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3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0화
79. 벽(2)
레이나가 흠칫 놀란다.
〔미, 믿을 수가 없어…….〕
방금 전 플레이에 대한 레이나의 평가였다.
레이나가 이렇게 놀라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몬드조차 조금은 놀라고 말았다.
‘뭐였지.’
아몬드는 아까 일어난 현상에 대해 되뇌었다.
순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뭐지?’
아니,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은 느껴본 적 있다.
‘느리게 보이는 현상.’
홍차에게 기관총 난사를 당하기 직전.
잘못됐다 싶어서 온갖 집중력을 다 끌어올렸던 차에, 세상이 멈춘 듯이 느려졌다.
이전에도 몇 번 비슷한 감각을 느껴본 적은 있었다만…… 지금 이 느낌은 조금 달랐다.
그때는 아몬드도 주변과 똑같이 느리게 움직였다. 단지 의식만 빠르게 흘러갈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거 꼭 판타지아에서 튕기기 직전에 느꼈던 거랑 비슷한데.’
판타지아에서 ‘살아남아라’ 챌린지를 하던 때와 같았다.
주변은 느려지는데, 내 속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한 느낌.
그땐 이 느낌이 지속되기 전에 게임이 튕겨 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잠시나마 유지됐다.
‘설마 이게 더 좋은 캡슐이라?’
이게 캡슐 차이?
그런 생각을 하자, 아몬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역시 돈이 좋네.’
그는 다시 양손을 가볍게 휘둘러 풀며, 체력바를 살폈다.
단 5% 남은 체력.
‘어쨌든 큰일 날 뻔했다. 콤보가 안 쌓여 있었으면 내가 죽었어.’
아무리 판타지 게임이라지만, 기관소총의 난사력은 당연히 활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다만, 대미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레이나의 압승이었다.
30 콤보 이상을 유지해 온 레이나의 화살 대미지는 이론상 최강이다.
‘승기는 잡은 것 같다.’
약 20여 분이 지난 후.
승기를 잡은 것 같다는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승리]아몬드의 시야에 새겨진 두 글자.
결과는 벌룬스타즈의 압승이었다.
그 위로 관중들의 함성이 덮어진다.
* * *
“아!! 벌룬스타즈! 약팀들만 팬다는 오명을!! 레드카펫츠를 무너뜨리면서 씻어냅니다!”
퍼엉……!
오늘 성소가 두 번째 터지는 광경을 보게 된 홍차는 망연자실한 듯 자신의 로켓런쳐를 내려놓는다.
“아. 홍차 선수. 한 방 먹은 표정이죠!?”
“예! 오늘 원딜 대 원딜로 다 이겨 버렸거든요! 아몬드 선수가 참고로 다이아입니다! 저랑 같은 랭크거든요!?”
-킹귤쉑ㅋㅋㅋㅋ
-킹귤 언제 다이아 됨? 나락갔넼ㅋㅋ
-아몬드랑 랭크 맞추려고 다이아갔다는 게 학계 정설
-이제 어설픈 마스터보단 다이아가 더 낫지 ㅎㅎ
-아몬드에 묻어가려는 거 개킹받네 ㅋㅋ
“역시 다이아가 사실 가장 잘하는 랭크라는 거. 다시 한번 증명해 주신 것 같아서 기쁩니다.”
그 말에 캐스터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
“아니. 다이아가 제일 잘하는 랭크에요? 확실합니까?”
“그럼요! 프로 선수들한테 제가 다 물어봐도 다이아 4티어에서 게임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거든요!?”
-ㅁㅊ ㅋㅋㅋㅋ
-놀랍게도 팩트다
-팩트)다.
-그건 맞짘ㅋㅋㅋ
“자. 말씀하시는 중에, 딜 그래프 나왔습니다. 한번 보실까요?”
그래프가 뜨자.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오오오…….
중계진은 2세트 그래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건…….”
“레이나 열어주면 정말 큰일이 나는군요?”
“아. 홍차 선수. 자존심에 스크래치 좀 많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2세트는 홍차의 테러리스트, 보니와 아몬드의 레이나 구도였다.
서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주캐를 들고 싸운 경기였다.
당연히 다들 1세트와 같은 용호상박의 게임을 생각했었다.
“2배나 차이가 나는군요.”
-와 ㅋㅋㅋㅋ
-헐.
-아몬드 딜량 뭔데
-게임이 터져서 어쩔 수 없지 않나?ㅋㅋ
아몬드와 홍차의 딜 차이는 무려 2배.
아몬드 쪽이 2배 더 많이 넣었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홍차 선수가 불리한 와중에 딜을 못 넣은 게 아니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홍차 선수 딜도 나쁘진 않습니다. 물론 평소 보여주던 보니의 캐리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중간에 멘탈이 흔들린 게 보였습니다.”
“반면에 아몬드는…….”
중계진의 평가는 이러했다.
아몬드의 딜량은 압도적이었고, 경기 컨디션도 최상이었으나.
홍차는 중간부터 멘탈이 흔들려 버린 게 눈에 들어왔다. 평소의 기량이 다 나오지 못했다.
“물론 그 멘탈을 흔들어놓은 게 타코와 아몬드가 해낸 일이니까. 당연히 이건 아몬드 선수의 압승이라고 봐야 합니다. 멘탈 핑계는 안 통해요.”
“그것도 실력의 일부죠. 이 게임이 원래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원딜간의 기량 싸움에서 아몬드가 홍차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게임이었다.
“그렇죠. 이 게임은 바텀부터 터져서 망했던 거거든요?”
모든 스노우볼의 시작이 바텀에서의 더블킬이었다. 마침 그 장면이 다시 리플레이로 재생되고 있다.
한 명당 20개가 넘는 개체 수로 나뉘는 타깃을, 초고속으로 활을 당기면서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이 피지컬.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대미지.
“다시 봐도 안 믿기는 속도에 정확성입니다…….”
레몬은 말 그대로 눈 뜬채로 당했고.
홍차는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같이 딜을 퍼부었으나. 딜 차이는 심각했다.
“콤보가 너무 많이 쌓인 상태였어요. 홍차 선수가 딜 계산을 못 할 만큼요.”
“예…… 레이나는 특성상 자기 화살에 콤보가 쌓이니까. 다른 타깃을 연이어 때려도 콤보가 그대로 이어지거든요? 아까 홍차를 처음 때릴 때 이미 30콤보였죠?”
“그렇습니다. 그 상태의 레이나와는 싸워선 안 됐는데. 홍차 선수가 기관소총 대미지를 너무 믿었습니다.”
“뭐, 아슬아슬한 차이이긴 했습니다. 계산의 영역이 아닌 것 같았어요. 설마 레몬을 때릴 때 한 번을 안 빗나가고 30콤보가 쌓였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하하하! 아, 근데 커뮤니티에 이런 말이 돌더라구요?”
킹귤은 한번 호쾌하게 웃다가 이어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레이나가 사실은 사기다? 그냥 릴을 접으세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직접 해보면 입 봉인됨
분석관이 끄덕이며 동의한다.
“레이나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사기 맞습니다. 근데 저렇게 할 수 없게 만든 화신입니다. 레이나 설계가 잘못된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캐스터도 한술 얹었다.
“그렇죠! 아몬드를 너프하세요! 폴리스 여러분! 저도 레이나 가끔 한다구요!”
-캐스터님 데협이었어?!
-데협선언ㅋㅋㅋ
-헉ㅋㅋㅋ
-데협은 어디에나 있지. 네가 모를 뿐.
-데미안 협회 최고 아웃풋 ㄷㄷ
“그렇죠. 아몬드 너프…… 그게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 오히려 버프되고 있거든요?”
“예! 맞습니다. 기량이 계속 올라요!”
“아니. 믿기지가 않는데. 이거 저번에 그린티배깅 때 레이나 하던 것보다 더 잘하는 것 같죠?”
“아무래도 그때는 실전에서 처음 쓰는 레이나였고. 지금은 두 번째거든요!”
“커플이 나란히 레이나한테 당했는데…… 혹시 이거 어떻게 보면 그린티 때문인가요?”
킹귤이 씩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린티가 밴을 열어준 덕분에 실전 경험을 쌓은 아몬드의 레이나가 더 강력해져서 홍차를 이긴 건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나쁜쉑ㅋㅋㅋㅋ
-홍차 이거 괜히 그린티 탓하는 거 아니냐?
-그린티 홍차한테 혼나겠당ㅋㅋㅋㅋ
-킹간질ㅋㅋㅋ
캐스터가 킹귤의 심술 궂은 질문을 정정한다.
“아몬드 선수가 그만큼 많이 실력이 늘었다는 거죠~!”
-무야호~!
-대체 어딜 봐서욬ㅋㅋ
-ㅋㅋㅋㅋ극한 직업 캐스터
-이걸 무야무야(호) 넘겨?
-포장지 찢어져요오오옷!
“아, 예. 아몬드 선수가 여러 시련을 거치면서 강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을 말한 겁니다. 꼭 그린티 선수가 보약이었다는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런 말이었습니다.
-보약ㅋㅋㅋ
-그린티야 도망가!
“그렇습니다. 우리 처음에 경기 시작할 때. 아몬드 선수가 홍차에 비해 스크림 데이터가 많이 낮게 나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근데 지금은 아몬드가 데이터 적으로 압승이에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짧은 시간에 기량이 상승한 걸까요? 아니면 혹시 캡슐 변경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 애스턴의 플라톤! 정말 그것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 * *
[……정말 그것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애스턴 사의 캡슐이 언급되자, 박 대표의 표정이 굳는다.
재떨이에 담배를 툭툭 털어내며 옆의 연구소장에게 말했다.
“이거 죽 쒀서 개 주는 거 아닌가 싶네.”
피식.
웃으면서 말하지만, 사실 웃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에 걸린 게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 그냥 저희 제품을 빌려주는 게 나을 뻔하지 않았나요?”
“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랬지.”
대표는 생각보다 쉽게 인정한다.
“근데 왜…….”
“그 매니저 하는 놈이 내 아는 형님 아들이야.”
“아. 들었습니다.”
소장도 들은 바가 있긴 했다. 지인이라고. 하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기억 저편으로 그 정보를 치워놓을 정도로.
왜냐면 박 대표는 인정에 휩쓸려 일에 영향이 가게 할 인물이 아니니까.
유일하게 그를 인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의 부인뿐이었다.
“그 매니저 하는 놈은, 저 아몬드라는 놈이 일단 잘돼야 다음 기회가 있겠더라고.”
“아…….”
“그리고 눈빛이 너무 간절한 거야. 친구 상태가 그리 좋진 않다는 것도 내가 눈으로 확인한 바가 있고.”
“그렇죠.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겠더라구요.”
“근데 거기에 대고 우리 제품을 차마 들이대기가 힘들더라고. 얼마 전에 형님한테도 다시 연락이 왔었거든. 잘 좀 해달라고.”
“그…… 그분이요?”
“그래. 흔치 않은 일이지. 후배한테 이렇게 뭘 부탁하는 사람이 아닌데.”
“아…….”
연구소장은 괜히 자기 아버지 생각에 코를 훔친다.
확실히 저런 식이라면 거절하기 힘들 거다. 박 대표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인 거지, 기계는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알려줬다. 그것도 거저인 가격으로. 뭐…….”
치익.
그는 연이어 담배를 하나 더 태웠다. 속은 조금 타들어 가는 모양이다.
“잘됐지. 노바가 저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거. 증명할 기회다. 정면 승부인 거야. 잘해보자고.”
박대표의 눈이 연구소장을 향했다.
이 정면 승부에서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대표가 아니라 자신이다.
“예!”
소장은 허리를 팟 세우며 대답했다.
‘그래. 대표님 말대로,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는 이번 기회로 애스턴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애스턴은 약점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애스턴도 아몬드의 상태를 호전시키진 못하지 않던가?
그들은 아몬드가 캡슐을 사용할 때마다 동의하에 데이터를 계속 받고 있었다.
애스턴은 인게임에서 아몬드에게 적절한 케어를 해주고 있진 못했다.
그저 기계의 괴물 같은 물리 생체 리듬 유지 기능이 그의 다한 증상을 완화시켜 줄 뿐이었다.
‘그래도…….’
지금 난트전이 시작하는 순간에도,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
소장은 그걸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는 역시구나. 애스턴 굉장하네.’
애스턴이 보여주는 인게임 퍼포먼스는 그 명성 그대로였다. 플라톤 라인은 그쪽에 특화된 게 아님에도 말이다.
‘하지만 다이버의 능력도 굉장해…… 저 퍼포먼스를 끝까지 끌어내서 사용하고 있잖아.’
만약 저 다이버가 노바의 최상위 맞춤형 제품을 쓴다면, 어떤 수치가 나올까.
연구원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레드카펫츠를 완파한 후.
벌룬스타즈의 기세는 파죽지세였다.
“이럴 수가 있나요!!”
“대체 뭡니까! 또 대규모의 사념체가 몰려갑니다!!!”
“제가 도미노즈였다면 미니맵에 우글거리는 저 점들만 봐도 어지러워 쓰러졌을 겁니다!!”
“아! 도미노! 닉값을 해버리네요! 우르르 무너집니다아아!”
“아몬드! 어떻게 점점 잘해지나요!?”
현재 중상위권이었던 도미노즈와의 대결.
역시나 2 대 0 완승.
그다음 대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 내가 사나 열어놓지 말랬지!! 아몬드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아!”
“안 죽어요! 안 죽어!!!”
“기량 차이가 너무 납니다! 팀원 전원이 노데스로…… 성소가 터지고 맙니다!”
“쥐쥐~~~!”
비어치킨도 2 대 0으로 이겼다.
이제 남은 경기는 딱 하나였다.
“일단 벌룬스타즈 플레이오프는 확정입니다!”
“이제 1위로 진출하느냐! 아니면 2위로 진출하느냐가 문제겠죠!”
“현재 승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최상위권 두 팀의 경기가 남아 있죠?!”
현재 순위가 적힌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1위) 고단백 14승 0패
2위) 벌룬스타즈 14승 0패
3위) 솔로이즈백 12승 3패
4위) 레드카펫츠 11승 4패
고단백과 벌룬스타즈가 공동으로 14승 0패다.
승점 차이로 고단백이 앞서지만, 이건 마지막 경기에서 어차피 결판이 날 터다.
* * *
이틀 뒤.
고단백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고단백 VS 벌룬스타즈]경기 시작은 오후 6시.
“들어갈게.”
“그래. 화이팅해라.”
상현은 5시 30분에 캡슐로 들어갔다.
상현의 캡슐이 다시 열린 건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슈웅.
“……하아.”
애스턴의 캡슐로 바꿨던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땀으로 젖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