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2화
76. 새로운 카드(2)
“이 ‘악의 혼령사 – 멜리’라는 화신. 꽤 간만의 등장이죠?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킹귤 님이 설명 한번 해주시죠. 뭘 중점으로 봐야 합니까?”
중계진은 잘 등장하지 않는 화신인 멜리에 대한 설명을 빠르게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관람할 때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 일단 당장 필요한 것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이 캐릭터…… 굉장히 어렵습니다. 수도승만큼 진입장벽이 있어요.”
“예? 수도승만큼이요?”
“예. 일단 거의 모든 스킬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들어가서요.”
“아~ 내 몸이 아닌 다른 뭔가를 움직여야 하는?”
“그렇죠. 그리고 이제 곧 라인전이 시작될 텐데. 이 캐릭터가 1레벨에 너무 약하거든요?”
“아. 그런가요?”
“사념체가 5기 이상 없으면 멜리는 쓰레기인데. 1레벨엔 사념체를 아예 못 뽑아요.”
“예? 그럼 어떻게 싸웁니까?”
“싸우면 안 됩니다!”
그린티배깅 쪽 관중석에 웃음소리가 퍼져 나간다.
“아니. 그래도 뭔가 기술이 있을 거 아니에요? 폴리스가 화신을 이렇게 만들 리가 없죠!”
“있긴 있습니다…… 령의 파동이라고. 대미지가 정말 별로인 기술. 권투로 잽 같은 거예요.”
“아…… 그렇군요? 근데 그거 좀 중요한 기술 아닌가요?”
“맞습니다. 권투도 잽이 기본이듯이, 이것도 령의 파동을 일단 잘 맞혀야 ‘사념’이란 게 생겨서 사념체를 소환하거든요? 물론 맞혀도 대미지는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아. 그래서 그런지. 지금 상대 라인에 선 양파 선수. 랭크는 골드인데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아주 잔뜩 화나 있어요!”
“그렇죠! 감히 상점픽으로 멜리를? 아주 본떼를 보여주마! 이런 거죠. 양파 선수는 심지어 1레벨에 준수한 대미지가 나오는 ‘전격 마법사 카이자드’를 골랐거든요. 자신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 *
미드 라인에 선 아몬드.
그가 보기에도 상대 미드라이너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럴 만했다.
대회에서 상점픽이라니. 이건 확실한 도발이다.
아몬드도 그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발은 저쪽에서 먼저 시작했고, 새로운 화신으로 실전 경험을 바로 쌓을 기회이기도 했다.
혼령사 멜리도 그 점이 의아했는지 묻는다.
〔계약자. 재밌다? 날 바로 전장으로 부르다니.〕
왠지 신나 있는 말투다.
〔언제 싸울 거야? 응? 근데 너 영혼을 다뤄본 적은 있어?〕
멜리가 뭔가를 가르쳐 줄 생각이 든 모양이다.
튜토리얼이 시작될 거다.
상점픽을 벌써 3번째 해본 아몬드이기에, 이젠 익숙하게 영상 튜토리얼을 진행했다.
〔령의 파동이라는 기술이야. 한번……〕
언제나 바로 사용해 보는 게 최고로 습득이 빠르다는 걸 습득한 아몬드다.
그는 멜리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우선적으로 시전해 봤다.
‘이렇게인가.’
우웅……!
희한한 감촉과 함께 뻗어 나가는 보랏빛의 연기.
슈웅!
그것은 어느새 아몬드가 뻗은 손의 방향을 향해 날았다.
〔오. 빠른데? 이제 내면세계에 집중해서, 령을 움직여봐.〕
아몬드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일단 움직이려고 해봤다.
〔처음엔 잘 안될…….〕
파직……!
날아가던 보라빛 파동에 스파크가 터져 나오더니.
휘이익!!
갑자기 우측으로 휙 머리를 틀었다.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마치 뱀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오! 너 뭐야!?〕
멜리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더니.
〔적응이 빠르잖아? 꺄하하!〕
멜리는 간만에 쓸 만한 혼령사를 찾았다며 팔짝 뛰었다. 물론 그녀가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그런 것 같았다.
‘이런 말은 그냥 화신들한테 탑재된 립서비스인가.’
아몬드는 늘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는 화신들에 대한 감상을 되뇌었고. 그사이 멜리는 자세한 스킬 설명을 덧붙였다.
〔이걸로 적 계약자를 때리거나, 미니언을 처치하면 ‘사념’을 얻어. 참고로 계약자를 때리면 3개나 얻을 수 있지. 사념은 사념체를 소환할 때 필요하니까. 나랑 놀 때 엄청 중요한 거야! 사념 하나당 사념체 하나.〕
계약자를 때리면 3스택.
미니언을 처치하면 1스택의 사념이 쌓인다.
후에 이것으로 사념체를 생산할 수 있다.
대충 이렇게 머리에 쑤셔 넣고 있을 때.
[미니언이 생산되었습니다.]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양파는 얼빠진 눈으로 저 멀리서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있는 아몬드를 쳐다봤다.
‘진짜 상점픽이야?’
아무리 내가 골드라지만.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피가 끓어오른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고, 양파의 눈에 결의가 깃들었다.
‘지옥을 보여주지.’
파직!
그의 손에 푸른 전격이 깃들었다.
그가 고른 화신은 전격의 마법사 카이자드.
마법사 형으로서, 1레벨에도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화신이다.
반면 혼령사는 1레벨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소환을 2레벨부터 배우니까.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
아몬드가 미니언을 먹으러 점점 다가온다.
혼령사를 고르는 바람에 키가 작아져서 꼭 중학생 정도로 보이지만.
맞추는 데에 방해될 정도로 작진 않았다.
양파는 곧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오버 차지]콰앙!
아몬드의 안면에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체력 87%]‘맞았다!’
역시 전격 마법은 피하기가 힘들다.
딜교환의 시작이 좋다.
“하하!”
양파는 일단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고 여기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두 팔을 들어 올려 카이자드의 유명한 대사 중 하나를 외쳐준다.
“파──워!”
-우아아아아아!
-우하하하!
-파──워!
관중석에서 반응이 온다.
‘피지컬 개쩐다더니만. 별거 아니네. 하긴 느려터진 혼령사로 뭘 하겠어.’
양파는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며 이제 미니언 골드 수급에 신경을 돌린다.
그때였다.
퍼엉!
갑자기 뒤쪽에서 기분 나쁜 감촉이 전해졌다.
“?”
뒤를 돌아봤으나, 당연히 아군 포탑과 미니언들만 있을 뿐이다. 지금 타이밍에 뒤에 적이 있을 순 없었다.
‘뭐야?’
그렇다면 아몬드가 쏜 공격이라는 건데.
‘령의 파동이야?’
그가 가진 공격 수단은 령의 파동뿐이다.
령의 파동이 뒤통수를 때릴 정도로 크게 돌아서 왔다는 뜻이다.
‘꺾이는 각도가 이 정도가 될 수 있어?’
양파도 령의 파동을 써본 적이 있지만, 꺾여 봐야 45도 정도다. 그 이상은 잘 안 돌아간다.
‘엄청 멀리 돌아오고 있나?’
그는 고개를 위로 더 세워 주변을 둘러봤으나, 딱히 크게 돌아서 오는 보랏빛의 투사체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저렇게 멀리서부터 돌아오면, 1레벨 령의 파동은 중간에 사라져 버릴 거다.
‘뭐야. 대체. 내가 놓친 건가…….’
펑!
그때, 턱 밑으로 충격이 들어왔다.
“켁! 켁!”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에 헛기침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당황스러웠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가 없다니?
[체력 89%]게다가 이제 체력 상황이 비슷해졌다.
1레벨엔 내가 훨씬 유리한데. 이러면 안 되지. 양파는 다시 스킬을 발동했다.
파지직!
[오버 차지]콰앙!!
아몬드의 앞쪽으로 강한 스파크가 튀면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체력 77%]제대로 맞진 않았는지, 만족스럽게 깎이진 않은 체력. 하지만 그래도 맞았다.
이렇게 계속 견제하면 된다.
‘아무래도 그냥 평타 견제도 해야겠어.’
평타.
스킬을 쓰지 않고 때리는 걸 말한다.
마법사형 화신의 평타는 ‘기본 마법’이다. 쿨타임도 없고 별 제약도 없는 대신 당연히 대미지는 별로 높지 않다.
파직!
양파가 날린 작은 스파크가 미니언들 사이로 들어가 아몬드를 가격한다.
휙.
아몬드는 신묘한 발걸음으로 가볍게 공격을 흘렸다.
평타는 오버 차지 같은 스킬과는 다르게 투사체도 느리고, 훨씬 작기 때문에 피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피했어? 다른 데 보고 있었는데?’
또다시 아래턱에서 뭔가가 가격해 들어온다.
──퍼엉!
시야를 가리며 퍼지는 보랏빛 연기.
‘이, 이런…….’
턱이 치켜 올라간 와중에도, 이번만큼은 그의 눈이 바닥을 노려봤다.
이제야 보였다.
‘미친. 바닥에서 기어오던 거야?’
아몬드는 령의 파동을 마치 뱀처럼 바닥으로 기어가게 한 뒤, 위로 휙 올려서 치던 거다.
‘이런 컨트롤이 된다고?’
양파가 눈치채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몬드의 시선은 전혀 바닥을 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찮은 대미지의 평타로 미니언이나 태평하게 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령의 파동을 계속 보내고 있는 거다.
‘또 온다.’
우우웅……!
이제 보인다. 바닥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보랏빛 연기.
저 보랏빛 연기로 이뤄진 뱀은 알아서 자의식을 가졌다는 듯이, 미니언들의 수많은 발길을 하나하나 피해가면서 천천히 다가왔다.
“흡!”
알고도 맞을쏘냐?
탁!
양파는 발을 박차면서, 피했다.
후웅!
그의 코끝으로 보랏빛 연기가 스쳐 간다.
‘피했…….’
피했다고 여겼던 그때.
휘익!
솟구쳐 오르던 보랏빛 연기의 머리가 양파에게 고개를 휙 돌린다.
혼령과 마주친 양파의 눈이 흔들렸다.
“씹…….”
퍼엉!
결국 안면에 적중한 령의 파동.
보랏빛 연기가 자욱이 퍼져 나갔다. 퉤퉤거리며 연기를 빠져나온 양파는 시야 한구석의 UI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잠깐. 내 체력이 언제 이렇게 된 거야?’
령의 파동, 분명 대미지는 별거 없는데.
야금야금 갉아먹은 체력이 생각보다 많았다.
너무 많은 공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우우웅……!
그런 중에도, 또 보랏빛의 영혼이 다가오고 있었다.
‘위, 위험해…….’
* * *
쿵!
킹귤이 탁자를 치며 일어났다.
“아니! 아몬드!!! 뭡니까!?”
“령의 파동이…… 무슨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캐스터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게 아몬드는 현재 령의 파동만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령의 파동은 사실 소환을 위한 매개일 뿐, 공격용 스킬이 아닌데도.
“혼령사는 사념체로 싸우는 화신이에요! 아몬드 님!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요!”
“아니! 그리고 양파 선수 체력이!”
“소환수 얼굴도 보기 전에 양파 선수 죽게 생겼어요!”
“아. 처음엔 1레벨에 유리한 상성으로 잘 압박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또 맞았죠!? 대체 뭡니까 이 멀티태스킹 능력은?!”
퍼엉!
양파의 주변에서 또 보랏빛 연기가 피어오른다.
펑!
퍼엉!
퍼어엉!
쿨마다 던지는 파동에 양파가 이리저리 치이는 중에도.
아몬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미니언만을 치고 있었다.
“양파 선수! 스킬 좀 피해요! 대체 몇 대를 맞나요!?”
“근데 아몬드 선수는 양파 선수한테 눈길도 안 주는데요!? 멀티태스킹이 이 정도로 된다고요?”
“이게 자기에게 없는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만큼 낯선 느낌인데. 상점픽으로 이게 됩니까!?”
자신에겐 없는 부위를 움직이는 감각.
아몬드에겐 익숙한 감각이다.
게다가, 그는 사실 점멸검의 강신기인 이기어검을 꾸준히 연습해왔다.
령의 파동이 더 유연하다는 걸 제외하면, 이기어검과 령의 파동은 그 메커니즘이 거의 같은 스킬이다.
물론 중계진이 그가 점멸검을 훈련해왔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아몬드 선수의 멀티태스킹이 수준급입니다!? 어떻게 상점픽 한 화신으로 이렇게 할 수 있죠!?”
“아! 양파 선수 그냥 뒤돌아서 도망갑니다!?”
“아까 그 패기는 어디 갔나요!?”
-와 ㅋㅋㅋㅋㅋ 소환도 못 하는 레벨 1 혼령사 상대로 도망ㅋㅋㅋ
-줄행랑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체력 5%]급격히 사라진 체력을 본 후. 양파는 다급하게 뒤로 돌아 뛰었다.
“그러나! 양파 선수 도망치는 판단조차 늦었습니다!”
“결국 맞습니다!”
그러나 중계진의 말처럼, 판단이 너무 늦었다.
결국 마지막 한 방을 허용하고 만다.
퍼엉.
[퍼스트 블러드!]털썩.
양파가 허무하게 쓰러진다.
“이걸 령의 파동으로 두들겨 패서 킬을 냅니까!? 진짜 기가 찹니다! 완전 바늘로 한 땀 한 땀 찔러 죽였어요!”
“아몬드!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킬을 낼 걸 알았던 겁니까!?”
제3자 입장에선, 아몬드는 가만히 미니언만 치는데 저 혼자 죽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때.
“아. 잠시만요.”
킹귤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았다.
“저는 근데 제가 양파 선수라면, 지금이 더 무서울 것 같습니다.”
“……예? 양파는 이미 죽었는데요? 죽은 사람이 뭐가 무섭나요?”
“지금 아몬드 선수가 레벨 2거든요!”
“아아아!”
이제 모아 놓은 사념으로 사념체 소환이 가능하다. 사실 이제부터가 혼령사의 진짜 전투 시작인 셈이다.
앞서 아몬드가 계약자를 맞혔던 횟수로 짐작건대, 꽤 많은 사념을 모았을 거다.
“아몬드 선수 대체 사념 몇 개나 쌓았죠? 이거 만약 20개 이상이면……!”
“20개 이상이면 어떻게 되나요?”
“포탑이 위험합니다! 여기서 게임 터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