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8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4화
63. 지각 변동(3)
“여튼. 분석관님도 지금 연결 중이거든요?”
말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캠 화면 하나가 더 떠올랐다. 말끔히 넘긴 머리에, 빨간 안경을 낀 분석관이다.
“크흠. 이걸 꼭 눈으로 보셔야겠습니까?”
“어차피 팀들 연습 경기 챙겨보면 저희도 해설할 때 재밌지 않나요?”
“그건 그렇죠.”
분석관은 조금 심기가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군말 않고 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분석관님은 원래 개인 방송 하시는 분이 아니니까. 미숙하더라도 이해해 줘요.”
두둥──
그사이 아몬드 팀의 연습 경기가 시작됐다.
10명의 선수가 대기실에 모여 밴픽을 준비 중이다.
“분석관님은 밴픽 어떻게 보세요.”
“글쎄요. 연습 경기에선 사실 뭘 밴해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에 예측은 무리죠. 근데 아마 아몬드를 봉쇄하려고는 안 할 겁니다.”
“아. 왜요. 또 저평가인가요?”
-ㅋㅋㅋㅋㅋ 몰아가기
-아니, 봉쇄가 안 되니까 ㅂㅅ아 ㅋㅋㅋ
-분석관 불쌍해 ㅠㅠ
“아…… 그건 아니구요. 봉쇄가 쉽지 않으니까요. 다른 팀원들도 지금 상대적으로 전력이 낮은 게 아니거든요? 게다가 아몬드와 직접 부딪힐 플레이어가 마스터 랭크 아닙니까? 그린티배깅의 리더입니다.”
“그렇죠. 그게 이번엔 좀 다른 점이네요.”
“딸기슈터를 1 대 1로 이겼다지만, 1 대 1은 릴이 아니죠. 진짜로 실전에서 마스터를 이길 수 있느냐. 이게 요점일 것 같구요. 심지어 서포터는 플래티넘이거든요? 전력 차가 꽤 커요.”
“좋습니다. 아코 듀오는 실력으로 찍어 누르고, 밴 카드는 위쪽에 집중 투자한다는거죠?”
“네. 오히려 타코에게 밴 하나를 쓰고, 나머지는 정글 미드를 신경 쓰지 않을까요? 저번 미호 플레이가 언급이 많이 안 돼서 그렇지 상당히 돋보였거든요?”
“아. 그렇죠. 모솔 하드 카운터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아바타를 실물로 설정해 둔 게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아하하하! 어. 지금 밴픽 시작하네요. 봅시다. 첫 번째 밴……!”
밴픽은 순식간이었다.
분석관의 생각대로였다. 상대는 미호의 ‘서큐버스 – 시트리’를 밴했고, 아몬드의 화신은 하나도 밴하지 않았다.
“아. 이러면 레이나가 나오나요?”
킹귤은 당연히 레이나를 먼저 떠올렸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분석관도 마찬가지.
“아마. 특별히 다른 화신을 연습할 게 아니라면 그럴 것 같네요. 연습 경기에서 레이나를 계속 써서 아예 적들이 무조건 밴하게 만드는 것도 나름의 전략이거든요?”
“그렇죠. 정말 실전에서 너무 자신이 있어서 연습 경기에서 한 번도 안 꺼내도 된다면 모를까…… 일단 열렸으면 해보겠죠?”
“그렇죠. 아무리 자신 있는 픽이어도, 매번 숨기다가 막상 풀려서 했을 때 제대로 몸에 익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가 나오면 곤란하거든요. 아마 할 겁니다.”
깔끔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해설.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와 해설 대박이네
-연습 경기 따위에 해설이 대체 왜 이리 고퀄이야 ㅋㅋㅋㅋㅋ
-서로 존심 세우다가 이런 일이……
그린티배깅의 리더이자 원딜.
그린티가 픽을 했다.
[빛의 선율 – 사나]“원딜러인 그린티는 사나를 가져갔습니다?”
“아. 네. 주력 픽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자신 있는 픽이죠?”
“그렇죠. 성능이 좋은 화신이거든요.”
“아몬드도 사나를 꽤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기대되네요.”
“사나라면 더더욱 레이나를 써야 할 것 같은데요. 레이나의 대미지가 순간 폭발력이 엄청나거든요. 워낙 속도가 빨라서요.”
“잘하는 사람 한정이긴 하지만 대미지 폭발력이 한번 흐름 타면 장난 아닌 건 맞죠.”
“네. 그래서 장인, 마니아들도 많습니다.”
“말하면 할수록 기대가 됩니다. 아몬드의 레이나.”
아몬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했던 분석관마저 레이나가 기대된다고 말했으나.
그들이 원하는 픽은 나오지 않았다.
“어……?”
아몬드의 뒤로 하얀빛이 깃들었다.
[순백의 저격술사 – 란]“란?”
“굳이 레이나를 안 하고 할 이유가 있나요?”
“진짜 픽하나요?”
쿵──
묵직한 파동음과 함께, 란의 눈이 떠지며 푸른 이채가 스쳤다.
픽을 확정했다는 소리다.
* * *
타코와 한 손 플레이를 연습하기로 협의했을 때. 문제가 있었다.
점멸검은 한 손으로 할 수 있었지만, 원딜러 중에 누가 한 손으로 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란도 한 손으로 방출할 수 있어.’
몇몇 더 있겠지만, 당장 생각난 건 란이다.
지금 점멸검을 보여줄 순 없으니, 차선을 고른 것이다.
‘레이나를 못 골라서 아쉽네.’
레이나가 토라질 걸 생각하니 조금 가슴이 따끔거리긴 하지만, 별수 없다.
레이나는 한 손으로 플레이하는 게 절대 불가능한 캐릭터니까.
그에 비해 란은 어떤가?
그의 방출 기술은 시전자의 사고에 따라 방식이 바뀐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 쏠 수도 있다. 정확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아~! 란이요? 란 확정됐네요!?”
킹귤은 간만에 즐거운 표정이다.
“아. 란을 고른다는 건 의외인데요? 이건 마치…… 레이나 연습할 필요 없다 이거죠?”
분석관도 웃었다.
“한 방 먹었습니다. 상대팀에게 ‘너흰 레이나를 감당할 자격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주력 픽이 금지되지 않고 열렸는데도 선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나를 상대로 좋은 픽임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건 명백한 자신감의 표현.
속사정을 모르는 그들이 보기엔 그렇게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물론 이건 실전이 아니라 연습이라,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실전에서 이랬으면 훨씬 재밌겠네요. 제가 이래서 이런 선수들을 좋아합니다.”
-대놓고 편애 ㅋㅋㅋ
-편파해설 “멈춰”
-킹귤 역배충임
-언더 도그마에 미친 남자…….
“편파라니. 그냥 연습 경기에 재미로 하는 대회다. 과몰입하지 마라.”
-ㄹㅇ 뭐 어때 ㅅㅂ 그냥 재미로 하는 대회인데
-ㅋㅋㅋㅋㅋ킹귤만큼 재미로 하는 놈이 없긴 하지.
-인생을 재미로 사는 남자…….
“어?!”
킹귤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이 새끼 까이니까 화제 돌리려고 하네
-억텐ㅋㅋㅋㅋㅋ
-빠져나가려고?!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지금 그린티배깅 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데?”
“오…….”
분석관도 흥미롭게 턱을 매만졌다.
“인베이드 전략이군요.”
인베이드(Invade).
흔히 ‘인베’라고 부르는 전략인데.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5명 전부가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 숨어 있다가 기습하는 전략이다.
본래 릴이란 게임은 초반에 각자의 포지션으로 나뉘어서 위치를 사수하는 게 보통이라, 따로 이걸 대비하지 않으며 혼자 혹은 둘이서 정글 몬스터를 먹던 플레이어들은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이런 인베는 실패하면 리스크가 클 텐데요.”
“아마 대회에서 쓸 전략을 연습해 보는 거겠죠?”
“지금 바텀 둘과 정글 하나가 위험합니다? 아몬드와 딸기슈터, 그리고 타코야끼는 전혀 예상 못 하고 있어요.”
“지금 바로 옆 수풀에 5명이 숨어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죠?!”
“그야 저렇게 깊숙한 곳까지는 잘 안 오거든요!”
인베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리스크를 최소화해서 시도하는 게 있고, 리스크를 극대화해서 깊게 파고드는 전략이 있다.
후자의 경우 실패하면 시도했던 팀이 나락으로 가버린다. 몰려오는 미니언의 경험치와 골드를 꽤 많이 먹지 못한 채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 재화다.
지금 그린티배깅이 선택하는 인베는 그 시간 재화를 초반부터 다 태워서 승부를 보는 식.
“보이스 한번 들어볼까요?”
“예. 재밌겠네요.”
해설진은 그린티배깅 팀의 보이스 채널을 틀었다.
[야. 야. 온다.]그린티가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상대 탑이랑 미드는 없어.] [이런 미친 짓을 어떻게 알겠냐.]킥킥대며 웃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아니, 사실 거의 박장대소 직전이었다.
“아. 저 기분 제가 알죠. 인베 갔는데 상대가 모르고 있으면 너무 웃깁니다. 전 월드 챔피언쉽 결승 때도 웃음 참기 못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ㄹㅇ
-저때 쾌감 쩔지
-ㅋㅋㅋㅋㅋㅋ먹잇감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이상하게 ㅈㄴ 웃김
“물론 분석관님은 월챔 결승에서 웃으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게 바로 프로 정신이죠.”
-나쁜새끼 ㅠㅠㅠ
-그야 못 가 봤으니까! 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웃은 적 없긴 하지. 가 본 적도 없고. ㅋㅋㅋㅋㅋ
-갑자기 극딜.
“크흠. 지금 정글 몬스터 나옵니다. 아몬드와 타코야끼가 리쉬(Leash) 할 때 치겠죠.”
리쉬. 정글러가 정글 몬스터를 먹는 걸 초반에 도와주는 행위다.
보통 바텀듀오 원딜러와 서포터가 맡는 역할이다.
그들이 정글 몬스터에게 대신 맞아주면서 아군 정글러의 사냥을 수월하게 해주는 것이다.
크아아아!
거대한 몬스터가 타코야끼를 툭툭 후려치고 있는데.
여전히 그린티배깅의 다섯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 지금도 안 나오나요?”
“미친. 이거 3명 다 잡겠다는 소리죠!?”
“정글 몬스터를 거의 다 잡아갈 때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이러면 진짜 이판사판 하자는 건데요!”
오래 기다릴수록 다시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만약 인베가 실패하면 그린티배깅은 끝이다.
“그런데 이거 실패할 확률이 지금 거의 없어요. 전혀 모르고 있거든요!”
치직.
그때 그린티가 명령을 내린다.
[고!]킹귤이 흥분해서 꽥 소리쳤다.
“우, 움직입니다아!”
가장 덩치가 좋은 기간트 머신이 앞장섰다.
쿵──!
그는 거대한 대검을 찍어서 대지를 뒤집어 상대를 공중으로 띄웠다.
[커헉!] [뭐, 뭐야!?]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기슈터와 타코야끼가 공중에 떠버렸다.
[좋아! 다 죽여!!!] [썰어버려!]기간트 머신이 무식하리만치 거대한 대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콰아앙!
가장 앞에 있던 딸기슈터가 타격을 입었다.
열심히 잡고 있던 정글 몬스터는 그린티배깅의 정글러가 뺏어버렸다.
경험치도 골드도 얻지 못했다.
[반격해! 반격!] [조금이라도 때려!]딸기슈터는 열심히 야수의 손톱을 휘둘렀으나.
상대 체력의 절반만 겨우 깎아냈을 뿐이다.
결국 뒤이어서 날아오는 사나의 그림자 화살에 걸려 죽고 말았다.
[아…….]타코야끼도 같은 최후를 피할 수 없었다.
퍽!
사나의 화살이 그의 머리에 꽂히며 쓰러진다.
[그린티 더블킬!]가장 킬을 먹으면 안 되는 그린티가 더블킬을 달성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 있다.
“어. 근데 아몬드는 지금 반응해서 살았죠!?”
“반응은 깔끔했군요. 보이지도 않는 데서 날아왔는데.”
“역시 VNS 세계 최고 수준!”
“그렇죠. 근데…… 지금 1 대 5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그린티배깅이 집에 못 가게 시간을 끌어주면…… 또 모르거든요?”
“그걸 당해줄까요?”
“아…… 아몬드 잡는 건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러면 벌룬스타즈 너무 힘들거든요?”
“그렇죠.”
“어!? 근데 지금 아몬드! 쫓아갑니다! 한 손에 순백의 마나를 다 충전한 상태!”
“이, 이걸 쫓아간다고요?”
킹귤의 말대로였다.
아몬드의 손가락엔 순백의 결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파지직……!
그리고 이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적들의 뒤통수에 조준했다.
‘왼손으로.’
다만, 이번엔 활의 형상이 아니다.
짧은 권총 같은 형상.
[방출]타앙──!
아몬드의 왼손이 반동으로 크게 위로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