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8화
74. 로밍(3)
릴에서는 상대 계약자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
만약 뭔가 수상한 일을 계획 중이라면, 미세하게라도 움직임에서 티가 나게 되어 있으니까.
특히나 챌린저 정도의 눈썰미라면 어지간한 건 다 알아챈다.
바로 지금 미호가 보여주는 것 같은 수상한 움직임을 말이다.
“미호 선수가 움직임이 딱 봐도 수상한데요? 모솔 선수! 눈치채야죠!
“불가능합니다! 미호 선수 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수영장 파티 스킨이 이 정도의 힘인가요!?”
모솔의 눈은 미호 쪽을 보지도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니맵에서 아몬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 * *
치이이이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아몬드.
이제 슬슬 이 스킬에 익숙해졌다.
[아이스 보드]물길을 얼리면서 나아가는 아이스 보드 스킬이다.
아쿠아가 지나간 길은 물이 생겨서 아주 수월하게 나갈 수 있었다.
휘이이잉!
머리칼을 휘날리는 바람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혼자서 너무 앞으로 가는데?!]타코의 보이스가 들려온다.
[늦게 가다간 놓쳐요. 모솔이 눈치채면 도망가니까.]아몬드는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
조금 후면 소맥 듀오가 상대 바텀이 보이지 않는다고 콜을 할 테니, 그 전에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여기서 모솔을 잡아야 경기를 굳힌다.’
1세트 같은 꼴을 당하기 싫었다.
[근데 혼자서 되겠어?]타코의 질문에 아몬드는 잠시 침묵했다.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인가.’
이런 로밍 플레이를 혼자 시도하는 건 처음이다.
하나, 아몬드의 답변은 간단했다.
[어차피 당기고 쏘는 건 똑같죠.]처음이든 두 번째든 어차피 활을 당기고 쏘고 상대를 맞히는 것의 반복일 뿐이다.
그것만이 주어진 현실이고, 나머진 다 내 머리가 만들어내는 허상, 붕 뜬 이론에 기반한 불안에 불과했다.
눈을 감고, 실재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그의 손이 활을 꽉 움켜쥐었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칼 밑으로 보이는 표정이, 한결 안정되었다.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저 멀리, 시원하게 파인 미호의 등이 보인다.
아몬드는 대답과 동시에 화살을 입에 물었다.
이 단 한 발이 이번 게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모솔 부수기’의 핵심이다.
[쏠게요!]미호의 손이 특유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아쿠아 밤(Aqua Bomb)]동그란 물방울이 여러 개 생기더니 모솔을 향해 쏘아졌다.
퍼어엉!!
퍼엉!
투사체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피하기 매우 힘들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모솔은 물방울 중 하나를 맞았다.
‘양념은 됐고.’
아몬드는 물로 흠뻑 젖은 모솔을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그 상태로 조심히 입에 물었던 화살을 스트링에 노킹했다.
딸깍.
미리 화살을 입에 물어놓은 덕에, 손의 움직임이 최소화되었고 보드의 균형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집중해.’
목표물을 노리는 그의 눈에 고요가 깃든다.
스트링이 입술 위로 얹어지고, 오른손은 마치 공중에 고정된 것처럼 미동도 않았다.
숨소리조차, 관중들의 함성도 사그라들었다.
치이이이이…….
보드가 얼음 바닥을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소리만이 귀를 먹먹하게 잠식했다.
그리고 점점 목표의 인영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몬드는 보드의 방향을 조절했다. 미호와 자신을 겹치게 두기 위해서.
잠시 풍경이 갸우뚱했다가, 다시 똑바로 선다.
그 순간.
‘지금.’
그의 오른손이 조용히 시위를 놓는다.
* * *
──쉬이이이익!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묘한 바람 소리.
모솔이 그걸 눈치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뭐?!”
푹!
미호의 뒤에서 돌아 나온 화살이 빨려들어 가듯이, 자신의 관자놀이에 박힌다.
커브샷이다.
쩌저저적!
게다가 한 발 맞았을 뿐인데 전신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쿠아와 연계 덕이다.
‘대체 어디서……’
치이이익……!
저 멀리, 보드를 타고 등장한 아몬드. 그는 보드에서 뛰어내림과 동시에 화살 네 발을 뽑아 든다.
이제 균형 잡을 필요가 없으니. 마음껏 쏠 생각이다.
퍼버버벙!
화살은 전부 명중.
“으윽!”
모솔의 체력이 거의 25% 정도 거덜 나버린다.
생각보단 피해가 적다. 서리 궁수의 대미지는 낮은 편이니까.
하나 그것도 한참 동안 쏘아대면 얘기가 다르다.
‘빙결 언제 끝나!’
펑! 퍼엉!
모솔은 빙결이 걸린 2초 내내 화살을 더 맞아야 했고.
그게 끝날 때쯤엔…….
[아쿠아 룸]……꼬르르륵!
미호가 만든 거대한 물방울에 갇혀 버렸다.
“그러러러럵……!”
이걸로 또 3초간 아무것도 못 한다.
아몬드가 다시 신나게 그를 쏘아댔다.
퍼버버버벙!
[체력 12%]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는 체력…… 이라고 생각한 순간.
“허억. 허억. 이제 따라왔네!”
뒤늦게,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도착한 타코가 그물을 던진다.
[그물 속박]결국 피셔맨의 그물마저 걸렸다.
타코의 굵은 팔뚝이 그물을 당기기 시작한다.
드드드득…….
그물에 걸려서 질질 끌려가는 모솔.
그사이에 아몬드는 다시 4개 화살을 빼 들어 연사했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놈을 쏘는 건 너무 쉬웠다.
한 발도 예외 없이 전부 머리에 명중.
퍼버버벙!!!
그와 동시에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린다.
“오. 됐──”
아몬드가 중얼거린 말은 이어서 터져 나온 함성에 묻혀 버렸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
-3경기까지 꽉꽉 채워어어!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너로 정했다아아! 망나뇽!!
관중석이 떠내려갈 듯한 음량이다.
그렇다. 벌룬 스타즈의 팬들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역전의 순간을.
모솔을 무너뜨리는 순간을.
* * *
“으아아악! CC지옥!!!”
킹귤은 마치 자신이 당하는 것마냥 몸을 배배 꼬았다.
“빙결에 물감옥, 그리고 그물까지 이어지는 연계가 아름답습니다!”
“챌린저인 게 무색할 정도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네요.”
“챌린저라고 해서 빙결 빨리 푸는 거 아니거든요!”
“그렇죠. CC에 장사 없다! 이건 진짜 모든 AOS 게임에 통용되는 명언이거든요!?”
“그나저나 아몬드 선수가 간만에 활을 잡으니 게임이 진짜 통쾌합니다?”
“그렇습니다. 서리 궁수로 저렇게 사거리 끝점으로 쏘는데도 정확하게 빠르게 맞힐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을 겁니다! 적어도 이 난트전에는요.”
“예. 첫발이 가장 중요했는데. 그게 너무 정확히 맞아버렸어요.”
“무엇보다 모솔이 그 화살을 못 본게 컸던 것 같습니다. 모솔 정도 피지컬이면 한 발 정도는 피할 텐데요.”
“일부러 미호 뒤에서 커브샷으로 쐈습니다. 모솔이 미호를 못 쳐다본다는 걸 이용한 거죠.”
분석관의 설명에, 킹귤은 이마를 탁 치며 탄식한다.
“아~ 잔인하네요. 이게 인싸들의 방식인가요!?”
“예?”
“지금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 있는 친구를 조리 돌림 하는 거 아닙니까! 여러 명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킹귤 개그맨이냐곸ㅋㅋㅋ
-ㄹㅇ…… 반에 좋아하는 여자애 가지고 놀리는 거잖아 이거…….
-미친ㅋㅋㅋㅋㅋ
-어? 근데 나 왜 눈물이…….
캐스터가 폭소하더니 받아쳤다.
“제 생각엔 킹귤 님이 제일 많이 놀리는 것 같은데요!”
“앗……”
-ㄹㅇㅋㅋ
-(들킴)
-예리하네
-???: 이래서 눈치 빠른 캐스터는 싫다니까?
레벨 5 타이밍에 기습 로밍 이후. 모솔은 조심하고 또 조심했으나…….
소용 없었다.
레벨 6 타이밍에 세 명이서 강신기를 쓰며 달려드는데…….
[빙산맥]콰드드드득!
아몬드가 만들어낸 빙산의 벽이 모솔의 퇴로를 막았고, 동시에 아몬드에겐 활주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미호의 강신기.
[해일]쏴아아아아……!
거대한 파도가 빙산의 벽에 가로막힌 모솔을 덮쳤다.
“그르르르륽……!”
숨도 못 쉰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여기에 다시 타코의 그물이 걸리고……
퍼버버벅!
이 사이에 최소 스무 발은 날아온 화살이 모솔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렸다.
[망나니 용사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이를 두고 해설진은 ‘일방적 폭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모솔의 데스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아! 모솔! 진짜 또 죽나요!??”
“이건 멘탈이 나가겠는데요!”
“마치 전 경기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퍼엉!
모솔은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늘 어디론가 날아가거나, 얼어붙어 있거나, 죽어 있었다.
-어…… 왜 내 학창 시절이 저기에……?
-모솔아 ㅠㅠㅠ
-모솔 그만 괴롭혀! 모솔 그만 괴롭혀! 모솔 그만 괴롭혀!
이미 힘을 다했음에도, 벌룬스타즈는 집요하게 모솔 쪽을 공략했다.
“아니 이건……! 지금 팀의 승리는 뒷전이고 모솔만 패는 거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이미 모솔을 더 죽이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도.
[오빠. 또, 또 가요?] [어.]아몬드는 단호했다.
[이, 이제 다른 거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냐. 이런 조합이랬어. 타코 형이.] [하하…… 내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아몬드는 조합 핑계를 댔지만, 누가 봐도 이건 1경기의 복수였다.
덕분에 모솔은 오늘 꿈에 나올 정도로 화살에 맞아야 했다.
“아…… 모솔! 지금 불의 정령이 아니라 고슴도치의 정령이에요!”
“이건 3경기까지 영향이 가겠는데요?!”
“인류…… 아니! 견과류 최강! 아몬드!”
“정말 세상이 야박합니다! 모솔에게 단 한 명의 여자 친구가 있었다면! 과연 이런 일을 당했을까요! 너무 억울합니다!!”
킹귤은 거의 모솔 빙의해서 통곡하듯이 말했다.
“반면 아몬드 선수는 딱 봐도 여자분들이 주변에 많을 것 같아서 더 화가 나네요!”
“킹귤 님 유부남이잖아요!”
“읍!”
해설자들의 우려대로, 모솔의 멘탈은 날아가 버렸다.
‘씨…… 씨바…… 나한테 왜 이래?’
그는 더 이상 전장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
팀의 중심이 사라지니, 경기는 자연스레 벌룬스타즈의 승리였다.
“아~~~ 쥐쥐!”
“이걸 벌룬스타즈가 다시 따라잡네요! 첫 세트를 진 팀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더 압도적이고! 일방적입니다!”
결국 성소가 터지고 게임이 끝났을 때쯤.
“모솔 선수 무려 12데스를 했군요.”
모솔의 데스 수는 무려 12회였다.
솔로 랭크에선 종종 보이는 횟수지만, 팀플이 빡빡한 이런 대회 형식의 경기에선 거의 나오지 않는 데스 수다.
게임이 제대로 터졌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이거 진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제대로겠는데요?”
“진짜 끔찍합니다.”
“일단 제가 모솔 선수면 커뮤니티 어플부터 지워 버릴 것 같네요!”
실제로 전장 밖으로 나온 뒤에도, 모솔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모솔 선수가 나이가 어리거든요. 솔직히 여기서 울어도 저는 인정입니다.”
“PTSD가 생길 정도예요. 이게 죽은 횟수만 열두 번이지 사실 암살 시도는 거의 서른여덟 번이 넘습니다! 정조대왕도 이 정도로 당하진 않았을 겁니다!”
-정조ㅋㅋㅋㅋㅋㅋㅋ
-모솔 왕세자였누 ㅠㅠ
-모솔이 좀 그냥 냅둬요!
-모솔아 힘내 ㅠㅠㅠ
-그래. 힘낼게.
-서른여덟 번까진 아니짘ㅋㅋㅋ
“서른여덟 번 확실합니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푸하하하.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지나가고.
“자! 스크림에서 거의 증명했으나, 여태 약팀들만 이겨와서 경기력 실전 평가가 어려웠던 벌룬스타즈! 그리고 스크림에선 약했지만, 강팀들만 이기면서 초신성처럼 날아오른 솔로이즈백! 둘이 교차점에서 만났습니다. 1 대 1입니다!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이어서 최종 결전! 잠시 광고 보고 오시죠!”
중계 채널에선 광고가 재생됐고, 선수들은 대기실로 사라졌다.
* * *
“이번에 좋았다!”
“와아아!”
미호를 포함한 다른 팀원들이 대기실에서 펄쩍 뛰었다.
풍선껌은 데구르르 대기실을 굴러다녔다.
아몬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침착함을 유지 중이다.
허나…….
‘속이 시원하네.’
1경기에서 고전한 모솔을 완패시켰다. 그도 사람인데 기쁘지 않을 리가 있나.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이번 승리는 의미도 커.’
더군다나 전략적 이득이 큰 승리를 거둔 판이다. 그간 해보지 않은 로밍형 플레이로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적들은 앞으로 벌룬스타즈를 상대할 때 신경 쓸 게 더 많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깔끔했어.’
아몬드도 이제 대강 거시적인 게임 흐름을 볼 줄 아는데. 그의 견해론 이번 게임은 피드백할 게 거의 없다.
“자, 이번 경기는 피드백할 것 없습니다!”
타코가 박수를 짝 치며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이번 게임이 정말 완벽했단 뜻이다.
“다음 경기도 비슷한 전략으로 가자. 저쪽이 대응 못 한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
아몬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타코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다.
턱.
타코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어때, 몬드야. 릴 재밌지?”
재밌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팀원과 호흡을 맞추며, 상대의 전술을 파훼하며, 전장을 누빈다.
이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요소는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이날 아몬드는 잠시나마, 양궁에 대한 걸 잊었다. 소연이에 대한 것도 함께.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어요.”
이날 3경기는 벌룬스타즈의 완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