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7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9화
62. 몰랐던 과거(3)
갑자기 주혁까지 광고에 합류하란다.
‘뭔 말이야?’
당연히 반응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다.
감독은 일단 설명을 늘어놓았다.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됐는지.
“방금 장면에서 딱 보였거든요. 노을 지는 사옥 옥상에서, 야근 직전에 놓인 직장인들의 소울을요. 어린 왕자처럼 뛰어다니면서 해맑게 웃는 것보다 상현 씨에게 훨씬 더 자연스러웠어요. 아마 시청자들에게도 더 와닿을 거구요.”
주혁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긴 하지.’
그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아까의 콘티는 상현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분명 상현의 외모는 거기에 어울릴지 모른다. 하나 본질적으로는 전혀 아니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저 수많은 한국의 샐러리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년기 시절을 운동선수를 준비하며 보냈다는 게 조금 특별한 이력일 뿐.
아성에서 보낸 시간도 무려 5년이다.
성인으로서 그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건 아성물산의 상사맨 유상현, 낙하산 유상현, 대리 유상현…….
그 달콤쌉싸름했던 기억들이 지금의 유상현이다.
비록 이제 스트리머라지만, 그때의 편린들은 조금씩 그의 몸에 베어 있다.
처음엔 사회의 소독약 같았던 그 냄새가, 이젠 적당히 감미로운 향기가 되어 베어 있다.
감독의 예민한 후각은 그 냄새를 맡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 컨셉이 지금 날씨랑도 딱 맞고, 거기에 제품 어필도 이게 더 잘될 것 같았거든요. 건강 신경 쓰는 3040 직장인들이 타깃인데. 딱 맞지 않습니까?”
“동감합니다. 근데 저는 왜…….”
“상현 씨가 주혁 씨랑 있을 때만큼 자연스러울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지금 저희가 연기 코칭을 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리고 주혁 씨도 카메라 잘 받으시고, 완전 회사원 같거든요. 그림이 나온다구요. 둘의 사이즈 차이도 적절해서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스카이 라인도 잘 뽑히고…….”
어쩌구저쩌구 미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감독을 멍하니 보면서, 주혁은 일단 두 가지에서 걱정이 들었다.
‘이 사람 진심이잖아? 내가 광고를 한다니.’
첫째로는 갑자기 광고 모델이 되어버린 자신의 상황에.
‘모델이 갑자기 두 명이 되면 돈은?’
그리고 모델이 한 명 더 추가되는 이 극단적인 콘티 변경에, 대체 페이는 어떻게 바뀌는 건지.
감독의 대답은 이러했다.
“페이는 제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름 권한이 크거든요.”
“그래도 한 명이 더 생기는 정도면…….”
“물론 많이 챙겨드리진 못하죠. 주혁 씨는 유명세가 있으신 분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반인 모델 단가만큼은 더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400 정도 될 겁니다.”
하루 촬영에 400만 원.
상현이 7,000만 원임을 감안하면 턱도 없이 적은 돈이지만, 절대적으로는 굉장한 돈이다.
‘이게 뭔 상황이냐.’
그러나, 매니저로서 담당하는 스타의 보조 역할을 하는 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다.
“좋습니다.”
주혁이 일어나 악수를 건넸다.
“일단 구두로만 진행할 순 없고. 간략하게나마 계약서를 써주세요.”
감독이 손을 맞잡았다.
“알겠습니다. 선재야! 단기 모델 계약서 하나만 들고 와라!”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아무래도 감독은 지금 노을이 지는 이 풍경을 놓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CG 같은 걸 거의 안 쓰고, 자연광, 아날로그적 촬영 기법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와. 오늘 회식은 네가 쏘냐?”
“너까지 왜 그러냐.”
7천만 원 받는 놈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어 주혁이 되받아쳤다.
“나까지?”
“아, 지아도 연장자가 쏘라고 하더라고.”
푸하하.
상현이 그 말에 신나게 웃었다.
주혁은 인상을 더 구겼다. 도대체가 이 자식들은 연장자 취급을 어떻게 하는 건지, 늘 웃음거리다.
“일단 잘해보자.”
상현이 손바닥을 들어 보인다.
“그래. 원테이크로.”
“물론이지.”
짝, 둘의 손바닥이 스치며 소리를 내었다.
* * *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정원의 벤치에 걸터앉은 상현.
그는 넥타이까지 맨 정장을 입은 채로 주머니에서 아몬드 한 봉지를 꺼내 든다.
“후우.”
한숨과 함께, 한 알 두 알 집어먹더니, 결국 봉지째로 들고 털어 넣었다.
오드드득.
와드득.
그제야 옆에 있던 주혁으로 화면이 넓어지면서, 주혁이 상현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와드드득.
오드득.
상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아몬드를 먹는다.
보다 못한 주혁이 물었다.
정말 수백 번씩 했던 질문이기에, 너무나 숨 쉬듯이 튀어나오는 대사.
“야. 그게 그렇게 맛있냐?”
“…….”
상현은 별말 없이 그냥 계속 아몬드를 먹었다.
“……”
침묵 중에 계속 울려 퍼지는 아몬드 씹는 소리.
상현은 정말 숨 쉬듯이 아몬드를 먹어댔다.
이 또한 매일같이 하던 일이기에,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모습.
“야. 하나만 줘봐.”
상현은 또 말을 무시한 채 아몬드를 먹는 것에 집중했다.
이젠 아예 넥타이도 풀어헤치면서 고개를 들고 마시듯이 먹어댄다.
“야. 하나만 줘보라니까?”
“…….”
슬슬 주혁의 표정이 사나워지는 찰나.
“자.”
툭.
상현이 아몬드 봉지를 주혁의 무릎 위에 던져놓았다.
그리고는 슥 일어나 “박 부장 진짜…… 하…….”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오피스로 돌아갔다.
그가 던져준 건 당연하단 듯이 텅 빈 봉지였다.
주혁의 얼굴이 능숙하게 팍 일그러졌다.
“이런 ㅆ──”
커엇!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울려 퍼졌다.
“재촬영 없어도 되겠습니다! 좋네요!”
한 번에 확신하듯이 말하는 감독.
상현과 주혁도 달려와서 아까의 테이크를 관람했다.
‘오.’
‘그럴듯하네.’
처음 컨셉보단 좀 더 B급으로 가버린 게 확실했지만, 이게 훨씬 더 재밌고 자연스러웠다.
“자, 그럼 다음은 저기 난간에 기대는 거. 갑시다.”
상현과 주혁은 급하게 패드에 끄적인 콘티를 다시 숙지하며 난간으로 걸어갔다.
카메라들도 우르르 그들을 따라서 움직였다.
이번엔 주혁이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 시작한다.
“……하.”
역시나 상현이 피곤한 표정으로 걸어와 옆에 똑같이 선다.
상현이 슈트 안쪽을 뒤지자, 주혁이 라이터를 꺼낸다.
“불 빌려줘?”
“아니.”
상현이 찾던 건 라이터가 아니었다.
아몬드다.
와드득.
아몬드 봉지를 꺼내어서 곧장 털어먹기 시작한다.
주혁의 표정이 슬슬 어두워진다.
와드득. 와드드득.
아마 이건 연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게…… 정말 그렇게 맛있냐?”
“자.”
이번엔 상현이 하나를 더 꺼내어서 주혁에게 건네줬다.
“!”
주혁은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아몬드를 까서 입에 집어넣는다.
이내, 그는 상현처럼 봉지째 들고 마시기 시작한다. 둘은 말없이 아몬드를 계속 먹는다.
주혁이 피우던 담배는 어느새 재떨이에 반도 안 탄 채로 박혀 있었다.
“컷!’
이번에도 감독의 표정이 좋았다.
“와. 좋네요! 역시!”
감독의 눈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버블 경제 시절 일본 광고 같은 청량한 분위기, 그러면서도 회색빛의 도시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잘 다듬으면 확실히 훨씬 낫겠어.’
감독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에서 편집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의 머릿속에선 확연히 좋아진 광고가 그려졌다.
그러나, 그건 머릿속 얘기일 뿐.
“잠깐 여기서 끊고 갑시다!”
감독이 카메라 좌석에서 일어나며 스태프들을 불렀다.
“그림은 나온 거 같은데. 한번 짜깁기 해보고 다시 살펴볼게요.”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밖으로 끄집어내야 봐야 했다. 특히나 이건 즉석에서 만든 콘티니까. 시간을 들여서라도 대조해 봐야 했다.
스태프와 편집팀이 모여 감독과 회의를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아, 예.”
이때 주혁과 상현이 할 일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린 다이아몬드의 공중 정원을 거닐며 구경할 뿐이다.
“……야.”
그때 주혁이 상현을 툭 쳤다.
“그걸 또 먹고 싶냐?”
와드득.
상현은 지금 광고도 아닌데, 또 아몬드를 입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머, 멈출 수가 없어…….”
그는 마치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 두 손을 내저었다.
“멈출 수가 없긴 그 아몬드에 무슨 저주라도 걸렸다는 거냐?”
“어. 아마도.”
정말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주혁은 그가 들고 있는 아몬드 봉투를 뺏어버렸다.
“광고 때 막상 맛있게 못 먹으면 어쩌려고. 이건 압수다.”
“……아니, 촬영 끝난 거 아냐?”
“대강 그림 보고 별로면 또 찍을 거 아냐. 이번 콘티는 밤에도 찍을 수 있겠더만.”
그걸 밤까지 찍을 생각을 벌써 하고 있다니.
역시 주혁이 이놈은 뭐든 열심히 하는 놈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상현.
회사 다닐 때도 야근을 기본으로 깔던 게 기억난다.
상현은 고개를 떨구며 인정했다.
“하. 그래. 그때 맛있게 먹어야지. 지금 다 털어 먹으면 안 되지.”
눈길은 여전히 주혁이 뺏은 아몬드 봉투에 머물고 있었다. 미련이 남은 듯.
하나 죽으라는 법은 없던가?
주혁이 한 가지 제안을 건다.
“야. 지금 우리가 시간이 남잖아?”
“어.”
“내가 할 만한 일을 생각해 냈는데. 이거 하면 아몬드를 먹는 것도 허락해 주지.”
“……무슨 일?”
“내가 네 이름으로 SNS를 개설했거든. 룬스타그램. 아직 아무것도 안 올렸어.”
“그래? 팬들도 알아?”
“어. 아까 너 촬영할 때 공지에 올렸어.”
주혁은 휴대폰을 꺼내어 팔로워 수를 보여줬다.
[팔로우 0.3만]벌써 3천 명이 팔로우하고 있었다.
‘벌써 들어온 팬들이 많구나.’
몇 시간 전에 공지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로우를 하다니. 새삼 인기가 실감 난다.
“그런데 제안이 뭔데?”
“이거 봐.”
주혁이 미호의 룬스타를 보여줬다.
짧은 동영상을 올려놓은 게시물이었는데, 조회 수와 댓글 수가 어마어마했다.
“이거 판타지아 촬영 때잖아?”
판타지아 촬영 현장에서 나온 영상의 짧은 버전을 룬스타에 게재한 것이다.
#촬영 #판타지아 #성직자
등등의 태그를 달아놓은 모습이다.
-갓미호…….
-성직자 맞음? 바로 파문당할 듯
-일단 고자는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와 뒤진다 ㄹㅇ. 화보 나옴?
-@kei_tpa 이거 봐. 얘가 미호임 ㅋㅋ
-와 ㅠㅠ 너무 예뻐요 언니 ㅠㅠ 핑크머리!
-저런 착장까지 어울린다니. 진짜 존예…….
-저거도 광고하는 그 립이에요?
올튜브나 트리비와는 또 다른 느낌의 댓글들이다. 자기 친구를 태그해서 유입시키는 댓글도 있었고, 옷이나 미호의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매체보다 훨씬 상업적이지?”
“어. 확실히 그렇네. 직접적이기도 하고.”
뭣 모르는 어린 애들의 눈엔 여기가 소통 창구로 보일지 몰라도, 주혁과 상현의 눈엔 여기는 광고 전광판이었다.
여기에 입고 찍은 옷, 바른 화장품, 렌즈, 헤어샵, 심지어 카메라 브랜드까지…….
광고할 수 있는 가짓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룬스타의 구조 자체가 그랬다.
특히나 미호처럼 옷발을 잘 받는 스타일은 브랜드 협찬이 수도 없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광고는 신중해야 하지만, 난 ‘직접적’인 게 좋더라고.”
“소통?”
“응. 직접 소통이 되는 플랫폼이잖아. SNS라는 게.”
주혁이 뭘 제안하려는지, 상현도 이해했다.
“미호 같은 게시물을 찍어서 올리자는 거야?”
“그래. 어차피 광고잖아? 이런 거 찍어서 올리면 효과가 더 좋을 거야. 소통도 되고. 네 캐릭터도 훨씬 더 살고.”
“음. 그렇지.”
아몬드 광고도 더 제대로 될 거고, 팬들과 소통도 더 수월해질 거다.
아몬드라는 스트리머의 캐릭터성도 더 살아날 거고.
“근데 뭘 찍게?”
촬영은 이미 끝나서 미호처럼 촬영 중인 장면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승인도 안 난 완성본을 개인 룬스타에 게재할 수도 없다.
새로 찍어야 했다. 마치 짧은 브이로그처럼.
“그거 있잖아. 너 잘하는 거.”
주혁이 아몬드 봉지를 던져주며 위를 가리켰다.
“위로 던져서 받아먹는 거.”
그날, 아몬드의 룬스타엔 첫 번째 게시물이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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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먹는 아몬드.
#광고 #그린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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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휴방에 열이 뻗치고 있던 시청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