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화
8. 암살 임무(4)
성을 지키는 병사는 전부 사라졌다.
이제 내부로 들어간다.
“들어갑니다.”
회랑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성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기습한 건데, 미리 기다리고 있군요.”
별생각 없이 중얼거린 아몬드.
-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좃비식 연출ㅋㅋㅋㅋ
-장비소프트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게 나름대로 게이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모양이다. 이런 게임을 해본 적이 없던 게 오히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 도움이 돼버린 것이다.
‘그나저나 저 성주가 보스인가?’
성주라길래 탐관오리 영주님처럼 배가 불룩 나온 아저씨일 줄 알았는데.
온몸을 감싸는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성주보단 기사에 더 가까웠다.
왠지 당장에라도 공격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카앙!
아몬드의 앞에 거대한 검이 꽂힌다.
스치기만 해도 뼈가 분질러질 듯한 무지막지한 검. 아니, 검을 흉내 낸 둔기였다.
“자네 혼자인가?”
성주는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 물었다.
저 거대한 검을 던지고도 아무런 힘든 기색도 없었다.
‘보스 맞나 보네.’
아몬드는 대답할 것도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
그런데 그제야 눈치챘다.
‘……어딜 때리지?’
화살을 꽂을 공간이 없었다.
성주가 입은 검은 갑주.
그것은 무지막지한 철 덩어리였다.
온몸을 철저하게 감싼, 칠흑의 보호막이었다.
아무리 신궁의 경지일지라도, 화살로 철을 뚫어낼 수는 없다.
-왜 안 쏨?
-쏠 공간이 없는 듯.
-????
-오우…….
-크로스 보우라도 쏴야 하는 거 아니냐.
-ㅇㅇ 활로는 안 뚫릴 듯.
꿀꺽.
아몬드의 목젖이 출렁였다.
긴장감이 한 차례 더 신경을 타고 흐른다.
‘안 뚫릴 것 같은데.’
그도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 앉은 저 검은 갑주를 뚫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
그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럴 경우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트릭이 있는 게 아닐까?
“헐…….”
철컥. 철컥.
그런데 트릭은커녕 기분 나쁜 쇳소리가 더 울려 퍼지더니. 3명의 기사가 더 등장한다.
성주와 같은 무장을 한 기사들이었다. 분명 갑옷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아몬드 입장에서 쏠 구석이 있진 않았다.
-와…….
-어쩌냐?
-드디어 죽나, 아몬드?
-이건 좀 힘들겠는데.
-둔기로 후려쳐야 하는 곳인 듯.
둔기?
아몬드도 잠시 고민이 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저 성주가 둔기나 다름없는 대검을 던져주긴 했으니까.
그러나 이내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이 상황에서 익숙지도 않은 무기를 써봐야 더 나아질 것 같진 않았다.
일단은 익숙한 무기인 활로 승부를 보고, 죽으면 그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관찰해 보자.’
모든 게임은 해법이 있다.
게임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이건 기본적인 규칙이 아닌가? 킹덤도 같을 것이다.
무기가 활이라고 게임을 진행하지 못한다면, 무기 선택을 만들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는 열심히 눈을 굴리며 성주와 세 기사를 번갈아 봤다.
그들은 천천히, 하지만 착실하게 아몬드에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쿵. 쿵.
검은 갑주들이 눈앞에서 거대한 검을 들고 걸어오는 장면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으아…….
-ㄷㄷㄷㄷ
-개무섭.
-일단 튀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한 번 죽어보는 것도 좋지.
-아무 데나 막 쏴 보셈!!!
아몬드보다도 되레 시청자들이 긴장한 듯했다.
아몬드 역시 긴장했었으나, 완벽하게 집중하자 긴장, 공포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의 눈은 고속으로 넷의 갑주를 관찰하고 있었고…….
“!”
그는 뭔가를 발견해 낸다.
성주의 투구와 기사들의 투구의 차이점.
‘고리다.’
기리릭.
그가 드디어 활시위를 메겼다.
그 순간.
“흐아아아!”
비교적 신사적인 걸음으로 다가오던 기사 중 하나가 기합과 함께 달려들었다.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긴 채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
쿵!
기사의 검은 애꿎은 대리석 바닥을 박살 냈고, 아몬드의 화살이 우측에서 날아왔다.
화살은 투구에 적중했다. 정확히는 투구의 정수리 끄트머리, 장식용 휘장을 끼우는 고리에 적중했다.
카아앙!!
요란한 쇳소리가 울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어?”
화살이 고리에 걸린 채로 밀고 나갔고, 투구는 그 힘에 딸려 올라가 벗겨졌다.
-와!
-X발, 저게 가능하다니.
-투구를 벗긴 거야!?
-저게 벗겨지네.
-활을 세게 쏘면 확실히 그럴 만한 힘이 나오긴 할 듯
-ㅋㅋㅋㅋㅋㅋ
-만화에서나 보던 검으로 옷만 삭 벗기는 그거 아니냨ㅋㅋㅋㅋ
-무쳤다!
-와! 미쳤다!
기사의 투구는 땅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거칠게 벗겨지며 얼굴을 긁고 갔는지, 드러난 기사의 얼굴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나이스.”
아몬드는 얼른 다시 몸을 구르며, 나머지 두 기사의 투구도 벗겨 버린다.
파앙! 파앙!
마치 농구 선수가 뒤로 몸을 날리며 슈팅을 하듯이, 그는 몸을 이리저리 던지며 화살을 슈팅했다.
-페이드 어웨이 도랏…….
-이제 진짜 미쳐 버린 거냐구, 아몬드…….
-어이! 닝겐이 아닌 거냐!
카앙!
두 발의 화살은 전부 나머지 기사의 투구를 벗겨냈다.
-근데 성주는 어떡함? 쟤는 좀 다른데?
-몰라.
성주는 같은 방법을 쓸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기사들도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죽어!”
훙!
거대한 검이 아몬드의 머리가 있던 곳을 베어 넘겼다.
그는 역시나 다시 땅을 구르며, 화살을 쏘았다.
파앙!
기사의 머리에 화살이 박히며 쓰러진다.
쿵.
그다음 기사 둘이 동시에 덤볐으나, 이미 거리는 꽤 벌어진 상태.
피융! 피융!
재빠른 두 번의 슈팅이 이어졌다.
치이이익…….
달려오던 힘을 못 이겨, 시체가 된 채로 아몬드의 발치까지 밀려온다.
그 둘의 머리엔 정확히 같은 위치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활 개사기누 ㅋㅋㅋㅋㅋ
-이게 활이지!
-키야아아!
-이제 성주는!?
그제야 성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법이군.”
아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그는 그가 그린 그림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러려면 주어진 시간은 단 10초.
피잉……!
그의 눈에 순간 푸른 이채가 스친다.
[스킬. 고속 연사. 발동!]앞서 세 명의 기사는 이 스킬을 발동시키기 위함이었다.
전원 헤드샷으로 처리했기에 가능한 전개.
-오오오오!
-맞네! 이게 있었어!
-근데 어쩌게……?
팍!
상현은 화살 통에 있던 화살 전부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화살로는 날 죽일 수 없네.”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성주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걸어오기 시작했다.
-대놓고 화살은 안 된대 ㅋㅋㅋㅋ
-활 챌린지 왜 함! ㅋㅋㅋㅋ
-NPC 오피셜 : 활 챌린지 하지 마라.
이때만 해도 아몬드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고속 연사가 된다고 해도, 활이 들어갈 구석이 없는 자를 상대로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아무도 그 ‘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봤어.’
상현은 스스로에게 되뇌며, 화살을 노킹하고 신중하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흡.
호흡이 멈춤과 동시에.
첫 발이 쏘아진다.
파아앙!
느릿하게 다가오는 성주에게 적중하는 화살.
그러나…….
캉!
굉음과 함께 튕겨 나갔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 그런 걸로는 소용이 없다고 했을 텐데.”
화살의 들이받는 힘 때문에 잠시 멈칫하긴 했으나.
성주는 다시 발걸음을 내디딘다.
“내가 거기까지 가면 자네를 가루로 만들어 죽일 거야. 내 성을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
캉!!
그런데, 미처 다음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화살이 날아와 때렸다.
“?!”
아까와 같은 부위였다.
같은 부위인 정도가 아니다.
1밀리의 오차도 없이 1차원 좌표상의 점을 똑같이 맞힌 것이다.
그 말도 안 되는 정확도의 공격은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카아앙!
캉!
카앙!
“이…… 이게 무슨 무식한…….”
아몬드가 바닥에 꽂아놓은 화살은 약 50발. 그중 3할이 순식간에 소진됐고, 그것은 전부 성주의 심장부, 정중앙을 강타했다.
“이런다고 뭔가 바뀔 것 같나!!”
성주가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오려 했으나.
아몬드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첫 발을 쏠 때와 같이, 똑같은 집중력으로 다음 발을 노킹(Knocking)하고, 드로우(Draw) 후 릴리즈(Release)로 연결시켰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다.
카아앙!
또 같은 점에 도달한다.
이제 반복이다.
화살을 메기고, 활시위를 당기고 놓는 그 과정이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반복된다.
파앙! 팡!
계속해서.
무수한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그것들은 전부 하나같이 같은 점을 향해 날아가 부딪혔다.
카가가가가강!!!
화살촉으로 용접을 당하듯, 갑옷에선 쇠 불꽃이 튀어 오른다.
-미친…….
-정확도 무엇…….
-도랏냐고 아몬드! 도랏냐고 아몬드! 도랏냐고 아몬드!
기리릭…….
마지막 화살을 노킹했을 때.
아몬드는 직감했다.
‘끝났네.’
카앙!!!
성주의 갑옷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
성주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그것마저 얼마 가지 못했다.
푹!
그 바로 뒤에 이어진 화살이 그의 심장을 깔끔히 관통해 버렸으니.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엄마 난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난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난 커서…….
-벌레 컷! 벌레 컷! 벌레 컷! 벌레 컷! 벌레 컷!
-무쳤다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오진다 진짜로
-오빠 나 숨 막혀!
-말 그대로 심쿵사 ㅋㅋㅋㅋㅋ
-성주 심쿵샄ㅋㅋㅋㅋㅋ
……채팅창은 몇 명을 밴해야 할 정도로 난리가 났고, 뒤이어 후원도 파도처럼 밀려왔다.
[화살촉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난 한 곳만 패] [가오가이거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내 드릴은! 하늘을…… 아, 이게 아닌가?] [만신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넌 내 혈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걸 이렇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같은 곳을 몇 번 맞혀야 갑옷이 깨지죠……?]쏟아지는 후원과 채팅을 보며 아몬드는 숨을 골랐다.
‘이번에도 해냈다.’
오전의 캡슐 트레이닝 훈련, 그리고 오후의 성 잠입 퀘스트.
충분히 지칠 법도 한 일과였지만.
퀘스트를 성공했다는 쾌감이 전신의 핏줄을 타고 흐르며, 다시 힘이 솟구쳤다.
그는 활기찬 목소리로 후원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대답했다.
“화살촉 님 감사합니다. 가오가이…… 그렌라간 아닌가, 하여튼 감사합니다. 만신 님 감사합니다. 혈맹이 뭐죠? 이걸 이렇게 님 세어보진 않았는데 한 40발 정도 맞히면 깨지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술술 쏟아져 나오는 후원 리액션 멘트. 이제 그도 꽤나 프로 방송인 같았다.
-오오오.
-아몬드 발전했엌ㅋㅋ
-머리에 또 화살 날리는 거 아니지?
-그거 안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ㅋㅋㅋ
-아아가는 이제 아가가 아니야.
아몬드가 능숙해진 건 분명했다. 어디까지나 적은 액수의 후원일 때는.
“자, 이제 에밀리아 영애께서 놀라는 얼굴을 구경하러…… 어?”
빠바바밤! 빰~!
우렁찬 트럼펫 소리와 함께 등장한 후원을 보고 아몬드는 얼이 빠져 버렸다.
[서지아 님이 무려 ‘30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멋져요!]도토리묵과의 합방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10만 원 이상의 후원이 터진 상황이다.
심지어 그 10만 원조차 도토리묵이 줬던 것이니…… 이건 사실상 최초의 고액 후원이다.
-오. 제발 닥쳐, 말포이.
-쒯.
-10만 원만 쏴도 방종인데. 30만 원이면 어떻게 되는 거냐?ㅋㅋㅋㅋ
-돌아버리겠넼ㅋㅋㅋ
-공중제비라도 돌면서 방종하냐?ㅋㅋㅋㅋㅋ
-서지아 님 저번 도토리묵 방송에서도 나온 사람 아님? 아몬드 얼굴 보고 잘생겼다고.
-금수저의 삶…….
-30만 원이면 무슨 방종을 할까…….
-미친, 방종은 왜 확정이야? ㅋㅋㅋㅋ
-절대 방종 하지 마! 절대 방종 하지 마!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아몬드가 어떤 괴랄한 리액션을 보여줄지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