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2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5화
77. 임시방편(1)
상점픽 후, 승리.
당연한 말이지만, 릴프로에서의 반응은 그야말로 최고조였다.
모솔과의 긴박감 넘쳤던 대결보다 대중들의 반응은 오히려 이게 더 좋았다.
상대에게 엄청난 굴욕을 안겨주는 이 전략이, 짖궂은 릴프로 유저들의 취향에 딱이었기 때문이다.
[령의 파동 실화냐?] [천 번 찔려 죽은 양파 ㅋㅋㅋㅋ] [아니, 상대가 골드라서 그런 거 같은데 이건 ㅋㅋㅋ] [이게 골드의 실체입니다. 챌드니 뭐니 했던 새끼들아 ^~^] [와 진짜 개병신이다 양파 ㅋㅋㅋ 거의 브론즈급] [무슨 영혼이 양파한테만 적중하누. ‘양’의 ‘파’동인데 이 정도면 ㅋㅋ] [양의 파동ㅋㅋㅋㅋ]1레벨의 혼령사로도 상대를 곤죽을 만들었으니.
그 이후의 흐름은 뻔했다.
게임을 터뜨렸다.
[아니. 저 사념체들 사실 살아 있는 거 아님?] [간악한 견과류 놈…… 결국 살아 있는 영혼을 데려온 거냐…….] [저거 내 영혼임. 아몬드가 내 영혼 뺏어감]그가 만들어낸 사념체의 개수에 이런 게시글이 빅프로를 가기도 했다.
[아몬드의 전여친들.jpg]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수도 없이 많은 사념체에 둘러싸인 아몬드 사진이 나와 있다.
-ㅁㅊ ㅋㅋㅋㅋ
-차이고 사념이 되어서 돌아왔누 ㅋㅋㅋ
-30년이 모자랄 것 같은 숫자인데? 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몇 명이야 대체
└병신아 한 번에 한 명만 사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너 같은 오징어랑 아몬드랑 같은 줄 아냐?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왜 진지해
└엌ㅋㅋ 맞짘ㅋㅋㅋ 아몬드가 연애하는 동안 오징어는 피넛이랑 술안주나 되라곸ㅋㅋ 엌ㅋㅋㅋㅋ
└역시 범인의 생각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넛츠펑크 세계관~ ^^
-ㅋㅋㅋㅋㅋㅋ뭔가 했네 ㅅㅂㅋㅋㅋ
-와씨. 나만 식겁해서 들어왔냐? 아몬드 진짜 전여친들 나온 줄 알았잖아!
-그나저나 아몬드 연애 몇 번이나 했을까…… 저 얼굴이면…… 부럽다…… ㅅㅂ…….
릴프로에서 이날 아몬드는 검색어 10위권에 계속 머물렀다.
심지어 경기가 없는 다음 날까지도, 계속 이 사건에 관련된 유머글이 올라왔다.
[사진 한 장으로 웃겨드림]이런 글에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양파가 ‘파──워’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움짤이 박혀 있었다.
-ㅋㅋㅋㅋㅋ 스킬 하나 맞히고 깝치더니 스킬 30방 처맞고 죽음ㅋㅋㅋㅋㅋㅋㅋ
-양파──워
-골드의 패기
└그냥 골드 패기
└ㅋㅋㅋㅋㅋㅋㄹㅇ
-그린티배깅 새끼들 닉값은 오지게 해 ㅋㅋㅋ 도발 전문가
└문제는 지들끼리도 그래서 팀플 터짐 ㅋㅋㅋ
뒤이어 이런 글도 있었다.
[피클좌의 예언들]들어가 보면 피클이 그린티에게 ‘누구나 계획은 있지. 처맞기 전까진’이라고 말하는 장면의 영상이었다.
그리고 ‘실수가 아니라 마수겠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외에도 다른 팀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상이 모여서 편집되어 있다.
-독설 매드무비 ㅋㅋㅋㅋ
-다시는 치즈버거에서 피클을 빼지 않겠습니다ㅠㅠㅠ
-그저 충신…… 충언을 했을 뿐인데. 매번 맞기만 하는 피클…….
-피클은 맨날 맞는 말만 하네. 처맞는 말
-게시물에서 빛밖에 안 보이는데요.
-빛클.
-망해가는 그린티배깅을 살릴 유일한 충신…… 피클니뮤ㅠㅠㅠ
처음엔 비호감이라고 욕먹었던 피클의 과거 발언들이 재평가받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몬드의 올튜브 채널 구독자도 크게 상승하여 이제 48만이었다.
-와 올튜브도 재밌네 ㅋㅋㅋ
-난트전에서 보고 구독하러 왔어영
-오 난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구독자 많구나 ㄷㄷ
-아몬드를 이제야 알다니…… 과거의 나 새끼 개병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는 잘 보이지 않는 ‘유입’들도 다시 꽤 보이기 시작한다. 난트전의 홍보 효과 덕이다.
“이대로면 50만은 무난하겠다.”
사람 없이 한적한 카페.
후루룩.
주혁은 따스한 커피를 들이켜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손목시계를 한번 흘끔거린다.
“언제부터 와 있었냐. 주혁아.”
뒤 쪽에서 중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혁은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아. 방금 왔습니다.”
“그래. 나는 잠시 주문만 하고 올게.”
잠시 후 마주 앉은 둘.
주혁의 앞에 앉은 사람은 캡슐 제조사 ‘다이버즈’의 대표 박형준이다.
늘 차가운 오피스에서만 있을 것 같은 그를 이런 한적한 카페에서 마주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박 대표는 오늘 일하는 날이 아닌데도 시간을 따로 내준 것이라, 이곳에서 보기로 했다.
“메시지는 전해 들었다. 나한테 바로 보내도 되는데. 뭘 또 직원한테 보내.”
“아니, 그래도…… 대표시잖아요.”
하하. 주혁이 사람 좋은 웃음을 잔뜩 머금으며 자연스럽게 추켜세워 준다.
“듣자 하니 그 친구가 평소 캡슐 사용에 다한 증상이 있다고 했고?”
박 대표는 혹시나 헷갈릴까 자신이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확인해 가며 물었다.
“그 때문에 우리 쪽에 맞춤형 완성 전까지 대여를 했으면 한다…… 라는 거네.”
“예.”
무미건조하게 조건을 확인하는 박 대표의 음성에 주혁은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카페의 음악 소리가 순간 꺼진 것처럼 심장 소리가 고막 안쪽을 두들겼다.
아무래도 아쉬운 소리를 하는 쪽이다 보니 그렇다.
맞춤형 캡슐을 받는 것도 분명 큰 혜택인데, 그사이에 상급 캡슐을 임대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니까.
‘정신 차려라. 김주혁. 어찌 됐든 광고 계약 관계야. 계약서도 썼잖아.’
상대는 아버지의 후배가 아닌, 다이버즈의 대표가 아닌, 광고를 주고 싶어하는 클라이언트 1명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요구해 볼 수 있었다.
상대의 후광에 괜히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
잠시 주혁과 눈을 마주친 박 대표.
그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솟았다.
“뭘 그렇게 긴장해.”
주혁은 당황하여 잠시 침묵했다.
어떻게 알았지. 주혁도 이런 일에는 상당한 프로다. 긴장한 티가 그리 날 리가 없는데.
“아버지랑 사이는 요즘 어떠냐.”
박 대표는 주혁과의 긴장을 잠시 풀려는지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사적인 이야기로 잠시 화제를 틀었다.
그 화제가 하필 아버지라는 게 별로였으나, 잠시 쉬어가는 건 싫지 않았기에 주혁은 곧바로 받았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자상한 듯 보여도, 사실은 아버지와의 관계로 자신과도 연결된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의 사람이다. 잠깐의 포근함에 속아서 그 핵심을 지워 버려선 안 됐다.
“음. 그렇구나. 말했듯이, 나도 처음엔 아버지와 갈등이 컸지. 지금은 잘 지낸다. 부자 관계라는 게, 생각보다 절대적이지도, 그렇다고 쉽게 끊어지지도 않지.”
“……예.”
“지금 갈등이 영원하지도, 후에 올 평화가 영원하지도 않다는 이야기다. 서로 노력을 해야지.”
“예. 하지만 저도 어느 정도 입지를 만들고 다시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래. 너처럼 욕심이 많은 놈이면 그렇겠지…….”
박 대표는 잠시 ‘이걸 말해야 할지……’라는 표정으로 고민했다.
주혁은 실로 당황스러웠다. 박형준이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게 낯선 것이다.
“네가 오해할까 봐 말은 안 했는데. 나한테 연락이 왔었다.”
“……?”
“아버지 입김으로 이런 광고가 들어가는 거라고, 오해할까 말을 못 했다. 그런 건 아니다. 물론 증거는 없다. 내 신용이 증거겠지.”
다이버즈 대표 박형준의 신용. 그 정도면 비즈니스에서 충분한 증거였다.
주혁도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음…… 네 생각처럼 강하지 않다는 거……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기도 하고. 왜 네가 아니라 나한테 말하는지도…… 알 거라고 믿는다.”
주혁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자신에게.
대체 왜지.
아직 별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말을 박형준의 입을 통해 듣는 게 왜…….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걸까.
“꼰대 같았네. 이제 다시 본론으로 가서, 그 캡슐 임대는 거절해야겠다.”
“……?”
순가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렇게 무 자르듯이 툭 거절해 버릴 줄은 몰랐다.
무어라 입을 열고 싶었는데, 방금 전만 해도 희한한 감정의 파도를 겪고 있던 터라 쉽게 머리가 돌지 않았다.
술수에 당한 건가, 생각이 들 무렵.
“우리가 만들어 놓은 기성 캡슐로는 이걸 도와줄 수가 없다.”
박 대표는 패드에 뭔가를 띄워서 주혁의 앞에 내려놨다.
“네 친구가 겪고 있는 문제를 담당 의사인 송 박사님께 데이터를 전해 받았고. 우리도 그 문제에 대해서 맞춤형에서는 해결을 해보려 하고 있어. 그 데이터에는 당연히 다한 증상도 있었고…….”
주혁으로서는 알아볼 수 없는 수많은 의학 용어들이 둥둥 떠다녔다.
“못 알아보겠지? 나도 그래.”
탁.
대표가 다음 화면으로 넘기자 이제야 알아볼 만한 게 나왔다.
“……여긴 애스턴 아닙니까?”
“그래.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성 캡슐 중에선 애스턴의 제품이 가장 네 친구의 상황과 맞았다. 당연히 해결책은 아니야. 해결책은 아직 이 세상에 나오질 않았다. 이게 ‘그나마’ 낫다는 거다.”
요약하자면 다이버즈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 중엔 상현의 컨디션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거다.
“애스턴의 제품을 우리가 지원해 줄 수는 없다. 우리나라 회사도 아니고…… 경쟁업체니까.”
당연한 말이다.
자사의 상위 작품을 공짜로 빌려주는 것과,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해서 빌려주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다.
“가격이 조금 나가겠지만, 만약 당장 필요하다면 단기 임대를 어디서 싸게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려주마.”
틱.
박 대표는 이미 그 임대 관련을 준비해 왔는지, 바로 다음 화면이 관련된 사이트였다.
‘가격이…….’
가격이 비쌌다.
‘생각보단 괜찮잖아?’
그런데 제품의 본 가격에 비하면, 아무리 임대라고 해도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왜 그런가 하니 연구 명목으로 구매하는 루트를 탔기 때문이다.
단기 임대로 했을 때는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어찌 됐든 절대적인 가격은 2~300만 원 선에서 해결되었다.
“송 박사님과 우리 법인 명의를 좀 이용하면, 이 정도 가격이다.”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가격대라는 뜻이다.
주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이,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는데…….”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네 아버지 덕이다.”
박 대표는 솔직하게 말하며 씩 웃었다.
“……감사합니다.”
주혁은 이상하게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이걸로 할게요.”
* * *
다음 날.
상현의 집엔 아침부터 기분 좋은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띵동!
‘……응? 뭐지.’
아침부터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상현은 아몬드를 한 그릇 가득히 담다 말고 대문 쪽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단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남자가 손을 흔든다.
“설치 기사입니다! 여기 유상현 씨 댁 맞죠?”
“아, 예. 맞는데…….”
무슨 설치요?
……라고 물으려는 순간.
뒤에서 주혁이 팡 튀어 나갔다.
“예! 예! 나갑니다!”
약 30분 후.
우당탕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설치 기사가 가볍게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끝났습니다. 여기 사인만 해주세요.”
상현은 그때까지도 새로 생긴 캡슐을 멍하니 바라봤다.
설치 기사는 기존에 있던 구형 캡슐은 메모리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고 싹 철거해서 가져가기까지 했다.
“와…… 뭐냐. 이거 벌써 맞춤형이 온 거야?”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멀었어.”
“엥? 그럼 뭔데?”
주혁이 자세한 뒷 이야기를 설명해 줬다.
다한 증상을 최대한 막아볼 수 있는 성능의 캡슐을 단기 임대로 가져왔다는 걸.
그런데 이상한게 있다.
상현은 이걸 결제한 적이 없잖은가?
“야. 이걸 왜…….”
주혁의 돈으로 해버린 것이다.
턱.
주혁이 상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첫 월급. 나한테 네가 얹어준 거에서 잘라 쓴 거야.”
주혁이 첫 월급을 받을 때 상현이 훨씬 더 많이 얹어준 적이 있었다.
리스크를 감내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아니, 그건…….”
그건 진짜 그냥 준 건데.
주혁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 중지를 올리며 뒤로 돌아 주방으로 갔다.
어지간히 쿨한 척을 한다.
“미친…….”
그 꼴을 보며 욕이 나왔으나. 동시에 주혁이 어떤 녀석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그는 절대 자기가 한 것 이상의 대가를 받지 않는다. 반대로, 절대 덜 받지도 않는다.
주혁이 돌려줘야겠다고 판단했다면, 존중해 주는 게 맞을 거다.
“아 맞다. 생일 선물은 이걸로 퉁친다!”
주혁은 다급하게 주방 쪽에서 고개를 내밀며 덧붙였으나.
이미 상현은 캡슐 안에 들어가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새로운 캡슐에 들어간 상현은 육성으로 감탄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지잉.
[Aston]일단 로고가 뜨는 것부터가 고급스러움이 넘쳐흘렀다.
[Plato 820s]현재 애스턴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 중엔 최상위 트림이었다.
‘근데 이게 다르긴 하려나?’
캡슐에 따라 퍼포먼스가 바뀐다는 말을 상현으로선 쉽게 믿긴 힘들었다.
그는 예전에 플레이했던 훈련 튜토리얼을 통해서 수치를 한번 재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