 않는 옷이었다.
“아. 게임 스트리머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각자 전략이 있단 겁니다.”
도토리묵이 설득하듯이 나연의 말을 정정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게임 광고,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 이게 주 수입원인데. 완전 겜돌이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상현 씨는 외부 활동 비중을 좀 더 늘려도 좋다는 말입니다. 만화가 출신 스트리머인 뿔라면처럼요.”
나연도 거들었다.
“보통 그런 쪽 스트리머 분들은 올튜브 쪽이 주 수입원이시고, 라이브 방송은 팬서비스라고 보시면 돼요. 소통용으로.”
“아…….”
상현은 이제야 생태계가 대강 이해가 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뿔라면이 누군지는 알기 때문에 이해가 바로 된 것이다.
그는 만화가이자, 스트리머이지만 공영 방송에까지 출연할 정도로 연예계 활동 비중이 높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게임 스트리머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애매하다. 분명 라이브 방송에선 게임이 메인 콘텐츠니까.
‘듣고 보니 나쁘진 않아 보이네.’
그런 식이라면 나쁠 건 없어 보인다.
역시 선배들의 조언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스트리머들은 올튜브 쪽 영상물 위주의 메이저 씬이 있고, 트리비 쪽 라이브 스트리밍 위주의 마니아 씬이 있는 거죠. 그중에 상현 씨는 메이저 씬에 갈법도 하다는거예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올튜브에 신경 쓰실 거면 편집자를 잘 구하셔야 해요. 저 같은.”
척.
나연은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포즈를 잡았다…… 가 바로 얼굴이 벌게져서 뒤돌아 가버렸다.
“……?”
“쟤가 원래 좀 이상합니다. 그래도 편집 실력은 좋고 매니저 일까지 해주니까. 파트너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죠. 주혁씨는 혹시 편집 일을…….”
주혁은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자신이 없는 표정이 되었다.
“아…… 아뇨. 안 해봤습니다. 한 번도.”
상현도 알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영상 프레임을 깨작거리고 있는 건 주혁의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을 터다.
“음. 그럼 따로 구하셔야겠습니다. 지금은 아직 수익이 크지 않으시니까. 천천히 구해봅시다.”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 * *
약 1시간 정도의 조언을 듣고.
상현과 주혁은 스튜디오를 나섰다. 나연과 재묵도 그들을 배웅해 주기 위해 나왔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들은 일일이 다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했다.
“감사했습니다!”
“예. 또 한 번 더 재밌게 방송해요!”
화기애해한 분위기로 헤어지는 중.
도토리묵은 직감했다.
‘그때가면 나보다도 더 위에 있겠어.’
나연이 장난처럼 말했던 게, 사실은 장난으로 들리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이리라.
‘어쩌겠나. 재능이 넘사벽인데.’
이쯤으로 차이 나면 질투심도 들지 않았다. 그저 상현을 먼저 알아채고 연줄을 만들어 둘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겨야지.
부우웅…….
상현과 주혁이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도재묵은 폰으로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한다.
“……미친. 뭐야, 이게?”
그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은 감탄사.
‘하늘이 돕는 수준이네.’
그가 본 게시물은 상현의 재능과는 별개의 호재였다.
아니, 어쩌면 이 또한 재능이다.
타고난 그의 매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니까.
‘뭐…… 얼굴도 재능이지.’
하기사. 얼굴보다 더 재능의 영역인 분야를 찾는 것도 힘들다.
도재묵은 달콤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 * *
커뮤니티 킹치만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 도토리묵 방송 안 본 놈 인생 절반 손해 ㅋㅋㅋ] [아몬드는 ㄹㅇ 신이다.] [퍼펙트샷이 진짜 있었음!] [진짜 보스가 한 방에 죽었음. 챔피온 고블린도!] [정수리 샷 오졌다 진짜] [다른 건 모르겠는데, 각도 올려서 정수리 샷 미쳤음] [오늘자 정수리 샷 움짤 쪄 옴.]이전엔 대부분 게임 이야기가 올라오는 중에 아몬드나 다른 스트리머 언급이 있었던 수준이었다면.
이젠 대놓고 아몬드의 이야기로 게시판의 거의 전부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아 아몬드가 누군데.
-제발 니들끼리 얘기해.
물론 아직도 아몬드에 대해 모르는 유저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응은 전혀 달라졌다.
-아몬드를 모르는 니가 X신이짘ㅋㅋㅋ
-이 새낀 동굴에서 살아?
-지가 아싸인걸 왜 남 탓 ㅋㅋㅋㅋ
-열등감 느껴서 저럼ㅋㅋㅋ
오히려 아몬드를 모르는 사람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더군다나 상현의 일명 ‘정수리 샷’ 움짤은 킹치만을 넘어서 다른 유명 커뮤니티에까지 퍼지고 말았다.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에서 무려 10등 안에 드는 베스트 글이 되어버린다.
-아몬드 그는 킹덤의 구원자인가?!
-킹덤 관련 글이 저기 10위 안에 든 게 진짜 얼마 만이냨ㅋㅋ
-얼마 만 ㅇㅈㄹ 들어봤던 척 오지네 ㅋㅋㅋ
-ㄹㅇㅋㅋㅋ 한 번도 못 들어봄.
-시작한 지 5일 만에 게임 하나를 살려버리는 무친 재능…….
일부 말들은 분명 과장이 섞여 있었으나, 기반 자체는 사실이었다.
킹덤을 소재로한 글이 커뮤니티 전체 10위 안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워낙에 마니악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와 저 게임에서 저게 가능해?
-미쳤다……
-이 사람 도토리묵이 올린 티저를 가장한 매드무비 봐보셈 개 오져 ㅋㅋㅋ
다만 이 게임은 하는 사람은 없어도, 그 악명은 자자해서 상현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이해할 사람은 많았다.
-난 저거 2시간 안에 접고 환불했는데 ㅋㅋㅋ
-역시 재능 차이…….
그들도 과거 이 악명 높은 게임을 한 번 해보겠다고 덤볐던 아픈 기억이 있는 유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몬드라는 스트리머의 존재는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에 완벽히 각인되어 버릴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사실 이것뿐이 아니다. 여기까진 도재묵도 예상했던 범위 안이었다.
그를 놀라게 한 게시물은 전혀 다른 곳에 올라왔었다.
“오빠. 이거 봐봐.”
도재묵의 매니저가 알려준 곳.
바로 편집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영상 관련 커뮤니티다.
그곳의 게임 카테고리에 이런 글이 올라온게 시작이었다.
[아몬드라는 스트리머가 넘 잘생겨서ㅎㅎ 취미로 편집한 건데, 함 보세요. 라방도 잼써요!]아무래도 아몬드의 여성팬으로 추측되는 사람의 글이었다.
그녀가 취미로 만들었다는 영상은 슈퍼 플레이를 위주로 담은 매드 무비 형식.
아무래도 아몬드의 홍보용으로 올린 글 같았는데.
댓글 반응은 영상에 더 놀라는 분위기였다.
-와…… 퀄 미쳤…….
-취미라구요? 뭐 하는 분이세요?
-진짜 미쳤다. 아몬드가 누구임? 개존잘이네
-헐ㅋㅋㅋㅋㅋ
-이거 올튜브에 올려봐. 진짜 쩐다.
-얼른 안 올리고 뭐해!
그녀가 취미로 만든 매드무비는, 그야말로 한 편의 미친 영화였다.
화살이 날아가는 각도와 속도를 다르게 하는 연출, 그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쾌한 배경음, 심지어 전쟁 영화 같은 영상미.
-……진짜 올려볼까?
└ㅇㅇㅇㅇㅇ 무조건
└2222 당장!
└올리면 성덕 각 ㅋㅋㅋ
그날 밤.
올튜브에 올려진 그 영상은, 게임 카테고리 실시간 화제 영상이 되며 10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채널 이름은 ‘아몬드 팬 서지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