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화
8. 암살 임무(3)
검은 하늘.
검은 성벽.
그 포루(鋪樓) 틈새로 검은 손이 하나 올라온다.
탁.
이내 그 손은 돌가루를 쥐어짜듯 성곽을 짚었다.
“흐압!”
아몬드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숨을 뱉었고, 그의 전신이 결국 성벽 위로 안착했다.
“와, 이거 빡세네요.”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게임이긴 했다.
“활 쏘는 거 빼고 다 헬이네.”
아몬드 입장에선 활을 제외하면 다 난이도가 높아 보였다.
-????
-그게 젤 어려운 건데요.
-닥치십쇼, 형님.
-성벽도 잘 오른 거 같은데. 솔직히 여기서 3트는 해야 정상임ㅋㅋㅋ
-ㄹㅇ…… 훈련이라도 하고 옴?
‘훈련…… 했지.’
아몬드는 아침에 캡슐 트레이닝을 최상 난이도로 전부 클리어하고 왔다.
앞으로 이걸 매번 반복해 줄 예정이었다.
선수 시절을 겪은 아몬드에게, 이런 반복 훈련은 익숙했다.
“일단 시체 치울게요.”
아몬드는 시체 둘을 질질 끌고는 구석진 포대(砲臺)로 밀어 넣어버렸다.
그 후,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조심스럽게 다음 타깃을 향해 접근했다.
횃불을 들고 있는 보초가 하나 더 보인다.
“뭐야…… 횃불이 없는데?”
보초는 멍청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긁었다.
“또 자고 있나.”
말만 들어도 대충 어떤 식으로 경계 근무가 이뤄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
어둠에 몸을 숨긴 아몬드는 씩 웃으며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여기는 가까워서 비명 들리면 위험한데.
-바로 뒤가 성루임.
걱정 섞인 채팅도 올라왔으나.
팡!
상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단박에 쓰러졌다.
커거걱. 피가래 끓는 소리만 미약하게 울릴 뿐, 성대가 뚫려 버린 이상 쇳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목젖 정중앙에 화살이 꽂혔던 것이다.
-와……!
-쒯!
-잘 보이지도 않는데.
-미쳤네. 걍.
-목도 한 방임?
-목도 급소고, 퍼펙트샷 판정인 듯.
-ㄹㅇ 출혈, 발악도 없이 그대로 죽는 거 보니 퍼펙트샷이네.
아몬드는 침착하게 그의 횃불을 들고, 성벽 중간 즈음에 올려뒀다.
적들이 횃불이 없어진 걸 보고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거기에 추가로 앞서 죽인 두 명분의 횃불도 다시 걸어놨다.
‘이러면 건너편에서 봐도 모르겠지.’
그 후, 그는 시체를 포대로 옮겨놓고, 쓰러진 3구의 시체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성루 안으로 들어가면 이제부턴 적이 많을 텐데.’
성벽 위는 성공적으로 정리했지만, 앞으로는 성 내부에 들어가야 한다. 적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아몬드가 신궁이라 불린다 해도, 10명 이상의 적이 한 번에 다가오면 방법이 없을 터.
‘음…….’
* * *
활을 든 병사 하나가 성 내부를 뚜벅뚜벅 걸었다.
새로운 갑옷이 약간 불편한 듯했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병기고로 가서 화살을 더 챙긴다.
병사 하나가 병기고를 지나갔으나, 별 의심 없이 스쳐 갔다.
“……?”
그러던 그 병사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뒤돌았다.
팡!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이마 정중앙에 화살이 꽂혀 버렸다.
“……컥!”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져 죽은 병사.
-워우. 진짜 다 죽일 셈이야?
-퀘스트를 잘못 이해했나 본데 ㅋㅋㅋ
-그러게. 성주만 죽이는 거라고, 아몬드!
시청자들은 애타게 아몬드에게 훈수를 뒀으나, 긴장감과 흥분으로 고조된 아몬드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경기에 나가던 그 시절의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소위 말하는 트랜스 상태.
‘좋다.’
아몬드는 그 상태가 좋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오로지 과녁만 보인다. 이때만큼은 이 복잡한 세상도 아주 간단해진다.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
이 두 가지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극단적인 갈림길.
그 앞에서 상현은 한없이 더 강해진다.
기리릭.
‘한 놈 더.’
파앙!!
그의 활에는 이제 망설임이라고는 없었다.
곧장 날아간 화살은 500미터 가까이 날아갔고, 어둠 속을 걷던 횃불은 바닥에 떨어졌다.
-오우!
-와…… 거의 스나이퍼!
-미쳤다.
-어케 한 번을 안 빗나감? ㄹㅇ 핵 아님?
-ㄷㄷㄷ
-유입들 놀라기는 풉(오줌을 지리면서)
좋아.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타다다닥.
-소리 너무 큰데!?
-왜 그래! 아몬드!
그도 알고 있었다. 달리면 소리가 너무 커서 위험하다는 거. 하지만 인지하고 있진 못했다. 지금 그에겐 그런 위험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어! 저기!”
처음으로 병사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몬드는 뛰는 속도 그대로 멈추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은 채 날아가는 화살.
퍽!
“끄으악!”
병사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발?
-왜 다리를?
-아몬드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아몬드는 원래 나무에서 자라서 떨어짐 ㅋ
-와, 좃됐다. 이제 ㅅㄱ
채팅창은 걱정과 혼란으로 뒤덮였지만, 아몬드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뒤이어 병사 둘이 더 달려온다.
“이런. 데이먼!”
하나는 발이 다친 병사를 부축하고, 나머지 하나는 아몬드를 향해 뛰었다.
아몬드 역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재빠르게 활시위를 메겼다.
그러고는…….
퉁!
마치 새총을 쏘는 것처럼 가벼운 릴리즈.
“커헉!”
달려오던 병사는 뒤로 나자빠졌다.
“!”
동료를 부축하던 병사는 그제야 공포에 절은 표정으로 돌아보지만.
푹!
그 얼굴에 그대로 화살이 박혀 버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다리만 다쳤던 병사에게도 화살이 꽂힌다.
푹!
그로써 달려왔던 병사들은 다 죽어버렸다.
-캬. 부축시켜서 한 명 더 없앤 거네.
-세계 2차 대전 지뢰 메타 ㅋㅋ
-여윽시 군필!
-군필 궁수 ㅋㅋㅋㅋㅋ 씹ㅋㅋㅋ
자신의 뛰어난 기지를 한번 자랑할 법도 하지만, 아몬드는 숨도 안 쉰 채 다시 앞으로 걸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아까의 아몬드가 아니었다.
기리릭.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활시위를 당긴 그는, 기계처럼 시위를 놓았다.
피잉!
성벽 위를 뛰어오는 병사 하나가 맞고 눕는다.
“커헉!”
“제기랄!”
그 병사 주변엔 병사들이 꽤나 많았다. 이미 소란을 듣고 다들 모여들었던 것이다.
“저기다!”
“침입이야!!!”
침입자에 대해 고함을 내지르는 건 물론, 뿔 나팔까지 불어댔다.
뿌우우우우우!!!
철컹철컹.
갑주들이 몰려나오는 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니, 미친. 이제 진짜 좃망이다.
-ㅇㄱㄹㅇ
-이건 오바지.
-아몬드 너무 과몰입했네
-뇌절 ㅡㅡ
-아니, 이렇게 다 들키면 어째!
시청자들은 아몬드가 암살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평을 쏟았다.
그러나 아몬드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에겐 ‘길’이 보였다.
‘들켜도 돼.’
들켜도 된다.
아몬드는 그런 판단을 이미 내린 지 오래였고, 그런 만큼 자신에 찬 슈팅이 이어진다.
파앙! 팡!
이젠 활 소리를 신경 쓸 것도 없으니, 슈팅 속도는 더욱 빨랐다.
퍼벅!
선두로 달려오던 병사 둘의 이마가 나란히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피융!
한 번 더 파공음이 들리며, 뒤쪽의 병사 하나가 추가로 쓰러진 순간.
[스킬. 고속 연사. 발동!]일정 시간 내에 3명을 헤드샷으로 보내면 발동하는 스킬.
고속 연사가 발동한다.
아몬드는 아예 무릎앉아 자세를 취하며, 화살들을 전부 바닥에 내리꽂았다.
푹.
그리고 그 화살들을 순식간에 집어 들고, 시위를 당기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감히 눈으로 좇기 힘든 수준이었다.
피융!
피융!
피이이이융!
연이은 파공음이 하나로 이어질 정도의 속도.
“끄아아아악!”
“커헉!”
“켁!”
몰려오던 병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진다.
심지어 똑같은 상처를 입은 채로.
“이, 이게 무슨……!?”
“저, 전부 이마에…….”
퍼버벅!
그 말을 중얼거리던 자들도 이내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성벽 위엔 활이 쏘아지는 소리와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도, 도망가! 미친 괴물이다!”
급기야는 스무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건 그저 목숨을 몇 초 정도 더 늘려줬을 뿐이다.
타악!
아몬드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튀어 나가면서 활을 앞으로 조준했다.
육상 달리기를 하면서 양궁을 쏘는 격이었으나.
‘할 수 있어.’
그는 자신의 실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가상공간에서 그는 오른팔의 제약에서만 해방된 게 아니다. 육신의 제약이 없는 곳이었다.
오로지 그의 집중력만이 활쏘기에 영향을 미쳤다.
피융!
달리는 아몬드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화살이 바람을 가로지른다.
“컥!’
도망치는 병사의 뒤꽁무니에 맞아버린다.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날아가듯 쓰러져 버린 병사.
그것을 보고 더 기겁해서 빠르게 뛰지만…….
피융! 피융!
아몬드의 화살은 흔들림 없이 그들을 추적한다.
“커헉!”
“제, 제길 도망치는 게 소용이…… 으헉!”
푹! 푹! 푸욱!
도망가던 자들 중 절반이 나뒹굴며 쓰러진다.
피융! 피융!
그 절반의 절반이 이어서 쓰러지고.
기어코, 마지막 병사 하나를 노리는 화살이 적중했다.
푹!
결국 성벽 위엔 어떤 병사도 남지 않았다.
성을 지키는 모든 병력을 다 없앤 것이다.
“후.”
그제야 아몬드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되잖아요.”
-꺄아아! 미쳤어 ㅠㅠ
-와…… 진짜 핵간지다 ㅠㅠ
-개존멋!
-무친 실력……!
-무친 얼굴!
-저게 살인 미소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ㄹㅇ로 살인 미소자너 ㅋㅋㅋ
-오우, 맨!
초반만 해도 그를 의심하던 시청자들은 그 예상을 뒤엎은 퍼포먼스에 환호했다. 당연히 이 정도의 환호는 단순히 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캬!] [토르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진짜 오지시네여.] [권오진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 제가 돈이 없어서…… 전 재산 드립니다.]후원들이 쏟아진다.
‘이제 후원도 꽤 잘 터지는구나.’
상현은 새삼 자신의 방송이 잘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자. 이제 성주 죽이러 가 보겠습니다.”
그는 무수한 시체를 밟고 넘어가서, 아주 당당하게 문을 열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