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7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4화
61. 연습 경기(1)
“아몬드에게 점수를 매겨보죠.”
킹귤은 카드를 들고 흔들며 묻고는 있지만, 사실 이미 속으로 정해둔 점수가 있다.
그러나 입은 가장 늦게 열었다.
가장 공신력이 있는 그가 먼저 입을 떼면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테니까.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분석가다.
“음…… 저는 B 정도? 포텐은 A라고 보는데. 현재로서는 B가 맞죠.”
“냉정하시네요. 마스터를 1 대 1로 이겼는데?”
“1 대 1은 사실…… 릴 공성모드와 거의 상관이 없거든요. 피지컬이야 뭐, VNS 수치로 이미 증명했으니 1 대 1 이긴 것도 그리 의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본래 티어는 어디쯤이라고 보시나요? 지금은 실버인데. 누가 봐도 실버 실력은 아니라는 말이 많아서요.”
“B를 드린 거니까. 플래나 다이아 하위 정도 되겠죠. 미래엔 마스터를 갈 포텐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나이만 어렸다면 더 큰 가능성도 있었겠죠.”
분석가는 B를 주긴 했지만, 구두로 내린 평가는 꽤 괜찮았다.
-난 솔직히 지금도 마스터급 아닌가 생각하는데
-ㅋㅋㅋㅋ아몬드 B가 딱이지
-견과류단 ㅈㄴ 꼬시네ㅋㅋ 실버쉑이 무슨
-분석가님이 역시 잘보네 솔직히 1 대 1이랑 뭔 상관임. 나도 운 좋으면 전자파 1 대 1 이김.
잠시 채팅을 내려다보고 있던 킹귤이 다시 질문했다.
“만약 B 정도가 아몬드의 실력이라면, 타코야끼 님은 왜 아몬드를 메인 원딜러로 지정했을까요? 서브로 가도 충분한데.”
“음…….”
분석가와 또 다른 해설가, 송기훈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킹귤이 하는 질문엔 반드시 뼈가 있을 테니, 쉽게 대답해선 안 된다, 라는 생각도 이 침묵을 한몫 거들었다.
“방송 중인데. 좀 더 편하게 대답해 주세요.”
킹귤이 그리 말하자, 둘은 쩔쩔매며 일단 내뱉었다.
“아, 그렇죠. 하하. 텐션 빠지면 안 되지. 제 생각엔…….”
편하게라곤 했지만, 어느 분석가라고 이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겠나.
“……실수입니다.”
“실수?”
“예. 제 입장에선 명백한 실수 같습니다.”
분석가는 망설이긴 했지만, 일단 뱉은 말은 확신 있게 마무리 지었다.
“타코야끼가 실수한 겁니다. 1 대 1은 원딜이 갖춰야 하는 소양과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타코…… 오진성이 그걸 몰랐을까요?”
“물론, 오진성은 훌륭한 플레이어였으니, 모를 리는 없죠. 제 생각엔 강력하다 못해 압도적인 VNS 수치로 인해 터져 나오는 포텐을 믿은 것 같습니다.”
분석가의 말에 채팅창에선 타코야끼를 욕하는 채팅이 쇄도했다.
딱히 그의 말이 정말 신빙성이 있어서라거나, 저들이 분석가의 의견을 깊이 신뢰해서가 아니다.
원래부터 타코를 싫어하던 자들이 분석가의 말을 효율 좋은 무기로써 빌려서 찔러대는 것뿐일 터다.
찔리는 사람이나, 무기로써 이용되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매한가지일 테지만.
분석가라는 일엔 이런 것도 포함되는 셈이다.
그는 어찌 됐든 말을 더 이었다.
“원딜은 팀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마지막까지 살아서, 팀의 대미지를 책임지죠. 경기 후반에 잘하는 원딜의 존재는 언제나 적팀에게 변수입니다. 타코는 마지막까지 살아야 한다는 ‘전제’보단, 변수라는 ‘결과’를 더 추구한 거죠.”
“딸기라는 안정성보다는, 아몬드라는 변수를 택했다?”
“그렇죠. 그렇게 보여집니다. 제 눈엔.”
“조금 무모하군요?”
“음…… 예. 근데 그쪽 팀의 전력이 워낙 다른 곳에 비해 딸리다 보니, 무모한 결정으로 하이 리스크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킹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는 후배 해설가 송기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기훈이 넌.”
“아, 예…… 저는 아몬드가 그냥 더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A+입니다.”
“그냥 더 잘해?”
단정적인 송기훈의 말에 아몬드 팬들이 채팅을 우르르 치기 시작했다.
-견과류단 on!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캬! 마스터를 넘는 실버!
-실스터라고 불러라 이젠!
“신입이라고, 현재 랭크가 낮다고 편견을 갖고 보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냉정하게 말해서, 아몬드가 더 나은 원딜이라고 봅니다. 안정성 말씀하셨죠?”
송기훈이 폰을 뒤적이더니, 자료 화면 하나를 띄웠다.
“아몬드 님의 평균 데스를 보세요.”
“……호오.”
킹귤도 이건 처음 보는 자료다.
실버 랭크의 데스 평균 같은 자료를 굳이 누가 모으겠는가. 플레이하는 상대방도 실버인 이상 무조건 저평가될 자료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극단적이면 얘기가 다른데.’
[데스 평균 0.1]10판에 한 번 죽었다는 통계.
확실히 놀라운 기록이었다.
“아무리 노말이어도, 아무리 실버 랭크여도, 설사 프로들조차 저랭크에서 한 번도 안 죽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까? 아몬드처럼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잡으면서?”
“크흠…… 그렇다 해도 기용할 수 있는 화신의 폭이…….”
분석관이 끼어들며 반박했다.
송기훈도 지지 않았다.
“아몬드는 짧은 시간 안에 약 3개의 화신을 익혔습니다. 란, 레이나, 사나요. 앞으로 주어진 기간은 아몬드가 여태 릴을 플레이했던 시간보다 더 깁니다.”
“그건 장담할 수가 없죠. 팀 연습을 빡세게 진행하는 중에 화신을 더…….”
토론이 과열되어 버렸다.
송기훈이 생각보다 열이 올라 있다. 킹귤은 중재에 나섰다.
“자, 자. 우리 평가해야 하는 선수가 한 둘이 아닌데. 이러면 안 되죠.”
“아…… 죄송합니다.”
“그럼 킹귤 씨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분석관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이 무거운 짐을 조금 돌리려 했던 것인데.
“S.”
킹귤은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
“????”
-뭐래는 거야
-S가 아니라, ASS겠지!!!
-또 뭔 쌉소리하려고 ㅋㅋㅋ
-귤소리 on!
“긴가민가했는데. 기훈이가 가져온 자료 보고 확신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실버인데…….”
“현재 랭크는 의미 없습니다. 지금 배치고사를 이제 막 끝낸 참이고, 아시다시피 릴은 랭크 시스템이 너무 보수적이라 전시즌 MMR 수치가 저장되어 있지 않은 신규 유저에겐 가차 없습니다. 배치를 전부 이겨도 실버죠.”
“그걸 감안해서 B를 주는 거 아닙니까? 점프가 너무 커요. S라면 그랜드 마스터급 점수잖아요?”
“저는 대회 중에 그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어차피 대회를 위한 파워 랭킹이니 미리 S로 올려드리죠. 보는 재미도 추가할 겸.”
역시나 베테랑다운 여유였다. 보통은 자기 예측이 틀릴까 무서워 여론과 다른 의견은 어지간하면 보류하는데.
그는 되려 그게 재미를 높여준다며 진행하려 한다. 이것이 아마 1티어 해설가와 그 외를 가르는 배포일 터.
“그런데 이건 확실하게 짚고 가죠. 저는 원딜러로서의 아몬드를 고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원딜 아몬드는 정확히 A라고 봅니다.”
“……예!?”
분석관과 송기훈이 이번엔 더 화들짝 놀랐다.
‘원딜밖에 안 했는데?’
‘다른 포지션은 플레이 기록이 없는데?’
그야, 아몬드는 여태 원딜 외의 다른 포지션은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그럼 어느 포지션을 말하는 거예요?”
“음…… 저는 타코 님이 아몬드를 왜 메인 원딜로 보냈는지 얼추 알 것 같습니다.”
“?”
“일단 부족한 안정성은 서포터로 있는 타코 님이 커버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메인 포지션은 원딜로 정한 거고, 그의 폭발력을 깨울 포지션은 바로 서브 포지션입니다.”
“……예?”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개인 방송에선 반쯤 개그 캐릭터라지만, 킹귤은 공신력 있는 해설인데.
‘뭔 말을 하려는 거야. 설마…….’
평소 그를 존경하는 송기훈은 걱정이 되었다.
“저는 아몬드가 미드로 나왔을 때가 S라고 봅니다.”
결국 말해버렸다.
-미친 ㅋㅋㅋㅋ 니가 뭔데
-미호가 미드인데?!?
-미드는 미호인데? 미드는 미호인데? 미드는 미호인데? 미드는 미호인데?
-아몬드 미드 해본 적 없는데. 그걸 님이 어케 아는데요.
-띠용!?
-미드 아몬드??? 화신이 미드용은 아닌데…….
-서폿이면 차라리 모를까.
“아몬드 얘기가 나온 김에…… 이어서 팀 평가까지 같이 해보죠. 벌룬 스타즈였던가?”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킹귤은 그냥 아무 일도 아닌 듯 바로 팀 평가로 화제를 돌려 버렸다.
“풍선껌, 딸기슈터, 미호, 아몬드, 타코야끼…… 이렇게 라인업이 있고…….”
* * *
“허…….”
타코는 모든 평가 방송을 다 시청한 후. 영혼이 빠진 표정이 되어버렸다.
‘미드 조커픽을 예상했다니.’
정확히 점멸검이라고는 집어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서브 포지션의 파괴력도 고려한 로스터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실력 어디 안 가네.’
킹귤과는 프로 시절 때부터 티격태격하던 사이라, 실력만큼은 워낙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눈썰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타코의 눈이 파워 랭킹 차트로 향했다.
“저 자식 아몬드랑 내 로스터 칭찬은 그렇게 하더니. 왜 막상 점수는 이따위냐?”
[15위] [벌룬스타즈]16개 팀 중에 15위였다.
-ㅋㅋㅋㅋㅋㅋㅋ 뒤에 점수 이렇게 주려고 앞에 칭찬한 거자넠ㅋㅋㅋㅋ
-또 속냐 타코야!!
-15위 ㅅㅂ ㅋㅋㅋㅋㅋ
우리팀이 그랜드 마스터도 없고, 챌린저도 없는 약체라는 건 알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16개 팀 중에 15위라는 평가를 받을 줄은 몰랐다.
다른 팀들이 너무 센 걸까?
“치이. 너무하네.”
미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
“아몬드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 16위 갔을지도.”
그녀가 아몬드무새이긴 하지만,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했던가. 이번엔 그녀의 말이 맞았다.
킹귤이 아몬드를 고평가하지 않았다면 꼴찌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말에 아몬드의 입꼬리가 살짝은 올라갔다.
-아몬드 이 쉑 웃는 거 봐라 ㅋㅋㅋㅋ
-아몬드: 난 잘함
-ㅋㅋㅋㅋㅋ 슬며시 웃는 거 개킹받네 ㅋㅋㅋ
-아 개커엽ㅋㅋㅋㅋ
-미호는 냅둬라 몬드야. 진짜 큰일난다.
타코는 일단 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크흠……. 파워 랭킹에 별다른 의미는 없어요. 그냥 해설자들이 니들끼리 희희낙락대면서 점수 매기는 게 파워 랭킹입니다.”
타코는 아무것도 아니란 것처럼 말했으나. 말투에서 이미 약간 화가 났다는 게 느껴졌다.
-타코쉑 ㅈㄹ 화났네 ㅋㅋㅋㅋㅋㅋ
-???: 나 화 안 났어(책상을 때려 부수며)
-세상에서 제일 화남ㅋㅋㅋㅋㅋ
“화 안 났어 이 새끼들아!”
버럭.
타코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져서 채팅창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애꿎은 팀원들만 깜짝 놀랐다.
“아, 아…… 이거는 제 방송에 말한 겁니다.”
푸하하하.
한바탕 웃음소리가 대기방을 휩쓸고 갔다.
“크흠. 그나저나 오늘은 팀 단위 연습이 있습니다. 오늘부터 계속 있어요. 다른 팀들이랑 친선을 하는 거죠. 월드컵 준비처럼요.”
타코가 파워 랭킹 차트로 다가가며 말했다.
“저희 오늘 붙을 팀은…….”
그의 손이 차트의 10위권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간다.
“……뭐, 해볼 만한 팀이긴 하네요.”
그건 타코만의 생각이었다.
첫 연습 경기 상대 팀은 파워 랭킹 11위.
[솔로 이즈백]솔로 이즈백이라는 팀이다.
유난히 아몬드의 눈에 띄는 건 역시 챌린저 마크.
‘모솔’이라는 아이디였다.
‘챌린저가 있구나.’
흔치 않은 챌린저가 있는 팀인데 파워 랭킹이 11위다. 그만큼 다른 팀원들의 전력이 좋지 못한 탓일 터다.
그는 이어서 원딜의 랭크를 체크했다.
‘플래티넘…….’
플래티넘 원딜과 브론즈 서폿이다.
이쪽은 다이아 서폿과 실버 원딜.
이쪽 밸런스는 얼추 맞는다.
[연습 경기 요청이 왔습니다!]삐이이!
거대한 텍스트가 사방을 떠다니며 요란하게 굴었다.
디스월드의 기능 중 하나였다.
첫 연습 경기의 시간이 된 것이다.
“자. 잘해봅시다. 파워 랭킹 까짓거 이번 연습 경기로 바꿔보자구요.”
타코가 주장으로서 그 텍스트에 손을 올리자, 팀원 전체가 릴의 대기실로 소환되었다.
‘……와.’
팀 랭크전은 처음 해보는 아몬드는 감탄하고 말았다.
대기실의 연출 때문이다.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듯 5명의 계약자가 서로 대열을 맞춰 마주 보고 서 있고, 그 뒤로는 미니언 병사들이 쫙 깔려 있었다.
[금지할 화신을 선택해 주세요.]두둥──
웅장한 배경음악이 이제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렸다.
서로 못 하게 할 화신을 선택하는 시간이다.
이때부터 이미 일종의 카드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다.
“일단 우리보다 저쪽이 밴을 먼저 합니다.”
타코는 현 상황을 팀원들에게 알려주면서, 어떤 것부터 금지할지 머리를 굴렸다.
“상대 주캐 밴할까요. 오빠?”
“아니. 연습 경기니까. 어떤 느낌인지 한번 다 풀어줘 보는 게 좋아.”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밴이 들어갔다.
[밴(Ban) #1] [냉혈의 마궁수 – 레이나]상대가 레이나를 금지했다.
타코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건 제대로 해보자는 거 같은데?”
상대는 그냥 가볍게 연습할 생각은 아닌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