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1화
72. 다시 만난 은인(1)
매치 1이 끝난 후.
중계진은 앞선 경기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곤 하는데.
“무지성 고라니. 어쩌죠? 밴픽이면 밴픽, 인게임 플레이면 플레이. 완전히 탈탈 털렸어요.”
“특히 타코의 밴픽이 돋보입니다. 프로 시절에도 브레인을 맡았던 티가 납니다.”
그들은 타코의 밴픽을 우선적으로 승리 요인으로 꼽았으며.
“그렇습니다. 아몬드의 미드 라인 포지션을 실전에서 채택해서 승리하고, 심지어 돌진 조합에 취약한 란을 고르게 한 다음에 시간 마녀와 망치 전사로 카운터하다니! 아름답습니다!”
“입릴이라고하죠? 입으로만 가능한 입릴 한타가 몇 번이나 나왔습니다.”
“밴픽도 밴픽인데. 아몬드의 피지컬과 순간적인 전투력이 아니었으면 게임이 조금 힘들어졌을 수도요.”
아몬드의 기상천외한 피지컬도 두 번째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오늘 미호나 딸기슈터도 좋았죠? 아몬드만 실력이 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은 팀입니다!”
“풍선껌마저 실력이 오르면 정말 무서워질 것 같아요!”
“이야. 그건 다른 의미로 정말 무섭긴 하겠네요!”
끝으로 벌룬스타즈가 앞으로 얼마나 무시무시해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후.
MVP 투표가 진행됐다.
공식 프로 대회가 아닌 만큼 반쯤 장난으로 진행되는 투표였기에, 별 활약을 못했던 미호도 무려 2위로 올라 있었다.
“아~ 여러분! 이건 미호 님한테도 실례예요!”
“미호 님도 어, 어쨌든 대단한 미드이긴 하죠?”
“밴픽은 MVP에 평가 요소가 아니라 타코 선수는 아쉽겠네요.”
중계진은 잠시 당황했으나.
어차피 1위만이 MVP로 선정된다.
중요한 건 바뀌지 않았다.
1위) 망나니 용사
“MVP는 아몬드! 역시 아까 전 그 플레이가 컸죠?”
“예~! 드랍 더 마이크! 가 아니라! 점멸검!”
킹귤은 온몸을 비틀면서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엌ㅋㅋㅋㅋ
-무친ㅋㅋㅋ
-이게 해설이지! ㅋㅋㅋ
-보고있나!? 빨간안경!!
“킹귤 님 엄청 신나셨네요.”
“간만에 신기한 걸 봐서요!”
“어찌 됐든! 첫 번째 매치는 딱히 변수가 없었습니다. 전력 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게임이었어요!”
“예. 반면에 다음 게임은 굉장히 예상이 어렵죠?”
“그렇습니다.”
중계는 다음 경기로 넘어갔다.
이어지는 경기는 솔로이즈백과 그린티배깅의 매치였다.
“자. 밴픽 시작됐네요. 솔로이즈백 대 그린티배깅, 그린티배깅 대 솔로이즈백. 또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을지…….”
* * *
중계진들은 다음 경기로 넘어갔다.
그러나 커뮤니티 유저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까 점멸검 떨어뜨린 거ㄷㄷ.gif] [견과류 중 최강. 연막탄 피지컬.gif] [1세트 끝나고 토마토 표정ㅋㅋ] [킹귤 드랍더 점멸검.gif]등등의 게시글이 전부 빅프로로 향하면서, 아직도 벌룬스타즈와 무지성 고라니의 대결에 대해서 이야기 중이었다.
-연막탄 안에서 뜬금 더블킬 나왔을 때 개소름이더라
-견과류의 시대가 도래했다. 견과류의 시대가 도래했다.
-솔직히 오늘 0.5전자파였다. ㅇㅈ?
└ㅈㄹ 광견병 걸렸네
└어휴 용팔이들 ㅉㅉ
└전자파는 이제 퇴물이고 아몬드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만?
-점멸검 떨어뜨리는 거 전자파 가능함? 점멸검 떨어뜨리는 거 전자파 가능함? 점멸검 떨어뜨리는 거 전자파 가능함?
└ㅇㅇ 개 ㅈ밥으로 함
└전자파였으면 그때 목을 떨궜음
-님들 아몬드는 중학교 때 닌자 달리기 해봤을까? 님들 아몬드는 중학교 때 닌자 달리기 해봤을까?
└아몬드 양궁하느라 바빴어서 그런 거 못 함
└양궁??
-킹귤 춤 뭔데 ㅋㅋㅋㅋㅋㅋ
└무친 예능감ㅋㅋㅋㅋㅋ
-킹귤 드랍더점멸검ㅋㅋㅋㅋ
이 반응들은 다음 경기에서 모솔의 화려한 솔로킬이 나오기 전까지 이어졌다.
[아, 사실 전력은 그린티배깅이 위인데요!?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죠??] [아아아아! 모솔! 나한테 솔리아 주지 마! 아주 으르렁대는 거 같습니다아!]주혁의 귀에 이런 음성이 들려오고 있을 때.
치이이익──
아몬드의 캡슐이 열렸다.
“이야.”
툭.
주혁이 수건을 던져주었다.
“너 이거 쩔더라?”
“어. 고맙…….”
아몬드는 감사를 전하다가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뭐 하냐?”
주혁이 이상한 자세로 갑자기 몸을 꺾는 게 아닌가?
주혁은 왜 모르냐는 듯, 다시 몸을 꺾는다.
휙.
“드랍더점멸검…… 인데.”
“…….”
돌아온 건 차가운 반응이었다.
“……크흠. 주혁아. 너무 커뮤니티 같은 걸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어.”
상현의 말에 주혁은 얼굴이 벌게졌다.
“에라이.”
그 모습에 상현이 그제야 낄낄 웃는다.
“난 씻으러 간다.”
상현은 웃음기를 채 다 거두지 않고, 욕실로 향했다.
주혁은 자신의 개그를 받아주지 않은 저 몹쓸 놈을 흘끔 돌아본다.
등이 생각보다 많이 젖었다.
저렇게 땀이 많이 난 이유는 아무래도 폭풍 닌자의 강신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건 일반인들이 플레이를 해도 무리가 많다고 들었다.
뇌를 3개로 쪼개서 운영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표현하는 글도 본 적이 있다.
저렇게 힘든 걸…… 다들 게임이라고 하고 있다니.
게임이란 건 어찌 됐든 즐겁기 위해서 플레이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릴은 달랐다.
이걸 즐겁기 위해서 하는 자들은 극히 소수다.
사람들은 여기서 새로운 성취를 원했다.
사실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의 노력을 이 게임에 퍼붓고, 피가 터져라 경쟁하며, 심지어는 몸에 무리가 와도 진행한다.
‘스포츠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게이머들의 정신력, 노력만큼은 다른 어떤 스포츠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 상현이 이토록 푹 빠진 것이다.
처음 캡슐을 산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제대로 미친 줄 알았는데.
그가 삼원색의 과녁 다음으로 조준하게 된 게 게임이라는 게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아니야. 미친놈은 맞지.’
주혁은 자신의 사고를 정정하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지이이잉.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석이 형]강석이 형……?
상현에게 캡슐을 팔았던, 그 캡슐방 주인 형이다.
“뭐지.”
주혁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형. 오랜만이네요.”
-어. 야, 잘지내냐?
“그럼요. 어느 때보다 잘 지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것 같더라. 방송 잘 보고 있어. 너 광고 나온 것도 봤다?
“아니, 진짜요?”
-그래. 그거 존나 웃기던데? 와이프도 엄청 웃었어.
“아, 형수님까지…… 하하.”
또 한바탕 웃음 소리가 퍼진다.
-아. 근데 그 아몬드라는 친구분. 박 대표가 좋게 보시더라.
“박 대표?”
-내가 지분 갖고 있는 캡슐 회사 있잖아.
“아. 예. 압니다. 거기 대표분이…….”
주혁은 머리를 고속 회전시켜서 앞선 기억을 다 끄집어내었다.
사회생활에서 이런 인적사항을 기억해 내는 게 의외로 굉장히 중요한 경우가 많았기에, 주혁은 이미 단련되어 있다.
“박형준님 ! 맞죠?! 형준이 형.”
-어. 기억하네? 만난 적 있지? 그 형님이 아몬드가 마음에 드나 봐. 그리고 내가 우리 회사 거 중고로 팔아줬다고도 말하고 지금 그 친구가 대회 나가고 있다고도 말했지, 그랬더니…….
강석의 용건을 듣던 주혁의 눈이 커졌다.
“맞춤 캡슐이요?”
-응.
주혁은 어안이 벙벙했다.
캡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나. 그도 맞춤 캡슐이 뭔지는 안다.
양복도 기성복과 맞춤 정장이 있는것처럼 말 그대로 양산형이 아니라 한 사람만을 위해서 만드는 맞춤 캡슐이다.
양산형 캡슐 가격이 자동차 뺨을 후려쳐서 리스나, 할부, 장기 렌트로 진행하는 사람이 7~80퍼센트인 걸 감안해 보면.
맞춤 캡슐은 맞춤형 스포츠 카라고 생각하면 가격을 대충 예상할 수 있다.
‘몇 억을 호가할 텐데?’
제작사에 따라선 억 단위로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장비였다.
“아니. 지금 그런 걸 준다구요?”
-주기는 인마. 우리도 광고하는 거지.
“그, 그래도…….”
-한번 상의해 보고. 편한 시간에 찾아와.
“예!”
쿵쿵!
주혁은 당장에 뛰어가서 욕실문을 두들겼다.
“야! 빨리 나와라! 대박이야!”
* * *
다음 날.
“와. 빨리 왔다?”
오전 10시에 이미 캡슐 제작 회사인 다이버즈에 도착했다.
이강석이 입구에서 손을 흔든다.
“아. 그럼요. 일찍 와야죠.”
주혁은 간만에 만난 이강석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죠? 형. 캡슐방은 어쩌고요?”
“거긴 지금 알바가 하는 중이지. 아. 상현 씨. 또 보네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상현은 깍듯이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이강석은 상현에게 단돈 700만 원에 중고 캡슐을 팔아줬던 은인이었다.
“얼굴이 훨씬 밝아지셨어요. 하하.”
상현의 실물을 간만에 보는 이강석.
‘잘 지내나 보군.’
그의 입장에선 지금 상현과 당시의 상현이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때의 상현은 회사에서 잘리고 캡슐을 사겠다고 왔던 상황이었다.
당시 그는 10년 만에 제대로 활을 쏴보고 울음을 터뜨렸었는데.
다 큰 성인 남성이 그렇게 서럽게 우는 건 처음이었다.
우는 남자라면 질색하는 이강석이지만, 그는 그때 뭔가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타오르는 걸 느꼈고.
상현이 잘되길 바랐는데.
“정말 기쁩니다. 그렇게 잘되셔서요.”
“감사합니다. 덕분이에요.”
미약했던 그 불씨는 지금 상현의 전신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도와준 보람을 느끼기엔 충분하리라.
“따라오세요. 일단 맞춤형이니까 검사 같은 게 꽤 필요하거든요. 일찍 오신 건 정말 잘한 겁니다.”
주혁과 상현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회사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넓게 펼쳐진 전시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 3천만 원대의 보급형 캡슐부터, 7천만 원 정도의 프래그십 캡슐이 전시되어 있었다.
비싼 캡슐은 척 보기에도 디자인부터가 달랐다.
“와…….”
전시실을 감탄하며 지나가고, 그들은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는데.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그 안엔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꽤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이었다.
“아몬드 님이시죠?”
척 보기에도 상현보다 열 살은 위일 텐데도, 깍듯이 맞이하는 모습.
상현은 깜짝 놀라 허리를 마주 숙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저희 제안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급하니 바로 진행할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검사는 지금부터 5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
“예.”
“VNS 수치라든가 이런 데이터도 다시 수집해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저희만의 검사가 있거든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 * *
한편, 연구실 내부.
그곳엔 하얀 우주복 같은 걸 갖춘 연구원들이 잠시 대기 중이었는데.
너덧 명이 있는데도, 오가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현재 회사의 최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그들이 처음 입을 연 건, 연구실 유리 너머로 다이버(Diver)가 입장했을 때다.
“팀장님. 저 사람이 아몬드에요?”
“응…….”
대표가 직접 선정한 다이버라고 하는데.
조금 이상했다.
나름대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히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프로게이머도 아니다.
“팀장님. 저 사람이 진짜 전자파 다음으로 VNS가 높아요?”
“전자파가 저 사람 다음이야.”
“예!?”
“비공식이긴 한데. 그렇대.”
“와 씨…… 그러면 그래도 이해는 되네요.”
그나마 이해할 만한 점은, 그의 ‘성능’이다.
전자파보다도 높다고 알려진 VNS 수치. 그리고 게임 안에서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플레이들.
그런 걸 고려한다면, 납득할 법도 했다.
“전자파가 쓰는 캡슐이 ‘애스턴’이던가?”
“……예. 아마 그럴 거예요. 거기서 맞춤형으로 제조해 줬죠. 오히려 돈을 주고서.”
“우리가 지금 그 급을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기분이 이상하네.”
“팀장님이 그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다이버즈가 하이엔드 캡슐 만든다고 하면 미쳤다고 생각할걸요. 캡슐 회사는 사고 나면 끝인데.”
“새꺄. 부정 타는 소리 좀 하지 마. 우리가 실험을 몇 번 하고 연구를 몇 년 했는데 사고가 나냐?”
“……죄송합니다.”
다이버즈는 보급형 캡슐 전문이다.
하이엔드 고성능 캡슐은 시중에 내놓아본 적이 없었다.
여태까지 연구를 거듭하면서 프로토 타입은 수도 없이 만들었다만.
대중들의 인식 속 다이버즈는 보급형 싸구려 캡슐 전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상당히 중요했다.
연구원들이 단순히 아몬드의 ‘퍼포먼스’ 능력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팀장님. 근데 이 사람이 전자파만큼 유명해질까요? 그래야 할 텐데…….”
“몰라. 대표님이 생각이 있으시겠지.”
퍼포먼스도 좋고, 유명하기도 해야했다.
욕심이지만, 지금은 욕심을 부려야 할 때였다.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느냐,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니까.
“팀장님…….”
“야. 긴장돼서 그러는 건 알겠는데. 좀 닥치고 있어라. 정신사나우니까.”
“……예.”
* * *
약 2시간 후.
연구원은 얼빠진 표정으로 한참이나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팀장을 흘끔 쳐다본다.
아까 닥치라고했는데…… 이거 그래도 말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팀장님?”
“또, 뭐.”
“그…… 이 사람 데이터가 좀 이상한데요?”
“?”
신경질을 내며 다가온 팀장의 눈도, 곧 부하 직원과 똑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뭐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