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화
9. 편집자 영입(2)
[5분 후 최초 공개!]아몬드 팬 서지아의 채널에 뜬 공지.
최초 공개.
영상이 최초로 오픈될 때, 그걸 실시간으로 채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오오오 ㅋㅋㅋㅋ
-이 제목 보고 어케 안 들어와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자극적인 제목 덕분이었는지, 영상이 미처 공개되기도 전에 3천 명이라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혼자서 성을 털어버리는 궁수, 아몬드]굳이 킹덤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고려해서 만든 제목이었다.
올튜브는 트리비보다도 훨씬 더 대중적인 플랫폼이기에, 게임을 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고려해 줘야 했다.
-시작한다!
-5, 4, 3…….
-시이이이이자아아악! 합니다아아아!
-키야!
-오늘도 영상미 죽이네.
영상은 비장한 배경음과 함께 시작됐다.
하나 저번만큼 웅장한 사운드는 아니었다. 조용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성을 암습하는 오늘의 임무와 딱 맞는 선택이었다.
배경음도 훌륭했지만, 화면 연출도 굉장했다. 아몬드가 동시에 병사 둘을 죽이는 장면에서 화면이 둘로 갈라지는 연출이라든가.
헤드샷을 연이어 세 번 성공해서 고속 연사를 쏘기 시작할 때, 느리게 화면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고속으로 감기는 연출 등등.
원래도 굉장했던 활약에 약간의 MSG가 쳐지니 거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방불케 했다.
-개오졌다.
-마지막 건 진짜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네.
-아, 어제 생방 못 봤는데, 이걸로라도 보니 좋네여.
-ㅋㅋㅋㅋㅋㅋ 개쩐다!
-아몬드 님이라면 제 머리에 사과를 올리고 쏴도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아몬드의 매니저 김주혁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서지아 님의 영상을 보고…….
댓글 반응은 단연 폭발적.
순식간에 100개가 넘는 댓글이 우르르 달리고…….
#게임 카테고리 실시간 급상승 78위
해당 영상엔 위와 같은 해시태그가 붙었다. 플랫폼에서 실시간 화제 영상에만 붙여주는 꼬리표 같은 것이다.
이게 붙으면 그 순간부터 조회 수는 훨씬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추세로는 24시간 안에 총 조회 수 20만도 달성할 기세였다.
게임 영상, 그것도 킹덤을 다룬 게임 영상으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 * *
“더럽게 많네.”
오른손은 주머니에 꽂은 채로 거대한 쓰레기봉투들을 질질 끌고 나오는 상현.
오늘 아침은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시간이었다.
“하아.”
어찌저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온 건 좋은데.
발밑으로 쭉 펼쳐진 계단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어차피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계단이다.
힘든 건 잠시일 뿐.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다.
그는 선수 시절, 늘 격언처럼 새기던 말을 되뇌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왼손으로만 봉투를 들고 있으니 균형이 잘 안 맞았지만, 그래도 걸을 만했다. 아직 얼음이 얼 만큼 추운 날씨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쿵.
갑자기 옆쪽에서 열린 문에 어깨가 부딪혀 버린다.
“어……? 죄송합니다.”
당황한 듯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동네, 후계에 살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계단 바로 옆에 붙은 집은 가끔 문이 지나가는 사람을 치도록 설계된 곳들도 있으니.
“아, 괜찮습니다.”
휘청거렸던 상현이 다시 제대로 돌아서자.
“헉!”
여자는 입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에 순간 상현도 당황했다.
‘뭐야?’
그러나 그 뒤로 별다른 말은 없다.
“……괜찮으신 거죠?”
“…….”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상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럼.”
상현은 고개를 까닥이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 * *
“후우.”
20분에 걸쳐 겨우 쓰레기를 버리는 곳까지 도달한 그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쓰레기를 내던졌다.
쿠웅.
‘이거지.’
이렇게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쓰레기봉투가 날아가서 딱 안착하는 걸 보면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하나 더……!’
쿵!
그렇게 모든 쓰레기봉투를 다 던지고 돌아설 무렵.
“저기요!”
숨을 헐떡이며 누군가 그를 불렀다.
손짓을 보니 그를 부르는 게 확실했다.
‘아까 그 여자?’
상현은 뛰어 내려온 여자가 아까 부딪혔던 여자라는 걸 알아냈다.
‘뭐야? 내가 뭘 흘렸나?’
지갑이라도 떨어뜨려서 쫓아온 건가…… 생각할 무렵.
“저…….”
헐떡이는 목소리로 여자가 말한다.
“사인 좀…….”
예상치 못한 발언에, 상현은 순간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지?’
그의 눈이 여자를 샅샅이 훑었다.
남자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펑퍼짐한 카키 재킷, 머리를 거의 다 가린 검은색 모자, 여리여리한 체구.
수상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모자를 푹 눌러 썼다는 걸 제외한다면.
“사인이요?”
“하아, 하아……. 네.”
여자는 너무 뛰어서 심장이 아픈지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노트를 내밀었다.
“사인 해줘요.”
대체 얼마나 급하게 뛰어 내려온 건가.
그제야 상현도 이 낯선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 팬이구나.’
이 여자가 아몬드의 팬이라는 걸.
“……제가 아몬드라는 걸 아신 건가요?”
검은 모자가 말없이 끄덕인다.
“그렇구나.”
꽤 기쁜 말이었다.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데, 집 근처에서 이런 팬을 만나다니.
‘근데 집 근처인 건 좀…….’
물론 집 주소가 거의 들킨 거나 마찬가지라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아직 유명인의 부작용 같은 건 겪어보지 않은 상현으로서는 기쁜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이런 어린 여자애가 뭘 어쩌겠는가.
“알겠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지아. 서지아예요.”
노트에 선을 그으려던 상현의 손이 딱 멈췄다.
* * *
잠시 후.
후계역의 한 카페.
주혁은 양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어. 왔냐.”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높은 바 테이블에 기대고 선 상현이 대충 인사를 건넸다.
“……?”
주혁은 당황스러웠다.
상현이 자리한 곳은 계약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좁은 곳이었으니까.
“아, 자리가 없어서 일단 여기 앉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네.”
“……안녕하세요.”
상현의 뒤쪽에서 인사를 건네는 조그만 체구의 여성.
주혁은 그녀를 보고서 인상을 활짝 폈다.
“안녕하세요! 서지아 씨?”
“……네.”
상현이 서지아를 찾고서 바로 주혁을 부른 것이다. 다짜고짜 그녀를 카페로 끌고 와서는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조금만 더 못생겼으면, 경찰서에 있었을 거다.’
‘어쩌라고. 안 못생겼는데.’
‘죽어.’
둘은 서로의 귀에 덕담을 속삭이고는 지아와 나란히 앉았다.
“저는 김주혁이라고 합니다. 서지아 씨를 계속 찾아다니고 있었어요.”
하하.
주혁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아…….”
서지아는 말수가 그리 많은 타입은 아닌 듯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명함을 두 손으로 받고는 별 반응은 없었다.
그럼에도 주혁은 대화를 잘 이끌어갔다.
“아…… 그러니까 원래 영상 일을 하시는구나?”
“네……. 전공도 그쪽이었고, 취미에도 맞아서…….”
“와, 영상 일을 하시면서 취미로도 영상을 만드신다니, 대단하시네요.”
“네, 뭐…….”
서지아는 어떻게 상현에게 뛰어와서 사인을 받을 생각을 했는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말이 없었다.
물론 그런 거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듯 주혁은 이야기를 더 밀어붙였다.
“혹시 저희랑 같이 일해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촤락.
그는 서류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대체 언제 준비한 건지, 놀라운 속도다.
“그냥 생각만 해주시라는 거예요.”
“…….”
서지아는 약간 당황한 듯했다.
주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올리고 계신 영상은 수익 창출 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예?”
자기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서지아가 깜짝 놀란다.
“무슨…….”
“법적인 문제 같은 거죠. 저작권, 초상권 등…….”
“아.”
주혁의 논지는 이러했다.
어차피 팬 채널인 서지아의 채널은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운영하려면 어차피 우리와 계약을 해야 할 것이다.
돈 얘기가 나오자 서지아의 눈빛도 바뀌었다.
“……후원금 드렸는데.”
약간 토라진 듯한 말투로 뱉은 말.
수익은 물론, 그 수익을 넘는 돈을 이미 후원금으로 줬다.
그녀의 입장에선 주혁의 말이 서운할 법도 했다.
“아직 수익금 들어오지도 않았고…… 아시겠지만, 그 영상들은 수익 창출 목적도 아닙니다.”
“네. 알고 있어요. 저는 수익도 창출하면서 영상을 만드시는 게 어떻냐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
침묵하는 서지아.
주혁은 이쯤에서 깨달았다.
‘진짜 돈이 목적이 아니구나.’
상현에게 거액의 후원을 거침없이 쏘는 애청자인 서지아.
솔직히 주혁은 그녀가 어디 부잣집 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행색이나, 사는 곳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경제적 여유가 뛰어난 상황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후원을 했다는 건…… 정말 돈보다는 아몬드라는 스트리머를 보는 게 재밌었다는 것이다.
순수한 팬심으로 만든 매드무비였던 거다.
주혁은 어휘를 재정비해야 했다. 이 여자를 움직이는 건 돈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몬드에겐 서지아 편집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영상은 만들고 싶으신 대로, 아무렇게나 만드셔도 됩니다. 현재 저희 둘은 깡통만 차는 신세고, 어떻게든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서지아 님의 도움이 진짜 필요합니다.”
“도움…….”
서지아의 눈이 옆의 상현에게 향한다.
상현 역시 꽤나 절박한 눈빛이었다.
‘아몬드에게 정말 내가 필요한 걸까?’
아몬드에겐 서지아 편집자님이 필요합니다. 꽤나 듣기 좋은 말이었다.
상대가 아몬드라서……?
글쎄.
아마 저런 말을 어디서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서일 거다.
누군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문제가 하나 있긴 해요.”
서지아가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계약서를 제대로 볼 의향이 생겼다는 뜻이다.
“어떤 문제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주혁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외쳤다. 카페 안의 사람들이 돌아봤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이중 계약이 안 돼요. 당연한 얘기죠. 단순히 영상을 취미로 업로드해서 수익을 내는 거랑 정식 편집자로 계약하는 건 다르잖아요.”
서지아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할지, 아니면 그냥 회사를 다닐지.
“저도 생활할 돈은 필요해요. 게다가 지금 회사가 주는 페이가 나쁜 편이 아닙니다. 물론 영상으로 수익을 내면 되지만, 그건 저한테 너무 큰 리스크예요.”
여기선 상현도 멈칫했다.
‘월급제로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네.’
그는 기업이 아니다.
현재 스트리머를 시작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
편집자 월급은커녕 지금 앞에서 절박하게 외쳐대는 저 열정적인 매니저에게 술 한 번 사주지도 못했다.
‘……이건 좀 더 생각해 보자.’라고 말하려는 순간.
주혁의 표정이 자신감에 불타오르는 게 보였다.
‘뭐야?’
이 대목에서 왜 자신감에 불타는 걸까. 전혀 그럴 타이밍이 아닌데.
주혁의 날카로운 무테안경이 번쩍이고, 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뭔가를 자신 있게 내밀었다.
척!
“……마침 이런 게 제 이메일로 와 있더군요.”
그건 킹덤의 유통사 ‘펑크’에서 보내온 전속 광고 모델 제의였다.
“펑크에서 파트너 스트리머를 제안했습니다. 심지어 여기에 ‘편집자 고용 비용’이 지원 항목에 적혀 있어요.”
두둥.
상현의 귓가에 그런 효과음이 환청처럼 퍼졌다.
‘실화야?’
펑크라는 거대한 유통사에서 파트너 신청을 했다니……. 상현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서지아도 마찬가지였는지, 조용히 그 이메일을 들여다본다.
잠시 뭔가를 체크하는 듯하더니…….
“괜찮네요.”
흔쾌히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