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3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4화
81. 쉽지 않은 게임(1)
모솔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외쳤다.
“미드 란이야!?”
미드 라인으로 오는 란이었다.
“아니, 미친. 어떻게 된 거야? 님들? 어?”
하도 방송을 자주 켜던 터라.
모솔은 지금도 방송을 켠 줄 알고 무의식중에 채팅창을 찾았다.
그러나 그에게 사건의 전말을 말해줄 시청자들은 지금 보이지 않았다.
대회 규정상 오피셜 채널로만 시청할 수 있고 선수 개개인은 채팅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모솔은 스스로 되뇌어봐야 했다. 어디부터 이렇게 된 건지.
“……생각해 보면 애초에 픽들이 전부 바뀔 수 있던 거잖아.”
우선 미호의 아쿠아. 아쿠아는 서폿으로도 기용할 수 있었다. 특유의 제어 기술 때문에 꽤 유용하게 쓰인다.
타코의 망치 전사도 정글로 갈 수 있었다. 심지어 타코 본인이 자주 정글로 쓰던 픽이다.
딸기슈터의 독침버니도 말할 것도 없이 원딜로 갈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사람…… 원래 원딜이다.
‘어떻게 이렇게 완전 속았지?’
오히려 자신이 이런 가능성을 전부 배제해 버렸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란 때문인가?’
위의 모든 화신들과는 다르게, 란을 미드로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없던 건 아니다. 릴프로 통계에 1, 2티어로 잡히던 시절도 있었다. 몇몇 패치 후 사장되었으나, 유행이 돌고 돈다는 건 릴을 오래한 유저라면 누구나 안다.
‘란 미드를 생각 못 하니까. 아무것도 안 보인 거야…… 게다가 정신 사납게 수영장 파티까지.’
미호에게 속수무책으로 지고 나서 얼마나 많은 수모와 치욕을 견뎌야 했던가.
모솔은 이제 수영장 파티 스킨만 봐도 넌더리가 난다.
“빌어먹을 수영장 파티! 내가 여름에도 바다에 가나 봐라!”
그래. 수영장 파티 스킨 때문이다.
……라고 모솔은 생각해 버렸으나, 사실 타코가 연습 데이터부터 세밀히 조작한 탓이다.
벌룬스타즈는 플레이오프 때부터는 아몬드를 메인 미드로 쓸 생각으로 연습을 진행했었는데.
연습했던 거의 모든 화신들이 다른 포지션도 가능한 것들이라, 다른 팀이 봐서는 잘 알 수 없게 만들어놨다.
그래서 모솔도 무의식중에 아몬드가 란을 가지고 미드로 올 거라고까지는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아. 이거 큰일인데.”
미니언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무렵.
모솔은 슬슬 사태의 심각성이 체감됐다.
첫째, 우선 여태까지 미호 화보를 봐온 게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둘째로는, 아쿠아를 카운터 치려고 고른 폭파광이 쓸모없어졌다.
아니, 오히려 카운터를 당하는 느낌도 있었다.
폭파광은 긴 사거리가 장점인 캐릭터인데, 후반으로 넘어가면 란이 사거리가 더 길었으니까.
‘1~3레벨 승부 본다.’
그나마 폭파광이 확실하게 강한 건 3레벨까지다.
그 이후엔 란이 점점 유리해진다.
그전에 승부를 내도록 해보자. 모솔은 다짐한다.
* * *
‘진짜 몰랐다는 눈빛이네.’
아몬드는 타코의 전략이 이렇게 제대로 먹혀들어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연습 데이터까지 조작해야 한다는 말을 할 땐 너무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모솔이 저렇게까지 당황한 얼굴을 보니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런 차림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물론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지금의 차림새다.
수영장 파티 스킨 중에서도 알로하 셔츠를 걸치고 있는 팩을 골라 겨우 어찌어찌 가리긴 했지만.
상의를 거의 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대회는 자기 본체 아바타로만 진행되는데. 적을 신경 쓰이게 한답시고 골랐다가, 오히려 내가 더 신경 쓰일 수도 있는 스킨이었다.
‘다 같이 입어줘서 다행이야.’
그래도 팀원 전체가 수영장 파티로 분위기를 맞춰줘서 한결 낫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아몬드는 눈앞의 상대에 집중하기로 한다.
미니언들이 몰려온다.
그는 눈을 감고 형상화를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평소와는 다르게 하얀 마나가 아니라, 파란 물방울이 손에 모여들었다.
그래서인지, 권총이라기보단 물총 같은 디자인이었다.
“……되게 약하게 생겼네.”
어찌 됐든 위력은 비슷할 것이다.
이제 거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미니언.
그곳을 조준하며 아몬드는 충전된 순백의 결정을 날려봤다.
쏴아아아아!
시원한 바람 소리와 함께 물총 위로 물방울이 모여든다.
그리고…….
뿅!
“?”
이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방울이 쏘아졌다.
소리는 미약했으나, 충격은 그대로였다.
물총이 반동으로 위로 튕겼고, 머리칼과 셔츠도 바람으로 휘날렸다.
철퍼억!
파도가 후려치는 소리가 나며 미니언이 물살에 쓰러졌다.
-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그런데, 왜 벌써부터 환호성을 지르는 걸까.
* * *
“와 현장의 분위기가 엄청납니다!”
“그렇죠! 아몬드 선수가 한 발 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오네요!”
“쏠 때마다 셔츠가 휘날려서 그런 거 같죠?”
킹귤이 부럽다는 듯이 덧붙인다.
“이야. 저는 선수 시절에 저 정도 환호성 받으려면 펜타킬 정도는 했어야 했는데요.”
“예. 아무래도 킹귤 님과는 다른 점이 많으니까요!”
캐스터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넘겨 버렸다.
-ㅋㅋㅋㅋㅋ다른 게 많긴 해~
-일단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다…….
-엌ㅋㅋㅋㅋㅋ
-ㅉㅉ 귤이랑 아몬드랑 같냐?
“크흠…… 일단! 벌룬스타즈가 심리전에 이기고 들어갔다는 걸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그렇습니다. 저희도 이건 미처 몰랐죠. 란을 미드로 보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모솔 선수에게…… 미남계도 먹히나요?”
분석관의 사뭇 진지한 질문에 관중석에 웃음이 번졌다.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개소리하누 ㅋㅋㅋ
-엌ㅋㅋㅋㅋ
-그럴 리가 있냐 ㅋㅋㅋㅋ
“예?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제가 모솔 선수 방송을 몇 번 봤는데. 그냥 건강한 청년이에요! 모솔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보) 킹귤이 모솔을 가장 많이 놀렸다.
-???: 패도 내가 패
-본인에게 묻는 건가요?
“아뇨. 굳이 미호 선수가 수영장 파티를 꼈는데. 모솔을 상대하러 안 간다는 게 의아해서요.”
“글쎄요. 아마 모솔이 이제 극복했다는 걸 진짜 믿은 걸까요? 아니면, 제 생각엔 뒤의 경기를 대비한 게 아닌가 싶어요.”
“뒤에 경기요?”
“예. 고단백과의 경기가 있잖습니까. 일전에 리그전에서 만났을 때 미드에서의 격차가 너무 컸거든요.”
“아~”
“그걸 위해서 지금부터 아몬드 선수를 메인 미드로 돌리는 걸 연습하는 거죠. 대신 처음엔 서프라이즈로 미드 란을 넣은 거 같습니다.”
-우오 간만에 킹귤다운 분석
-래퍼 킹귤
-말 개빨라 ㄷㄷ
“아.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요. 모솔을 먼저 상대해서 실력을 끌어올린다는 걸까요? 그러면 평소 익숙한 화신인 란으로 먼저 미드를 가는 것도 나름 일리가 있네요!”
“근데 아몬드 선수 막상 모솔급의 선수를 미드에서 상대해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 * *
초반 미드 라인전은 이렇다 할 사건이 없었다.
어지간하면 교전을 선호하는 아몬드도, 이번만큼은 조심해서 플레이하고 있다.
‘초반 란으로는 서포터 없이 무리야.’
일단 란 자체가 서포터가 없이는 누구를 초반부터 혼자 죽일 수 있는 화신이 아니다.
괜히 요즘에 미드로 안 쓰이는 게 아니다. 충전과 방출이라는 특이한 공격 방식 때문에 초반 DPS가 너무 낮다.
초반에는 미니언에만 공격을 쏟아야 할 정도로 처참한 공격 속도다.
쏴아…… 펑!
쏴아아아…… 퍼엉!
쏴아아아…….
다시 마나를 손끝에 모으고 조준해서 쏘는 지루한 작업을 진행하던 중.
“치키챠!”
앞쪽에서 모솔이 요상한 소리를 낸다.
후욱.
아몬드의 얼굴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모솔이 폭탄을 던진 것이다.
‘시작된 건가.’
아몬드는 옆으로 뛰었다.
콰아앙!
그가 있던 자리에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른다.
[체력 96%]분명 피했는데, 대미지가 들어와 버렸다.
폭발형 피해라서 아예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 스플래시 대미지를 받는 것이다.
모솔의 견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키챠!”
또 요상한 소리를 내는 모솔.
아몬드는 빠르게 폭탄이 날아오는지 훑었으나. 그는 폭탄을 전혀 다른 곳으로 던졌다.
미니언 쪽이다.
퍼엉!
아군 미니언 3마리가 동시에 죽는다.
‘……속았네.’
괜히 피하려고 움찔했던 아몬드는 뻘쭘했다.
‘심리전을 거는 타입인가.’
모솔의 라인전…… 까다롭다.
확실히 솔랭에서 만나던 미드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심리전도 심리전인데, 스킬을 던지는 노하우가 상당했다. 어디로 피해도 조금은 대미지를 받도록 던진다.
이런 건 보고 배울 만한 것 같았다.
“치키챠!”
또 모솔이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요상한 소리를 낸다.
이번엔 진짜로 던졌다.
콰광!
아몬드는 이번에도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인상을 찌푸린다.
‘진짜 짜증 나네.’
치키챠 소리를 낼 때마다 움찔하게 만들 생각인 모양이다.
이럴 땐 차라리 같이 때려주면 좋은데.
[충전 32% 진행 중…….]게임 초반, 란의 느려터진 공격 방식으로는 무리다. 공격 효율이 너무 안 나온다.
‘4레벨만 찍자.’
아몬드는 4레벨을 기다렸다. 그때가 되면, 대미지로 찍어 누를 수 있다.
그러면서 꾹 참고 미니언을 향해 결정을 쏜다.
하나, 적 팀은 그처럼 참아주질 않았다.
* * *
“와. 바텀에서 지금 혈투가 벌어집니다!”
“탑에서도 서로 주고받고요! 풍선껌 선수 저번부터 아이언볼의 기세가 좋습니다!?”
옵저버의 카메라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다.
전력이 비등비등한 팀답게 레벨 1~3단계에서도 꽤 많은 전투가 벌어졌다.
“아! 결국 미호 선수 죽었네요!”
[퍼스트 블러드!] [맥주 → 미호]“소맥 듀오가 아무래도 합이 더 좋죠?”
“예! 계속 합을 맞춰왔으니까요!”
“오. 타코 선수! 그래도 탑에서 성과를 냅니다!”
[벌룬스타즈가 적을 처치했습니다!] [타코 → 노가리]타코는 탑에서 벌어진 정글과 탑 2 대 2 싸움에서 적 정글러인 노가리를 잡아냈다.
그러나, 이어서 풍선껌이 죽어버렸다.
[솔로이즈백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막걸리 → 풍선껌]“초반부터 피 터집니다!”
“이야 바로 복수가 되네요!”
“근데 의외로 미드가 조용하네요?”
“아몬드 선수가 약간 미니언 처치에서 밀리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이변은 없군요.”
[망나니용사] [미니언 처치 89] [모솔] [미니언 처치 97]“사실 이 정도는 밀린다고 보긴 힘듭니다. 란이 원래 미니언을 좀 많이 흘려요. 충전하고 쏘고 하는 방식이라…… 작년 패치 이후로, 서포터가 많이 도와줘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딱히 별 교전이 없는 이유도 그런 특성 때문이겠네요?”
“예. 레벨 4~5까지는 란은 수비적으로 플레이하고, 사실 모솔 선수가 공격적으로 찔러야 하는 입장인데. 지금 못 뚫고 있는 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란이 수비적으로 하는 겁니까? 폭파광에게 나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건 적어도 레벨이 4 정도는 되고부터입니다. 그때부터 란의 순백의 결정 대미지가 폭발하거든요. 멀리서 맞을수록 강해지는 메커니즘이 들어갑니다!”
충전과 방출.
오로지 이 두 개의 기술로 승부하는 란.
그런 만큼 이 두 기술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저절로 업그레이드가 진행된다.
2레벨엔 방출의 사거리 증가, 4레벨에는 쏜 거리에 비례해서 대미지가 최대 250%까지 올라간다.
한마디로, 멀리서 쏠 수 있고, 멀리서 쏠수록 큰 대미지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4레벨부터가 진짜 미드라이너로서 란이 활약할 시기라고 보면 되겠군요.”
캐스터가 정리하듯이, 이때부터가 란은 미드라이너로서 홀로서기가 수월해진다.
최대 사거리에서 한 발만 맞혀도 상대 체력의 30% 가까이를 깎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말을 하는 순간.
[적을 처치했습니다!] [막걸리 → 풍선껌]“아앗! 풍선껌 선수!?”
탑에서 솔킬이 재차 터졌다.
“풍선껌! 기억을 되찾은 겁니까!?”
그뿐이 아니다.
[맥주 → 미호]미호도 재차 죽었다.
“아…… 이거 벌룬스타즈 삐걱댑니다!?”
“이거 이러면 게임 힘든데요……!”
“정글에 서식하는 가성비 좋은 몬스터들을 솔로이즈백이 다 가져갑니다! 이러면 템 차이가 벌어지죠! 벌룬스타즈! 뭐라도 해야 합니다!?”
“지금 그나마 버티는 게 아몬드 선수인데…… 곧 레벨 4입니다. 뭔가 할 수 있을까요?
플레이오프라서일까? 몸이 덜 풀린 걸까? 벌룬스타즈에게 시작부터 쉽지 않은 게임이 되었다.
그러던 중, 아몬드가 드디어 4레벨이 되었다.
“아몬드 레벨 4! 뭔가 하나요?!”
“어…… 형상화를 굳이 다시 합니다?”
쏴아아아아──
뭔가 계획이 있는 걸까? 잘 쏘던 권총식을 버리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형상화를 시작했다.
그의 두 손을 휘감으며 물줄기가 만들어낸 것은, 바로 활이었다.
“간만에 활이 나옵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미니언을 조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