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0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1화
68. 서브 포지션(1)
폭풍 닌자는 암살자류 캐릭터다.
암살자류 캐릭터들이 갖는 특징은, 대체로 ‘속도’가 있다.
점멸검은 점멸 기능이 달린 검을 통해 이 속도를 내는 편이고, 로프 어쌔신은 로프를 걸고 당기면서 순식간에 이동한다.
즉, 자신의 전투 속도를 높이기 위한 능력들이 있다.
폭풍 닌자는 어떤가?
그에겐 고유 패시브(*Passive Skill의 준말. 시전자의 의지 없이도 항시 작동하는 스킬을 말한다.)가 있다.
[닌자의 직감 : 상대를 한 번의 타격으로 죽일 수 있을 때, 하루키가 ‘길’을 보여준다. 이 길을 따라 암살에 성공할 시, 챠크라가 더 강력해진다.]이 패시브는 아니다.
폭풍 닌자에겐 패시브가 2개다.
위의 것은 검을 맞대고 싸울 때나 의미가 있는 패시브이다.
몸놀림이 빠른 건 밑의 능력 때문이다.
[폭풍의 챠크라 : 신체 능력을 월등하게 끌어올려 줍니다. 이 챠크라를 손, 발 등에 집중하여 방출시키거나, 흡착할 수 있습니다.]상당히 복잡스러운 메커니즘인데.
정리하자면 손과 발에 극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석 같은 게 있다는 것이다.
방출 상태로 벽에 손을 대면, 손이 튕겨 나간다. 발을 대면 발이 튕겨 나가고, 몸도 추진력을 얻는다.
즉, 방출을 하면 속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반면, 흡착을 하면 대체로 제동이 걸린다. 손에 흡착 챠크라를 걸고 벽 위를 올라갈 수도 있고. 숙련되면 발로 그냥 90도의 성벽, 혹은 나무를 걸어 올라갈 수도 있다.
발동 방식은 역시나 전부 인지 동작이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발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소지를 세우는 식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적응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
이 인지 동작을 완벽하게 익혀서 챠크라 컨트롤이 수준급에 이르면 그야말로 진짜 닌자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반대로, 아주 작은 실수도,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갑자기 어이없게 죽곤 한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에게 별로 인식이 좋지 못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나 아군일 때는 말이다.
-폭풍 과학ㅋㅋ
-이런 명언이 있어. 발암은 늘 내 곁에 있지…….
-과학을 상점픽?
‘과학’이라고도 불린다.
숱한 실험과 인증을 통해 닌자를 고르는 플레이어들은 트롤이란 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뜻이다.
하나 아몬드는 이런 여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단 인지 동작부터…….’
그는 얼른 이 화신을 익혀내야 했다. 말했듯, 꽤 어려운 화신이다.
〔폭풍의 챠크라는 처음인가 보군. 소년.〕
마침 화신 하루키가 말을 걸어온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네가 챠크라에 잡아먹힐 것이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크큭…….〕
애석하게도 레이나와는 다르게 별반 도움이 되는 녀석은 아니었다.
아몬드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스킬 설명을 따라서 손동작을 연습해 본다.
‘손을 이렇게…….’
양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서로 교차시켰다.
키잉!
청음과 함께 푸른 기운이 스쳐 갔다.
[챠크라 방출 모드]챠크라가 방출 모드로 바뀐다.
이때 발을 박차면…….
콰아앙!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쏠렸다.
“어엇!?”
존재하는 모든 공기층이 그를 밀어내려고 작정한 듯이 부딪혀왔다.
발을 박차면, 날아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거의 튕겨 나간다는 느낌이었다.
“와아!”
상쾌하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감각에, 아몬드가 감탄을 내질렀다.
‘이렇게 빠르다고?’
대부분의 원딜러들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나마 레이나가 암살자적 성향도 띄고 있어서 조금 빠르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렇게까지 빠른 건 처음이었다.
점멸검조차, 점멸 스킬 덕분에 기동성이 좋은 것이지 화신의 신체 자체는 묵직한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나는 것과, 몸 자체가 날아다니는 건 천지 차이다.
폭풍 닌자가 주는 느낌은, 내가 나는 것이다.
-ㅋㅋㅋㅋ 커엽
-폭풍 닌자 시작하면 못 끊지. 마약이여
-졸라 뛰어댕기네 ㅋㅋㅋ
아몬드는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감각에 취해서 조금 더 뛰어다녔는데.
이게 폭풍 닌자를 처음 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공통된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아몬드는 촌놈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머리를 긁적였다.
“크흠. 이제 흡착을 알아보겠습니다.”
괜히 헛기침을 하며 갑자기 방송을 진행한다.
흡착을 위한 손동작은, 모든 손가락을 다 교차시켜서 45도 정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역시나 간단했다.
빠른 전투가 장점인 캐릭터다 보니 이렇게 설계된 모양이다.
이 인지동작은 물론 개인이 직접 일일이 설정할 수도 있었으나. 아몬드에게 그런 시간은 없었다.
키잉……!
그가 손동작을 만들자, 역시나 청음이 울려 퍼지면서 푸른 기운이 솟았다.
[챠크라 흡착 모드]이 흡착 모드는 발을 떼는 동작을 하면 저절로 흡착이 끝난다.
발뿐만이 아니라, 손도 어딘가를 기어오르기 쉽게 딱딱 달라붙었다.
‘신기하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듯한 알고리즘에 감탄이 나온다.
아몬드는 포탑 뒤에 있는 거대한 나무 위를 그냥 걸어서 올라가 봤다.
“오오……!”
-ㅋㅋㅋㅋㅋㅋㅋㅋ 얘 혼자 왜 튜토리얼 하냐
-야 곧 미니언 나온다
-오오오……멘.
-여태 오…… 중에 가장 컸다.
-오멘……
탁.
나무에서 내려올 땐 따로 모드를 해제할 필요 없이 그냥 떨어지고 싶을 때 떨어졌다. 세세한 부분은 사고인지 방식을 채택한 모양이다.
‘공격을 익혀야 하는데.’
이제까진 어떻게 이동하는지 정도를 알아본 것에 불과했다.
이 이동 방식을 쓰는 와중에 공격을 욱여넣는 거까지가 기본인데.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이미 양측의 미니언들이 달려오고 있다.
아무래도 연습 없이 바로 실전에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 * *
아몬드의 상대는 실버 랭크의 스트리머.
초코송이였다.
아이디처럼 실제로 초코 송이와 같은 머리를 한 게 인상적인 플레이어다.
그녀는 (아무도 구태여 밴하지 않는) 자신의 주 캐릭터인 ‘폭파광 – 테리’를 고른 후.
자신의 머리만 한 폭탄을 양팔에 끼고 뒤뚱거리며 미드 라인으로 가고 있었다.
“뭐?”
그러던 중 어이없는 채팅을 보고 만다.
“아몬드가 지금 폭풍 닌자 달리기를 연습하고 있다고?”
비록 실버 랭크이지만, 판 수는 천 판이 넘는 초코송이. 그렇기에 다뤄본 화신도 수십 개다. 그중에 당연히 대표적인 브실골(브론즈, 실버, 골드)의 트롤 캐릭터인 폭풍 닌자도 포함이다.
미드 라이너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시도해 보는 화려한 플레이의 암살자 화신이니까.
“그걸 지금 상점에서 사서 처음 했다고!?”
그런데 지금 상대는 그걸 상점에서 처음 샀다고 한다.
“아니. 그럼 왜 미드로 온 거래? 뭔가 준비된 것도 없던 거잖아?”
-그야 네가 만만하니까?
-네가 실버잖아.
-ㅋㅋㅋㅋ몰라서 묻냐? 홍차가 주캐 고르니까 튄 거잖아.
-걍 다 밴 되어버려서 미드 간 거 아님?
초코송이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으. 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만만하다니. 실버의 폭파 아티스트. 초코송이를 너무 무시했어.”
-폭파 아티스틐ㅋㅋㅋㅋ
-무친ㅋㅋㅋㅋ
-컨셉 도랏누
-얘 실제 머리 스타일도 폭탄이잖아 ㅋㅋㅋ
“머리 스타일 폭탄이 아니라, 초코송이거든? 일단…… 한번 보자고. 진짜 연습 중인지.”
초코송이는 자신을 보호해 줄 포탑을 넘어서 상대 포탑이 보이는 곳까지 걸었다.
저 멀리에 아몬드로 추정되는 신형이 하나 보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더니, 나무 위를 걸었다가, 포탑 위에서부터 다시 내려오고 있다.
‘……아니, 진짜잖아?’
누가 보더라도, 처음 폭풍 닌자를 고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초코송이 본인도 한참 저랬다.
한마디로 아몬드는 정말로 초코송이를 상대로 난생처음 하는 캐릭터를 고른 거다.
“와. 저거 제대로 미친 사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서리 궁수도 상점픽해서 개바르지 않음? 님은 근데 실버잖아 ㅋㅋ
-와 진짜 연습 중이넼ㅋㅋㅋ
-개굴욕
[초코단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송이야. 솔직히 참교육 가자!]“초코단 님 코마워요! 참교육. 당연히 가야죠. 제가 실버의 폭파 아티스트.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후.
미니언들이 미드라인에 도착하여 서로 칼과 방패를 부딪쳤다.
초코송이는 긴장이 가득 서린 표정으로 천천히 상대와의 사거리를 쟀다.
폭파광은 멀리서 폭탄을 던지는 게 주된 공격 방식이기 때문에 사거리를 최대한 멀게 유지하는 게 포인트였다.
상대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이, 미니언을 죽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1레벨에는 내가 훨씬 유리하지.’
폭파광 테리는 원거리.
폭풍 닌자는 근거리에서 단검으로 싸우는 스타일이다.
현재 챠크라 말고는 별다른 스킬이 없는 닌자 입장에서, 폭파광 테리가 멀리서 폭탄만 툭툭 던져도 상당히 짜증 날 터다.
“자. 미니언 통제 들어간다~”
이 타이밍에 상대를 계속 공격해서, 상대가 쉽게 미니언 골드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게, 이번 라인전의 주요 포인트가 될 터다.
그것만큼은 초코송이는 자신 있었다.
실버 랭크에는 온갖 암살자 픽이 판을 쳐서, 꽤나 많이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훙!
그녀가 던진 폭탄이, 아몬드를 향해 날았다.
그러다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펑! 터져 버렸다.
“!”
아몬드는 공중에서 갑자기 터진 폭탄에 대처를 못 하고, 피해를 입었다.
아몬드는 일견 신기하다는 듯 초코송이를 바라본다.
-옼ㅋㅋㅋ
-오 폭탄 컨트롤~~
-초코송이 장인은 장인이네 ㅋㅋㅋ
-잡기술 ㅋㅋㅋㅋ
나름의 노하우가 깃든 폭탄이다.
터지는 시간을 계산해서 상대가 반응하기 힘들게 만든 것이다.
“어때? 어? 나 폭파 아티스트 맞──”
잠시 채팅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콰앙!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흠칫 놀라며 다시 아몬드 쪽을 바라본 초코송이.
그러나 그 자리에는 바닥에 푹 패인 자국만 있고, 아몬드는 없었다.
“아. 이렇게 하는 거네.”
이런 소리와 함께.
촤악!
번쩍이는 단검이 그녀의 목을 그어버렸다.
[치명타!] [체력 77%]엄청난 양의 체력이 거덜 났다.
“뭐, 뭐야!? 언제 온 거야!? 미, 미친!”
초코송이는 곧장 뒤로 돌았으나.
‘?’
거기에도 아몬드는 없었다.
“다시 뒤냐!?”
초코송이는 다시 뒤로 돌면서 외쳤으나.
잔상만 슥 스쳐 갈 뿐 또 없다.
“!?”
그 순간 그림자가 드리웠다.
초코송이의 눈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쿵.
두 발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푸욱!
이어서 그녀의 정수리에 찌릿한 촉감이 전해졌다.
도검이 꽂힌 것이다.
[치명타!] [체력 49%]“으아아악!”
초코송이는 몸부림치며 아몬드를 떨어뜨리려 했다.
아몬드는 인을 맺어 챠크라의 모드를 변환했다.
[챠크라 흡착 모드]이제 초코송이의 어깨에 그의 발이 완전히 붙어버렸다.
아몬드는 그 상태로 도검을 내려치며 연이어 휘둘렀다.
촤악! 촤악!
[체력 31%]“끄어억!”
초코송이가 폭탄을 전부 위로 던졌다.
‘엇?’
퍼엉! 퍼엉!
하나둘 터지기 시작하는 폭탄.
[체력 73%]아몬드의 체력도 빠르게 사라졌다.
하나, 아몬드의 손이 교차하는 게 더 빨랐다.
[챠크라 방출 모드]쿵!
아몬드가 초코송이의 몸을 박차면서, 옆으로 날았다.
나머지 폭탄은 허공에서 폭죽놀이처럼 터졌다.
‘폭탄을 다 썼어.’
초코송이는 이제 반격 수단이 한동안 없다.
옆으로 붕 떠서 날던 아몬드는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다시 손을 교차하여 모드를 바꿨다.
[챠크라 흡착 모드]치이이익!
땅에 달라붙듯이 끌리는 발.
그때였다.
파직!
시야가 흑백으로 바뀌더니, 시뻘건 ‘길’이 생겨났다.
〔사냥감의 숨통을 끊을 때다. 계약자.〕
닌자의 패시브 ‘닌자의 직감’이다.
아몬드는 자신의 발밑에서부터 이어지는 빨간 길을 바라봤다.
‘이걸 따라가야 하나?’
이 길을 따라서 상대를 죽여내면, 보너스 성장치가 제공된다.
‘놓칠 수 없지.’
[챠크라 방출 모드]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가고, 아몬드의 몸이 앞으로 쭉 쏠렸다.
쏜살같은 신형이, 빨간 붓질이 그어놓은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익──
순식간에 초코송이를 따라잡더니, 오히려 그녀보다 더 앞서 버린다.
훨씬 더 앞서서 휙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대각선 방향의 나무. ‘길’이 보여주는 새빨간 점이 그 나무를 강조 중이다.
‘발로 차고 튕겨 나가는 거다.’
아몬드는 빠르게 길의 의미를 이해해야 했고.
몸을 격하게 틀어 움직였다.
──타악!
나무 위로 두 발이 전부 닿았다.
끼이이익…….
아몬드의 몸무게와 속도까지 더해진 하중이 나무를 잠시 휘어지게 했다.
콰앙!
아몬드는 다시 챠크라를 방출하면서 튀어 나갔다.
시커먼 그레이스케일의 풍경이 빨려들어 오듯이 휘어진다.
연이은 챠크라 방출로 인한 엄청난 속도.
와중에 제대로 보이는 건 시뻘건 ‘길’뿐이다.
아래턱과 목 사이, 경동맥이 유난히 붉게 발광하고 있다.
저곳을, 이 속도와 하중을 실어서 한 번에 베어내야 한다.
릴의 근접 무기 대미지는 속도 값도 어느 정도 포함된다는 걸 고려하면…….
‘한 방에 죽겠군.’
스릉.
아몬드의 허리춤에서 날 선 빛이 번뜩였다.
──촤아아아악!
[퍼스트 블러드!] [닌자의 직감 달성!] [챠크라의 총 출력이 늘어납니다!]쩌억…… 쿵!
아몬드가 박차고 왔던 나무가 그제야 엎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