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1화
84. 추억 소환(1)
“몬드야. 네가 해줘야겠다.”
처음 아몬드가 이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번에도 네가 활약해 줘야겠다는 뜻인 줄 알았으나.
뭔가 말하는 낌새가 이상해서 물었다.
“……뭘요?”
그랬더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글.”
“???”
당황스러웠다.
‘정글?’
정글은 이 게임의 포지션들 중에 가장 결이 다른 포지션이다.
서포터도 원딜도 미드라이너도 탑도 어찌 됐든 상대 미니언의 공성을 막아내면서 거기서 골드를 수급해서 성장한다.
이건 공통이다.
오로지 정글러만 예외다.
이들은 정글이라는 곳으로 들어가서 정글에 서식하는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
이 몬스터들을 잡는 순서도, 어디부터 잡을지에 대한 동선도 정글러가 결정해야 하며.
미리 정하고 들어가도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변형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였고.
정글 몬스터가 주는 다양한 버프, 그들 각자의 리젠 타이밍까지 알고 있어야 했다.
그것과 동시에 어느 라인을 도와주고, 혹은 어느 라인의 적을 죽이러 갈 건지도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마디로 게임 자체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아몬드가 가장 못 하는 분야 중 하나였다.
“뭐로 갈까요. 시간이 없으니 일단 고르죠.”
그럼에도 못하겠다는 말없이 바로 어떤 화신을 고를지 묻는 모습.
‘못하겠다고 할 법도 한데.’
타코는 그의 이런 점을 높게 산다.
그는 일단 해보고자 하는 편이다. 안 되고 나면 그때 가서 생각하고 보완한다. 완전한 실전형 인간이다.
이런 인간이 프로가 될 수 있다.
부딪히는 걸 무서워해서는 그 피 튀기는 경쟁에 발조차 들일 수 없다.
타코는 씩 웃으며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준다.
“사나.”
“사나…… 정글이 돼요?”
“정확히 말하면 미드지.”
‘뭐야. 정글이라더니……?’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몬드.
그에 타코가 씩 웃으며 답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랑 정글을 같이 가는 거지.”
* * *
잠시 타코가 픽을 망설이는 동안 킹귤은 솔로이즈백의 밴픽을 칭찬했다.
“아~! 이거 아이언볼 밴. 아무리 봐도 너무 날카로운데요?”
“그렇습니까?”
“예. 타코 선수 지금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거예요! 보세요! 이미 다 뜯었네요!”
-ㅋㅋㅋㅋㅋㅋ뭔 논리야 ㅅㅂ
-엌ㅋㅋㅋㅋ
-그러게요 ㅎㅎ
-우리는 이걸 ‘탈모’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밴픽성 탈모 ㅋㅋㅋ
“아, 지금 다 뜯어버린 거군요?”
“그렇죠. 지금 솔로이즈백에서 ‘용 조련사 – 제레미아’까지 먼저 픽해버렸거든요. 이게 또 사람 미치게 만듭니다!”
“왜죠? 이거 미드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죠. 보통은. 근데 지금 솔로이즈백 대 벌룬스타즈 최고 에이스 매치업이 어디입니까?”
“미드죠.”
“그 미드를 먼저 고르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굳이 왜 그래야 합니까? 모솔은 맨 마지막에 픽하면 상대편 픽 5개 아군 픽 4개 다 보고 픽할 수 있는데요?”
“아~ 그렇죠! 근데 먼저 골랐네요?”
“그렇죠. 이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제레미아가 여차하면 정글로 갈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아주 확률이 낮지만요!”
“아! 그렇죠! 본 적 있습니다!”
“심지어 아까 아이언볼 탑 밴했죠? 그래서 지금 솔로이즈백이 탑을 공략하려는 건지 미드를 공략하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게 타코의 상태입니다.”
-이야 ㄷㄷ
-킹귤은 아가미로 숨을 쉬나요?
-킹귤식 정보 때려박기 ㅋㅋㅋㅋ
-아 그래서 누가 이길 것 같냐고ㅋㅋ 맞혀보라고 ㅋㅋ
-킹귤은 아가야…… 아가미로 숨 쉬어……
“상황 설명 잘 들었습니다. 킹귤 님. 타코 선수가 머리가 다 빠질 만도 하네요!”
그때, 킹귤이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아몬드 선수. 그냥 원딜로 가는 걸까요? 사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쿵.
[무영 검객 – 율]그간 벌룬스타즈에서 고른 적이 없던 화신이었다.
대표적인 정글러 픽 중 하나인데. 너무 극단적인 놈이라 잘 쓰이지 않는 픽이다.
몸은 종잇장인데, 대미지와 속도는 엄청나서 종이 제트기라고 불리는 픽.
그리고 킹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든 픽이기도 했다.
‘이건……!’
-국뽕 화신 나왔다 ㅋㅋㅋ
-무사아아! 율!
-이야 뭐냐? 율을 한다고? ㅋㅋㅋㅋ
-홀리 쉣 이거 설마 사율조합?
“이건…… 그렇군요…… 일단 아몬드 선수는 미드로 가는 것 같습니다.”
큭큭.
이내 킹귤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근데 왜 웃으시죠?”
“아. 이거 제가 라떼 마실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라떼?
-나 때는 말야~ 픽임??
-잼미니 뉴비 쉑들 진짜 모르는 건가 ㅋㅋㅋ
-이야 이걸 모르네
-문제는 모솔도 잼민이라 모를 듯ㅋㅋㅋㅋ
“아. 옛날 메타 중에 뭔가 생각난 게 있으셨나요?”
“예. 저 때는 말이죠…….”
* * *
그렇다. 모솔은 알지 못했다.
마지막 픽 순서가 왔을 때. 모솔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뭐야. 율? 아몬드가 율인가?’
사나가 나왔을 때만 해도 분명 아몬드가 사나를 플레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딜이 추가로 픽됐다.
[폭주족 – 폴]아마 딸기슈터가 플레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폭주족이다.
물론 이 폭주족도 정글로 쓰려면 쓴다. 근데 그게 그리 좋은 선택이 되진 못했다.
모솔은 다른 픽들을 좀 더 살펴봤다.
[고요한 파도 – 아쿠아]일단 아쿠아.
누가 봐도 이게 미호다. 이 팀에서 미호 말고는 아쿠아를 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서폿일까? 아니면 미드일까?
일단 배제하고 다음.
[위대한 거석 – 쿠탄]돌덩이로 된 화신 쿠탄.
저건 탑 말고는 쓸데가 없는 고기 방패형 화신이다. 100% 풍선껌이고, 100% 탑이다.
일단 고정.
‘그럼…….’
미호가 미드와 서폿을 갈 수 있고.
아몬드의 사나가 원딜과 서폿이 가능하다.
‘로스터에 등록된 포지션 때문에 서폿은 못 가는데?’
하나 난트전의 룰 때문에, 사나가 서폿을 간다면, 아몬드가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가 될 터다. 타코나 미호가 된다.
‘사나를 골라놓고 굳이 그 둘을 준다고?’
저 둘의 사나 숙련도는 딸기슈터보다도 훨씬 낮다. 아몬드보다 낮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사나 미드?’
미드도 한번 생각해 봤다.
‘아니지.’
사나 미드는 불가능하다. 힐 스킬이 있는 화신을 혼자서 싸우는 미드로 보내는 건 무슨 심보인가?
이이서, ‘무영검객 – 율’은 미드와 정글이 가능하다.
‘으…… 머리 아파. 대체 뭐야!?’
히든 카드를 준비한 건 이쪽인데. 되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모솔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그나마 여기서 가장 말이 되는 경우의 수를 꼽아본다.
“율이 미드. 폭주족이 정글. 사나가 원딜. 아쿠아가 서폿.”
이게 맞는 것 같았다.
아몬드가 율을 하고, 타코가 폭주족을 한다.
사나는 딸기슈터도 잘하고, 아몬드가 율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대회에서 상점픽을 하는 미친놈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픽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가 상점에서 사 오느라 그랬던 거일 수도 있다.
“알아채서 다행이지. 휴.”
모솔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뱉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정리가 된 셈이니까.
‘타코 밴픽 개빡세네.’
타코야끼를 상대로 밴픽을 하는 건 언제나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이번 판은 용 조련사 같은 히든 카드까지 준비해놔서 분명히 우리 팀이 유리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이쪽이 궁지에 몰린 기분이다.
“그럼 내가 용 조련사 정글 가면 되는 거지?”
“그렇죠.”
노가리는 용 조련사로 정글을 돌 줄 안다. 이건 전혀 외부에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왜냐? 바로 3~4일 전에 연습한 거니까.
벌룬스타즈를 이기기 위해서 히든 카드로 준비한 것이다.
용 조련사 장인을 몰래 초청해서 노하우를 익히고 이런 밴픽 속임수를 준비해 왔던 것이다.
“근데 저쪽이 이게 미드라고 속은 걸까?”
“미드 율 같은 카드를 쓴 거 보면 그럴 수도?”
“……확실하지?”
“맞다니까요!?”
“그래그래.”
노가리는 끝까지 못 미더웠으나, 대강 넘겼다.
모솔은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로프 어쌔신을 하면. 율 같은 종잇장은 순식간에 죽일 수 있고, 용 조련사랑 같이 전 라인 터뜨리기도 되니까 걱정 마셈!”
[로프 어쌔신 – 카이]솔로이즈백의 마지막 픽.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 * *
“어? 모솔 선수 암살자류 화신은 처음 아닌가요?”
캐스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분석관도 이에 호응한다.
“그렇죠. 특히 로프 어쌔신은 처음 같은데…… 맞습니다. 데이터에도 없네요.”
“오. 히든 카드일까요?”
“용 조련사 정글도 지금 희한한데…… 아마 히든 카드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저 둘이 합쳐지면 좀 재밌는 플레이가 되거든요?”
“아, 뭐죠?”
“용 조련사가 용을 타고 날아서 다른 라인으로 갈 수 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죠. 정확히는 용의 발을 잡고 가는 거지만요.”
“예. 근데 로프 어쌔신이 로프를 거기로 쏘면 로프 어쌔신까지 같이 갑니다.”
“이야. 그거 버그 아닌가요?”
“아직까지 버그라는 말은 없어요. 암묵적으로 허용해 준 거라고 봐야 합니다. 근데 저 둘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보통 둘 다 미드로 쓰니까요. 이 버그성 플레이를 노리고 준비한 전술인 게 틀림없어요!”
중계진이 로프 어쌔신과 용 조련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던 중.
“자~ 게임 시작합니다!”
본 게임이 시작됐다.
* * *
성소에 소환된 계약자들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스터는 중계 포커스를 인게임 플레이로 돌렸다.
“왜 사나가 아몬드죠? 미드 사나인가요? 딸기슈터는 폭주족인데요. 정글은 율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캐스터는 그제서야 모든 포지션들을 확인하고 놀라고 있었다.
킹귤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실실 웃고 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추억의 조합이라고. 아무래도 제 예상이 맞는 듯하네요.”
“추억의 조합이요?”
“예. 고대병기! 로스트 테크놀로지! 이름하여 사율 조합!”
-고대병깈ㅋㅋㅋㅋ
-로스트 테크놀로지 ㄷㄷ
-ㄹㅇ인가 보네
-도랏다ㅋㅋ 타임머신 탄 건가 사율이라니 ㅋㅋㅋ
-이게 레트로인지 뭔지 하는 거냐? ㅋㅋㅋ
-키야 이게 힙합이지 아니, 이게 시티팝이지!
사율 조합.
사나와 율의 합성어다.
사나와 율이 동시에 정글을 가고, 동시에 미드 라인까지 담당하는 전술이다.
단, 이때 정글 몬스터도 미니언도 전부 율이 몰아서 섭취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나 미드에 율이 정글을 도는 겁니다만. 율이 정글도 먹고 사나가 먹어야 할 미드 미니언들도 먹어버립니다.”
“예!? 그래도 되나요?”
“그게 사율 조합입니다. 장점은 일단 대미지는 미친 듯이 센데 몸이 종잇장인 ‘무영검객 – 율’을 사나가 완벽히 보좌해 줄 수 있다는 거겠죠! 그리고 한타 때 사나의 강신기를 받고 무적이 돼서 율이 강력한 대미지로 다 쓸어버리는 겁니다!”
“와 그렇군요. 저는 이거 처음 봤어요!”
“옛날에 이것만 해서 챌린저 가는 듀오들이 많았습니다. 흔히 사율커플이라고 불렸는데. 약간 비하하는 용어기도 했습니다. 그것밖에 못 하니까요!”
“아니, 그것만 해도 챌린저를 가요?”
“그 정도로 사기였습니다!”
“근데 요즘은 왜 안 쓰이나요!?”
“사실 이 조합이 율이 주인공인 것 같아도 사나가 핵심이거든요. 사나가 너프가 됐잖아요?”
“너프요?”
“예. 아주 옛날엔 원래 빛의 화살도 그림자 화살처럼 그냥 무한 생성이었거든요.”
-무친 사기 시절 ㅋㅋㅋ
-와 ㅋㅋㅋㄹㅇ?
-ㅉㅉ 잼미니들 놀라기는 ㅋㅋ
“아니, 그게 무한이었다구요!?”
“예. 그냥 생겼죠. 근데 그때는 그거도 어려워했어요. 전투 중에 아군 위에 있는 타깃을 어떻게 맞히냐고…… 지금이야 다들 잘해져서 곧잘 맞히지만.”
-모두가 못했던 그 시절……ㅋㅋㅋ
-다크 에이지ㅋㅋ
-릴 암흑 시대
킹귤의 설명을 들은 캐스터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어? 근데 사나가 너프된 게 문제라면…… 빛의 화살을 만들기 어려워진 게 문제라면…… 지금 파일럿이 아몬드이니까. 별로 상관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킹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그게 핵심이라는 듯이.
“그렇죠. 어쩌면 옛날의 사기 시절 사율 조합을 볼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