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0화
71. 첫 경기(3)
연막이 서서히 걷히자, 체력이 10% 정도 남은 아몬드가 서 있었다.
그의 발 밑엔 두 계약자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아몬드으으으!
머리에 아몬드 모양의 모자를 쓴 견과류단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소란을 떨었다.
대충 훑어봐도, 관중 어느 한구석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보일 정도다.
-아니, 뭔데?
-연막 때문에 안 보였어??
-아…….
아몬드의 팬이 아닌 관중들은 당장에 좋아하기보단 궁금증이 더 컸다.
연막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플레이! 리플레이!
-이게 뭐야!?
-일 똑바로 안 하냐 라이…… 아니 폴리스!
-리플레이! 리플레이! 리플레이!
관중들은 리플레이를 외치기 시작했다.
옵저버들은 황급히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뭐야?”
“아무래도 관전 버그 같아요.”
“회사에서 의도한 건 아니고?”
“모, 모르겠습니다.”
“일단 최대한 확대해서 리플레이 따봐. 아니면 아몬드 시점에서 진행해서 리플레이 따!”
“예!”
리플레이는 결국 아몬드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었다.
아몬드, 폭풍 닌자만이 연막에서 온전하게 상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퍼엉!
처음 연막이 터지는 순간부터 재생이 되었다.
치이이이익!
잿빛 구름이 사방에 옅게 깔린다.
아몬드의 시점이기 때문에 옅은 것이지 실제로는 상당히 짙어서 코 앞의 것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
후욱!
그 연기구름을 뚫고, 거대한 말발굽이 밀고 들어온다.
[이히이이잉! 어디야!]실제로 말도 아니면서 투레질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페퍼.
게임이 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능감은 놓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관중석은 물론 채팅창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ㅋㅋㅋㅋㅋ 무친
-이게 ‘진짜’의 위엄.
-반인반마? 난 반병신이다!
켄타로우스는 우스꽝스럽게 등장하긴 했지만, 그 기세는 굉장했다.
쿠웅──
거대한 말 발굽이 땅을 헤집어 놓으며, 흙이 튀어올랐다. 동시에 그는 거대한 월도를 사방으로 휘둘렀는데.
왜 연막 안으로 자신있게 돌진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후우우웅!
그의 월도는 길이가 워낙 길어서 한 번 휘두르면 연막 반경의 절반 정도가 베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안 보여도 대강 베면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아몬드는 몸을 납작 숙여서야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아. 이걸 피하네요?”
“역시 몸놀림이 좋습니다.”
해설자들은 세세한 피지컬에 감탄했지만, 사실 별로 놀라울 건 아니었다.
겨우 저 정도 회피 한 번으로, 이 안에서 두 명을 죽이고 나왔다고 하기엔, 한참 부족했다.
“그런데. 아몬드 선수. 어디로 가죠?”
“미니언으로 가나요?!”
해답은 바로 다음에 나왔다.
아몬드는 수리검 난사를 쏘았는데. 그게 향하는 곳이 특이했다.
미니언이다.
“아까 분석관님과 킹귤 님이 말씀해 주신 게 맞네요!!”
“그렇죠. 이것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폭풍 닌자의 강신기인 바람 분신을 이 연막 안에서 사용하면 거의 절대 영역이거든요. 이거라면 이기는 게 가능하긴 해요. 이론상이죠. 이론상.”
“아. 소위 킹론상이라고 하는 그거죠?”
“예…….”
잔뜩 모아뒀던 미니언들을 한 번에 쓸어담는 아몬드.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6]얼마 남지 않은 경험치를 채우며 레벨 6이 된다.
그는 곧장 손바닥을 도검에 대고 긁어 피를 내었다.
〔피로 맺어진 계약을 실행하지.〕
쿵──
하루키의 신형이 현현했다.
특이한 건 하나가 아닌 둘이었고.
그 신형의 모습은 하루키라기보단 사실 아몬드에 가까웠다.
그야, 분신술이니까.
휘이잉…….
살랑이는 바람결과 함께 두 개의 분신이 추가로 생성되었다.
[각 분신은 원본의 50%의 피해량을 입힙니다.]피해량을 제외하고 속도나 몸짓 스킬까지 쓸 수 있는 분신들이다. 적들의 눈으로는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을 터다.
파앗!
그때, 익숙한 모양의 대거가 연막 안으로 들어왔다.
파지직!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나타난 스위프트의 신형.
이제서야 스위프트가 합류한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 시간으로는 아몬드가 연막탄을 쓰고, 지금까지 약 3초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분신 둘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위프트와 켄타로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카가강!
월도와 단검, 도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연막 안에서 보이는 거라곤 그것 뿐이었다.
[야! 여깄다!] [오케이!]그들은 연막 속에서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자신이 때리는 게 원본이라 믿었다.
[뭐해?! 뒤에서 쳐!] [나 앞에서 치는데 뭔……?]잠시 후에야 그들은 이게 바람 분신임을 파악했으나.
[씨발 분신이다!] [아…….]푹!
이미 실제 아몬드가 뒤에서 토마토의 목에 칼을 꽂은 뒤였다.
[아씨. 여긴가?!]토마토는 뒤로 돌며 단검을 휘둘렀다.
훙!
아몬드는 가볍게 목을 뒤로 젖혀 피했다. 토마토의 입장에선, 희미한 인영이 있을 뿐. 뭐에 맞는 감각이없으니 헷갈렸다.
[뭐, 뭐야.]그사이 아몬드는 뒤에 있던 분신을 컨트롤 해서 토마토의 등을 그었다.
촤악!
[아이 씹!]토마토가 다시 뒤를 돈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아몬드가, 아몬드를 상대하려 하면 분신이…….
이런식으로 앞 뒤에서 계속 베어댔다.
[야! 나 죽어! 죽어!]페퍼에게 말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나 못 가!]페퍼는 분신 하나를 상대로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카앙! 카강!
도검과 수리검을 번갈아 가며 활용하는 분신의 유려한 움직임에, 마치 실제를 상대하는 듯이 대처할 수밖에 없었고.
육중하고 둔한 무기를 휘두르는 그로서는 아군을 도우러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진짜 상대 중인 거 같은데?!]게다가 크게 착각 중이다.
“아니, 지금 페퍼 선수가 분신을 실제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연막 안이라지만 페퍼 선수 그랜드 마스터거든요?! 분신은 귀신같이 구분할 텐데요! 그만큼 분신 컨트롤이 엄청나다는 거예요!”
“제가 알기로 분신은 마치 나한테 없는 팔을 움직이는 느낌이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많이 힘든 걸로 아는데…….”
해설들은 리플레이를 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흥분해서 침을 튀었다.
“이런 다중 컨트롤에 이 정도로 능한 선수는 오랜만입니다!”
“비공식 세계 1위 VNS 수치라는게 이런 데서 느껴지는 군요!”
내게 없는 팔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라…….
아몬드에겐 익숙한 일이다.
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다뤄왔던 감각이고, 오히려 이게 더 편하다고까지 느낀다.
아마 두 다리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 전자파에겐 더더욱 익숙한 감각이었을 터다.
“아……!”
“이렇게 죽는군요!?”
촤아악! 촥!
결국 토마토는 앞뒤에서 썰어대는 공격에 무참히 죽어버리고.
정글러, 페퍼는 분신에게 시간을 끌리다가, 세 명의 아몬드에게 둘러싸여 죽는다.
[망나니 용사 더블킬!]이때 이 음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와 나도 구분이 안 되는데?
-아몬드 시점 아니었으면 해설자들도 구분 못 했을 듯.
-분신이 수리검 도검 번갈아 끼면서 싸우는거 실화야?
-아몬드 혼령사도 잘하겠당 ㄷㄷ
정글러의 개입 이후.
역으로 둘이 죽어버린 상황.
그 뒤로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망나니 용사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아아아! 이걸 또 죽이나요!?”
토마토는 연이어서 죽기 시작했다.
[전장의 지배자! 망나니 용사!]라인에 복귀하는 족족, 눈이 마주치면 죽었다.
“이거 멘탈이 나간 건가요!?”
“안 나가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자존심이 제대로 상하겠네요! 아몬드는 닌자 2판째거든요!? 솔로 랭크조차 이걸로 안 돌려요!”
“그, 그걸 너무 강조하진 마시죠 킹귤 님.”
-ㅋㅋㅋㅋㅋㅋㅋ
-ㅠㅠ 토마토 어쩌누……
-다이아 따위…… ㅋㅋㅋ
“같은 다이아 맞나요!?”
“이래서는 랭크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다이토마토로 강등되겠어요!”
-캐스터 님 아재개그 엌ㅋㅋㅋ
-다이토마톸ㅋㅋㅋ
-새로운 랭크 시스템이!?
[망나니 용사가 전설적입니다!]“또! 또 죽어요!”
“이젠 토마토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걸 대체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챠크라 출력이 지금 70% 상승했어요! 이건 그냥 점멸이고 뭐고 없습니다! 본인이 곧 점멸이에요!”
토마토는 이 게임에서 아몬드의 눈에 띄는 족족 죽어버렸다.
폭풍 닌자가 왜 점멸검의 카운터인지 여실히 보여준 판이었다.
레벨 6을 겨우 찍어서 두 개의 점멸검을 얻게 되었어도.
이미 너무나 벌려진 격차.
그리고 무려 70%가량 증가해 버린 챠크라 총 출력.
아몬드의 속도는 점멸 거리를 우습게 따라잡을 정도였고, 당연히 싸움이 성립되질 않았다.
심지어 바텀도 펑펑 터지고 있던 터였으니.
절망 그 자체였다.
“아아아! 결구우우욱!”
퍼어엉!!
끝끝내, 무지성 고라니 팀의 성소가 파괴되면서 경기가 끝났다.
아몬드는 11킬, 딸기슈터는 9킬을 달성하며, 서로 누가 누가 더 딜을 많이 넣는지 경연을 펼친 경기였다.
한마디로 일방적이었다.
“와. 첫 경기가 이렇게 시원하게 터질 줄이야.”
“그러게요! 밴픽이 진짜 소름 돋아요!”
“전 아몬드 선수가 단검으로 점멸검을 떨어뜨린 거. 거기서 게임 터졌다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중계진은 호들갑을 떨었으나.
1경기는 2경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2경기에선 아몬드는 다시 원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해 바텀으로 내려갔고.
‘란’을 골랐다.
란은 이동기도 없고 강신기를 쓰면 일명 ‘시즈모드’가 되어버려서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기 때문에 돌진 조합에 매우 취약했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란이요? 너무 위험한데요.”
“이거 돌진 조합 한번 해보라고 도발하는 건가요?”
하나, 타코의 망치 전사가 강신기인 ‘무적 강림’으로 피해를 무효화시켰고.
미호의 ‘시간을 달리는 마녀 -리버스’의 강신기 ‘회귀’를 사용해서 죽은 아몬드를 되살리기까지 했다.
“이걸 시간 마녀랑 망치 전사로 카운터를 칩니다!!!”
“미쳤네요! 타코 선수 아주 칼을 갈았어요!”
“돌진조합 이제 다 파악했다아! 이거죠!”
원딜만을 노리는 조합 상대로, 아몬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딱 한 번 죽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승리!]승리했다.
“아~~~ 쥐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아!
-타코! 타코! 타코!
-아몬드! 아몬드!
띠이이이이!
지표를 보여주고 있던 전광판에, 드디어 매치 결과가 나타났다.
[매치 결과] [벌룬스타즈 2:0 승리!]-와아아아아! 벌룬스타즈!
-풍! 풍! 풍! 풍!
-미호 ㄷㄷㄷ
-킹! 몬! 드!
벌룬 스타즈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후려쳐 온다.
아몬드는 두 팔을 들어 그들의 환호에 답해주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꺄아아아아! 아몬드!!! 사랑해애애애!
-와! 나야! 나 봤어!
아몬드가 답해주자 환호가 더 격해졌다.
아몬드 모양 모자를 쓴 수많은 팬들.
아몬드는 그게 웃겨서……
아니, 알 수 없는 행복감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관중석 한구석, 아몬드 모자를 쓴 여자의 입꼬리도 그를 따라 웃어 보였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웃고 있는 거라고, 송하나는 생각했다.
“사랑 씨. 어때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보니까 재밌죠?”
송하나가 툭툭 치며 말을 건다.
“게임은 못 해도, 이제 캡슐 접속 정도는 되니까. 조금은 낫잖아요?”
“그렇네요.”
“대신 저랑 같이 해야 돼요.”
“……알겠어요.”
최사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몬드 모자를 벗어 던졌다.
핑.
그러자 모자가 허공에서 그냥 사라졌다.
“다음에도 또 봐요.”
“어? 가시게요?”
“선생님은 안가요?”
이미 아몬드 경기는 다 봤는데. 왜 안 가냐는 듯한 표정이다.
“저, 전 다음 경기도 볼 건데요……? 이 티켓 비싼데…….”
“그런 걸 왜 봐요.”
수준 떨어지게.
최사랑은 다음 말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와. 정말 잘하는 선수 외에는 관심 없으시구나.”
“……전 갈게요.”
“MVP 선정은요!?”
“볼 필요 없죠. 그것도.”
어차피 아몬드다.
그녀는 팟!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