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화
7. 전환점(2)
도토리묵의 스튜디오를 나서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혁이 상현의 집 앞 골목 계단까지 태워줬다.
“들어가라. 고맙다.”
탁.
차 문을 닫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중에, 뒤쪽에서 주혁의 외침이 들려온다.
“야. 조급해하지 마라. 내가 보니까, 넌 재능이 있어. 그냥 뭘 해도 될 거다.”
상현이 올튜브를 주력으로 가냐, 트리비를 주력으로 가냐를 두고 꽤 깊이 고민하고 있던 걸 눈치챈 것 같았다.
상현은 잠시 멍하니 주혁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를 도와주는, 도와줬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얼굴을 상현은 잊지 않았다.
홀로 어렵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대기업에 힘들게 넣어준 코치님부터…… 합방 제의를 해준 도토리묵, 열심히 설명해 준 이나연 매니저까지.
그리고 지금 자신을 마주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는 저 건방진 엘리트 금수저도.
머리에 꼭꼭 담아놓으리라.
“……그래. 고맙다.”
부우웅.
빨간 후미등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상현은 계단을 올라섰다.
이제 슬슬 날이 추워지려는지 숨 쉴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서린다.
이쯤이면 늘 할머니가 얼음길에서 미끄러질까 노심초사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 걱정을 덜었다. 걱정이 사라지고 남은 빈 공간이 지나치게 시릴 뿐이다.
“할머니. 나 오늘 270인가 벌었다. 주혁이는 한 푼도 안 가져간대.”
상현은 어릴 때부터 걷던 드높은 계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돈도 돈인데, 이거 꽤 재밌어. 나 이거 계속 해보려고.”
하얀 입김을 타고 흘러나오는 독백은 어쩌면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다.
“그 안에선 말이야. 내 오른팔도 멀쩡하더라. 진짜 신기해. 할머니가 봤으면 기절초풍했을 텐데…….”
그는 오른 주먹을 꽉 쥐어본다. 여전히 심하게 덜덜 떨리는 주먹.
그때의 교통사고는 끔찍한 기억이다.
상현은 물론 할머니에게도.
늘 그의 오른팔을 지그시 보시던 할머니의 주름 잡힌 눈가를 기억한다.
그렇기에 이 오른팔은 나쁜 기억 그 이상이다.
할머니를 상처 준, 가장 증오스러운 존재.
동시에 모든 일을 함께해야 하는 존재.
그에게 이 오른팔은 늘 옆에 붙어 있는 트라우마다.
늘 따라다니는 짙고 불쾌한 그림자다.
그렇기에 오른팔을 주머니에 더 깊게 찔러 넣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게, 이젠 깊게 배어버린 습관이다.
“할머니.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그는 위를 올려다봤다.
새카만 하늘이었다. 별들이 한가득이다. 아니, 분명 한가득이었을 거다.
낡은 가로등에 잠시 가려져 버렸지만.
“할머니가 도와주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
흐린 서울 하늘. 보이지 않을 별들이 하나둘 시야에 나타난다.
잠시 반짝이던 별들은 뿌옇게 흐려지더니, 상현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열심히 해보려는데, 조금 늦은 것 같지?”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별들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별들이 말을 건단다.
「늦었다고 안 할 거야? 그걸 알면 더 빨리 움직여야지.」
할머니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부상 이후,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말을 했을 때 들은 소리다.
“그래. 하긴 할 거야. 그냥…… 할머니가 못 봐서 아쉽다는 거지.”
* * *
다음 날, 아침.
상현은 아침 방송은 하지 않지만,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나서 몸을 씻었다.
쏴아아.
샤워를 하면서 어제와 오늘의 일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올튜브…….’
그는 보통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그가 가장 기억하기 쉬운 키워드들로만 머리에 저장해 둔다.
‘올튜브는 수익이 잘난다. 대신 편집자가 괜찮아야 한다. 스트리머 수익 모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스윽.
상현은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을 닦아내고 멍하니 샤워한 후의 자신을 바라본다.
‘……난 소위 말하는 연예인 스타일이 더 맞을 거다.’
연예인.
말만 들어도 참 이질감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이걸 본인이 입어야 할 옷이라고 생각하면, 꺼끌꺼끌한 내복을 입는 것처럼 불편했다.
그런데 나연도 도토리묵도 상현에겐 그게 어울릴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주혁도 운전하면서 이렇게 말해줬다.
「내가 보기에도 둘 말이 맞더라. 넌 확실히 도토리묵 쪽은 아니야. 차라리 뿔라면 쪽에 더 가깝지. 겜 존나 잘하는 뿔라면.」
상현의 직감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었다.
정확히 뿔라면처럼은 아닐 터다. 그 사람은 언변이 좋고, 게임은 못 하니까.
상현은 오히려 반대다.
게임은 잘하고, 말주변이 있는 편은 아니다.
연예인 타입이라는 건, 실제 활동을 말한다기보단 그 수익 모델을 말한 것일 터다.
뿔라면처럼 되라는 게 아니라, 뿔라면의 수익 모델을 참고하라는 것이겠다.
‘광고나 협찬…….’
주혁은 상현이 광고나 협찬 따위를 받기에 적합한 이미지라고 했다.
거기에 나중엔 CF 모델도 해보자는 김칫국도 들이켰다.
“여러모로 스케일이 참 큰 놈이야.”
상현은 피식 웃어버리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리서치를 시작했다.
“일단 편집자부터 구해야지.”
어제 마신 김칫국 중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건 올튜브 채널 개설이다.
아무래도 라이브 방송만으로 수익을 내는 스트리머들은 1, 2티어뿐이니까. 올튜브 채널도 병행하는 게 정석이다.
그는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서 올튜브 게임 관련 영상을 쭉 리서치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편집자를 컨택해 볼 생각이다.
이런 건 당연히 매니저인 주혁이 알아서 하겠지만, 돈도 안 받는 매니저한테 맡겨놓고 상현은 놀고 있을 수 없었다.
딸깍.
그는 게임 카테고리의 화제 영상으로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그의 실력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매드무비 관련 위주로 살펴본다.
“으음.”
개중에 시선을 끄는 게 하나 있었다.
[킹덤 에이지, 신궁의 품격! 매드무비]킹덤 에이지에, 활을 쏘는 사람인데 매드무비라.
조회 수는 하루 만에 11만 가까이 뽑혔다.
완벽하게 상현이 찾던 영상이었다.
“와. 어떻게 이런 걸 딱 찾지? 난 운이 좋은가 봐.”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는 운이 보통 좋은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미친! 이거 나잖아?!”
영상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신이다.
그는 그제야 채널의 이름을 본다.
[아몬드 팬 서지아]“서지아……?”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오밀조밀한 어감 때문에? 아니다. 상현의 성격상 겨우 그런 이유로 사람의 이름까지 기억하진 않는다.
‘100만 원…….’
그렇다. 그에게 100만 원을 후원했던 그 시청자였다.
꿀꺽.
상현은 침을 삼키며 그 영상을 틀어봤다.
두두둥……! 두둥!
배경 음악부터가 흔해 빠진 매드무비들과는 달랐다. 요란한 EDM을 틀어놓고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장난질을 쳐댄 영상이 대부분인데.
‘진짜 영화 같아.’
웅장하고, 서사가 있어 보이는 배경음. 그리고 킹덤 에이지 특유의 겨울 톤 색감의 중세 용병의 삶.
이런 것들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면서, 마치 게임이 아니라 영화를 찍어놓은 듯했다.
푹!
화살이 적의 머리에 들어맞을 때면, 언제나 신박한 각도로 화면이 틀어지면서 쾌감을 선사했다.
아무리 슈퍼 플레이라도 같은 패턴의 활쏘기는 비슷한 재미일 수밖에 없는데.
연출만으로 마치 전혀 다른 상황인 듯 보였다.
상현의 영상뿐 아니라, 그 외 다른 플레이어들의 영상도 곁들여서 미처 대사를 치지 못한 부르카, 마적 두목 카티야스도 굉장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그런 그들이 상현의 화살엔 한 방에 툭툭 나가떨어져 버린다.
“……오.”
상현조차 아몬드의 플레이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댓글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와…….
-저 게임 뭐임? 재밌어 보인다.
-킹덤 에이지? 저거 좀 어렵다던데.
-진짜 영상미 오진다.
-게임 퀄 ㅆㅅㅌㅊ네…….
-HBO가 만든 판타지 미드 같아…….
└222 나도 ㅋㅋㅋㅋ 그 생각함
└진짜 영화임 ㄹㅇ
└매드 ‘무비’래잖엌ㅋㅋㅋ
-저거 고티 수상까지 한 작품인데 모르는 사람 많은가 봄.
└ㅋㅋㅋㅋ 킹덤 에이지 같은 망겜이 뭐 그렇지.
└망겜…… ㅇㅈ. 재미는 있는데 말이야…….
-나도 해볼래.
심지어 이 영상으로 게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근데 ㄹㅇ 개잘하는데?
-팩트) 저 사람 말고는 아무도 저렇게 플레이 못 한다. 구매를 생각한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ㅋㅋㅋㅋㅋㅋㅋ 킹린이들 화들짝.
└이럴 필요 없음. 그냥 들어가서 로만 눈 부라리기 한 번 당하면 바로 끔.
물론 그 뜨거운 열정에 곧장 찬물을 부어버리는 킹덤의 고인물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와, 이거 실제 플레이도 지리긴 하는데. 영상이 더 지려 ㅋㅋㅋ
-몇 번을 지리누 ㅋㅋㅋㅋ
-ㅈ댄다 진짜.
물론 그들조차 이 영상의 뛰어나다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바로 연락해 봐야겠는데.’
상현은 김주혁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손을 옮겼는데.
지이잉.
주혁도 이미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혁 : 바로 댓글 남겨서 컨택한다.] [근데 돈은 어케 하냐? 아직 수익도 없는데…….] [주혁 : 그건 잘 말해봐야지. 누가 첨부터 부자냐.] [너. 너 금수저잖아.] [주혁 : 우리 할아버지도 처음엔 가난했다 ㅎㅎ] [올튜브 수익은 편집자랑 반으로 나누는 거지?] [주혁 : 아예 다 맡기면 그렇지. 이 사람은 그래도 돼 보이고.] [주혁 : 여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게임에나 집중해라. 킹덤 한참 주가 좋을 때 달리라고.]뜨끔.
주혁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지. 이건 주혁이 일이잖아.’
상현은 오로지 게임 플레이, 그리고 방송에만 집중하는 게 옳았다.
이렇게나 일 잘하는 매니저를 두고 그러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실례일 터.
‘게임 연습이나 해보자.’
그는 차라리 킹덤을 위해서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더 연습해 보기로 했다.
사실 상현은 활을 쏘는 것 말고는 남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할 만한 게 없었으므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캡슐을 사면 자동으로 딸려오는 몇 개의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을 켜고 난이도를 최상으로 올렸다.
* * *
훈련을 전부 클리어하는 데에는 약 3시간이 걸렸다.
“후우…….”
땀범벅이 되어 캡슐에서 나온 상현. 그의 시선이 시계로 향한다.
‘배고픈데.’
저녁 시간이다. 동시에 방송 시간이기도 했다.
‘대충 때우자.’
오드드득. 오드득.
그는 아몬드를 한 움큼 입에 넣고 씹었다. 고소한 풍미와 까끌까끌한 식감.
씹을수록 맛이 배어 나온다.
꿀꺽.
거기에 하얀 우유까지 들이켜면 유상현식 한 끼 식사가 끝난다.
“후우.”
그는 약간 불러온 배를 두들기며, 대충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다.
그 후 다시 캡슐에 들어갔다.
‘갑자기 긴장되네.’
방송은 이제 익숙하지만.
오늘은 긴장이 좀 됐다.
도토리묵과 합방, 퍼펙트샷의 증명, 올튜브 실시간 화제 영상 등극.
이 모든 성과들이 숫자로 나타날 시간이니까.
[5초 후 스트리밍 시작]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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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