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2화
84. 추억 소환(2)
‘대체 뭐지. 왜 율이 타코야. 아몬드가 사나고?’
모솔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조합이었다.
‘설마 사나로 미드를 와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몬드가 날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미드 사나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에 복수심이 불타오른다.
‘진짜 죽었어. 치키챠 지옥을 보여주마.’
하나 그를 반기는 건 아몬드가 아닌 다른 존재였다.
‘뭐야?’
바로 공허한 공터.
‘없어?’
상대 미드 라인엔 아무도 없었다.
* * *
수풀이 우거진 정글 숲의 한편에서 타코가 물었다.
“할 수 있겠어?”
그 질문에, 아몬드는 타코가 앞에서 침을 튀기며 계속 설명했던 걸 되짚어본다.
‘몬스터를 최대한 빨리 잡고, 빛의 화살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했던가.’
워낙에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성격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직감적으로 느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주문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정말?”
아무런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것 같기에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해야 이기죠.”
단순하지만, 그 안에 프로 세계의 진리가 다 담겨 있는 듯한 말이었다.
“그래.”
그렇기에 타코는 납득하며 별달리 더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한 번 더 짚어줬을 뿐이다.
“말했듯이 사율 조합은 둘이서 같이 정글도 먹고 미니언도 먹는 거야. 단, 몰아 먹는 건 율이다.”
사율 조합에서 폭발적으로 아이템을 갖춰야 하는 건 율이었다.
포텐은 높지만 성장시키기가 힘들고 몸이 종잇장인 율의 단점을 정글 몬스터와 미니언을 둘 다 먹는 방식으로 극복하고.
종잇장 체력인 단점은 사나의 궁극기와 빛의 화살로 극복한다.
“정글 몬스터와 미니언을 몰아 먹는 건 리스크가 굉장히 커. 일단 미니언과 정글 몬스터에게 처맞아가면서 싸워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거든. 그래서 빛의 화살이 많이 필요해.”
사나가 굳이 율과 함께 정글링(*Jungle-ing, 정글 몬스터를 잡으며 정글 지역을 돌아다니는 행위)을 하고 미니언도 함께 먹는 게 아니다.
혼자서 그 둘을 다 먹다가는 체력이 낮아져서 적 정글러의 먹잇감이 되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사율 조합이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문제는 사나의 빛의 화살이 이제 무한이 아니라는 거야. 적 위에 떠오른 마크를 그림자 화살로 맞혀야 생기지.”
바로 그림자 화살로 타깃을 맞혀야 빛의 화살이 생긴다는 이 메커니즘이 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새로 생겨났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오래 되긴 했지만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마크가 미니언이나 몬스터에겐 딱 한 번밖에 안 생겨. 즉, 빛의 화살은 몬스터, 미니언당 하나밖에 생성이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사율 조합이 사장됐지.”
단순히 빛의 화살을 만들기 힘들어져서 사율 조합의 명맥이 끊긴 게 아니었다.
미니언이나 몬스터를 대상으로는 딱 개체 수당 딱 하나밖에 만들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다. 아무리 잘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시스템적인 제약이다.
“그럼 언제 이 빛의 화살을 얻어내느냐? 우리 라인에 다시 들를 때다. 그때 미니언들 위로 떠오른 마크를 하나, 하나 다 맞히고 기왕이면 적 계약자에게도 맞히면 좋다.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돼. 적어도 5개 이상.”
설명이 거의 끝나갈 때쯤.
첫 번째 정글 몬스터가 생성됐다.
“크르르르……!”
[마그마 베어]몸에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몬스터.
잡으면 골드와 경험치는 물론이고, 대미지가 상승하는 버프까지 준다.
“간다.”
스릉.
기다란 환도가 그의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다.
이렇다 할 준비 동작도 없이, 그의 검이 마그마 베어를 횡으로 그었다.
──촤악!
돌덩이 같던 살결이 갈라지며, 용암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아아아!”
시뻘건 안광이 레이저처럼 솟구쳤다.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타코를 향해 거대한 발을 휘두른다.
피하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다.
퍼억!!!
거의 발을 드는 것과 동시에 타격당하는 느낌.
정글 몬스터 대부분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몬스터 공격을 피하는 걸로 사냥 안정성에 차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정글 사냥은 무식하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금 타코에겐 여기서 하나의 과정이 더 추가된다.
“지금!”
푹!
아몬드의 화살이 마그마 베어의 머리 중앙에 생성된 타깃이 정확히 박혔다.
타코가 외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
‘역시!’
쾌감마저 느껴지는 정확도다.
아몬드는 그 자리에서 연이어 서너 발을 더 꽂아버린다.
퍼버벅!
마그마 베어의 체력이 퍽퍽 나가떨어졌다.
마그마 베어는 아몬드를 더 큰 적으로 인지하고 그에게 돌아섰으나. 옆에서 다시 타코가 칼로 베어버리자, 누구를 때려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됐다.
소위 말하는 어그로 핑퐁!
어그로를 왔다 갔다 분배해서 몬스터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파파파팡! 촥촥촥촥!
순식간에 난도질당함과 동시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몬스터.
[마그마 베어] [체력 13%]어느새 체력이 바닥을 기었다.
“이제 내가 친다!”
막타는 타코의 차지였다.
촤악!
그의 검격에 따라 마그마 베어가 괴성을 내지르며 뒤집어졌다.
쿵.
쓰러져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연기로 변해 사라진다.
“이 정도 속도면 되나요?”
시간을 확인한 타코는 깜짝 놀랐다.
“……어. 차고 넘치는데?”
원래 시간보다 3~4초가량 단축되어 있다.
‘이 정도면 몬스터 하나 더 잡고 가도 되려나…….’
욕심이 생기긴 했으나.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상황이다. 그는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이제 미드로 가자.”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왔다.
* * *
한편 모솔은 누구도 없는 미드 라인을 망연히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뭐야…… 어디 갔어…… 빌어먹을 인싸놈들…… 너희들끼리 재밌는 거 하고 있는 거냐? 미호 누님이랑 수영장 파티하러 간 거 아니냐고…….”
적들이 보이지 않는다.
미니언들의 검이 부딪히고, 벌룬스타즈의 미니언이 다 죽고 이제 솔로이즈백의 미니언들이 포탑을 향해 나아가는 이 순간까지도.
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안 와?’
미니언은 적인 동시에 계약자들의 먹이다.
미니언이 주는 골드와 경험치 없이는 게임을 이어갈 수조차 없다.
그런데 저 미니언들이 이대로 포탑에 전부 죽어버린다면, 상대 계약자는 아무런 경험치도 골드도 먹지 못하는 셈이다.
‘어쩌려는 거야?’
이젠 적으로서도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이닥친 인영이 미니언 사이를 일직선으로 그어버렸다.
──파앗!
번쩍이는 대머리가 인상적인, 타코였다.
[타코야끼] [무영검객 – 율]촤악! 촥!
그는 능숙한 동작으로 기다란 환도를 휘둘러 미니언들을 처치해 냈다.
율은 타코니까 어쨌든 정글러일 텐데. 왜 미드에 와서 미니언을 치고 있는 걸까?
모솔은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이내 그의 의식은 율의 체력바로 향한다.
[체력 75%]역시나 ‘종이’라는 별명을 가진 율다웠다.
고작 미니언들과 조금 투닥거렸다고 체력이 저만큼 내려간 거다.
‘체력이 좀 낮은데? 뭔가 문제가 생겼나?’
모솔의 눈빛이 변했다.
이상한 조합. 이상한 미드 공백. 이상한 머리 공백.
‘망했구나?’
저 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거다. 이건 사고다. 적이 실수한 것이다.
뭘 실수했는지는 몰라도, 이걸 받아먹어야 이긴다.
모솔은 그렇게 판단했다.
‘잘하면 꽁승일 수도.’
공짜 승리.
모솔은 눈앞의 사태를 그렇게 규정지어 버렸다.
‘마침 암살자고.’
그는 현재 로프 어쌔신이라는 암살자 계열 화신을 선택한 상태다. 암살자답게 비록 저레벨이라도 컨트롤만 잘하면 상대를 죽일 수 있다.
모솔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휘릭.
그가 로프를 내던져 멀리에 갈고리를 걸었다.
쉬이이이익!
로프가 마구 휘감기면서 그의 몸이 쏜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간다.
그런데…….
[레벨이 올랐습니다!]갑자기 율의 레벨이 2가 됐다.
‘뭐?!’
미니언 대여섯 마리를 먹고 레벨 2가 되어버렸다.
그야 정글 몬스터도 먹고 오는 길이기 때문인데.
모솔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이런.’
레벨이 오르면 체력이 소량 차오른다.
[체력 85%]덕분에 체력이 85%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전체적인 스탯 증가 등…… 레벨 1과는 격이 다른 계약자가 되어버린다.
여기까지 만해도 모솔이 다시 후퇴해야 하는 근거는 충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는 거다.
팡!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미니언을 꿰뚫더니.
팡!
바로 다음 순간 또 새하얀 화살이 날아와서 타코의 머리에 박혔다.
〔신성의 영역을 생성합니다!〕
체력이 100%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사나와 둘이 같이 미드에 온 것이다!
“뭐 이런……!”
모솔은 다급하게 다시 로프를 뒤로 보낸다. 굉장한 반응 속도였다.
쉬이이익! 탁!
갈고리가 땅에 걸리고, 로프가 마구 감기면서 모솔의 몸이 다시 뒤로 쭉 후퇴한다.
덕분에 아무런 상처 없이 다시 돌아가는가 싶었다.
피융! 피융! 피융!
그런데, 줄지어 날아오는 3개의 화살.
그림자 화살이다.
모솔 쪽으로 날아오는.
‘내 쪽으로 오잖아!?’
로프 어쌔신의 특성상,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이동 동선이 적에게 뻔히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로프를 걸고 그게 감기면서 몸이 딸려가는 꼴이니까.
로프를 다시 던져서 방향을 바꿔야 하지만, 그런 시간은 없었다.
당연히 로프를 다시 던지는 속도보다야, 화살이 더 빨랐다.
푹! 푹! 푹!
[성녀의 저주×3]연이어 타깃에 적중해 버리는 화살.
곧바로 성녀의 스택이 3개까지 쌓여 버렸다.
5개가 넘어가면 시야가 줄어드는 치명적인 저주가 걸린다. 2 대 1 상황이기까지 하니 더 이상 공격을 받으면 위험했다.
탁.
다시 자기 영역으로 착지한 모솔은, 고개를 들고 망연자실했다.
[타코야끼] [체력 100%]타코의 체력이 꽉꽉 찬 모습.
모솔을 때려서 얻은 빛의 화살로 다시 체력을 채워 넣은 것이다.
그 상태로 타코는 다시 미니언들을 처치해 낸다.
‘제길…….’
미니언에게 조금 맞더라도, 무서울 게 없었다.
사나가 옆에서 미니언 위에 생성된 타깃을 전부 맞히면서 계속 빛의 화살을 만들고, 그걸 또 계속 타코에게 맞혀주니까.
[모솔] [미니언 처치 17] [타코] [미니언 처치 21]타코가 오히려 모솔보다 많이 미니언을 많이 처치했다.
“다시 가자.”
타코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아몬드랑 정글로 사라졌다.
멍하니 쳐다보던 모솔이 욕을 뱉었다.
이 대목이 가장 억울했다.
“……뭐야!?”
어이가 없었다.
“게임을 이렇게 한다고?”
이제야 상황이 파악됐다.
저 둘은 정글 몬스터도 같이 잡고, 미드 미니언도 같이 먹는 거다. 미니언이 다시 나오는 그 잠깐을 틈타서 정글 몬스터도 먹고 오는 거다.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걸 몰랐다.
이후로 아몬드와 타코는 계속 정글을 돌고, 다시 미드 라인에 와서 미니언을 먹고, 다시 정글 몬스터를 잡는 행위를 반복했는데.
‘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모솔은 뭘 어떻게 손써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채로 계속 성장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타코야끼] [레벨 6]상대는 레벨이 어느새 6이고.
자신은 아직도 레벨이 4다.
금세 다시 5레벨로 오르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2레벨 차이까지 벌어진 거다.
이건 위험했다.
하나, 이 위험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모솔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 *
이 전략은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타조합 손발이 잘 맞네 ㅋㅋㅋ] [이야 애송이 모솔 쉑 ㅋㅋㅋ 이 시절 전략을 모르지?] [로스트 테크놀로지 ‘사율 조합’ 미쳤다 ㅋㅋㅋㅋ] [이걸 다시 보게 될 줄이야 ㄷㄷ] [아재들 신났누.]추억의 조합이 등장한 데다가, 잘 먹히기까지 하니까 당연히 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마치 오래전 기억 속의 올림픽 영웅이 다시 10년 만에 등장해서 금메달을 휩쓸어버리는 걸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추억이 밀려온다~] [크 내가 저때만 해도 플레티넘은 됐는데.] [와 ㅋㅋㅋ 사율 조합 ㅋㅋ] [와 이거 ㄹㅇ 간만이네]이름하여 추억 소환.
하나 소화된 건 비단 사율 조합에 관한 추억만은 아니었다.
난트전이 진행 중이라, 딱히 아무도 관심이 없는 어느 한 작은 커뮤니티, ‘킹치만’에 올라온 어느 게시글.
이 또한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추억 팔이.
아니, 누군가의 추억 팔이가 될 수도 있었던, 올림픽 영웅이 될 수도 있었던, 소년에 관한 영상이었다.
[이거 10년 전 영상인데. 아몬드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