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0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8화
71. 첫 경기(1)
경기 첫째 날.
참가자들은 각자의 대기 공간에서 마지막 작전을 짜거나,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다음 경기나, 혹은 다다음 경기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팀들은 하나같이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Match – 1] [벌룬스타즈 VS 무지성 고라니]첫 출전 팀 ‘무지성 고라니’와 ‘벌룬스타즈’의 대결.
밴픽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전장에 선수들이 합류했다.
“와…… 저거 뭐냐?”
“올다이브 시스템이래. 죽인다.”
“으아. 우린 어떡하냐…….”
“첫 경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들은 하나같이 관중들이 전장 안에 등장하는 올다이브 시스템에 놀랐는데. 그도 그럴 만한 게 게임의 분위기를 아예 바꿔놓는 시스템이었다.
새로운 시스템의 파급력을 목격하자, 몇몇 참가자들은 긴장이 됐는지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가상현실에서 스트레칭은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괜히 해보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음악을 혼자 듣는다든가 아니면 한숨 자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야. 너 뭐 하냐.”
바로 모솔(모스트 솔리아)이다.
“응? 나? 수련 중.”
그는 팀원에게 당당하게 수련 중이라고 말하면서, 보고 있는 잡지의 페이지를 넘겼다.
팀원은 그가 보고 있는 잡지를 하나 집어 들었다.
‘풀 다이브…… 인투 미호…….’
따위의 문구가 적힌 걸 중얼거려 본다.
커버에는 미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이번 잡지의 모델인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옆에는 미호가 그간 찍은 화보들, 심지어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것들까지도 주르륵 널려 있다.
하.
어이가 없었다. 이게 수련이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분명 그렇게 말할 테지만.
“아…… 화이팅해라. 이런다고 나아지려나 모르겠지만…….”
“그래.”
모솔의 팀원은 그의 수련을 인정해 주었다.
「제가 수영장 파티 스킨 끼면 아무것도 못 할 텐데요?」
모솔의 뇌리를 뒤흔드는 그 말.
‘어떻게 알았지?’
미호는 무려 챌린저 미드인 모솔 자신을 공략하는 법을 안다.
19세로 챌린저를 달았던 천재 미드 모솔을 플래티넘 주제에 농락하고 있다.
‘……익숙해져라. 익숙해져.’
모솔은 그녀가 준비한 전략이 절대 먹히지 않도록 미리 자극에 익숙해지려는 것이다.
아쉬운 건 속옷이나 비키니 화보를 구입하려 했지만 아직도 만 19세가 넘지 못해서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쉬워. 수련을 못 해서 아쉬워.’
끝까지 수련 핑계를 대면서 아쉬워하던 모솔.
잠시 미호가 큼지막하게 박힌 잡지에서 눈을 떼고 스크린을 본다.
“?”
그리고 놀란다.
“뭐야. 왜 미호가 아니야?”
벌룬스타즈의 미드가 미호가 아니었다.
“……쯔쯧. 화보나 쳐 보고 있었으니, 아냐?”
그의 팀원 중 하나가 혀를 찼지만.
모솔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 * *
무지성 고라니의 미드라이너 토마토.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미드네.’
저 멀리에 아몬드가 몸을 풀고 있는 게 보인다.
[야. 아몬드 진짜 미드인데? 우리 전술 어쩌냐. 미드 키워서 원딜 죽이기였잖아.] [확실히 미드야?] [어. 저기 보인다.] [하아…… 설마설마했는데. 쒯.]지금 한탄하는 친구는 그랜드 마스터의 정글러, ‘페퍼’다. 팀의 리더이기도 했다.
‘이걸 간파한다고?’
분명 풍선껌을 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뒀는데.
‘타코…… 머리까지 밀더니. 역시 안 죽었네.’
역시 전프로의 짬은 속일 수 없나 보다.
[어쩔 수 없지. 밴픽이 좀 꼬였네. 그래도 괜찮아. 그냥 딸기슈터 죽이기로 바뀔 뿐이야.] [그럼 작전은 그대로지? 나 키워라.] [어. 미드 박살 내줄게. 근데 카운터라 버틸 수 있겠냐?]원딜 죽이기의 기본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점멸검이 상대해야 하는 화신이 문제였다.
‘닌자를 고려 못 했어.’
설마하니 첫 경기부터 포지션을 바꿔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터라, 하드 카운터인 폭풍 닌자가 나오는 걸 감안하지 못했다. 미호는 닌자를 못 하니까.
‘레프러칸 정도는 생각했었는데.’
미호라면 레프러칸으로 상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몬드로 바꿔서 닌자로 나올 줄은 몰랐다.
‘스크림을 다 챙겨 봤어야 했나.’
페퍼는 프로 선수가 아니다 보니 상대편의 스크림 경기까지 다 챙겨 보진 못했다. 그래서 아몬드의 미드 등장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정해진 시간 내로 진행되는 밴픽의 특성상 그 순간에 떠올리지 못하면 끝이었을 터.
[나 점멸검 장인이야. 카운터 한두 번 보겠냐.]다행히 토마토는 자신의 모스트1 픽에 자신감을 보인다.
이번에 처음 적용되는 시스템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몬스터를 때릴 때도 관중들이 보인다.
릴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 * *
“자. 새로운 올 다이브 시스템으로 치러지는 첫 경기! 선수들 확실히 긴장되겠는데요?”
“그렇죠? 이 정도로 현장감 있는 경기는 처음일 겁니다. 저희도 처음이거든요! 이러면 오프라인 경기가 아예 필요하지가 않을 정도예요!”
“이야. 역시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젠 정말 집 안에서 다 해결해 버리는 거죠!”
“크흠.”
관중석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자, 분석관이 점잖게 헛기침으로 끼어든다.
“주요 포인트들이 어떤 게 있을까요? 킹귤 님.”
“아. 처음엔 탑 다이브 조합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전부 픽하고 보니 이건 점멸검 키우기네요.”
“아. 그럼 과감하게 다른 요소를 포기하고 미드 카운터를 고른 타코의 밴픽이 잘된 거군요?”
“예. 날카로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무지성 고라니가 그 밴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주요하겠고…….”
캐스터가 끼어들어서 물었다.
“그런 전문적인 것도 좋지만, 그냥 재미 요소는 어떤 게 있습니까?”
“아, 비슷한 겁니다만, 솔랭 전사들의 로망! 폭풍 닌자 대 점멸검의 대결이 있겠습니다! 둘 다 엄청 화려한 전투를 보여주거든요? 물론 점멸검은 6렙 이후부터지만…….”
“아. 확실히 그렇네요. 아무래도 프로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구도입니다.”
“네. 프로 레벨에서 쓰기엔 둘 다 안정성이 떨어져서요. 전자파가 정도의 실력이면 프로급에서도 먹히긴 하지만요.”
“서로 상성이 극명한데. 이게 또 재밌어요. 6렙까지는 닌자가 두들겨 패는데. 한 7~8렙 되면 상황이 바뀌거든요?”
캐스터가 허허 웃는다.
“아. 뭐든지 레벨 6이 기준이군요?! 킹귤 님?”
“그렇죠. 점멸검은 그때부터거든요. 6이 되면 검이 두 개가 되어서 완전 다른 캐릭터가 돼버립니다. 그때부턴 창과 드릴의 대결이죠.”
캐스터가 이번엔 분석관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묻는다.
“그나저나 분석관님!”
“예.”
“아몬드! 아몬드 선수의 티어가 굉장하게 올랐어요! 어때요. 분석관님. 이거 예상하셨나요!?”
아무래도 빨간 안경의 분석관은 늘 아몬드의 실력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분석관은 빨간 안경을 슥 치켜 올리며 웃어 보였다.
“뭐. 연습 기간 중간쯤에 왔을 땐 예상했습니다. 아, 이 선수…… 적어도 다이아까지는 금방이겠구나.”
“오오오오!”
김상훈 캐스터가 놀란 듯 반응한다.
시청자들과 관중들도 웃었다.
-ㅋㅋㅋㅋㅋ
-이제 킹증 끝났나 봐
-역시 공인 검증서! 어렵다! 어려워!
그때.
첫 번째 격돌이 일어났다.
“어! 저희가 잠시 잡담하는 사이에!!”
킹귤이 바로 화제를 확 전환해 버렸다. 관중들의 고개가 전부 돌아가며 미드로 향했다.
“미드라인이 지금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미니언 처치 차이가 왜 저러죠?!”
* * *
카앙!!!
수리검과 점멸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점멸검, 스위프트는 뒤로 주춤했다.
‘뭐야. 이 에임…….’
토마토는 당황스러웠다. 라인에선 아몬드를 처음 상대하는 터라서.
아몬드는 미니언들의 공격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면서 틈만 나면 곧바로 수리검을 던져댔다.
토마토는 미니언을 먹으려다가도, 날아오는 수리검을 쳐내는 데 시간을 들여야 했고.
그러다 보면 미니언은 이미 죽어 있었다.
‘정확도가 뭐 이래.’
그간 봤던 폭풍 닌자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보통은 이런 수리검은 견제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이 녀석의 수리검은 날 죽일 기세로 급소를 노리고 온다.
그 때문일까?
[토마토] [미니언 처치 3]미니언도 단 3개밖에 먹지 못했다.
반면, 아몬드는 어떤가.
[아몬드] [미니언 처치 21]무려 21개의 미니언을 먹고 있다. 한 놈도 안 빼놓고 다 막타를 쳐서 먹었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점멸검이라는걸 감안하면 괜찮나요 저거?] [음…… 프로 경기라면 터진 거지만, 아직은 버틸 만합니다. [아! 버틸 만하다? 이런 말 자체가 안 좋은 거 아닙니까!] [그렇죠. 혼자 힘으로는 좀 힘들 겁니다.] [토마토 선수 점멸검 장인에 다이아1인데. 이거 어쩝니까?!]해설이 그렇게 운을 떼는 순간, 관중들도 야유를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
그 야유에, 토마토가 움찔했다.
중계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관중들의 소리는 들리니까.
푸슛!
그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피가 튀었다.
수리검이 어깨에 꽂힌 거다.
[견제받다가 죽게 생겼어요!!!] [아니, 아몬드 선수! 수리검 왜 이렇게 날이 서 있나요!? 아직 폭풍 수리검 배우기도 전인데 저렇게 던져대면 누구나 다 닌자 하죠!]토마토는 입술을 짖씹었다.
-우우우우우!
-다이아 반납해!
-다이토마토!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계속되는 관중들의 야유.
“어휴. 좀만 기다려 새끼들아.”
토마토는 아몬드의 수리검 견제 정확도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여전히 장인이다.
그의 점멸검은 초반에 마냥 약하진 않다.
‘활용하기 나름이지.’
점멸검이 초반에 아예 할 게 없는 건 아니다.
점멸검의 초반 장점이라면, 패시브인 ‘검강’이 있다.
몇 초마다 한 번씩 자동으로 활성화되는데.
파지짓!
검의 끝에 기력이 솟구치면서, 단검이 기다란 환도처럼 변한다.
토마토는 슬쩍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엇.”
──촤악!
상대에게 검격이 적중했다.
아몬드는 적의 공격을 예상 못 했던 모양이다.
[체력 82%]단 한 방에 엄청난 대미지가 들어왔다.
장인은 장인이다. 사거리의 끄트머리를 이렇게까지 활용한다니. 정확한 거리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이 한 방으로 체력이 역전됐다.
수리검으로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대미지였다.
“으하핫! 이게 딜교환이지!”
점멸검들이 주로 하는 플레이다.
검강으로 패시브 대미지만 준 다음, 점멸검을 뒤로 던져서 다시 도망가는 거.
이제 아군 포탑 방향으로 검을 던지고 점멸을 쓰면 끝이다.
휙!
스위프트의 검이 던져졌다.
빠르게 포탑 쪽으로 날아가는 검.
이렇게 도망가면 다시 라인전은 비등비등해질 터다. 그런데──
“!?”
──카아앙!!
“……뭐야?”
날아가던 검이, 떨어졌다.
뭔가 날아와서 떨어뜨렸다.
관중들도 놀라서 웅성거렸고, 토마토도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스킬을 써버렸다.
[점멸]파앗!
3센치나 이동한 걸까? 점멸을 쓴 게 민망할 정도의 거리였다.
“이런 미…….”
얼마나 짧게 이동해 버렸는지, 아몬드가 오히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치인!?”
촤아아악!
아몬드의 검이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치명타!] [체력 77%]이어지는 연속 베기.
촤악! 촤악! 촤악!
[치명타!] [체력 53%] [치명타!] [체력 32%]이 날만 기다렸다는 듯이 베어대는 아몬드.
토마토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검격을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아니, 이상한 궤도로 검이 떨어지는 바람에 애초에 검을 줍지도 못했다. 새로운 스킬을 배우면 검이 알아서 손으로 붙지만…….
지금은 레벨 1.
점멸 말곤 아무것도 없는데, 그 점멸이 지금 쿨 타임이다. 무려 12초.
릴에서 12초면 계약자가 3번 정도 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뛸 수도 없었다.
점멸이 없는 스위프트를 ‘슬로우’라고 부르는 밈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 아니! 씹…… 잠깐!”
촤악! 촤악!
토마토는 아몬드를 말려보려는 듯이, 손바닥을 내젓다가 죽었다.
[퍼스트 블러드!]이 음성이 전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전장을 뒤흔들고.
[아아아아아아아아몬드!!!] [방금 플레이 뭡니까!?]해설자들의 목소리처럼, 채팅창도 미친듯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