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3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9화
83. 히든 카드(1)
“게임이~~~ 끝납니다아!”
“쥐쥐~~~!!!”
퍼엉……!
굉음과 함께 적진의 성소가 터진 후.
그보다도 더 큰 소리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이번 경기의 주인공급이었던 아몬드를 연호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아아, 아몬드 선수. 연호가 나올 만도 합니다. 진짜 미친 에임에 미친 판단! 그냥 미쳤어요! 이 선수는!”
킹귤이 본인이 진짜 미쳐 버린 것처럼 고개를 마구 흔들며 말했다.
-아몬드! 아몬드!
-손 흔들어줘어어어!
-견! 견! 견!
“아 지금 온갖 구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견은 뭐죠?”
캐스터가 킹귤에게 물었다.
지체 없이 튀어나오는 대답.
“견과류의 견입니다.”
“엄청 잘 아시네요?”
“아…… 하하. 어, 어쨌든 이번 게임은 진짜 원딜 왕자님이 뭔지 보여주는──”
-와아아아아아아!
킹귤의 말은 갑자기 더 커져 버린 환호성이 묻혀 버렸다.
“뭐, 뭐죠? 경기 안 끝났나요!?”
“아. 아몬드 선수가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고 있네요! 선글라스를 벗고요!”
킹귤은 어이가 없었는지 잠시 침묵한다.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펜타킬을 했을 때도 이런 함성은 안 나오던데요.”
“늘 말씀드리지만! 아몬드랑 많은 점이 다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하누
-킹귤도 훈남이야!
-ㅠㅠㅠ킹귤니뮤ㅠㅠ
-‘많은 점이 다르십니다’ ㅋㅋㅋㅋㅋㅋ
킹귤은 잠시 헛기침을 뱉은 후. 다시 게임 결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여튼…… 벌룬스타즈! 대역전승이었죠?!”
“그렇습니다. 믿기 힘들 정도의 역전승입니다. 아무래도 프로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였죠.”
“예! 진짜 말도 안 되는 판단의 연속! 게다가 그걸 수행하는 정확도! 딱딱 맞아들어 가면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캐스터도 끄덕이며 다음 경기 흐름을 걱정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아, 근데 솔로이즈백. 괜찮을까요? 첫 경기 이렇게 지면 진짜 힘 빠질 것 같은데요?”
1세트의 여운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이제 슬슬 2세트로 관중들의 의식을 돌리려는 것이다.
킹귤도 데이터를 살피며 호응했다.
“그렇죠. 거의 다 잡은 경기를 졌거든요? 심지어 상대는 모솔을 놀리기 위해서 전원 수영장 파티 스킨이 있는 화신을 고른 거라구요! 상대의 즐겜에 자기의 빡겜이 당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면 멘탈 나갑니다! 모솔 선수. 그냥 싹 다 잊고 첫 경기다 생각하고 하셔야 돼요!”
“그렇죠. 어차피 3번 이기면 이기는 건 변함이 없거든요!”
중계진이 이번 경기에 대한 감상을 떠드는 동안.
관중들의 연호가 바뀌었다.
-껌! 껌! 껌! 껌!
처음엔 아몬드를 연호하던 사람들이, 이젠 껌을 연호한다.
“어……? 지금 껌 형을 연호하는 목소리인가요!?”
“예! 그만큼 이번 경기에서 엄청나게 활약했죠?”
“그렇습니다. 마지막 기적의 한타의 시작이었죠!”
그 숫자는 하나둘 늘어나더니, 어느새 벌룬스타즈 관중석 전체가 껌을 부르짖었다.
-껌! 껌! 껌!
-꺼어어엄! 꺼어어엄!
풍선껌은 당황하여 손도 흔들어주지 못했다.
단,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잘 떠나질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팬들은 이미 답변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껌 형!! 잘했어어!
-나 껌딱지 하길 잘했어! 으아아아!
* * *
일종의 세레모니(?)가 끝나고, 선수들은 전부 대기실로 이동했다.
중계진들에겐 딜량 그래프가 전달됐고.
이내 전광판으로 전송됐다.
-와아아…….
-미친…….
-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와. 이거 딱 두 사람이 눈에 띄네요?”
[모솔] [6.7만] [망나니 용사] [7.1만]“치열했던 경기이니만큼 딜량이 엄청나게 나왔죠?”
“그렇죠. 보통 솔랭에선 4~5만 정도의 딜량이면 가볍게 1위 하거든요? 이건 뭐…….”
“아몬드 선수는 특히나 지고 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저 정도 딜량이면 진짜 엄청난 거예요!”
그 외에도 받은 피해량에서 풍선껌의 데이터가 독보적이었는데, 이건 라인전에서 하도 맞아서 그런 거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웃음을 자아냈다.
“아. 물론 잘하긴 했어요. 특히 마지막 한타에서의 활약은 정말 앞에서 싼 똥이 다 용서되는! 그런 수준이었거든요?”
캐스터가 풍선껌을 대변하자, 킹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한타 때 활약 덕분에! 초반 똥은…… 아, 저건 그냥 영역 표시를 하는 거구나! 생각하면서 넘어가 줄 만했어요!”
-미친ㅋㅋㅋㅋㅋ
-트롤의 영역 표시 ㅋㅋ
-자기가 밥상 엎은 거 다시 차려놓음ㅋㅋ
“오. 그리고 지금 마침 ‘그 한타’ 리플레이가 준비됐답니다.”
“같이 한번 볼까요? 아까 경기 중에는 이 뒤에 흐름도 너무 빠르게 진행돼서 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리플레이가 재생됐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놓친 장면들이 느리게 재생되면서 더 잘 보였다.
특히 한타 직전 상황을 잘 볼 수 있었는데. 벌룬스타즈가 어떻게 이 역전의 한타를 설계해 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아. 풍선껌이 돌아가면서 감시 토템을 지운 위치에, 아몬드가 미리 자리를 잡고 있네요?”
“아~ 한참 전부터 저 자리에 있었네요. 그 말은 이 한타 자체가 제대로 설계된 거라는 거죠?”
한타에서 가장 주요했던 게 아몬드의 저격 포지션이었다.
그보다 완벽한 자리에서 저격을 할 수가 없었는데. 아몬드는 우연찮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풍선껌이 그 자리에 있던 감시 토템을 지우면서 지나간 것도 우연이 아니며, 팀적인 움직임이었다.
“아, 풍선껌 님. 이것도 나름 활약이네요. 여기서 감시 토템을 자연스럽게 지우면서 지나가서, 상대 팀은 아몬드 선수를 아예 못 본 채로 한타를 열었어요?”
“그렇습니다. 이게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는군요.”
그리고, 그 뒤 상황이 재생된다.
풍선껌이 적진의 뒤에서부터 굴러가 대규모 전투의 시작을 알렸던 그 장면.
-캬 여기가 명장면
-전설의 시작
-다시 봐도 지린다.
“아. 여기서부터군요.”
“풍선껌 선수의 이니시에이팅이 예술이었습니다!”
이니시에이팅(Initiating). 문자 그대로 시작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릴에선 보통 전투를 시작하는 걸 두고 이니시에이팅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탱커들이 이 역할을 맡는다.
적이 원하지 않는 시간에, 우리 팀이 원하는 시간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다.
이니시에이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판도가 180도 바뀌어버린다.
그림 같았던 한타가 다시 한번 줌인 되어 재생되는 순간이었다.
“크! 진짜 예술이죠!?”
“이걸 풍선껌 선수가 했다고 누가 믿겠습니까!? 아이디 가리면 거의 팝콘 선수 아닙니까!”
중계진은 풍선껌의 방금 플레이를 현재 최고주가를 달리고 있는 프로 탑라이너 ‘팝콘’에 빗대기도 했는데.
시청자들은 전혀 인정 못 했다.
-???: 선넘네…….
-……?
-뭐요?
-아~ 킹귤 님 방송 팝콘으로 옮기신다구요?
“그리고 주목할 점이, 아몬드 선수 지금까지도 강신기를 안 켜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최적의 때를.”
-ㄹㅇ이네
-와 ㅈㄴ 침착하네 ㅋㅋㅋ
-나였으면 바로 켜서 아무 데나 난사함ㅋㅋㅋ
“풍선껌의 강신기가 4명에게 적중하고. 그때서야 키는군요!”
“예. 정확히 각이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렸어요. 여기서부터죠!”
아몬드가 한 명 한 명 조준해가며 요격하는 장면이 재생됐다.
각도를 다르게 하고, 한껏 줌을 더 당겨서 보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됐다.
“하나! 둘! 셋! 네엣! 크~ 쿼드라킬!”
“마지막 킬은 풍선껌 님이 장식하셨구요!”
“펜드라킬! 이라는 클립이 벌써 돌아다니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껌형 ㅠㅠ
-앗…… ㅋㅋㅋ
-펜드라 ㅠㅠ
* * *
다시 대기실에 모이게 된 벌룬스타즈.
풍선껌은 대기실에서 아몬드를 마주치자, 바로 달려가 사과했다.
“아…… 몬드야. 미안하다. 내가 펜타 뺏어서.”
“진짜 괜찮아요. 형.”
벌써 세 번째 하는 사과에 아몬드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당시에 아몬드가 저도 모르게 침묵해 버린 게 풍선껌에겐 정색한 것으로 비쳤던 모양이다.
딱히 정색한 건 아니었다.
그냥 할 말을 잃은 것일 뿐이었다.
“오빠 이제 큰일이야. 몬드 오빠 게임 뒤끝 쩌는데. 모솔 죽일 때마다 치키챠! 하는 거 못 봄? 심지어 마지막에 모솔 죽일 때도 치키챠 했을걸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니다~”
“아니야. 내 생각엔 했다니까?”
“몬드야 했어?!”
풍선껌이 미호에게 묻자, 미호는 아몬드 쪽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거짓말에 동참해 달라는 거다. 풍선껌을 놀려먹기 위해서.
그런데 되레 아몬드가 뜨끔한 표정이 되어 있다.
“……?”
일순간 침묵이 흐른다.
아몬드는 슬쩍 시선을 피한다.
‘뭐야. 진짜 했어?’
‘진짜했나 본데?’
미호와 풍선껌은 서로를 쳐다보며 서로 당황했다.
“크흠.”
아몬드는 괜한 헛기침을 하며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아까 수영장 파티 스킨에 있던 선글라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나, 다행히 부끄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짝! 짝!
“자, 자. 플레이오프는 작전타임이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세트 사이에 시간이 짧습니다. 빠르게 피드백 몇 개만 할게!”
타코가 피드백을 진행하러 왔기 때문이다. 그의 표정이 다급해 보였다. 이번 경기는 피드백할 게 많았다.
초반에 지다가 후반에 기적처럼 역전한 게, 보는 사람이야 즐겁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그리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초반에 뭔가 큰 실수가 있었다는 거니까.
시간이 없으니, 큰 실수들만 짚어내는 타코.
“여기서 껌 형이 시야를 안 먹어놨어. 그게 좀 크게 굴러갔고…….”
“미호는 서폿이 아직 익숙지 않은 게 티가 나네. 이때 들어갔을 때 감시 토템을…….”
“몬드는 이 타이밍에 한번 나랑 같이 내려가 줬으면 게임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었다. 미드는 게임 전체를 봐야…….”
몇 마디 하기도 전에 포탈이 열렸다.
[2세트 준비가 되었습니다.] [선수분들은 포탈을 통해 이동해 주세요.]* * *
한편 솔로이즈백의 대기실.
그곳은 아무런 말도 오가고 있지 않았다.
모솔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가만히 앉아있었고, 나머지 팀원들도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을 뿐이다.
어디부터 어떻게 피드백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돼.’
모솔은 직감했다. 이대로는 될 것도 안 될 거다.
분명 초반 흐름은 좋았다.
그는 망해버린 이 분위기만 다시 살려내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느낀다.
“……큭큭.”
그가 작위적인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
팀원들은 저게 미쳤나 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모솔은 멈추지 않았다.
“크크크큭…… 재밌군.”
한참을 그렇게 끅끅거리더니,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번뜩였다.
‘쟤 진짜 미쳤나 봐.’
‘치키챠 당해서 돌았나…….’
소주와 맥주가 귀에 대고 속닥인다.
모솔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형님들!”
“난 누님인데.”
막걸리가 딴지를 걸자, 모솔은 곧바로 수정했다.
“형님 누님들. ‘그거’를 꺼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한참을 보던 맥주가 묻는다.
“너 방송 켰어?”
“아뇨.”
“그, 그럼 뭔데 그 컨셉은.”
푸흡.
맥주와 소주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자 다른 팀원들도 피식피식 웃더니.
푸하하하하하!
이내 빵 터졌다.
모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컨셉이라뇨? 우리가 준비한 ‘그거’ 뭔지 알잖아요.”
“그거 단무지한테 쓴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별수 없죠. 두 판 지고 쓰면 너무 궁지에 몰리니까요.”
다른 팀원들은 서로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가자.”
모두 동의한 것이다.
준비한 히든 카드를 꺼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