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8화
64. 뉴 챌린저(2)
타코는 진즉에 저 녀석이 아무 목적도 없이 왔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갑자기 디스월드에 들어와서 능글맞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더라니.
‘이게 목적이었구나.’
단무지는 확실히 원하는 게 있었다.
“벌룬스타즈님들도 경기 너무 빨리 끝나 버렸죠? 아쉬우시면 혹시 저희랑 연습 한 판 하실래요?”
타코는 잠시 고민했다.
‘차라리 잘된 건가.’
지금 우리 전력으로는 절대 고단백을 못 이긴다.
‘아몬드의 부족한 점을 채울 기회일 수도 있어…….’
단무지의 이런 갑작스러운 방식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었다.
타코는 아몬드에게 고개를 돌려 묻는다.
“좋네. 그럼 하자.”
타코는 제안을 받아들인 후. 아몬드에게 조용히 따로 말했다.
“이번 게임은 교육용이 될 거야. 아마 배울 게 많을 테니까.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마.”
“예.”
대답하는 아몬드도, 요구하는 타코도 사실 그러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승부에 집착하지 말라니. 프로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에겐 죽으란 소리다.
알면서도 그냥 다짐 차 되새기는 것일 뿐이다.
* * *
갑자기 성사된, 말 그대로 연습 게임.
그래서인지 밴픽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끝났다.
뻔하다면 뻔한 구도로 진행되었고,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아몬드에 대한 밴은 하나도 없었다.
-이러면 레이나 가나요!?
-와 아몬드 밴 또 오픈?
-이거 도발이다 솔직히 ㅋㅋㅋ 레이나로 천벌 가즈아아아아!
시청자들은 레이나를 원하는 것 같았으나.
아몬드는 란을 골랐다.
[순백의 저격술사 – 란]란은 왜 자꾸 자신을 고르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했으나, 아몬드로선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한 손으로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원딜이 현재로선 란뿐인 것이다.
그 외에도 독침버니가 후보군에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적이 딸기슈터를 견제한다고 밴해버렸다.
‘내 밴은 풀고, 다른 사람들 밴은 하네.’
뭔가 자존심이 슬쩍 상하는 상황.
아몬드는 건너편에 선 단무지와 눈이 마주쳤다. 장난스럽게 생긴 청년이 씩 웃는다.
타코가 아몬드의 전력을 확인하러 온 거라고 말했었는데. 그게 진짜인 모양이다.
‘의식하고 있어.’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경험, 한 적 있다. 아몬드가 최대 유망주로 급부상하던 시절, 양궁 단체전을 하면 늘 이런 식의 견제가 있었다.
계속 쳐다본다거나, 혹은 바로 옆에서 입김을 날린다거나…….
정신력의 영역이 8할이 넘는 양궁의 특성상 조금씩만 거슬리게 해도 충분히 견제가 된다.
‘별 소용 없는 짓을…….’
아몬드는 결국 최연소로 국내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 말은, 저런 견제가 그에겐 별로 영향이 없었다는 소리다. 혹은, 그런 견제로 인해 실력이 깎여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다거나.
[10초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게임이 시작을 알리는 사인이 떠올랐다.
타코가 간략하게 전략을 정리했다.
“전략은 아까와 비슷해. 조합도 아까랑 거의 비슷하잖아.”
미호의 솔리아, 풍선껌의 아이언볼, 딸기의 폭주족, 타코의 피셔맨, 아몬드의 란.
딸기와 타코 제외, 아까 전과 조합은 동일했다.
사실상 바뀐 화신들도 전술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이번 팀 색깔은 미드 캐리이다.
“전투에서 솔리아를 위주로 움직이는 거야. 대규모 전투 때는 내 오더 같은 거 들리지도 않으니까.”
“오케!”
“옙!”
“알겠습니다!”
[게임이 시작됩니다!]세상이 하얗게 타틀어 간 후.
모든 플레이어가 전장으로 소환되었다.
고단백 팀은 딱히 그린티배깅처럼 초반 전략을 준비해 오진 않았다. 극단적인 인베 같은 건 없었다.
게임은 정상적으로 시작됐다.
딸기는 첫 정글몹을 성공적으로 사냥했고, 아몬드와 타코는 바텀 라인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다.
‘소총수와 빛의 고리…….’
아몬드는 적의 화신들을 다시 한번 머리에 새겨두었다.
적의 서포터는 ‘빛의 고리 -레아’였다. 빛나는 고리를 던져서 한번 맞추면 슬로우 두 번 맞히면 속박이 걸린다.
쿠구구구…….
미니언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몬드의 왼손 검지에 하얀빛이 모여든다.
란은 충전과 방출을 통해 공격하기 때문에 다수의 미니언이 몰려들면 일일이 막타를 때려서 골드를 수급하기가 힘들다.
한번 놓치면 아마 계속 놓치게 될 것이다.
팡.
체력이 적던 미니언 하나가 란의 공격에 쓰러진다.
다행히 첫 스타트가 좋았다.
이 리듬을 잘 지켜야 한다.
“적 원딜이 백숙이란 놈인데. 한때 아마추어 원딜러들 중에 꽤나 유명했었어.”
타코가 이 잠깐의 평화를 틈타 아몬드에게 정보를 건넸다.
“게임을 오래 쉬어서 지금은 플래티넘 레이팅으로 출전했는데. 사실 다시 연습하면 그랜드 마스터까지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놈이야. 조심해야 돼.”
마스터를 치웠더니 이제 그랜드 마스터인가. 아몬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식으로 출전이 돼요?”
“되지. 3년을 쉬었잖아. 작년 기준 최고 랭크만 안 넘게 참가하면 되거든.”
그런 잡담을 하는 동안 적들이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전투를 걸어보려는 모양이다.
“딜교환 걸려는 것 같은데. 어쩔래.”
“일단 사리는 게 맞지 않나요. 이번엔 미드 밀어주기 조합이니까.”
아몬드는 타코에게 배운 개념을 되새기며 대답했다.
-오. 아몬드 호두 좀 굴러가누 ㅋㅋㅋㅋ
-ㅋㅋㅋ 정말 교육 모드네 타코
-과거의 아몬드: 그냥 앞으로 가서 다 때리고 다 피하세요.
타코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주 귓등으로 듣고 있진 않았구나.
“맞아. 우리는 일단 무난히 크면 되는 거야.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큰 사고라도 나지 않는다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식이 들려왔다.
[단무지 님의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단무지 → 미호] [아군이 당했습니다.] [고구마 → 풍선껌]미드와 탑이 동시에 죽어버렸다.
-미친 ㅋㅋㅋㅋㅋ
-흔한 솔랭의 풍경입니다만? 문제라도?
-뭐, 뭐야 나 언제 릴 로그인했지?! 내 솔랭이 왜……!
-풍선껌 ㅠㅠ 쥭지마 ㅠㅠ
“이러면 얘기가 다른데.”
타코는 그리 당황한 눈치는 아니었다. 예상했던 바다. 실력 차이라는 게 명확했으니까.
“우리가 할 게 많아졌다. 그냥 성장만 해선 안 될 것 같아.”
“죽여야 하나요?”
“응. 아무래도 여기서 득점을 조금 해야 할 것 같네.”
타코가 삼지창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란은 사거리와 파괴력에서 이점이 있지만, 소총수가 연사가 훨씬 빠르거든. 장전할 때 제외하고. 정직하게 싸우면 안 돼. 치고 빠지기로 해야 한다.”
“멀리서 쏘고 빠지는 거요?”
“어. 적 서포터도 어지간히 귀찮은 놈이라 거리를 잘 재야 돼.”
“그렇군요. 근데…….”
아몬드도 란의 사거리를 이용해서 상대를 두들겨 패야 한다는 건 안다.
그게 란의 방식이란 것도 안다. 그린티도 그런 식으로 박살을 냈었다.
아무리 미니언 뒤에 숨어도, 머리칼 하나라도 삐져나오면 그 히트박스에 명중을 시키며 죽여냈다.
그런데…….
‘각이 안 나와.’
백숙이라 했던가?
이 사람은 그린티와는 달랐다.
어색한 움직임이 일절 없으며, 미니언 뒤에 몸을 숨길 때에도 완벽하게 히트박스를 전부 미니언 뒤로 숨겼다.
전혀 쏴 맞힐 틈이 없었다.
타코 왈, 상대가 사실은 그랜드 마스터 급이라고 했었다.
그래서일까? 왜 미니언 뒤에 숨는지도 잘 모르겠었던 아까의 그린티와는 다르게, 백숙은 확실히 빈틈이 없었다.
게다가 옆의 서포터도 훈련이 잘된 건지, 랭크는 낮은데 상당히 거슬렸다.
여기서부턴 확실히 레벨이 다르구나. 여실히 느껴졌다.
“각이 안 나오지?”
타코가 아몬드의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아몬드는 계속해서 미니언들을 처리하며 대답했다.
“예. 아까랑은 다르네요.”
“왜일까?”
왜 틈이 안 보이냐고? 그야 답은 뻔했다.
“더 잘하니까?”
“잘해서?”
“아니. 아무리 잘하는 프로들도 틈은 생겨. 다른 이유가 있어.”
정말 여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단 말인가?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동시에 관찰했다.
틈만 나면 백숙을 노리려고 하면서, 계속 생각해 봤다.
그린티와 백숙이 다른 점이 뭘까.
단순히 실력?
아닐 거다. 아니니까 타코가 계속 말을 하는 것이다.
아몬드의 시선이 잠시 채팅창으로 향했다.
-어이 거기 학생! 컨닝하지 마!
-미친ㅋㅋㅋㅋ 슬쩍 눈 돌리는 거 개 킹받눜ㅋㅋㅋㅋ
-아무도 알려주지 마!
-읍읍읍읍!
-팩트) 여기서 사실 아무도 잘 모른다.
채팅에서도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아몬드의 시선이 이번엔 앞의 적들에게 향한다.
잠시의 관찰 후.
보이기 시작했다. 백숙과 그린티의 다른 점.
그린티는 숨든, 도망가든 항상 아몬드 쪽으로 활시위를 조준했었다.
그런데, 백숙의 총구는 한 번도 아몬드를 향하지 않는다.
“……수비만 하고 있어서?”
백숙은 수비만 한다.
“정답이다.”
-오오오!
-날 속였어! 이건 아몬드가 아니야! 호두잖아!
-아몬드! 오늘 완전 호두였어!
-이제 뇌지컬까지?! 무! 섭! 다! 아몬드!
정답을 맞히면서, 아몬드는 실감했다.
빈틈이 안 보이는 이유.
‘그래서 빈틈이 없었구나.’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의 차이도 있겠지만, 적을 공격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완전히 방어에만 치중하는 사람은 당연히 결괏값이 다르다.
지금 백숙은 자신의 모든 신경을 방어에만 쏟고 있으니 당연히 그린티보다 훨씬 더 틈이 없는 것이다.
하나 타코의 교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럼 질문이, ‘왜 저렇게 수비적으로 할까?’가 되어야겠지.”
“왜 수비적으로…… 하는지?”
“그래. 그걸 알아야 파훼가 되거든. 상대의 심리를 읽어봐. 입장을 바꿔서.”
입장을 바꿔본다라…….
아몬드의 눈이 킬 스코어로 향했다.
처참한 스코어다.
그러나 처참하다는 건 아몬드의 입장이다. 백숙의 입장에선?
너무나 유리한 상황이다.
가만히 있어도 이기는…….
‘가만히 있어도 이겨?’
그래, 그 심리를 읽어보자면, 상대는 지금 싸워줄 이유가 없다.
자신의 팀은 어차피 이기고 있다.
뭐하러 무리해서 싸워야 하는가?
‘그렇구나.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거야.’
아몬드야 워낙 호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라, 팀이 이기고 있다고 해도 굳이 몸을 사리지는 않지만.
고단백은 프로스럽게 철저히 팀플레이를 하는 팀이다.
팀이 이기고 있으면, 더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기고 있어서……?!”
-찍지 마라 아몬드
-왜 계속 의문형이냐 ㅋㅋㅋ
-아니 초딩이냐 ㅋㅋㅋ 커엽
확신은 못 했지만, 어쨌거나 정답이었다.
“맞았다. 그럼 이제 그런 상대를 어떻게 파훼할 거야. 상대는 이득만을 보려고 해. 이걸 알면 생각할 수 있어.”
타코는 계속해서 아몬드의 뇌를 자극했다.
매번 타코가 오더를 내릴 순 없다. 이런 고급 플레이 개념들을 지금부터라도 쌓아놔야 했다.
그래야만 챌린저 원딜을 만나도 상대가 가능하리라.
‘어떻게 파훼하냐고?’
죽자고 도망만 다니고, 숨는 적을 어떻게 끌어낼까?
‘이득만을 보려고 한다…….’
숨으면서도, 이득은 챙기려 할 것이다.
아몬드는 적을 다시 관찰한다.
그러고 보니 유일하게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란의 공격기로는 도저히 맞힐 수 없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백숙은 어찌 됐든 이때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낸다.
“미니언을 먹을 때를 노려야겠군요.”
“그거야.”
체력이 낮은 미니언을 공격해, 골드와 경험치를 먹기 위해서다.
이것마저 놓치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줄이되, 이득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게 적 플레이의 기본 방침인 것이다.
그러니 미니언을 죽일 때, 이때만큼은 적도 마냥 숨을 수가 없다.
아군 미니언의 체력 바가, 적이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에 대한 정보인 셈이다.
‘이럴 수가.’
아몬드는 한번 머리가 깨어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럼 미니언 먹을 때 노리면 되겠군요.”
“자. 원래라면 그렇지. 그런데 말했다시피 상대의 실력이 상당해. 미니언 정도는 빈틈없이 사리면서 충분히 먹어.”
이 말도 맞았다.
백숙은 정말 기계처럼 0.1초 단위로만 틈을 보이고 미니언을 죽여댔다.
게다가 어디로 모습을 드러내서 미니언을 먹을지, 아몬드는 예측할 수가 없다.
미리 스킬을 쏴야 하는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다시 그럼 한 단계 더 나아가보자. 미니언도 기계처럼 먹는 저놈을 상대로는, 더 큰 미끼가 필요하거든? 어떻게 해야 할까.”
더 큰 미끼?
아몬드의 머리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다.
‘미니언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보상…….’
미니언은 골드와 경험치를 준다.
정글 속의 어떤 몬스터들은 특수한 버프를 준다. 그러나 그건 현재 이 바텀 라인에서는 얘기할 거리가 아니다.
여기서 가장 큰 미끼는…….
‘나잖아.’
가장 좋은 미끼는 아몬드 자신이었다.
큰 미끼, 리스크는 피하려 하지만 이득은 보려 하는 적의 심리…….
대강의 그림이 그려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어요.”
아몬드가 마음을 굳히고,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적의 사거리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