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8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5화
63. 지각 변동(4)
“으히히히!”
“인베 대성공!”
“오졌다. 오졌어! 좋아!”
“이거 완전 제대로 연습되겠는데요?!”
5인이 전부 수풀에 숨어 있다가 적 3인을 기습하는 데 성공한 그린티배깅.
비록 한 명은 놓치고 말았지만, 별수 없었다.
이제 슬슬 각자의 위치로 복귀하지 않으면 둘이나 잡아내면서 얻었던 이득이 수포로 돌아가니까.
이런 데서 욕심부리다가 시간이 끌려서 결국 미니언 경험치나 골드를 못 먹는 상황이 생기면, 다시 원점이다.
‘아니, 더 최악일 수도.’
마스터인 그린티는 이런 경험이 많았다. 욕심 좀 더 내려고 5명이 시간 낭비를 하다가, 결국 팀 전체가 경험치, 골드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
‘진짜 멍청한 짓이지.’
미니언과 정글 몬스터를 통해서 골드, 경험치를 수급하는 건 안전자산이다.
적 계약자를 잡는 건 불완전 자산이다.
적 계약자 하나가 미니언 30~40마리의 가치를 갖고 있다.
미니언은 한 번 몰려올 때 20마리가 몰려온다. 미니언 웨이브의 텀은 약 20초.
즉, 40초간 2웨이브의 미니언들만 편하게 죽여도 사실 적 계약자를 죽이는 것 이상의 이득을 아무런 리스크도 없이 얻을 수 있다.
‘40초 = 계약자 킬 하나’
이런 공식이 만들어지는데.
‘20초 = 계약자 킬 반 개’
20초로 줄이면 이렇게 된다.
왜 굳이 반 개까지 계산을 하느냐?
현재 우르르 몰려온 아군이 5명이다.
5명이 각자 킬 반 개만큼의 시간을 낭비한다? 그럼 2.5개다.
적을 2명밖에 못 죽인 그린티배깅의 입장에선, 오히려 20초 이상 끌리면 손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복합적인 손해 요소가 훨씬 많지만, 간단히 도식화해서 보는 게 이 정도다.
“야. 전부 귀환!”
그렇기에 그린티는 몇 번이고 집으로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성소 귀환] [비전투 상태를 8초간 유지해 주세요]우우웅……!
그는 모든 계약자들이 기본으로 갖고 있는 귀환 텔레포트를 작동시키며 이어 말했다.
“이제 아이템 사서 각자 라인으로──”
──파앙!
마나의 파공음이, 그린티의 말을 끊었다.
“컥!”
그린티 옆에 있던 기간트 머신이 휘청거렸다.
끼익……!
거대한 로봇이 휘청거리니, 온갖 부품들이 비명을 지른다.
귀환 텔레포트는 당연히 끊겼다.
“뭐, 뭐야!?”
그린티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미친놈이?’
그곳엔 화려한 금발을 휘날리며 수풀 사이를 달려오는 란이 있었다.
아몬드다.
‘혼자서 5명을 쫓아와?!’
5명이 등 돌리고 도망가주는데, 애써 살려준 목숨을 버리겠답시고 쫓아오는 꼴이다.
이게 만약 실제 현실이었다면 굉장히 멍청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긴 전장이고 우린 계약자다.
목숨에 굳이 얽매일 필요가 없는.
‘이런 판단을 내린다고…… 실버가?’
빠득.
그린티는 이를 악물었다.
“에라이. 저 새끼 잡아!”
“오케이!”
쿠구궁!
모든 팀원들이 뒤를 돌았다.
금발의 소년 하나가, 거대한 기간트와 괴수, 사나 등을 마주하고 멈춰 섰다.
‘뒤 도니까 거리를 유지한다…….’
란의 목적이 확실히 보이는 순간이었다.
저 녀석은 우리를 잡을 생각이 없다.
시간만 질질 끌 셈이다.
‘이렇게 된 거…….’
란이 마음만 먹으면 5인 전부의 귀환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잡진 못하더라도 쫓아내야 된다.’
잡아내거나, 최대한 생명에 위협을 가해서 멀리 보내야 한다.
* * *
킹귤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지금 아몬드가! 아몬드가 5명을 막아서고 있죠!?”
다섯 명의 플레이어가 뒤를 돌며 아몬드 한 명과 대치 중이다.
상황이 어떤지는 차치하고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극적인 효과를 주는 장면이었다.
쿠구궁……!
5명의 플레이어가 뛰기 시작했다.
그중 누구도 란만큼의 사거리를 갖고 있진 못했으니. 사나조차도 활시위를 당기며 뛰었다.
“다, 다섯 명이 우르르 몰려갑니다! 이건 잡겠다는 거죠!?”
“아몬드가 어떻게 대처할지가 궁금하군요…….”
분석관조차도 빨간 안경을 초조하게 고쳐 쓴다.
그의 렌즈로 비치는 하얀 빛.
파지직.
아몬드는 순백의 마나를 검지에 모으고 있다.
분석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아몬드는 도망가지 않는 걸 택한 겁니까?”
“그런 것 같네요!!”
킹귤이 흥분하여 침을 튀긴다.
“뭔가 보여주나요!?”
5 대 1 상황에서 뭔가를 보여준다니. 그것도 서로 성장 차이도 없는 레벨 1 상태다.
차이라고는 오로지 플레이어의 실력뿐인 상태. 그래서 킹귤은 더 심장이 쿵쾅댔다.
만약 여기서 뭔가 보여준다면…….
‘지각 변동이 될 수 있을까?’
킹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지도 모른다.
* * *
파지지직……!
아몬드의 손끝에 모여드는 순수한 마나.
그의 왼손에 희미하게 권총의 현상이 생겨났다.
치지직…….
배터리가 부족한 홀로그램처럼 흐릿하다.
활을 형상화할 때는 이렇지 않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활이 생겨났었는데.
‘확실히…… 힘들다.’
란의 사고 형상화 기능이 이렇게나 어려운 거였다니.
-이거 되는 거야?
-안 쏴지는 거 아님?
-란은 한 방 한 방이 중요한뎅……
척 보기에도 불안해 보이는 아몬드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걱정이 많았지만.
아몬드는 머릿속의 사고를 정리했다.
‘호흡, 조준, 방출.’
이 3가지의 과정만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권총 사격하는 거 잘 봐둘걸.’
선수촌에 있을 때, 양궁 선수들은 은근히 사격 쪽 선수들에게 경쟁의식을 느낀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등감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활보단 총이 우월한 무기이니까.
정말 치사하지만, 그걸로 양궁 선수들을 재미 삼아 놀리는 선배들도 있었다.
그래서 상현은 그들의 방식은 전혀 배우지 않았다.
‘그렇지만 본 적은 많아.’
선배들의 눈치가 보여서 배우진 않았지만, 먼발치에서 지켜본 적은 많았다.
발을 어깨너비 11자로 두며, 내 어깨가 쏴야 하는 타깃을 향하게 만든다.
어깨, 팔, 총, 그리고 시선이 일직선으로 맞춰져야 한다.
양궁처럼 활을 당기는 과정이 없기에, 총을 지탱하는 힘 외에는 딱히 힘이 필요한 게 없다. 그러므로 상체에는 최대한 힘을 빼서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머지 손은 주머니에 넣거나 바지에 걸친다. 그렇지 않으면 흔들리면서 조준을 방해한다. 그만큼 상체의 어떤 근육도 사용하질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흡…….’
자세를 잡았으면 호흡을 가다듬는다.
호흡의 원리는 같았다.
적당한 공기만 남기고 뱉어낸 후. 릴리즈 순간, 즉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멈춘다.
흔들리던 그의 검지가 똑바로 섰다.
파직……!
빛으로 형상화된 권총이 조금 더 밝은색을 찾았다.
이제 방출이 남았다.
‘아까 대검으로 타코 공격을 쳐내던데…….’
그는 타깃의 특성에 따라, 조준점을 조금 수정한다.
좌측 하단으로.
‘됐다.’
그의 왼손 검지에 걸린 방아쇠가, 사르르 녹듯이 움직인다.
[방출]파앙!
란의 순백의 마나가 쏘아졌다.
대기를 메꾸고 있던 공기가 찢어지며, 파공음을 내었다.
콰아아아아앙──
* * *
킹귤이 외쳤다.
“쐈습니다!”
순백의 결정체가 향하는 곳은 어딜까.
‘기간트?!’
기간트 머신이었다.
철컹, 소리를 내며 대검을 뽑아 든 그가 마나탄을 쳐낼 준비를 마쳤다.
‘이래선…….’
기간트 머신은 원거리를 쳐낼 수 있다.
레이나처럼 연사를 빠르게 하기 용이한 화신이면 모를까, 란처럼 한 방 한 방이 중요한 원딜러한텐 최악이다.
그런데──
‘다리?’
순백의 결정이 향한 곳은 기간트 머신의 최하단, 그중에서도 가장 우측.
──퍼엉!!!
기간트 머신의 정강이다.
번쩍이는 백색의 마나가 화려한 불꽃으로 산화한다.
[컥!] [뭐야!?] [못 쳤어!??] [아! 트롤이냐!]끼기깅…….
거대한 충격에 다리가 휘청인다.
“보이스상에서는 지금 기간트를 탓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런 걸 막을 수 있나요?”
“아…… 저런 데로 날아오면 막는 건 무리죠. 미리 알고 칼을 역수로 쥐었으면 모를까.”
분석관은 자기가 기간트머신이 된 것마냥 한탄하며 고개를 저었다.
킹귤은 반대로 목소리가 올라갔다.
“축구로 치면 골대의 모서리 안쪽에 슛을 넣은 겁니다! 대단합니다!”
둘의 대조적인 반응에, 시청자들이 ‘ㅋㅋㅋ’를 채팅창에 도배한다.
“근데 아몬드가 기간트 공략법을 알고 있는 걸까요? 꽤 정확했습니다만?”
“그럴 만한 경험치가 있는 선수는 아닌데…….”
“설마 아까 한 번 보고 판단한 걸까요?! 어찌 됐든 그린티배깅 팀은 계속 뜁니다! 그럼 아몬드는?!”
파지직!
아몬드의 손에선 또다시 하얀 마나가 타오르고 있다.
“아, 이거 리플레이 아니거든요!? 또 쏘려고 하나요?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은 뒤로 걸으면서 충전 중이군요.”
아몬드는 최대한 뒤로 빼면서 충전 중이었다. 느린 속도지만, 조금이라도 거리를 더 벌리려는 것이다.
“……이건 위험한데요. 란은 움직이면서 쏘기 힘들거든요. 한 손으로 쏘는 게 아닌 이상.”
“이미 한 손으로 쏘고 있었습니다! 분석관님!”
“예?”
분석관은 깜짝 놀라며 빨간 안경을 고쳐 썼다.
“예! 진짜예요! 오늘은 활로 안 쏘더라구요! 애초에 지금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거 아닙니까!?”
분석관은 한 대 맞은 듯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네?’
긴박한 상황에 미처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니. 상상도 못 할 거만한 퍼포먼스다.
그만큼 그 효과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었다.
‘미친놈!’
그는 속으로 욕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럼 한 손으로 기간트의 다리 모서리 히트박스 끄트머리를 맞힌 겁니까?”
“그렇죠!”
“……허.”
어이가 없을 정도의 피지컬이다.
란의 공격은 반동도 심하고 무게도 많이 느껴지는 종류인데.
그걸 한 손으로 시전하다니.
분석관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었다.
-한 손 주머니에 넣는 거 ㅈ간지네
-대체 왜 저렇게 쏨? 도발임?
-지린다ㅋㅋㅋㅋ
-사격 선수 같누
-형상화를 두 가지로 한다고?
-권총은 잘 못 함 지금 보면
-아몬드는…… 혹시 그…… 호두가 두 개인가? 어케 둘 다 잘하나?
시청자들도 아몬드의 스타일 변화에 놀랐다.
굳이 왜 저렇게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두 가지 스타일이 소화된다는 건 분명 대단한 성과다.
“한 손이든 두 손이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기간트 머신 남은 체력이 25% 아래입니다!? 이러면 란의 특성상 한 방 컷도 나오거든요!”
“그거 때문에 기간트 머신이 망설입니다. 지금 그린티배깅은 대혼란이군요. 보이스만 들어봐도 알겠어요.”
분석관이 보이스 채널을 키워줬다.
[야 나 죽게 생겼는데?] [기간트 체력 왜 그래!?] [아니 시발 그걸 못 쳐내냐!?] [아니 끄트머리로 오는 걸 어떻게 쳐!] [아몬드 도망가는데! 야! 싸우지 마!] [하. 기간트가 원거리를 못 쳐내면 뭐 하러 하냐고!] [아몬드 죽이는 거나 집중해!] [아몬드 도망간다고!] [그냥 달려! 시발 이미 늦었어!] [나 죽는다고!] [그럼 비켜 새꺄 우리만 가게!]-ㅋㅋㅋㅋㅋㅋ대환장파티
-아니 저걸 기간트 탓하누
-저 안에선 기간트가 막기 어려웠는지 뭔지 잘 안 보이긴 하지 ㅋㅋㅋㅋ
“릴은 멘탈게임이거든요. 이 정도면 이미 아몬드가 캐리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킹귤이 ‘내기는 내가 이긴 게 아니냐’라는 식으로 떠보듯이 물었으나.
“릴은 끝까지 봐야 알죠.”
“하. 또 인정을 안 하시네. 아몬드 님의 판단 보셨잖아요?”
“크흠…… 일단 봅시다. 아직 그린티배깅이 얻은 이득이 다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럴까요? 이렇게 시간이 끌리면 보통…… 미드가 내려오거든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호가 수풀에서 뛰쳐나왔다.
화르르륵!
그녀는 모솔의 주력 픽인 솔리아를 고른 상태였다.
솔리아는 엄청난 화력 에너지로 적에게 돌진하는 능력이 있다.
“첫 스킬을 돌진으로 배운 거 보면 이미 마음을 먹었군요!”
콰과과광!!
뜨거운 불길이 지나가며 적의 진영을 반으로 갈랐다. 적들은 미호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냈으나. 거의 다 빗나갔다.
미호의 스킬도, 그들의 공격도 서로 빗나갔다.
하나 미호의 불꽃은 빗나가도 땅에 남아 활활 타오르고, 기간트 머신은 다른 팀원들에 합류하지 못한 채 불꽃에 가로막혔다.
‘그냥 타더라도 지나가야 해.’
대미지를 입더라도 합류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땐 이미 늦었다.
벌써 3번째 주춤한 것이다. 릴에선 이런 망설임은 언제나 대가를 치른다.
퍼엉!
[적을 처치했습니다!] [망나니 용사 → 피클]“아! 피, 피클?!”
피클은 기간트 머신을 플레이하던 선수다.
“기, 기간트 머신이 죽었어요!”
“아…….”
“결국! 아몬드가 죽여내는군요! 진짜 대단하네요! 다섯 명을 상대로 시간 끌다가 한 명을 결국 죽여 버렸어요! 이게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