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1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97화
67. 챌린저의 벽(1)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현은 최대한 집중해서 동작들을 익혔다. 애초에 타코가 이미 분석해 놓은 걸 체화만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주력으로 쓰는 발이 오른발…… 그래서 피할 땐 오른발을 박차면서 왼쪽으로…….’
타코의 이런 분석 문서는 처음 보는데.
프로들은 이런 수준까지 연습을 하는구나.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싸우는 상대 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양궁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경이롭다.
양궁은 자신의 정신을 갈고닦는 훈련을 했다면, 여기는 상대의 정신을 파고드는 훈련을 한다.
[가상 자유 훈련]상현은 기본적으로 캡슐에 제공되는 훈련 프로그램을 켰다.
여기선 게임이 정해놓은 법칙의 제한 없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뇌파, 풀 다이브, 가상현실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여기가 진짜 세계는 아니거든. 결국 영상 기술의 연장이란 말이야.」
타코가 말했던 걸 되새기며, 몸을 움직여봤다.
「그러니까, 여기도 프레임이라는 게 있어. 초고속으로 움직이면, 정말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수없이 깜빡이는 프레임 사이에서 잠시 사라지는 거라고.」
상현은 팔을 최고속으로 끌어올려 휘둘러봤다.
휙! 휙!
가상 세계이기에, 일반적인 신체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가속이 붙는다.
진짜 물리법칙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일단 사고가 움직이는 대로 출력이 가해지고, 그다음 물리 엔진의 보정을 받는 것이니까.
휙휙휙휙휙휙!
그의 팔이 점점 빠르게 움직이면서 잔상을 만들어냈다.
솔직히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상현이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면 어떨까.
관찰을 하고자 하는 의지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사고 속도가 이곳의 물리적 속도를 따라잡고, 추월하는 순간.
후웅…… 후우우웅…….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다.
“!”
그러자 조금씩 보였다.
중간에 아예 사라져 버리는 그의 팔이.
‘툭툭 끊기잖아?’
영상의 프레임이, 현재 입력되고 있는 팔의 속도를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느리게 봐야 겨우 보일 정도의 미세한 차이지만.
분명 프레임이라는 게 있다.
즉, 가상 세계에서 고속으로 움직일 땐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총알이 쉽게 피해진 거구나.’
그래서 현실에선 절대 피할 수 없는 공격이 흘려지는 것이다.
「프로들은 이 프레임을 쪼개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흘리거나, 상대한테 공격을 욱여넣는다고. 홍차를 보면 보여.」
몸으로 직접 이론을 습득한 후 홍차의 영상을 다시 봤다.
오른발로 순간 가속을 받으면서, 그녀의 몸은 뚝 끊긴 듯이 이동한다.
마치 싸구려 귀신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연출이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란 게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하나의 프레임 리듬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엔진이 대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간 과부하가 걸려서 뇌가 녹아버릴지도 모른다고, 타코가 부연했다.
그러니까, 저속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고속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시공간이 다른 셈이다.
이 차이를 이용해 프로들은 공격을 피하기도, 맞히기도 한다.
‘미쳤다…….’
상현은 솔직히 감탄했다.
이건 마치 현실에서 적용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 같지 않은가?
그게 게임에서 더 과장되어 발현되고 있고, 실제로 전투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릴에 미치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제야 왜 타코가 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데, 공격을 잘 흘리는지 깨달았다.
이런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현 역시 저도 모르게 이런 걸 활용하고 있었다.
하나 알고 하는 것과 저도 모르게 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는 다시 한번 더 홍차의 영상을 집중해서 관찰했다.
‘그렇다면 저 프레임 안에 내가 공격을 꽂으려면, 최대한 비슷한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
홍차에게 어떻게 란의 순백의 결정을, 레이나의 화살을 꽂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그는 다음 영상을 틀었다.
‘이거구나.’
홍차가 똑같이 박차를 가하면서 왼쪽으로 피하는데. 그걸 예상해서 그곳에 미리 공격을 던져놓은 상대.
홍차는 어처구니없이 마치 자기가 갖다 박은 것마냥 공격을 맞아버렸다.
‘통제를 못 하고 있어.’
순간의 가속은 프레임을 길게 가져간다는 이득도 있지만, 자기의 인지능력이 그걸 못 따라갈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래서 미리 버릇을 알아야 하는 거네.’
결국 이 게임은 반응속도와 조준력 싸움을 넘어서 상대의 심리를 읽는 싸움이 되어버리는 거다.
‘이게 챌린저의 경지…….’
그는 미호와 붙었던 단무지를 떠올려봤다.
이미 성장을 괴물같이 마치고 온 그 앞에서 아몬드도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녀석을 미호가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됐다.
미호의 탓이 아니었다.
격투기 선수를 왜 이기지 못하느냐고, 중학생을 혼낼 수 없는 것이니까.
‘내가 격투기 선수가 되어야 하는구나.’
상현은 새삼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어떤 것인지 다시 그 무게를 느낀다.
그는 다시 홀린 듯이 홍차의 영상을 돌려보면서 분석했다.
* * *
“오늘 만날 팀은 레드카펫츠이라는 팀이다.”
타코는 늘 그렇듯이, 간단하게 상대 팀에 대한 브리핑으로 스크림을 준비했다.
“이름부터가 레드카(Red Car, 홍차) 펫츠(Pets, 애완동물)야. 당연히 가장 주의해야 할 인물은 이 홍차다.”
툭.
타코가 스크린을 건드리자, 새빨간 머리의 여자가 떠올랐다.
단발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시건방져 보이는 듯한 눈빛이 상당히 도발적이다.
척 보기에도 ‘나 실력자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 프로 경험은 없고, 아마추어로만 활동했어. 여자 챌린저라는 것 때문에 엄청나게 주목받아서 지금까지도 잘나가는 스트리머다. 얼마 전 만난 마스터 원딜 그린티의 여친이기도 하고.”
타코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 외에도 그녀가 주로 플레이하는 방식, 화신 등을 간략하게 다시 리뷰했다.
아몬드 같은 경우, 이미 방금 전에 십수 번 반복해서 봤던 자료들이다.
그러나 자료를 거의 못 봤거나, 이제 처음 보는 팀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와…….”
“진짜 잘한다.”
“프레임 단위 싸움이 저런 걸 말하는 거구나…….”
“보세요, 오빠. 제가 단무지 상대로 그거라도 한 게 다행인 거라니까?”
시청자들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캬~!
-이게 원딜이지!
-홍차 진짜 개잘한다
-남친 자괴감 느끼겠누ㅋㅋㅋㅋㅋ
-와 릴 잘하는 여자… 섹 시 하 다 !
-ㅉㅉ 이거보다 미호 댄스 매드무비가 낫네
-챌린저는 진짜 움직이는 모양부터가 다르네. 뭐냐 대체???
-홍차님! 아몬드를 반으로 쪼개주세요! 홍차님! 아몬드를 반으로 쪼개주세요! 홍차님! 아몬드를 반으로 쪼개주세요!
-레이나를 뺏어간 아몬드를 죽인다……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다……
이상한 의견도 끼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홍차의 플레이에 감탄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비꼬고 보는 타코 방의 채팅 성향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극찬이다.
‘잘하긴 해.’
타코는 실질적인 전력 차를 외면할 생각은 없지만, 팀원들을 위축되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는 특히 아몬드 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아무리 챌린저라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굉장히 커. 특히 팀 게임에서는.”
그는 팀 게임이라는 걸 재차 강조했다.
“프로들 중에서도 홍차만큼의 피지컬이 없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이건 팀 게임이야. 그것만 숙지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어. 저기 팀 전체가 홍차인 것도 아니잖아?”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여겨지는 미드가 실버, 탑은 브론즈 정글이 플래티넘이었다.
바텀이 다이아, 챌린저다. 바텀 몰빵 팀이라는 것이다.
타코는 팔짱을 끼며 다시 한번 팀의 로스터를 지그시 응시한다.
‘뭐…… 어설프게 전력이 퍼질 바에야, 애초에 저렇게 가는 게 나을 수도…….’
레드카펫츠 팀의 컬러는 확실하다.
이런 팀은 우승은 못 할지라도, 적어도 5위권 안에는 쉽게 들어간다.
‘우리는 아직 5위권은 아니지.’
타코는 얼마 전 바뀐 파워랭킹 차트를 살폈다.
7위) 벌룬스타즈
처음에 비하면 급격하게 상승한 순위.
그러나 여전히 플레이오프권(5위 안쪽)은 아니다.
타코는 기왕 참가한 거 우승이 하고 싶다.
턱.
그는 아몬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쫄지 말고. 잘해보자.”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더 잘한다.”
타코는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 말이었다.
코치들이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쓰는 수법이다. 상대의 존재 자체에 주눅 들고 들어가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
-??예?
-용기 버프가 너무 과한데
-크 타코가 사람 볼 줄 아네!
-백숙도 한 손으로 발랐는데. 양손 쓰면 홍차 머리에 주먹돌리기 쌉가능이지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격하게 반응했으나. 당사자인 아몬드는 덤덤했다.
“예.”
더 잘하는 건 모르겠고.
타코가 준 분석 영상을 익힌 이상, 질 것 같진 않은 기분이었다.
[‘레드카펫츠’에서 연습 게임을 신청했습니다!]순식간에 풍경은 뒤바뀌었고, 어느새 밴픽을 하기 위한 전장 대기실이었다.
거친 돌산들이 솟은 풍경.
흐르는 강줄기 건너편, 줄줄이 선 다섯 명의 계약자들이 보였다.
[선택과 금지]밴픽이 시작됐다.
레드카펫츠는 아몬드에 대해서는 밴 카드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원딜의 전력 차를 믿는다는 것이다.
“예상대로구만. 우리도 미드 밴으로 승부 본다.”
타코도 기세에서 지지 않기 위함인지, 전략인지 바텀 관련 밴은 스킵했다.
결국 아몬드와 타코, 홍차와 레몬은 아무 제약도 없이 전면으로 붙게 된다.
아몬드와 건너편에 선 홍차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꽤나 자신 있다는 듯 씩 웃었다.
[순백의 저격술사 – 란]란을 가져갔다.
아무래도 란이 아몬드의 주력 픽이라고 분석한 모양이다.
아니면…… 저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자면, 이런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양손으로 덤비라는 건가?’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이 들어왔다.
[루비소드 님이 미션을 등록하셨습니다!] [챌린저 킬] [50만 원!]-와!
-루비소드 간만에 통 큰 후원!?
-캬 역시 회장님
-어? 50만 원 후원하면 아몬드 죽는 거 아님?!
“와. 루비소드 님. 감사합니다. 미션 꼭 성공해 보겠습니다.”
챌린저를 죽여라.
이전에 백숙을 상대했을 때를 떠올려봤다.
‘쉽진 않겠지.’
정말 어렵게 죽여냈던 기억이 있다.
“오빠. 픽해요! 픽!”
“아. 어. 픽할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팀원이 재촉한다.
쿵.
이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음성이 들려온다.
〔역시 내가 최고지?〕
그녀가 푸른 후드를 벗자, 기다란 금발이 휘날렸다.
[냉혈의 마궁수 – 레이나]-와아아아아아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
-누나아아아아아아!!!
-누나 나죽어어어어!
-50만 원이 불러낸 레이나!
-레이나 속지 마! 저 새끼는 돈 때문에 널 부른거야!
-다 뒤졌다 오늘!
-크으 커플을 상대할 땐 나도 커플 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거냐!?
-레이나 ㅠㅠ 란 뺏겨서 하는 줄도 모르고…… 불땅해……
아무래도 레이나는 아몬드의 가장 상징적인 픽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후원이 마구 밀려들어 오기까지 했다. 아몬드는 스크림 때만큼은 후원 음성을 꺼놓는데도 불구하고, 후원을 해대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아몬드의 눈빛은 차분했다.
평소 스트리머 일을 하던 아몬드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상대측에서 웃고 있는 홍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스트리머가 아니라, 프로의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저번 고단백에게 패배한 이후, 그만큼 자극받은 셈이다.
[10초 뒤 게임이 시작됩니다!]아몬드의 표정을 본 홍차도, 여유로운 웃음기가 조금은 가셨다.
‘뭐야.’
그녀는 몸을 풀듯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정말 날 이기기라도 하겠단 표정인데.’
챌린저를 이기려 드는 골드라니.
백번 양보해 마스터들을 이겼으니 마스터라고 쳐도…….
‘마스터가 날 이기는 것도 어불성설인데.’
실력 차이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수준일 터다.
그런데도 적은 진심으로 이기려 들고 있다. 보통은 다른 방법을 찾게 마련인데.
홍차는 이때부터 아몬드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레몬아. 쟤 재밌다?”
“아몬드? 너무 잘생겼지!?”
“그게 아니라 재밌다고…….”
“하아. 언니 나 어떡해. 벌써부터 아몬드한테 두꺼비 쏠 생각에 심장 떨려!”
“아…… 응.”
[게임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