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7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3화
60. 조커는 웃고 있다(2)
충격적인 발언에 타코는 손을 덜덜 떨었다.
분노가 아니라,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뭐 하는 놈이야?’
점멸검 스위프트는 분명 단검 두 개를 들고 싸우는 화신이다.
이 화려한 기교가 넘치는 전장에서 단검 두 개는 매우 초라한 무기지만, 저 단검은 단연코 이 전장에서도 빛날 만큼 특별한 무기다.
저 단검을 던진 위치로, 사용자가 순간 이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검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소환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스위프트의 메인 스킬이다.
가벼운 공격기가 하나 더 있지만, 사실 이 두 스킬이 가장 중요했다.
이것으로 스위프트는 전장을 마음대로 휘젓는 최강의 화신이 될 수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납작해지는 날파리가 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은, 열에 아홉은 후자가 된다.
너무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화신을 어떻게 한 손으로 다룬다는 거야?’
양손 양발을 다써도 트롤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화신을 한 손으로 다루고 있었다니.
심지어 난 그걸 본인 입으로 듣고서야 눈치채다니.
“그게…… 이상한 건가요? 전자파 영상에서도 막상 한손검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던데요.”
아몬드의 말도 맞다.
스위프트의 스킬 특성상 다른 검 하나는 어디 구석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을 테니.
한 손 전투는 빈번하리라.
그러나, 타코는 기억해 내버렸다.
전투할 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
‘넌 왼손만 썼잖아.’
아몬드는 왼손‘만’ 쓰고 있었다.
필요할 때 한 손으로 전환하는 거랑, 처음부터 왼손만 쓰는 거랑은 천지 차이다.
“아몬드 님. 그런데 왜 한 손만 쓰시려는 겁니까? 아몬드 님 성격에 절 농락하려고 그러셨던 건 아닐 테고.”
농락이란 말에 아몬드가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농락이요? 그런 건 아닙니다. 저한텐 플레이 타임에 영향이 있어서요.”
“……플레이 타임에?”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말씀드리긴 좀 어려운데, 왼손만 쓰면 제 체력이 잘 비축이 되는 것 같아서요.”
“……?”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에, 타코는 일단 그냥 넘어갔으나.
‘뭐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왼손만 쓰면 게임이 훨씬 더 어려워질 텐데, 그게 오히려 체력이 비축된다?
일반인의 입장에선 어불성설이다.
“아, 어쨌든…… 아몬드 님. 유사시엔 양손 다 쓸 수 있는거죠?”
“물론이죠. 원딜 할 땐 무조건 양손인데요.”
“그럼…….”
하나 그는 코치로서 확인해야 하는 사항만 물어본 후, 이 화제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아몬드 님이 미드 서브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
미드(Mid).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현재 메인 미드는 미호지만, 유사시에 바꿀 서브 포지션도 선수마다 정해야 한다.
“타코 님이나 딸기 님이 안 가시구요?”
“딸기는 원딜이 서브 포지션이고, 저는 정글 서브로 빠질게요. 한 손으로도 발렸는데. 제가 어떻게 미드를 가겠어요.”
“아…….”
아몬드가 뭐라 더 덧붙이려 했으나, 타코는 이만 물러났다.
“연습은 이만하면 된 것 같네요.”
이날 오후.
대회 채널로 공식 로스터가 제출되었다.
==== ====
탑 – 풍선껌 / 미호
정글 ? 딸기슈터 / 타코야끼
미드 – 미호 / 아몬드
바텀 원딜 – 아몬드 / 딸기슈터
바텀 서포터 – 타코야끼 / 풍선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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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서브 포지션이 미드야? 서폿이 아니라?
-아몬드가 타코 몸캠 갖고 있다는 게 학계 정설
-역시 미드는 미호지 ㄹㅇㅋㅋ
-뭐지?? 잘못 나옴?
-이 팀은 망하려고 작정했나?
미드는 이 게임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인 만큼, 타코의 이런 처사는 많은 의문을 일으켰다.
이미 아몬드를 메인 원딜로 세운 것도 적잖이 욕을 먹는 중인 데다가, 아몬드는 미드를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드에는 보통 암살자, 메이지 류의 화신이 등장하는데 아몬드는 그 두 부류 다 보여준 적이 없다.
-이건 뭐 오늘 파워랭킹 측정에서 욕 좀 먹겠누.
-솔직히 1 대 1 그거 좀 이겼다고 포지션 바꾼 것도 오바였는데 ㅋㅋㅋㅋㅋ
-타코는 뉴런이 머리털에 있었냐? 판단 왜 이래 ㅋㅋㅋ
└타코 프로토스설 ㅋㅋㅋㅋ
└ㄹㅇㅋㅋ
* * *
오후 5시.
[디스월드 – 풍선껌]풍선껌의 팀은 디스월드 채널에 모여들었다.
“자, 다들 방송은 꺼두셨죠?”
“네.”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는 말들이 오갈 예정인지, 타코가 방송부터 체크했다.
“제출된 로스터는 보셨을 겁니다.”
타코는 칠판 같은 홀로그램 보드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고, 나머지 넷은 그런 그를 학생처럼 올려봤다.
“메인 포지션은 각자 동의를 했겠지만, 마지막에 미드 서브가 아몬드로 바뀌었습니다.”
원래 미드 서브는 타코야끼였다.
그런데 갑자기 로스터 제출 직전에 아몬드와 서브 포지션이 바뀌어버렸다.
“이건 조커픽을 위한 겁니다.”
여기서 누구나 의아할 것이다.
원딜만 할 줄 아는 아몬드가 어떻게 미드에서 조커픽의 역할을 할 것인지.
“조커픽이라면 어떤 거 말하는 거야……?”
풍선껌이 손을 들고 물었다.
“아몬드 님의 스위프트입니다. 형님 딸기랑 원딜 대전 하기 전에 저랑 계속 연습했었죠.”
처음 들어보는 말에 팀원들이 웅성댔다.
“진짜?”
“헐. 그런 걸 했어?”
“그, 그런 걸 하고도 절 이긴 겁니까?!”
팀원들은 상현이 비밀리에 개인 연습까지 했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다.
“와! 잘 어울려요!”
미호가 가장 먼저 외쳤다. 잘 어울리는 화신이라고.
다만 미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원거리만 했는데. 그게 될까?’
‘일단 연습 중이라니까…….’
그간 상현이 보여줬던 화신들과는 스타일이 너무 다른 느낌이니까.
말 그대로 조커픽이다.
아마 적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군조차 의심을 품을 수준이니 말이다.
“오빠! 제가 미드 가르쳐 드릴게요! 분명 저보다 잘할 듯!”
물론 미호는 제외하고.
탕. 탕.
타코는 다시 주의를 끌려는 듯 칠판을 두들겼다.
“이게 제 판단이고. 어쨌든 제가 미드 서브에서 변경된 거니까. 불만은 없으시죠?”
모든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한 번씩 합의가 된 사항이니, 진행은 매끄러웠다.
“그럼 이제 다들 각자 방송을 켭시다. 주최측 에서 파워랭킹 정하기 컨텐츠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약간 개막식 비슷한 느낌으로.”
난트전은 단순히 대회만이 컨텐츠가 아니다.
대회 준비 과정부터가 컨텐츠다.
이 준비 과정도 시청자들과 함께하면서, 승리의 쾌감을 더 깊이 공유시키는 것이다.
과정 중에도 전부 방송을 켜야 한다.
이건 선택 사항이 아닌, 주최 측과 합의된 의무.
‘이렇게 큰 합방은 처음이네.’
아몬드도 예외 없이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5인 단체 합방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분이 묘한 참이다.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인트로 음악은 저절로 스킵되고,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아하아하
-아하!
-마력파 방송 ON!
-이 방입니까? 마스터와 실버가 같은 말로 되어버린 곳이?
-랭크 역전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하!
채팅창에선 아직도 딸기슈터를 이긴 것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밈들을 써대고 있었다.
‘실’력파를 ‘마’력파로 바꾼다거나…… 마굿간을 실굿간으로 바꾸는 등.
실과 마가 혼용되어 쓰여 버리고 있었다.
-실버들의 아버지 실버지! 아몬드!
-마버의 희망! 아몬드! 한국인이면 아몬드 봅시다아!
저랭크 유저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게 되어버린 듯하다.
[현재 시청자 1.8만.]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가 1.8만에 가깝게 찍혔다.
대회 화력이란 게 이 정도구나,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 많이 기다리셨죠?”
그때, 행사 톤의 목소리 하나가 난입했다.
마치 디스월드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다.
“트리비 스트리머 여러분! 난트전에 참가한 트기장의 기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웅.
몸집 좋은 홀로그램 하나가 타코의 위쪽에 생성되었다.
이번 대회의 진행을 맡은 캐스터였다.
“전 캐스터 김상훈이라고 합니다!”
김상훈 캐스터.
공식 대회 캐스터이기도 하다. 꽤 몸값이 비싼 사람인데.
지금이 대회 비시즌이라 가능한 캐스팅이었다.
-오오오오
-이번 시즌도 돈 좀 썼누
-역시 세계적인 기업! 트리비! ㅋㅋㅋㅋ
-갓상훈……ㄷㄷ
-텐션 확 오르는 거 보소
-온도계 터져요오옷!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강렬한 몸짓.
확실히 무대를 휘어잡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제 곧 난트전의 개막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워랭킹 매기기가 공개됩니다.”
팅.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화면이 등장했다.
“믿을 만한 해설진과 분석가가 여러분의 현재 실력을 평가할 것입니다! 지금 매겨지는 파워랭킹에 실망하지 마시고. 정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듣자 하니 꽤 냉정한 평가들이 오고 갈 예정인 듯했다.
“연습이 다 끝나고, 그리고 경기가 다 끝나고 어떻게 바뀌는지도 재미 요소거든요! 어디까지나 난트전은 재미죠?”
-네~~!
-맞습니다아!
-ㅎㅎㅎㅋㅋㅋ
“채팅으로도 함성이 들리는 것 같군요. 좋았습니다. 같이 봅시다!”
* * *
화면에 등장한 남자는 해설자 이진혁.
[안녕하세요! 킹귤입니다!]킹귤이라는 닉네임으로도 불리는 해설자였다.
그리고 옆엔 다른 해설진과 분석가 하나씩. 총 셋이 카메라에 잡히고 있었다.
[명예로운 난트전에 파워랭킹을 매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고요.]-킹귤 또 개소리하네
-귤소리 ㅅㅂ ㅋㅋㅋ
-귤까는 소리 좀 그만…….
-명예로운 난트전ㅋㅋㅋㅋㅋㅋㅋㅋ
킹귤은 말은 저렇게 우습게 해도 정말 냉정하게 평가 내리기로 유명한 자였다.
플레이어들은 다분히 긴장했다.
셋은 거의 동시에 ‘고단백’이라고 쓰인 홀로그램 팻말을 들어 보였다.
[팀 고단백이 역시 고평가를 받는군요?] [만장일치 받을 만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프로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단무지가 가장 강하고. 심지어 미드잖아요.] [미드가 든든하면 일단 게임이 편하지.] [단무지 말고, 다른 아마추어들도 각자 랭크보단 잘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지. 같은 골드, 실버라도 뭔가 꽉찬 골드, 실버잖아?] [예.]칭찬일색이었다.
[도토리묵 님이 여기서 플래티넘 랭크를 맡으셨는데. 이분도 사실 플래티넘 중에선 꽉 차는 분이거든요?] [응. 그렇지.]‘도토리묵 님이 저기구나.’
상현은 그제야 이 팀이 도토리묵이 속한 팀이라는 걸 눈치챘다.
참여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막상 다시 본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내 생각엔 이 팀을 만나는 팀들은 미드에서 조심해야 돼. 어떤 조커픽이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단무지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렇죠. 아무래도…… 아마추어랑 프로는 확실히 감각이 다르니까요. VNS 평균 수치만 보더라도…….]VNS?
간만에 들어보는 명칭이다.
이거 기록 깬다고 고생했던 게 아몬드의 머릿속을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아. 잠시만요. 제가 VNS 수치 얘기가 나와서 기억났는데…….]이진혁이 화제를 전환했다.
[꼭 언급하고 싶었던 선수가 있어요. VNS 수치로는 여기서 따라올 사람이 없죠.] [아…… 그 사람.] [아. 그분이요! 요즘 핫하죠?]이진혁은 선수 카드들 중 하나를 들고 와서 보드 위에 붙였는데.
‘아몬드.’
역시나 아몬드였다.
-캬~! 역시 월클!
-여기서 개인으로는 제일 먼저 언급되네 ㄷㄷ
-이현석이 뽑은 남자!
-아직 뭘로 뽑았는지는 모름ㅋㅋ
-VNS 하면 언급 나올 수밖에 없지 ㅋㅋㅋㅋ
아몬드가 언급되자 당연히 그의 시청자들은 좋아라했다.
[마스터를 이긴 실버. 실법에 가까운 마력. 아몬드 님이죠.] [실법에 가까운 마력? 그게 뭐예요?] [실이랑 마를 바꾼 거예요. 둘이 같다고.]와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이 번졌다.
[미친. 사람들 진짜 이상한 거 잘 만드네.] [이거 신박하네 같은 거 아니야? 기를 전부 박으로 바꾼 사건.] [실스터를 이긴 마버로 바뀌겠네요.] [그쵸. 지금 그 정도 파급력이 있을 것도 같아요.]킹귤은 다시 원래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자. 다시 아몬드 님 얘기로 돌아와서. 아몬드 님이 원래 브론즈로 등록됐는데. 지금 실버거든요? 이건 괜찮은 건가요?] [아, 네. 시즌 탑 레이팅(해당 시즌에서 가장 높았던 점수)으로 등록하는 게 룰인데. 아몬드 님은 등록 후에 탑 레이팅이 올라간 케이스거든요? 이건 문제가 없습니다.] [아. 문제 되는 건 일부러 랭크를 낮춰서 들어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뭐, 그런 야비한 행위가 문제인 거죠?] [그렇죠. 그냥 대회 준비 중에 실력이 실제로 상승한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아몬드 님의 이야기를 안심하고 시작해도 되겠군요.]이진혁이 아몬드의 카드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S, A, B 이런 식으로 알파벳으로 매겨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