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8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1화
62. 몰랐던 과거(5)
이게 SNS의 골치 아픈 점이다.
팔로우 시스템.
누가 누굴 팔로우하고, 누가 누구의 팔로우를 끊었는지. 대중들의 눈은 수도 없이 그들을 감시한다.
처음엔 이를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체 팔로우가 뭐가 중요한 거야?
고작해야 인터넷상에서의 친구 놀이인데. 그걸 맺고 끊는 게 뭐가 중요하냐?
하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인간관계는 이제 하나의 레이어가 더 생겼다.
실제 오프라인상에서의 관계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관계까지.
심지어 이 둘은 서로 독립적이지도 않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관계라고 해서 덜 돈독한 것도 아니며, 오프라인에서 만났다고 온라인보다 더 친한 것도 아니다.
그저 그 특징과 장단이 다를 뿐이다.
이제 와서는 팔로우를 하고 말고에 유난 떠는 걸, 유난 떤다고 표현하는 이도 없다.
팔로우 중인지, 아닌지는 중요하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유명인들 사이에선 더욱 그렇다.
예시는 수도 없이 많다. 팔로우를 끊었다고 무려 18분짜리 디스곡 음원을 뽑는 전설적인 래퍼도 있었으며,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국내 스타 누군가를 팔로우하는 게 언론에 대서특필이 되기도 한다.
지금 아몬드에게도 그게 아주 먼나라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와 뭐냐? ㄹㅇ?
-어렸을 때 친구라거나 뭐 그런 거임?
└아몬드 30살인데? 전자파는 이제 24살 정도 아님?
└전자파 군대도 안 갔음
계속해서 생기는 댓글이 전부 전자파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그냥 같은 병원 신세 동지라서 그런 것 같은데. 오해를 많이 사겠네.’
아몬드의 생각엔 전자파가 팔로우한 이유는 딱 하나다.
그녀와 자신이 같은 처지이며, 자신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을 느낀 걸 수도 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스쳐 가는 최사랑의 눈빛.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느낄 것 같지 않았다.
아마 일종의 감시와 경고의 의미로 팔로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뭐가 어찌 됐든, 세상 사람들이 추측해 낼 수 있을 법한 이유는 아니었다.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전자파와 아몬드가 특별한 관계일 거라고.
‘다행이라면 세상 사람들 전부 남자라고 알고 있단 거지.’
와중에 전자파가 남자로 알려져 있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여자였다면 남녀 관계로 엮으려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테니까.
“아몬드 님!”
스태프 하나가 저 멀리서 달려온다.
“감독님이 넣은 제안 통과됐다고 합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빠른 일 처리였다.
뒤이어 감독도 다가오고 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래 안보다도 더 좋다고, 그냥 바로 통과됐네요.”
감독도 만족스러웠는지 표정이 밝다.
“다행이네요.”
“시간이 늦어버려서 어쩌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녁 8시였다.
저녁 식사를 하기엔 턱도 없이 늦은 시간이지만, 회식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괜찮습니다. 촬영이란 게 뭐 그렇죠.”
감독과 스태프들은 나가는 길까지 배웅해 줬다. 특히나 기획팀 직원들은 아예 엘리베이터까지 타고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직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부러워요. 아성 다니셨으면, 저희 형제 회사인데. 이렇게 성공하셨네요.”
최강기획에서 나온 직원인 모양이었다.
목에 건 사원증이 반짝인다.
‘이경호 과장’
주혁은 비즈니스적인 웃음을 담으며 답변했다.
“최강기획 다니는 것도 성공한 삶입니다. 이 과장님. 무슨 소리 하세요.”
실제로는 다시 아성에 가라고 해도 안 갈 거면서. 상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스타들은 다르죠. 오늘 혹시 광고 기념으로, 한잔하러 가시나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분위기란 게 있달까요? 하하하.”
상현과 주혁이 조금 들뜬 티가 났던 모양이다.
“저희도 오늘 감독님 기분 좋아서 회식할 것 같아요. 혹시 같이 하실래요?”
“아…….”
주혁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저희 팀 따로 회식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선약 챙기셔야죠.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그사이 다른 직원이 차까지 다시 끌고나와 줬고, 주혁은 1층에서 곧바로 차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차를 몰고 지아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 촬영 좋았다. 오히려 판타지아보다 나았던 것 같아.”
상현이 옆자리에서 창을 보며 중얼거린다.
“아몬드를 그렇게 처먹었으니, 당연히 그러시겠지.”
주혁이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는 사이 그가 지도에 찍어놓은 지역에 금방 도달했다.
깜깜한 겨울밤의 어둠이 이미 깊게 내려앉은 골목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주홍빛 조명들이 널려 있었다.
주혁은 네온 간판들과 지도를 연신 번갈아 보더니 어디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판다’
판다라고 하는 중식 술집이다.
제대로 찾아서 온 셈이다.
“와. 뭐야. 딱맞았네.”
똑똑.
지아가 창문을 두들긴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주혁이 창을 내리며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오. 기다렸어?”
“아뇨. 그냥 딱 맞았어요.”
“난 이 근처 렌트샵에 반납하고 올 테니까, 먼저 자리 잡고 있어라.”
“오키.”
그렇게 상현과 지아만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북적거리는 모습이, 꼭 무협 소설에 나오는 객잔 같은 분위기였다.
“점소이 같은 거 있을 것 같다. 그치?”
“그러게요.”
지아와 상현은 창가와 붙은 4인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상현은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고 있었고.
“렌트샵 여기서 먼가요.”
지아가 문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요즘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멀진 않을 거야.”
“일단 우리 어향가지 시킬까?”
“……가지 우웩.”
“이건 좀 다른데.”
정말 그럴까.
지아는 불신에 찬 표정이다.
‘주혁쓰도 맛있다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오늘 가지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놈이 둘이다.
지아는 결국 메뉴판에서 손을 떼었다.
“알아서 시켜줘요.”
“여기요. 생맥주 두 잔이랑 어향가지 하나요.”
10분 뒤 어향가지가 나왔고, 상현은 뜨거운 입김을 뱉으며 바삭한 가지를 한입 베어 물었다.
지아도 한입 시도해 보더니, 연이어 하나 더 먹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진짜 괜찮네. 이건.”
“그치?”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하게 꿀렁이는 그녀의 목이 잠시 멈췄다.
“어…… 그러고 보니 주혁쓰는 차 놓고 걸어와야 하는 거 아냐.”
“어? 그렇네. 그래서 늦나?”
상현은 별달리 걱정이 되는 눈치는 아니었으나. 지아는 연신 문 쪽을 바라봤다.
그때, 우르르 회사원들이 몰려왔다.
“……회식 왔나 봐.”
회사 다니던 시절이 생각났는지, 지아가 중얼거렸다.
-아 감독님. 오늘 쭉 쏘십니까?
-어! 그래! 여기 단체석 하나만 주세요!
감독이라길래, 무슨 운동 선수들인가 했으나, 나이대가 회사원들이니 아마 촬영팀이다.
지아는 마침 오늘 촬영했던 아몬드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문 쪽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 못 챈 것 같았다.
“혹시 오늘 촬영해 준 팀도 회식하나.”
“……으? 어뜨케 아라어?”
상현은 뜨거운 가지에 데이고 있었다. 본인이 시켜놓고 먹을 줄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 어향가지 많이 먹어본 거 아니었나 보네.”
“으으. 걍 주혀기가…….”
주혁이가 맛있다고 해서 시킨 거란다. 지아를 설득하기 위해 아는 척을 했던 모양.
“참내.”
지아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러나, 아주 짧은 순간 안에 그녀의 미소는 싹 걷어졌다.
마치 어떤 도둑이 훔쳐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 도둑은 그녀의 시선마저도 훔쳐간 건지.
‘……!’
지아의 눈이 저 멀리 한곳에 붙박인 듯 고정되었다.
뜨거운 것을 호호 불며 먹던 상현은, 이상한 침묵에 그제야 눈을 살짝 들어 살폈다.
지아의 반응이 평소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왜 그래?”
원래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우두커니 가만히 있는 녀석은 아니다.
“지아야.”
재차 부르고 나서야 지아의 두 눈의 초점이 다시 상현에게 돌아온다.
“아. 왜, 왜요.”
“표정이 이상해서. 화장실 찾아?”
그 표정이 화장실 찾는 표정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번 떠 보는 것이다.
“아, 응.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상현이 떠본 말을 그대로 받아간다. 어설픈 거짓말을 유도한 걸 덥석 문 것이다.
덕분에 상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뭔 일이 있네.’
그의 시선이 지아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녀는 화장실을 가는 듯하더니, 어떤 좌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상현으로서는 저 좌석에서 누굴 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최강기획?’
거기엔 우연찮게도 최강기획 직원들이 회식 중이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인사를 하는 게 예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까지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야. 많이 기다렸냐?”
그때, 주혁이 뒤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뭘 그리 놀라? 지아는?”
“아. 화장실.”
“그렇구나. 아니. 뭐야! 어향가지 그냥 시켰어!? 이런 미친……!”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미리 시켜놓으면 어쩌냐고 발대발하는 주혁에게, 상현은 그냥 하나 더 시키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답했다.
“야, 인마. 똑같은 메뉴 두 번씩 먹는 게 되겠냐? 너나 아몬드 두 번씩 처먹고 그러는 거고!”
“다른 맛있는 것도 많잖아. 너 금방 올 줄 알았지.”
“아오오!”
“뭐 해요. 대체. 먹는 걸로 또 싸워요.”
어느새 도착한 지아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본다.
“아니. 이거 내가 먹고 싶다는데, 미리 시켜 버렸잖아.”
“참내. 누가 어른인지.”
지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혁의 옆자리로 들어갔다.
“응애. 애기 주혁. 가지 하나 더 시켜. 사 줄게.”
“……”
푸하하하!
상현은 배가 아프도록 빵 터져 웃었지만.
주혁은 얼굴이 벌게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상현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좋은 소식이 있다.”
상현은 자신의 룬스타 계정을 들어 보여줬다.
주혁은 아까 촬영 중에 이 소식을 듣지 못했었다.
“……음? 룬스타? 와. 팔로우 많이 늘었네. 이번 주 안에 10만 가겠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전자파가 날 팔로우했어.”
“?!”
지아와 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진짜네요.”
“대체 뭐냐? 전자파랑 뭐 있어?”
“아니.”
상현은 주혁의 시선을 피했다.
‘비밀은 비밀이니까.’
전자파의 사정에 대해선 비밀로 해달라고 했었다. 제대로 대답해 줄 수는 없다.
아무래도 그 비밀이 불편한 신체에 관한 것이니 더더욱.
“그럼 뭐야? 왜 이렇게 너한테 잘해주냐?”
“내가 너무 잘하니까?”
“……?”
주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참내. 술이나 마셔. 어쨌든 축하할 일이네!”
“좋지.”
“건배!”
짠!
주혁이 귀찮은 일은 잊어버리고 맥주잔을 부딪치는 와중에, 지아의 시선은 전자파 계정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지아. 뭐해? 건배 안 해?”
지아는 아직도 계정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다들 그거 모르나 봐.”
“?”
톡톡.
지아의 손가락이 상현의 휴대폰 우측 상단을 건드렸다.
전자파의 팔로워 수가 적힌 곳이다.
6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
“600만 팔로워라는 거? 그거 알지. 그러니까 축하하자는 거잖아.”
상현이 다시 맥주를 들어 올렸다.
“아니. 팔로워 말고. 팔로잉을 봐요.”
“……?”
상현의 시선이 살짝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 끝에 적힌 10이란 숫자.
무심코 지나가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거 팔로잉 숫자다.
“전자파는 원래 9명만 팔로우하고 있었어요.”
“?!”
팔로워는 600만이나 되는 사람이 팔로잉은 10명이라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9명은 전부 자기 예전 팀 동료예요. 그 외에는 아무도 없어요. 사적으로 친한 친구조차 팔로잉 안 하죠.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뭐?!”
주혁이 더 놀라서 소리쳤다.
“뭐, 뭐야. 이거 더 대박이잖아?”
“헐.”
상현도 믿을 수 없다는 듯 10이라 적힌 숫자를 바라봤다.
‘진짜 10명 중 내가 한 1명이잖아?’
뭐지? 왜 날 팔로우한 거지?
이젠 잘 모르겠다.
“야…….”
주혁이 사뭇 진지한 눈빛이 되었다.
“이 정도면 진짜 기사 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