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0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4화
69. 폭풍 전야(2)
대회 시작 하루 전.
아침이 밝았다.
상현은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연습 경기 일정을 머릿속에서 되새겼으나.
‘없네.’
이날은 연습 경기가 없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연습이 끝난 것이다.
물론 앞으로는 연습보다도 훨씬 더 빡빡한 실제 리그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상현은 연습보단 실전이 취향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끝이구나.’
연습 기간 2주가 끝났다.
스트리머 생활도 어느덧 2달이 되어간다.
‘활 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주혁이도 독립하고…….’
상현은 그간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
‘스트리머 정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스트리밍은 그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줬다.
대기업 시절의 몇 배는 되는 돈을 벌게 되었고. 이제 팬들도 꽤나 많아졌다.
특히 난트전의 연습 기간이 다 지나고 나서부터는 고정 시청자가 거의 1만8천 명가량이 되었다.
어떨 땐 2만 명도 훌쩍 넘긴다.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땐 상상도 못 하던 수치.
[구독자 23만]그 이후로, 올튜브 채널도 크게 성장했다.
지아의 말로는 아직도 구독자 수가 조회수를 한참 못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 100만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거라고.
[아몬드의 프레임 단위 폭딜 #Shorts] [무호흡 회피 #Shorts] [살인 미소 (찐) #Shorts] [아몬드의 동족상잔 먹방 #Shorts]채널 구성에도 약간의 변주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10분에서 15분가량의 영상을 올리던 상현의 채널에선, 이제 짧은 영상들도 꾸준히 올라온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다가 보더라도 매력을 느낄 법한 그런 신기한 포인트나, 혹은 자극적인 장면을 끄집어내서 편집한 것이다.
이 영상들은 대체로 지아가 새로 고용했다고 하는 하연주라는 친구가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릴에 대한 지식도 해박해서 지아에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수익은 지아가 알아서 자신의 것에서 분배하고 있다.
상현으로선 잘된 일이다.
다만, 매번 10만, 20만 기념으로 독침 버니 코스프레 따위를 요구한다는 게 피곤했다.
상현은 대회가 끝나고 뭘 하더라도 한다며 거절했으나, 아마 30만이 되면 또 연락해 올 게 분명했다.
상현의 생각엔 딱히 구독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취향이 그런 쪽인 것 같다고 느꼈다.
‘어…… 없네.’
달그락. 달그락.
상현의 숟가락이 우유마저 거의 다 사라진 그릇을 긁었다.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리얼 한 그릇을 다 비운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한쪽에 비치해 둔 아몬드 시리얼을 집어 들었다.
우수수.
떨어지는 설탕 코팅이 된 아몬드와 씨리얼들.
그는 입맛을 한번 다시더니 다시 우유를 붓고 2차전을 시작했다.
“야…… 저거 정말 너 혼자 다 먹을 거냐?”
그를 지켜보던 주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거? 당연하지.”
“아니. 저거 말이야. 저거.”
주혁이 한 손으로 가리킨 곳엔, 그린 다이아몬드로부터 받아온 시리얼들이 한가득이었다.
“아…….”
주혁은 너무 많으니 주변 사람들한테 광고도 할 겸 나눠주자고 주장했다.
혹은 시청자들에게 나눠준다든가. 여튼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썩을 것이다…… 라는 게 주혁의 의견이었다.
“음. 먹어보고 결정하자.”
그리고 이게 늘 상현의 결정이었다.
먹다가 안 되면 다른 사람들을 줘야지. 왜 굳이 아몬드 시리얼을 다른 사람들한테 뿌려야 하는지, 상현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거 유통기한도 엄청 길단 말이야. 굳이 벌써부터 그럴 필요 없다고.”
“아니. 굳이 이걸 다 먹으려 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닐까?”
“억지로 먹는 거 아닌데?”
“…….”
주혁은 ‘알았다’라며 시리얼을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그렇다.
주혁조차 아침은 시리얼로 대체하는 중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많은 물량을 다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다.
‘그나저나, 주혁이랑 지아는 요즘 어떻게 된 거지.’
일전에 둘 사이에 모종의 기류가 흐른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요즘엔 연습이 바빠서 잘 모르겠다.
‘뭐가 됐든 사이만 안 틀어졌음 좋겠는데.’
둘이 사귄다거나, 심지어 결혼을 하더라도 상현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크게 축하해 줬을 것이다.
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오히려 걱정이었다.
상현은 지금의 이 관계가 좋았다.
우리 셋은 팀워크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너 인터뷰 때 정말 다 말할 거냐?”
주혁이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며 묻는다.
“인터뷰?”
“개인사 말한다는 거 말이야.”
“아…….”
상현은 그제야 기억났다.
최근 주혁이가 발견해서 보여준 게시글 말이다.
한 이틀 전이었던가.
이젠 거의 방문하지도 않고 있던 ‘킹치만’이라는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었다.
[아몬드는 활을 전문으로 배운 게 틀림없다는 증거]이 글은 상현의 활을 잡는 자세나, 릴리즈, 홀딩 방식 등을 실제 양궁 선수와 비교해서 분석해 놓은 것이다.
예전에 차현주가 올렸던 글과 비슷한 느낌의 글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전문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요컨대, 실제 양궁 선수가 쓴 글은 아니다.
킹덤 에이지는 그 게임의 성격이 꽤나 고리타분하여, 그 플레이어들도 깊게 파고드는 고증이나 분석을 좋아라 하기에 발생한 일이다.
다만, 이 글은 킹치만에서 꽤나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때아닌 아몬드?
-갑자기? 근데 내용이 실하네 분석추 ㅋㅋㅋ
-요즘은 그런 방식으로 쏘지 않던데요.
-이런 글 예전에도 본 적 있음. 확실히 킹덤이나 배틀라지 할 때는 저렇게 쏘긴 했음.
-ㅇㅎ 분석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 글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댓글은 별로 없었다.
다만 올린 사람의 분석과 그 정성이 갸륵해서 이슈 글로 보내주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렇게라도 이슈글로 가게 되면 어쨌든 간에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고.
1천가량의 조회 수가 찍혔다. 이 사이트에서 1천은 상당한 수치다.
더군다나 킹치만의 회원들은 전부 하드한 유저들. 넷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많은 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한 명, 한 명의 파급력이 어지간한 일반인의 20배 이상 높다.
“아마…… 조금 더 퍼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만.”
주혁도 그걸 미리 감안해서 상현에게 묻는 것이다.
“인터뷰 때 다 말할 거면 대응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을게.”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놔둬.”
상현은 이 이슈에 대해서, 마침 준비되어 있는 릴의 제작사와의 인터뷰를 이용해 대응하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가 퍼지는 게 아니면 그냥 두기로 한다.
아직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니까.
‘물론…… 금세 알려지긴 하겠다.’
상현은 피식 웃으며 그의 룬스타 페이지를 보았다.
팔로워 목록에 현주와 동수 등 다른 양궁계 후배들도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상현의 과거들이었다.
상현도 이들을 팔로우해 놨다.
서로의 SNS가 팔로우 되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그는 이제 과거의 그림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괜찮아.」
현주가 손을 꼭 잡으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이후로 바빠서 만나지는 못했다만, 다음엔 꼭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단순한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다.
그 과거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니 이런 글이 계속 올라와도, 태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몬드 룬스타에 양궁 쪽 사람들 팔로우 되어 있다고 하는데?] [금메달리스트 차현주도 팔로우함 ㄷㄷ] [분석글 진짜 아님?] [와 차현주 팔로우 개부럽누…… 내 이상형인데…….]룬스타 팔로워 목록이야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것이고, 현주의 팔로워는 양궁 선수치고는 상당히 많은 편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말이 돌고 있었다.
옛날이었다면 굉장히 불편했을 구설수들이었다만, 지금의 그에겐 별달리 타격이 있지 않았다.
‘오늘 방송에서 질문이 들어올 수는 있겠다.’
대충 이런 생각쯤은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 * *
오후 3시쯤.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아몬드의 방송이 켜졌다.
평소보다…… 라고 표현은 하지만, 대회 전에는 워낙에 제멋대로 켜던 방송이라, 그리 와닿는 표현은 아니었다.
차라리 ‘아몬드가 일찍 켤 때’ 시간이라고 하면 맞을 듯하다.
여튼, 아몬드가 방송을 일찍 켤 때의 시간에 아몬드가 방송을 켰다.
-아하아하!
-오오오 간만에 이 시간?
-오늘은 ‘점심의 아몬드’인 거냐?!
-ㅇㅎㅇㅎ
고맙게도 시청자들은 어느 시간대이거나 우르르 몰려와 줬고.
[현재 시청자 9천]낮 시간대임에도 1만에 가까운 시청자가 모여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1만3천까지도 쉽게 갈 듯한 추세였다.
팟.
인트로 음악이 끝나고, 아몬드의 캠이 켜졌는데.
-???
-어?
-뭐야 오늘
캠 화면에 놀라는 시청자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아몬드는 캡슐 안이 아니라 책상 앞이었다.
“트하~”
아몬드가 자연스레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아하!
-형 오늘 왜 캡슐 아님?!
-겜 안 함?
-앗 소통 방송?!
-소통 방송이다!
-오늘 겜 안 함?
“아 오늘은 게임 안 해요. 내일 대회라서. 방송은 그냥 왠지 방송 켜야 될 것 같아서 켰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
-켜야 될 것 같아서? 너 스트리머야 인마!!
-ㄹㅇㅋㅋ
-요리사: 요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매장문 열었다.
-그냥 출근해야 될 것 같아서 출근했다.
시청자들은 아몬드의 대답에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며 채팅창을 채워줬고.
아몬드는 간만에 흐뭇하게 그 풍경을 지켜봤다.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게임 중엔 채팅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기 마련인데.
지금은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분이 좋단 말이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댄다.
자신의 유명세, 인기를 이보다 더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할까?
방송에 빠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것 같았다.
“여튼 소통 방송으로 켠 거니까. 내일 대회 관련해서 질문이나 뭐 이런 거 있으면 물어봐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원 알림이 울렸다.
띠링!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심경이 어떠신가요?]“심경이랄 게 딱히 없습니다. 결승전 제외하고는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더 긴장되는 것도 없을 것 같아요.”
-ㄷㄷ
-역시 호두가 단단하네요
-크~
-결승까지 고려하고 있는 거야?!
-형 우승 누가 할 것 같아!?
채팅창에서 수많은 추가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에 답할 겨를이 없었다.
띠링!
[가지볶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견제되는 팀이 있나요?]띠링!
[카민성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님. 감성 뒤져버리게 결승에서 레이나 픽 기대합니다잉]띠링!
[도도리코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등등.
후원이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후원에만 답하기도 바빴다.
“감사합니다. 가지 님. 견제되는 팀은 사실 단무지 님의 고단백입니다. 스크림 2번 했는데 2번 다 지기도 했고요…… 카민성 님 감사합니다. 감성픽 하면 타코 형한테 혼나요. 도도리코 님 감사합니다. 우승…….”
-후원 리액션 피지컬 ㅋㅋㅋ
-후원 들어오자마자 벼락처럼 채팅 멸시 ㅋㅋㅋㅋ 견쉑……
-???: 질문이 무료라고는 안 했습니다만?
후원이 들어오자, 능숙하게 포커스를 후원자들에게 맞추는 아몬드.
그는 이제 어엿한 프로 스트리머였다.
“우승은 제가 하지 않을까요?”
이런 멘트를 치는 모습도, 이젠 자연스러웠다.
-ㅋㅋㅋㅋㅋㅋㅋ
-캬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자! 신! 감!
“자, 이제 질문이 없으시면…….”
아몬드는 이제 슬슬 자신이 방송을 킨 진짜 이유로 넘어가려 했다.
‘아몬드 광고랑 망나니 용사 광고가 밀려서 켠 건데.’
그는 사실 대회 시작 전에 밀린 광고를 다 처리할 생각으로 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띠링.
[고래고래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몬드 님. 옛날에 양궁 하셨다는 말이 돌던데. 진짜예요?]결국 이 질문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