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7화
74. 로밍(2)
“일단 아쿠아라는 픽에 주목을 해야겠습니다.”
분석관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시작하려 했으나, 킹귤이 약 올리듯이 말을 돌렸다.
“아. 죄송한데.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모두가 다 주목 중입니다! 저걸 어떻게 안 봅니까!?”
-ㄹㅇㅋㅋ
-안 보면 사람이 아니지ㅋㅋ
-여자인데 미호밖에 안 보임
-여자 저항력 맥스 찍은 존잘러 아몬드 형도 고개 돌린 걸로 이야기 끝났지.
관중석에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크흠…….”
분석관은 빨간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매섭게 노려봤다. 그는 게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것이다.
타코 팀의 아쿠아 픽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까.
“미호 선수의 비주얼이 화려한 건 저도 인정합니다만. 단순히 수영장파티 스킨이 있는 화신을 고르기 위해서 아쿠아를 고른 게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려 했던 겁니다.”
“예? 아쿠아에게 다른 전략적 요소가 있다는 겁니까?”
“그렇죠. 수영장파티 스킨은 시리즈로 출시된 거라 다른 화신들도 얼마든지 있었…… 킹귤 님?”
킹귤은 여전히 미호에게 시선을 못박아 둔 채였다.
분석관이 한 번 더 노려보자, 그제야 장난을 그만둔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렇죠! 아쿠아 픽이 갖는 의미가 있죠!”
캐스터가 놀란 듯 반문했다.
“그렇습니까?! 킹귤 님?”
“예. 아무리 그래도 모솔 선수가 모솔이어도, 챌린저인데, 아무 화신이나 골라서 비키니 입힌다고 지겠어요!?”
“지는 거…… 아니에요?”
캐스터가 정말 질 거라고 믿는 듯 반문하자, 관중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물론 채팅창에서도.
-엌ㅋㅋㅋㅋㅋ
-아니 캐스터님 진심으로 안 될 거라고 생각 중ㅋㅋㅋ
-솔리아를 많이 하는 게 이렇게 위험합니다. 여러분.
-근데 진짜 안 될 수도…….
-10분 후: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아쿠아 픽은 분명 의도된 전술이 있어요. 일단 서리 궁수와 피셔맨 픽과 관련이 깊습니다.”
“예?! 갑자기 바텀이요?”
“예. 바텀과의 연계를 고려한 픽이에요. 아몬드의 능력을 지구 끝까지 빨아먹겠다는 거죠!”
캐스터는 맞냐는 듯 분석관을 돌아본다. 그는 빨간 안경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리궁수와 아쿠아의 연계.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릴에 몇 없는 화신 간 연계 요소입니다.”
“아. 그렇죠. 아쿠아의 물이 묻으면, 빙결이 더 빨리 되죠?”
“그렇습니다. 설정상으로도 둘이 연인관계이기도 하고요.”
“아아아아! 부럽다! 아몬드!”
킹귤이 또 끼어들었고, 관중석에 다시 웃음소리가 퍼졌다.
“부인분이 보고 계실 텐데요.”
“읍!”
분석관이 기어코 부인 이야기를 꺼내자 킹귤은 그제야 입을 닥쳤다.
덕분에 분석관이 말을 편하게 이었다.
“서리 궁수는 ‘로밍형’ 원딜러예요. 대미지가 높다기보단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아군을 지원해 주는 성격이죠. 근데 아까 미드에 있는 아쿠아랑 연계가 좋다고 했죠?”
“아~!”
캐스터가 이제 알았다는 듯 무릎을 탁 친다.
“아몬드와 타코가 미드 로밍을 주로 가겠다는 거군요!?”
“그렇죠.”
로밍(Roaming).
직역하면 돌아다닌다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 게임에서의 의미도 그대로다.
자기가 맡은 라인 외에 다른 곳도 돌아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아~ 확실히 서리 궁수라면 로밍이 수월하죠!”
모든 화신이 로밍에 수월한 건 아니다.
마법사 계열 화신이 암살을 할 수 없듯이, 이 로밍도 특화된 화신들이 정해져 있다.
그중 하나가 서리 궁수였다.
“그렇습니다. 서리 궁수는 ‘아이스 보드’라는 스킬이 있는데. 이게 얼어붙은 바닥에선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스킬입니다.”
“그렇군요. 미드와 바텀 사이는 ‘강’이 흐르고 있죠? 여기를 이용해서 미드로 가는 전략이군요!”
“맞습니다.”
로밍은 우선적으로 이동속도가 빨라야 한다.
순간 속력이 아니라, 장거리 이동속도가 빨라야 한다.
라이너들의 제1 임무는 자기가 맡은 라인의 포탑이 깨지지 않게 하는 것인데, 로밍이 너무 오래 걸리면 포탑이 공격받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몬드 저번에 연습 경기에서 서리 궁수를 골랐을 땐, 이 아이스 보드 스킬을 아예 안 쓰더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오늘은 써야 할 겁니다.”
일전에 아몬드는 서리 궁수 스킬 중에 아이스 보드를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활용해 내야 한다.
이번 게임에서 아몬드에게 주어진 임무는, 상대 바텀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 바로 모솔을 터뜨리는 거였으니까.
“솔로이즈백은, 모솔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타코도 이걸 염두에 두고 ‘미드 부수기’조합을 고른 거예요.”
“와…… 그렇군요?!”
“한마디로!”
부인 이야기에 한참을 침묵하던 킹귤이 드디어 끼어들었다.
“벌룬스타즈는 아예 모솔만 두들겨 패기로 작정했다는 겁니다! 모솔을 부순다! 처음부터 그 생각밖에 없었던 거라구요!”
“아~ 미드 부수기! 이거 모솔 님 덜덜 떨리겠는데요!?”
“예! 지금 아몬드 선수. 바텀 라인을 엄청 강하게 푸쉬하고 있죠? 상대가 미니언을 먹기 벅찰 정도로요! 이게 로밍을 준비한다는 증거예요!”
[아몬드] [처치한 미니언 37] [맥주] [처치한 미니언 21]상대 원딜과 아몬드의 미니언 수급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아! 이게 로밍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예! 전선을 일단 적진 쪽으로 쭉 밀어놔야, 미드로 한번 들렀다 올 시간이 생기거든요!”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진짜 매섭게 몰아붙입니다? 자칫하다간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서리 궁수는 분명히 대미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화신인데.
이상하리만치 상대가 밀리고 있다.
상대가 미니언을 먹으러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서면 곧바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퍽! 퍽! 퍽!
이리저리 휘어서 꽂혀오는 화살 세례에, 상대는 감히 앞으로 나서질 못했다.
“아! 맥주 선수 숨도 못 쉽니다!”
“아몬드 선수! 아까보다 실력이 뭔가 더 오른 것 같은데요!?”
“독이 바짝 올랐어요! 한 판 진 게 열받나 봅니다!”
해설들의 말대로, 란으로 진행하던 라인전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가해졌다.
“아무래도 란은 초반이 강한 화신은 아니고, 서리 궁수는 초반에 세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몬드 선수. 제가 쭉 봤는데…….”
분석관은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망설였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된 것이다.
“……오른손을 너무 안 쓰는 플레이가 많았거든요. 특히 란을 플레이할 때요.”
“아. 봉인된 흑염룡 뭐 이런 건가요?”
“음…… 그런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아! 부상!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 그런 건 아니어야 할 텐데요?”
“어쨌든 지금은 서리 궁수를 쓰면서 일단 양손을 다 활용하고 계시고요. 그 때문에 퍼포먼스에 차이가 나는 거라고 봅니다. 워낙 활에 정평이 나 있기도 하죠.”
크흠.
분석관은 잠시 헛기침 후에 화제를 전환했다.
“어찌 됐든, 지금 이렇게 밀리면, 결국 모솔 선수가 힘들어집니다.”
“이대로면 져요!”
해설자 둘의 확언에 캐스터가 물었다.
“그럼…… 솔로이즈백은 어떻게 대처합니까?”
“아마 정글러가 와야죠.”
“아 말하는 순간 옵니다!”
“역시. 만만한 팀은 아니죠?”
* * *
솔로이즈백의 정글러.
노가리의 ‘거미여왕 – 아라크네’가 열심히 바텀을 향해 뛰고 있었다.
[야. 야. 숨 막혀 죽겠다!] [아 시바! 아몬드한테 화살 쓰는 놈 주지 마! 차라리 란이 낫다!]소맥 듀오는 보이스에 전세라도 낸 듯 계속 징징대었다.
[아!! 간다고! 가!]덕분에 노가리는 계획된 동선도 무시하고 죽어라 바텀으로 뛰어야 했다.
짜증 나지만 별수 없었다.
‘쟤네도 저게 최선이겠지.’
솔로이즈백 팀 전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노가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노가리 본인은 코피까지 터뜨리면서 게임을 했더랬다.
‘지금 결실을 맺을 때야.’
그는 상대를 끈끈하게 고정할 수 있는 거미줄 뭉치를 말아 쥐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상대는 도망칠 수단이 있다.
‘그물 끌어오기를 아몬드한테 써서 끌고 가겠지.’
수풀에 숨어서 각을 보고 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숨어서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곧바로 뛰었다.
“어!”
“갱킹 왔다!”
역시나.
상대가 바로 반응한다.
휙!
노가리는 힘차게 거미줄 뭉치를 든 손을 휘둘렀다.
“아! 노가리 선수! 지금 던지면 타코가 아몬드 선수를 그냥 끌고 갑니다!”
“예. 피셔맨은 아군도 그물로 잡아서 끌고 갈 수 있거든요? 엄청 빠르게요!”
[그물 던지기]촤악!
타코가 던진 그물이 아몬드를 감싸더니, 쑥 끌고 간다.
기이이이익!
엄청 빠른 속도로.
이게 피셔맨 픽의 장점 중 하나였다. 피셔맨만 뒤에 빠져 있으면 원딜은 아무리 앞에서 나대더라도 한 번은 살 수 있는 셈이다.
[아, 뭐야! 빗나갔어?!] [좀만 천천히 던지지!]아라크네는 씩 웃으며 거미줄 뭉치를 들어 올렸다.
[페이크다.]아까 던진 동작은 페이크였던 것이다.
아몬드의 눈이 커다래졌다.
‘당황했군.’
노가리는 자신이 완전히 그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물에 끌려가는 아몬드에게 거미줄 뭉치를 던졌다.
그물로 끌려가는 동안엔 동선이 정해져 있다. 예측 샷을 던지기가 너무 쉽다.
그런데──
그물에 끌려가는 중에 아몬드가 활시위를 당기는 게 아닌가?
──푹, 푹!
연이어 두 발이 적중하면서, 잘 날아가던 거미줄 뭉치가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뭐…… 이런…….’
에임이 좋은 원딜러들의 특권이긴 했다.
이런 투사체 형식의 스킬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것 말이다.
‘아니, 근데 그물에 끌려가는 중에 이럴 줄 누가 알았냐고.’
근데 그물에 질질 끌려가는 중에도 성공할 줄은 몰랐다.
-우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가리도, 아몬드도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노가리는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웠다. 어떻게든 안 될까?
[야! 그냥 튀어!] [각 안 나와!]소맥 듀오는 이제 그냥 돌아가라고 말렸으나.
[한 번만 더 해보자! 막트! 막트!] [마, 막트?]한 번만 더 해보자.
릴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이, 노가리의 머리를 꽉꽉 채웠다.
[상대 정글러…… 어딘지는 알아?!]그 때문에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자기가 ‘광대 – 레커드’를 골랐을 때 가장 잘하던 플레이를.
갱킹 오는 상대를 역으로 잡아먹는 역갱킹이다.
퍼엉!
하얀 연기 틈으로.
“짜──잔!”
갑자기 튀어나온 우스꽝스러운 광대 가면.
딸기슈터다.
“오빠 안녕!?”
딸기슈터의 근육질 몸매에 광대 가면을 씌워놓으니 소름이 쭉 돋았다.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헉. 이 씨! 발!”
헛숨을 들이켜며, 방향을 틀었으나.
푹!
도망가려는 아라크네의 뒤통수에 큼지막한 칼이 꽂혔다.
[백스텝!]광대의 패시브. 백스텝 효과가 터지면서, 체력이 뭉터기로 빠져나갔다.
아라크네는 곧바로 뒤돌아 반격하려 했으나.
그에 놓칠세라 아몬드의 화살이 순식간에 허리에 박혔다.
연이어 두 발이다.
[빙결]허리가 얼어붙어, 몸이 안 돌아갔다.
“뭐, 뭐 이리 빨라?!”
서리 궁수의 화살이 한 번에 두 발씩 날아온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쉬이이익──
게다가, 두 발이 끝이 아니었다.
──퍼억! 퍽!
머리에도 두 발, 추가로 박힌다.
[빙결]머리에 두 발을 맞으면 짧게 기절한다.
서리 궁수의 대미지는 별거 없으나.
“오빠 오늘 등 조지는 날이야!?”
그사이에 광대의 칼이 수도 없이 뒤쪽을 난도질했다.
체력이 밑바닥을 기었다.
그때를 기다렸단 듯이 아몬드의 화살이 머리를 꿰뚫었다.
푹!
노가리의 시야가 흑백으로 물들었다.
[퍼스트 블러드!] [망나니 용사 → 노가리]막타까지 원딜러에게 성공적으로 양보된 것이다.
* * *
“아아아아아! 이게 뭔가요!”
“딸기슈터! 저 선수 진짜 무섭네요! 오빠라뇨! 노가리 선수는 저런 헬창 여동생을 둔 적이 없습니다아!”
“가끔 저런 컨셉을 잡는다고 합니다! 저도 같이 소름이 끼치네요!”
“근데! 솔로이즈백?! 이건 대형사고죠?”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이 벌룬스타즈는 미드 부수기 조합이고, 그 미드 부수기의 핵심이 아몬드, 타코인데…… 아몬드가 킬을 먹었죠?”
“이럼 망한 건가요?”
“모솔 선수가 솔로킬 내면서 터뜨리지 않으면 망합니다.”
“아 그런데 지금 이상하게 아무런 소식도 없죠?”
그랬다.
중계진이 바텀 교전에 집중하는 동안 미드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챌린저와 플래티넘의 대결치고는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킬은 없었고. 그럼 미니언 차이라도 벌리고 있나요?”
“아마 미니언 차이는…… 어?”
[미호] [미니언 처치 81] [모솔] [미니언 처치 85]미호는 모솔과 꽤 비슷한 수준으로 라인전을 진행 중이었다.
“거의 같습니다?!”
“이거 뭔가요! 진짜로 수영장파티의 힘인가요!!”
-모솔 쉑…… 진짜 안 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와 수영복으로 카운터가 되는 챌린저가 있다!?
-어휴 씹ㅋㅋㅋ
-와 이게 진짜 된다고???
-솔직히 미호가 앞에 저러고 있으면 어케 이김ㅋㅋㅋㅋㅋ
“이러면 솔로 이즈백이 어떻게 이기나요! 모솔이 이 팀의 희망인데요!”
“아……! 말씀하시는 순간! 아몬드와 타코! 지금 성소에서 바텀으로 안 가고 있습니다! 바로 미드로 갑니다!”
설상가상.
킬을 먹고 아이템을 갖춘 아몬드와 타코가 미드로 향하고 있었다.
“큰일이네요! 솔로이즈백 입장에서는요!”
“모솔 부수기 들어갑니다! 모스트 솔리아입니다! 여러분! 괜히 상처받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