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6화
74. 로밍(1)
원딜러를 키워서는 잘 큰 미드라이너가 있는 팀을 못 이기나?
이런 고민은 사실 아몬드만 하는 게 아니다.
릴 역사와 늘 함께 대동된 난제였다.
그러나, 대체로 전문가들은 미드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그건 타코도 마찬가지였다.
‘하…… 미드가 문제군.’
릴 공성전에서, 만약 반드시 어디 하나만 흥해야 한다면.
타코는 주저 없이 미드를 고를 거다.
홀로 라인의 경험치를 독식하고, 정글과 협업해서 게임을 이끌어가는 라인.
일단 지리적으로 중앙에 있다는 것이, 다른 라인보다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일본과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충지인 것처럼. 미드도 태생적인 지리적 이점이 있는 셈이다.
때문에 미드로 가는 화신들도 성능이 굉장하다. 아니, 성능이 굉장한 것들을 미드로 보낸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포지션이며, 그만큼 많은 걸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미드가 밥상을 깔면, 원딜러가 먹으면 되는데.’
원딜러는 판이 차려지면, 거기서 힘이 발휘되는 포지션이다.
‘상대 미드가 상위 랭크 유저면, 우리 팀은 밥상 차릴 사람이 없어…….’
지금 타코의 고민은 이것이다.
아몬드의 딜링을 보좌해 줄 멤버의 부재.
‘미드는 밥상 차리고 지 혼자 먹는 것도 되지만, 원딜러는 안 된단 말이지.’
미드는 판을 만들기도 하고, 저 혼자 게임을 끝내버리기도 한다.
하나 원딜러는 끝내기 전문가다.
이 분야에선 누구보다 탁월하지만, 솔직히 미드와 비교하면 영향력이 너무 떨어진다.
아몬드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태생적 한계를 넘긴 힘들다.
‘태생적 한계라…….’
릴에는 다양한 화신과 다양한 전략이 있다.
타코는 머리를 굴렸다.
정말 원딜러들은 ‘하나같이’ 끝내기에만 집중되는가.
‘아니지. 대미지는 좀 떨어지더라도…… 그렇지 않은 애들이 있어.’
그는 뭔가가 떠오른 듯 메모창에 마구 타이핑을 시작했다.
‘이거면…… 원딜러도 영향력이 끼칠 수 있다.’
타코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수도승을 밴하고, 미호가 모솔을 봉쇄한다면…….’
2세트는 희망이 보인다.
‘아몬드로 미드를 키우는 거야.’
생각을 전환하니, 답이 보인다.
무작정 아몬드를 키울 게 아니라, 아몬드가 다른 라이너들을 키우게 할 수 있었다.
* * *
“1세트에 이어서 이제 2세트 밴픽 시작됐군요.”
캐스터가 두 해설을 번갈아 보며 운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밴픽. 아무래도 가장 화두는 수도승이겠죠?”
“예. 과연 정말 밴할까요?”
“글쎄요. 미호를 보지 않아서 퍼포먼스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그냥 수도승은 재미용 픽인지. 모솔 선수의 기본 실력이 미호에 비해 워낙 압도적이라 제대로 분석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벌룬스타즈 밴 #1] [수도승 – 쟈가르]쿵.
말하는 순간 바로 박히는 밴.
“아! 수도승 밴하는군요!?”
그러자, 모솔 쪽에선 곧바로 서큐버스를 밴했다.
[솔로이즈백 밴 #1] [서큐버스 – 시트리]“아니, 바로 이어지는 서큐버스 밴!”
“전판에는 정말로 눈이 안 보여서 괜찮았던 겁니까!? 미호를 보면 정말 게임을 제대로 못 하는 거냐구요!”
“이야. 이게 정말 진지한 밴픽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관중석에 웃음이 퍼져 나간다.
-아니 ㅋㅋㅋㅋ 진짜로 수도승이 중요하다고?
-ㄹㅇ 얼탱이 없네
-진짜로 미호를 보면 실력이 저하되나요??
-모솔 쉑…….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수도승이 너무 세서 밴하는 겁니다!”
“아~! 그럼요! 미드 수도승. 엄청난 숙련도를 보여줬거든요? 조커 카드인 게 거의 분명했죠.”
-엌ㅋㅋㅋㅋ
-중계진들 포장지 찢어진다~!
-이제 수도승 아니면 어떡함?? ㅋㅋㅋ
이후로 밴은 중계진의 예상대로 쭉 진행됐다.
양 팀 각각 다 밴을 마친 뒤.
킹귤이 포인트를 짚었다.
“일단 수도승 밴이 주요하겠지만. 그것보단 그 수도승 밴으로 인해 풀린 ‘광대’가 중요해 보입니다.”
“아. 노가리 선수의 주캐죠?”
“그렇습니다. 숙련도가 상당하거든요?”
“노가리 선수가 현재 골드 4던가요?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마스터 정글에 미드 미호가 플래티넘인데. 상대가 되겠습니까?”
“그래도 굳이 장인 캐릭터를 주는 건 별로 좋지 않거든요. 실력이 골드에서 플래로 상승해 버리는 효과를 받거든요. 특히 노가리는 광대 장인 방송이 주 콘텐츠예요!”
“아…… 그렇군요? 그러면 조금 경계가 되겠는데요?”
중계진들이 계속 말하는 동안 픽이 이어졌다.
그런데 의외의 픽이 있었다.
“어? 광대?”
광대 픽이다.
문제는 솔로이즈백에서 픽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뭐죠?”
“딸기 선수가 광대를 가져가려는 겁니까? 아…….”
“아무래도 마스터다 보니까. 이 정도 운용 폭은 있는 걸까요?”
“타코의 묘수군요!”
딸기슈터가 광대를 플레이하기로 했다.
이러면 상대 쪽에선 광대를 고르지 못한다.
“아. 데이터를 찾아보니. 딸기슈터 선수가 최근에 몇 판 플레이했어요!”
본래 딸기슈터가 플레이했던 이유는 상대의 주캐를 어느 정도 파악해 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타코는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가 골라버리자고 판단한 것이다.
‘미호가 최대한 잘 버틸 수 있게 판을 깔아야지.’
이는 대기실에선 얘기되지 않은, 타코의 즉흥적인 판단이었다.
이번 경기의 주된 전장이 미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내린 꽤나 과감한 결정이다.
‘계산 때려보니 딸기가 광대로 저놈 정도는 잘 상대할 수 있어.’
* * *
“아니. 뭐야? 이걸 뺏어가?”
모솔은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첫 번째 픽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걸 광대 따위에 쓴다고?
‘뭐 하자는 거지?’
벌룬스타즈는 아몬드 키우기가 아니었나?
정글에 이런 투자를 할 필요가 있나?
노가리는 결국 첫 번째 게임에서 고른 무난한 아라크네를 골랐다.
‘불안한데.’
정글에 저렇게 신경 쓴다는 건.
미드를 뭔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데.
미호에게 그렇게 투자할 이유가 있나?
잘 모르겠다. 일단 시간이 없다. 얼른 픽을 진행해야 했다.
“자. 다음 픽. 간다.”
모솔은 미드 라인 중에 가장 캐리력이 좋은 ‘춤추는 불 – 이그탄’을 골랐다.
솔리아와 비슷하게 불을 쓰는 화신이지만, 솔리아는 불보다는 태양의 초능력을 쓰는 인간이고.
이그탄은 인간보단 불의 정령에 가깝다.
이렇다 할 이동기는 없지만, 전장을 다 불태울 수 있는 포텐 넘치는 파괴력을 가진 존재다.
화르르륵!
픽을 마치자 모솔의 주변에 시뻘건 불꽃이 지펴졌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오! 모솔의 이그탄!”
“이야. 역시 사파 미드라고 할까요? 이그탄도 잘 쓰이는 미드는 아닌데요.”
“하지만 모솔의 솔리아만큼 유명하긴 하죠?”
“예. 신기하게 솔리아랑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잘 다루더라고요.”
이그탄은 모솔이 나름 자신 있는 픽이다.
한층 달아오른 분위기.
그러나──
거기에 찬물을 싹 끼얹는 픽이 이어졌다.
──쏴아아아아!
상대방 쪽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오오오오오오!
-우아아아아아!
-미, 미쳤다아아아!
모솔이 이그탄을 픽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거친 함성.
‘미친…….’
모솔의 눈이 갈 곳을 잃었다.
[고요한 파도 – 아쿠아]아쿠아라는 픽이었는데, 보다시피 물을 다루는 화신이다.
불을 쓰는 화신을 골랐는데 물이라서 당황한 건 아니다. 화신 간의 싸움에 속성별 상성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야! 공약 지킨 거라고 봐야 합니까!?”
“수영장파티 아쿠아! 대단하네요! 이게 미드 캐리다! 외치는 것 같네요!”
“이미 슈퍼 플레이죠?!”
그녀의 스킨이 문제였다.
하늘하늘거리는 푸른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속살들.
깔끔한 디자인의 푸른 비키니 외엔 더 이상 그걸 가리는 방해물 따윈 없었다.
-엌ㅋㅋㅋㅋㅋ
-모솔 패배…….
-누, 누나 졌습니다!
-“멈춰…… 아니, 머, 멈추지 마!”
-비겁하다 벌룬스타즈! 고! 맙! 다! 벌룬스타즈!
“……비, 비겁한. 이걸 진짜 한다고?”
모솔의 얼굴이 벌게졌다.
‘1세트에 수도승 하지 말걸 그랬나?’
수영장파티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할 만했을 것 같은데!
괜히 수도승을 먼저 보여줘서 눈도 못 가리고 저런 차림의 미호를 상대하게 생겼다.
‘……속옷 화보만 살 수 있었어도!’
모솔은 자신에게 수련을 허락하지 않는 규제에 통탄하며 이를 악물었다.
반면 중계진들은 표정이 활짝 폈다.
“이야~! 대단합니다! 근데 모솔 선수가 정말 수영장파티 스킨 때문에 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에이. 설마요. 그럼 진짜 모솔 인증이죠.”
팀원들도 설마 하는 눈으로 모솔에게 물었다.
“야…… 진짜 영향받는 거 아니지? 이거 연습 경기 아닌데…….”
“에이. 몇 번 상대해 봤잖아. 가능할 거야.”
“크, 크흠. 무슨 소리예요. 형들. 그냥 스킨일 뿐입니다. 게다가 전 수련을 했다고요.”
이어서 픽이 더 진행됐다.
[서리 궁수 – 레온]타코는 주저 없이 서리 궁수를 골랐다.
대미지가 그리 센 편은 아닌 픽인데…… 예전의 소맥 듀오라면 모를까. 지금 우리 바텀에게 저런 픽을 들고 라인전을 이길 순 없다.
아몬드가 라인전을 이기고, 괴물같이 커서 한타를 쓸어버리는 게 벌룬스타즈의 승리 공식인데.
어쩌려는 거지?
‘아……?’
모솔은 이제야 적이 그리는 그림이 그려졌다.
‘아쿠아랑 연계?’
왜 적이 정글을 굳이 먼저 가져갔고, 왜 아몬드에게 대미지가 낮은 유형의 원딜을 쥐여줬는지.
‘젠장.’
서리 궁수는 아쿠아와 연계되는 스킬이 있었다.
아쿠아가 물을 묻혀놓으면 빙결이 단 한 방에도 적용되었다.
릴에 몇 안 되는 연계 요소였다.
“아몬드 오빠랑 저랑 커플이네. 그쵸?”
미호가 씩 웃으며 아몬드에게 물었다. 실제로 서리 궁수 레온과 아쿠아는 커플 설정이다.
“음? 아…….”
무심코 옆을 쳐다본 아몬드의 눈이 잠시 갈 곳을 잃었다.
밴픽 때문에 집중하느라 이제야 수영장파티 스킨을 낀 미호를 본 거다.
‘시선 처리. 시선 처리.’
스캔들을 조심하라는 주혁의 말을 머릿속에서 100번 새기면서 최대한 미호의 시선을 피했다.
그냥 방송으로 몇 번 봤을 땐 괜찮았는데, 미호와 쌓인 친분이 있어서 그런가 꽤나 어색했다.
타코는 그런 아몬드를 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으하하! 뭘 부끄러워하냐? 아몬드!? 네가 그런 반응인 거 보니 이번엔 우리가 이겼다!”
“…….”
아몬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타코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타코도 미호 쪽을 추호도 쳐다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밴픽 끝났군요!”
어찌어찌 밴픽이 전부 끝났다.
“경기 들어갑니다아아아!”
하얀빛이 사방을 휘감으며, 주변의 풍경이 사라졌다.
* * *
전장 안에 들어간 후.
타코는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지면 그냥 지는 거야. 알지?”
리그전은 3판 2선이다.
타코의 말을 듣고 나니 새삼 현재 1:0으로 지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아몬드. 서리 궁수는 로밍, 운영형 원딜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도 모솔처럼 다른 라인 푸는 거다.”
잘 쓰진 않았지만, 이미 타코와 연습해 본 적 있는 조합이긴 했다.
타코의 피셔맨과 아몬드의 서리 궁수.
상대 원딜과 서포터를 죽이는 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드나, 정글 등을 침략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조합이다.
마치 미드라이너가 그러하듯이.
‘이거라면 미드만큼 영향력이 있을까?’
아몬드는 이걸로 과연 모솔을 막을 수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타코는 아몬드의 어깨를 짚더니.
“원딜러도 게임 전체를 캐리할 수 있어. 보여줄게.”
마치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한다.
하기야, 그 역시도 바텀 라이너로서 프로 인생 전체를 보낸 자다.
이런 고민을 안 해봤을 리 없다.
‘역시 타코 형에게 밴픽을 맡기길 잘했어.’
아몬드는 타코가 이런 한계를 고려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타코는 역시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한 발 앞을 보고 있었다.
아몬드는 이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가자.”
“예.”
전장을 뛰어가는 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