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3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2화
80. 수영장 파티(1)
“오빠. 소감도 말해야죠?”
사실 할 말이 없어서 상황을 무마하려고 그냥 광고 멘트나 뱉은 건데.
어찌 됐든 미호는 소감을 듣기 전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상현은 잠시 고민했다.
소감? 플레이오프를 오게 된 소감이 뭘까?
잘 모르겠다.
다만 소감이라는 말을 단순 해석하여 정리해 보자면,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당장 머리에 떠올랐던 감상을 말하면 될 터다.
그런 거라면 바로 기억난다.
“소감은…… 그냥 빨리 고단백 팀 다시 만나고 싶어.”
“헉. 진짜?”
-오우 맨
-역시 ㄷㄷ 패기 쩐다 (얼굴이)
-캬~ 패기
-존멋……! (얼굴이)
“고단백 만나서 엄청 고생했잖아. 근데도 만나고 싶어?”
“응. 이번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빨리 만나서 이기고 싶어.”
-견과‘류’ 도발ㄷㄷ
-모솔은 그냥 패스?
-모솔 패싱ㅋㅋㅋㅋㅋ
“아, 오빠. 모솔은?”
“모솔?”
-???: 그런 게 있었나?
-뭐야 전혀 예상 못 했다는 듯한 표정ㅋㅋㅋㅋ
-진짜 누군지 까먹음??ㅋㅋㅋ
다행히 상현은 모솔이 누군지 까먹은 건 아니었다. 그가 가끔 정도 이상으로 주변에 무관심하더라도, 모솔은 기억한다.
“아. 모솔…… 기억하긴 하는데.”
“하는데……?”
“딱히 할 말을 생각해 두지 않았는데. 애초에 모솔이 올라올지 누가 올라올지도 모르는데.”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아몬드를 몇 개 더 집어 먹었다. 인터뷰를 끝마치고 싶다는 뜻 같았다.
“와아. 여러분. 보셨죠? 아몬드 오빠는 세상에 관심이 없어요!”
-미호 누나 모솔이랑 붙으면 수영복 다시 할 거예요!?
-우리도 아몬드한테 관심이 없어요! 미호 누나!
-홍차는 질문도 안 함???ㅋㅋㅋㅋㅋ
-홍차가 올라올 수도 있잖아!
미호의 개인 카메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컨텐츠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이제 끝~ 미야호~!”
미호는 평소 방송에서 쓰는 인사말을 쓰며 카메라를 꺼버렸다.
-미호 누나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ㅠ
-ㅠㅠㅠ
-가지 마!
* * *
미호의 촬영뿐 아니라, 트리비 팀에서 진행하는 촬영마저도 전부 끝난 후.
“와 다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시끌벅적한 인사가 오고 갔다. 상현은 알딸딸한 느낌으로 이곳저곳에 정신없이 인사를 한 후. 주혁이 데리러 온 차에 올라탔다.
“시청자 장난 아니더라?”
“어. 좀 흥한 듯.”
헝클어진 채로 뒷좌석에 기댄 상현이 씩 웃었다.
취한 와중에도, 방송이 잘돼서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네가 음주 방송도 처음이고, 야외 단체 합방도 처음이라 관심을 많이 받은 것 같더라.”
똑똑.
그때 창문을 누군가 두들겼다.
“아. 미호 씨.”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김주혁 씨 맞죠? 저 오 실장님 통해서 얘기 들었어요!”
미호가 주혁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며 뭘 건넨다. 디저트다.
“단 거 먹어야 숙취 잘 풀린대요!”
“아…… 감사합니다.”
“이건 가다가 졸지 말라고 졸음 방지 껌이에요.”
주혁을 위한 작은 선물도 있었다.
“이런 것까지…… 하하.”
주혁도 오늘은 별거 준비해 온 게 없는데. 매니저도 아닌 미호가 직접 이런 걸 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하나 이런 선물 공세가 단순히 붙임성이 좋은 성격에서 튀어나온 건 아니라는 걸, 주혁은 금세 알아챘다.
그는 미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이왔다. 넌지시 그쪽 주제로 질문해 본다.
“오 실장님 통해서 들었는데. 아직 매니저는 따로 못 구하셨나요?”
“네. 하하…… 딱히 인재가 없네요?”
미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한다는 느낌이다.
‘풍선껌 회사에서도 구하기 힘들 정도인가.’
풍선껌의 회사 정도면 매니저를 하나 더 뽑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다만, 믿을 만한 사람을 뽑는 건 어렵다.
그건 어느 회사를 가도 어려운 일이다.
주혁은 미호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자기더러 매니저가 돼달라고 하고 싶은 거다. 직접 말은 못 하고 둘러 말하며 자잘한 선물 공세를 하는 것일 터다.
“아, 근데…….”
미호는 뭔가 눈치가 보이는지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말했다.
“곧 계약도 끝이에요.”
“……예? 판타지아랑요?”
주혁은 미호가 뭘 암시하는지 알고 있었으나, 확실히 하기 위해 일부러 엉뚱한 곳을 짚어냈다.
역시나 미호는 그 미끼를 문다.
“아뇨. 파트너 스트리머는 계속 하는 거구요. 매니지먼트 계약이요.”
“아…… 그러시구나.”
미호가 풍선껌 엔터와 계약이 곧 해지된다?
재계약 의사는 없는 걸까?
“재계약 당연히 하실 줄 알았는데…….”
“아직 결정한 건 아닌데. 편하신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아.”
주혁은 놀랐다.
한마디로 주혁이 원하는 대로 유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 실장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고 계실 텐데…….”
오 실장은 풍선껌 엔터와 연줄이 있다. 퇴사 후엔 그쪽에 이사로 넘어갈 생각일 터다.
“안 좋게 끝내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미호는 그냥 그렇게만 말하고는 모자를 눌러 쓴다.
모자를 저렇게 눌러써도 모델 특유의 비범한 비율은 가릴 수가 없었다. 애초에 머리 색이 핑크색인데…… 거기에 모자를 써봐야 그냥 더 수상해 보일 뿐이다.
“저는 그냥 무인 택시 타려구요. 빨리 들어가세요!”
호다닥.
순식간에 사라지는 미호.
주혁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상현을 돌아봤다.
“데려다준다고도 안 했는데. 미호 님 생각보다 되게 웃기…….”
대답은 없이 숨소리만 울려 퍼지는 뒷좌석.
“……자냐?”
상현은 이미 잠든 뒤였다.
“후우. 복 터진 새끼.”
* * *
회식날이 지난 후.
플레이오프까지 남은 시간은 3일.
“오늘은 방랑 검객을 해볼게요.”
상현은 3일 내내 빠지지 않고 방송을 진행했다. 전업 스트리머로서 당연한 일이었다만, 그것뿐 아니라 전략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번엔 로프 어쌔신? 맞나요? 이거 해볼게요.”
그는 방송에서 최대한 많은 미드 화신들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죄다 상점픽이나 다름 없는 첫 게임이었는데도 수준급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그의 랭크를 계속 올렸다.
확실히 둘 다 잘한다는 전제하에, 미드로 플레이하는 게 원딜로 플레이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는 랭크는 다이아 1까지 올랐지만, 연승으로 인해 MMR 수치는 거의 그랜드 마스터급이었다.
덕분에 일반 솔랭에서도 그랜드 마스터급 미드와 붙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제가 원딜보단 미드를 더 못하네요.”
-당연한 거 아님?
-기만 멈춰!
-저보단 잘하시네요. 견과류 쉑아.
-이 정도면 개잘하는데요……ㄷㄷ
활을 쓰는 화신이 아니라면, 챌린저인 홍차를 찍어눌렀던 그 정도의 퍼포먼스는 나오지 않았다.
잘해봐야 비등비등한 정도였다.
이래서는 챌린저 미드인 모솔을 상대하는 것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폭풍 닌자는 그래도 좀 괜찮네.”
그 와중에 몇 번 해본 폭풍 닌자와 혼령사 멜리는 그래도 간간이 그랜드 마스터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좀 괜찮네 = 챌린저급
-그랜드 마스터 머리통 부수기 = 좀 괜찮음
-아몬드 기준 브실골플다마 = 안 괜찮음
-등호충들 번개를 몇 번 자르냐 대체;
익숙한 화신들은 괜찮고, 새로운 화신들은 별로였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게 있다.
“그냥 연습 부족이었군요.”
그냥 연습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기량이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다.
-연습이 필요한 걸 이제 알았냐??!ㅋㅋㅋㅋㅋ
-아몬드의 유일한 약점: 호두
-뭔 대단한 깨달음마냥 말하네 개 킹받게 ㅋㅋ
그가 아무리 10년간의 이미징 훈련으로 가상 현실에서 축복받은 피지컬을 얻었다지만.
아예 처음 쓰는 화신들을 숙련된 것처럼 잘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어떤 화신들은 스킬 몇 개를 아예 게임 내내 쓴 적이 없었다.
그만큼 비효율적으로 굴리고 있었다는 거다.
너무 많은 화신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하니까 벌어지는 일이다.
아몬드도 알고 있었다. 몇 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걸.
그럼에도 이런 훈련 방식을 택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와 근데 이제 화신 운용 폭이 엄청 늘었네……ㄷㄷ
-대체 몇 개를 하려는거임. 그냥 한두 개만 하지.
-아몬드야 처음부터 다 잘할 거면 우린 그냥 다 죽여 버리렴! 아이고난!
-이틀간 플레이한 화신 10개 넘지 않음? ㅋㅋㅋㅋ
아몬드가 원하는 반응들이 나왔다.
약점이 호두라는 반응 말고, 화신 여러 개를 쓴다는 평가 말이다.
‘타코 형이 이런 걸 노린거였지.’
상대는 밴으로 아몬드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크게 틀리지도 않았다. 실제로 밴 때문에 몇 번 고생하지 않았던가?
근데 이렇게 화신 운용 폭을 어지러울 정도로 넓혀놓으면 상대도 조금은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상점픽도 대회에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아몬드가 모든 화신들을 솔랭에서 한 번씩 다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아몬드가 제일 짜릿한 레이나 님이 무려 20만 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레이나 좀 해줘요. 이건 수고비.]다른 화신들을 위주로 하다 보니 예전 주력 화신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척.
아몬드는 이젠 꽤나 익숙한 동작으로 손가락 하트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 감사합니다. 아몬드가 제일 짜릿 님. 레이나 다음 판에 해드릴게요.”
-아이디 ㅅㅂ ㅋㅋㅋ
-아젤짜레 ㅋㅋㅋㅋ
-정보) 실제로 레이나가 했던 말이다
-당신은 데협들이 무섭지 않은 겁니까!?
-레입도 아젤짜레…… 어질어질하네요.
[후원이 제일 짜릿한 아몬드 님이 1만 원 후원해 주셨습니다.] [대회에서 수영복 파티 란 가능? 미화 님이랑 셋트뤀ㅋㅋㅋ]“수영복 파티…… 수영장 파티 말하시는거죠? 미화가 아니라 미호구요.”
-엌ㅋㅋㅋㅋㅋ
-딱 봐도 미호에는 관심이 없음 ㅋㅋㅋ
-수영복파티ㅋㅋㅋㅋㅋ 수영장 파티라고!
-본심이 앞에 나와버림ㅋㅋㅋㅋ
-수영복 파티 어지럽네 ㅋㅋㅋ
-미홬ㅋㅋㅋㅋㅋㅋㅋ미화원이냐고
혼자 방송만으로도 시청자가 이젠 안정적으로 2만 명을 웃돌고 있어서 그런가.
후원의 금액이 상당했다.
1, 2천 원 후원들은 묻혀 버릴 정도로 만 원 단위 후원이 많았다.
“근데 란이 수영장 파티 스킨이 있던가요?”
-ㅇㅇ있음
-금발 수영복 아몬드라니……ㅠㅠ
-근데 홍차네랑 하면 란으로는 힘들지 않아? 초반 너무 약해 ㅠ
-모솔이 올라올 수도 있지.
-홍차가 올라와도 미남계로 극복 가능
[후원이 제일 짜릿한 아몬드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진짜 해주는 거야!?]-1만 원으로 아몬드가 수영복을 입겠냐 ㅉㅉ 아몬드 50박스는 후원해 줘야 함
-그럴 리가 ㅋㅋㅋ
-놉!
-아줌마! 이제 그만해!
“음…… 고민이 되네요.”
아몬드는 턱을 쓸어내리는 허접한 연기를 하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어차피 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놀리는 것이다.
-수금박사;;;
-어이. 한번 그 길로 발을 들여놓으면…… 제로투까지 춰야 한다고!
-어차피 안 할 듯ㅋㅋㅋ
-고민되네요(2만 원이라)
아몬드는 웃으며 상황을 무마했다.
“안 합니다. 이제 이런 도네 그만하세요.”
그러나 상황은 걷잡을 수가 없이 커졌다.
[후원이 제일 짜릿한 아몬드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미션 ‘대회 때 수영장 파티 란 해보기’ 등록]후원자가 미션을 등록하면서부터인데.
[미션] [대회 때 ‘수영장 파티 란’ 해보기] [1만 원]이 미션금은 아무나 계속 등록해서 돈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띠링!
소리와 함께 곧바로 미션금이 5만 원으로 뛰었고.
띠링! 띠링!
연이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순식간에 10만 원…….
띠리리리리리링!
이어서, 방송이 끝날 즈음엔 180만 원을 돌파해 가고 있었다.
“음…….”
아몬드는 이땐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턱을 매만지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냥 처음부터 미션 실패 누를걸.’
괜한 방송 욕심을 부린 게 일이 커졌다.
“그 수영복…… 뭔지나 볼게요.”
어떻게 생긴지만 보고 결정하자.
그게 결론이었다.
-미친ㅋㅋㅋㅋ 결국 가냐!?
-엌ㅋㅋㅋ
-앗싸>~<
-와아아! 아몬드 수영복!!
-얼른 클립 짜깁기해서 뿌려!
-자~ 선수 입장~! 진행해!
* * *
그리고, 드디어 플레이오프 경기날이 다가왔다.
[솔로이즈백 VS 벌룬스타즈]올라온 팀은 모두의 예상처럼 솔로이즈백이었다.
“자. 솔로이즈백이 레드카펫츠랑 피 튀기는 5경기 접전 끝에 올라왔습니다.”
캐스터가 오늘 매치업 설명을 위해 운을 떼었고.
킹귤도 마이크를 잡았다.
“예! 그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마주하게 된 건 수영장 파티 미호군요!”
“그 정도면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는거 아닌가요?”
“아 그렇군요! 어쩐지 어제 모솔 선수가 진짜 코피 쏟을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구요!”
모솔을 제물 삼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소환한 킹귤.
시작부터 관중석엔 웃음 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밴픽에서 중계진은 깜짝 놀랐다.
“어?”
“와!? 이건 명백한 도발이죠!”
“이, 이렇게 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