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5화
86. 결승 시작(1)
다채로운 원색으로 겹겹이 칠해진 원.
어느 색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던 시절.
마치 그의 미래를 보여주듯이 쏘는 화살은 전부 곧게 뻗어서 노란색 안으로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앙으로.
파앙!
환호성이 들려온다.
따사로운 햇살 때문인지 선수는 잠시 모자를 고쳐 쓴다.
그가 잠시라도 멈췄던 순간은 이때뿐이었다.
한번 ‘길’을 확인해 본 첫 번째 사격이 들어맞았으니, 이제 고민할 것이 되지 못했다.
팡! 파앙! 파아앙!
쉼 없이 떨리는 스트링, 쏘아져 나는 화살.
그 어떤 선수보다도 압도적인 실력.
[여, 연이어서 10점!] [놀랍습니다! 다시 봐도 매번 놀랍습니다!] [금메달입니다! 최연소로 금메달을…….]영상은 여기까지였다.
-……? 진짜 아몬드임?
-저거로 어케 알아 ㅅㅂ
-화질구지네
└아몬드 아님?
└아~ 화질 구지였네~ 난 또 아몬드인 줄!
-뭐여. 진짜 양궁 선수였어!?
└그냥 선수인 수준이 아닌데. 쏘는 거 보면
└저거 올림픽이야?
└ㄴㄴ 국내선수권임ㅋㅋ 올림픽이면 다 알았겠지 ㅋㅋㅋㅋ
└아…… 작은 대회구나.
-아몬드 방에 가서 물어봐바
└저번에도 비슷한 거 물어봄 근데 우승 인터뷰 때 말한다고 했었음 ㅋㅋㅋ
-우승 인터뷰 때까지 기다려 새끼들아
-유.언.비.어.
“그걸 왜 보고 있냐?”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저 신형 캡슐은 무슨 열리는 소리도 잘 안 나는지…… 주혁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거 내가 갖고 있는 거랑은 좀 다른데?”
“……달라? 이거 너 아냐?”
“아니. 난 맞는데…….”
주혁은 그 말에 상현이 갖고 있던 영상을 틀어봤다.
‘뭐야. 완전히 다르잖아?’
그냥 다른 수준이 아니라 이렇게 놓고 보니 아예 달랐다.
주혁은 원본 영상을 상현이 눈치 보며 딱 한 번 본 게 전부이기 때문에 미처 몰랐었다.
“네가 갖고 있는 건 지역 방송에 송출용으로 녹화한 거고…… 이건 혼자서 찍은 거네.”
“응. 그냥 구경 갔던 사람이 찍은 건가 봐. 덕분에 내 이름이랑 이런 건 안 나왔네. 화질도 안 좋고.”
하기야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상현이 갖고 있던 영상이 또 있을 리가 없다.
“난 씻으러 간다. 킹치만 애들 참 대단하네.”
상현은 이만 욕실로 향했다.
그사이에 주혁은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로 눈길을 돌렸다.
“음…….”
턱을 긁적이는 주혁.
‘이 영상을 킹치만 유저가 왜 갖고 있지.’
양궁 관련 업계 말고는 아무도 관심 없는 국내 선수권 영상을 갖고 있을 줄이야. 그것도 킹덤을 하는 놈 중에.
“친구도 아닌데. 10년 전 얼굴을 알아보…….”
중얼거리던 그는 잠시 흠칫했다.
‘진짜로 어떻게 알아본 거지?’
영상 속의 날씨는 햇빛이 쨍쨍한 여름이었고, 상현은 버킷햇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상현이 갖고 있던 영상처럼 ‘유상현(17)’ 따위로 표기되지도 않고, 클로즈업도 잘 안 된다.
시상식 장면도 없다.
“……원래 아는 놈인가?”
원래 유상현을 아는 놈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영상을 올리면서 이게 아몬드 아니냐고 주장하는 게 가능했다.
이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임과 동시에 지금 아몬드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여야 할 터다.
‘뭔 생각이지?’
이 영상을 올려서 굳이 물어본 저의는 추측하기 힘들었다.
딱히 악의가 느껴지는 말투도 아닌 데다가, 어떻게 이걸로 상현에게 불이익을 줄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상상해 내기 힘들었다.
이게 밝혀지면 솔직히 이득밖에 없다.
그간 이걸 밝히지 않은 건 순전히 상현의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지 매니저 입장에선 언제든 밝히면 두 팔 벌려 환영이었다.
‘또 모르지.’
하나 커뮤니티의 악의는 언제나 주혁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무슨 기똥찬 방법으로 엿을 먹일지 24시간 동안 그 고민만 하는 놈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한번 떠볼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주혁은 영상을 녹화해서 파일에 저장해 둔 후 댓글을 달아봤다.
-야. 넌 이런 걸 어디서 얻었냐ㅋㅋ 대단하네.
일단 조금 칭찬을 섞어서 물어본다.
“…….”
약 5분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
“아, 그랬지.”
어디에나 그곳에 맞는 예법이 있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그 예를 갖춰서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을 터다.
주혁은 최대한 예를 갖춰 공손하게 물었다.
-이 멍청한 새끼 ㅋㅋㅋ 어디 출처도 없는 근본 없는 영상을 갖고 왔누? 이거 고소각인데?
한 3초 정도 지나자 잔뜩 화난 듯한 댓글이 달린다.
└뭔 미친 소리임? 뭐만 하면 고소야 무친놈이ㅋㅋㅋㅋ
‘ㅋㅋㅋ’로 웃고 있지만, 덜덜 떨리는 키보드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초짜 같은데.’
딱히 커뮤니티에 내성이 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주혁의 머릿속에 일단 상대의 인적 사항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이대로 몰아붙여서 지우게 만들어 볼까.’
남이 찍은 영상이 소문처럼 굴러다녀서 좋을 건 없었다.
올린 놈의 저의도 정확히 모르겠고.
그렇다면 지우는 게 좋다.
-저거 아몬드 아니면? 초상권 침해 아니냐?
개소리다.
솔직히 저 정도로 초상권이 침해될 리가 없다. 누가 누군지도 안 보이니까.
└지랄하넼ㅋㅋ 저게 초상권? 누군지 특정도 안 되는데 뭔 소리야
이 대답을 받으려고 던진 미끼였다.
└누군지도 안 보이는데. 왜 아몬드라고 생각하는 거냐?
주혁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는 곧바로 폰을 들고 와서 다른 아이디로 접속했다.
└와 ㄹㅇ 그렇네 ㅋㅋ 저게 왜 아몬드라는 거야?
└활 쏘고 조금 미남일 것 같은 거 말고는 공통점이…….
└아몬드 지인이 아니고서야 ㅋㅋ
3개의 댓글이 다 주혁이다. 익명 커뮤니티의 악랄한 점이다. 한 명이 분신술을 써서 다굴을 칠 수 있다. 주혁도 알게 모르게 당했던 적이 많았던 수법.
-아몬드라고 특정될 정도로 영상이 명확하면~ 나머지 인물들에 관해서 그리고, 아몬드가 아닐 경우에 초상권 침해가 될 거고~ 누구라고 특정될 정도로 영상이 명확한 게 아니면~ 왜 아몬드라고 생각하는지?
초상권 침해라는 게 정말 이렇게 적용되는지는 모르지만. 심지어 적용된다고 해도 친고죄일 테니 주혁이 어찌할 도리는 없겠지만.
놈의 반응을 보면 이런 걸로도 충분히 겁먹는 놈이었다. 어차피 겁을 주는 게 목적이다.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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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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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은 삭제됐다.
“이야. 뭐지. 저놈?”
일단 물러나게 한 것 같다.
“악질 같진 않은데.”
이렇게 순순히 삭제하고 도망가는 걸 보니 이상한 놈은 아닌 거 같았다.
어쩌면 정말로 우연히 발견해서, 그냥 신기해서 올렸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걸로 안 끝날 거라는 건데.’
원본은 지워졌으나, 이미 본 놈들이 상당하다.
[어? 뭐야 그 영상 없어졌네 ㅋㅋ 몇 년도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어그로꾼이었나; 삭제하고 튀었누……] [뭔 떡밥임?]이 중엔 영상을 녹화해 놓은 놈도 있을 것이다.
저런 영상이 어디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 건 앞으로 시간문제다.
난트전을 통해, 아몬드의 인기는 2~3배로 뻥튀기됐고. 그의 팬층도 상당했다.
심지어 이제 그의 양궁부 시절 동료들도 그가 스트리머라는 걸 아는 판이다.
“어쩔 수 없이, 슬슬 판이 깔리려나.”
상현이 좋든 싫든 판이 깔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주혁은 이 판이 마음에 들었다.
상현이 스트리머로서 크게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판이었다.
아니, 스트리머를 넘어 방송인으로서도.
그리고 그에 따라 주혁 역시 따라서 도약할 것이다.
그는 어제 받은 서류로 잠시 눈길을 돌렸다.
[문화체육관광부]기획사를 만들려면 꼭 거쳐야 하는 정부 부처였다.
[문의하신 대중문화 예술 기획업에 관하여……]기획사 인증을 위해서 질문을 했었는데.
“관련 업종 종사 2년…….”
관련 업종에서 무려 2년을 근속해야만 기획사를 차릴 자격이 주어진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진입장벽이었다.
이마저도 원래 4년이었던 게 2년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 3개월 됐던가?”
주혁은 이제 겨우 3개월이다. 45개월 남았다.
상현과 함께해온 매니저 일이 즐거웠으니,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다.
진짜 문제는, 스트리머 매니저로서의 경력을 정부기관이 인정해 줄지 아닐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미 스트리밍 시장이 활성화된 지도 한참이지만, 여전히 이 업계는 분류가 명확지 못했다.
대체로 공공 기관들이 하는 일이 그렇듯, 늘 한 10년은 느리다. 그렇다고 별수 없다.
의원 배지 달고 법 바꿀 게 아닌 이상, 아쉬운 놈이 맞춰야지.
‘메이저 채널은 인증받기가 쉽다지…….’
쉽게 인정받으려면 상현이 스트리머를 넘어 방송인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즉, 메이저 채널로 진출해야 한다.
그건 단순히 주혁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상현에게도 엄청난 기회였다.
돈을 벌기 싫은 게 아니라면야…….
“뭐라고 할지나 정리해 보자.”
그는 잠시 기지개를 켜며, 컴퓨터 화면 한쪽에 메모장을 켜두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일종의 대본을 짜보려는 것이다.
어차피 상현도 결승전 인터뷰 때 다 말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상현 그 자식이 아무렇게나 한국 축구 어쩌고 하면서 입 못 놀리게 해야지.”
이제 녀석의 미덥지 못한 입에 이젠 많은 게 걸려 있다.
다행히 결승전 당일까지, 그 게시물이 다시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당일까진 말이다.
* * *
결승까지 이틀 남은 시점.
아몬드는 연습이 없을 때는 잠시 방송을 켜서 간단한 컨텐츠를 진행하곤 했다.
아무리 결승이 코앞이라지만, 계속 릴 연습만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현재 대부분의 연습은 비공개 스크림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볼 수 없었다.
이래서야 이게 스트리머인지 프로게이머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생각에, 방송을 키게 된다.
[현재 시청자 2.7만]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일시적인 상승이겠으나. 어느새 단독으로 2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망나니 용사 키우기]방송 시작으로는 가볍게 일전에 광고 받았던 모바일 게임이다.
-아 ㅋㅋㅋ 풍선껌 여기서도 개구리네
-이게 뭐냐;
-굴러! 굴러!
휴대폰 게임이라 굳이 캡슐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몬드에겐 이득이었고, 아몬드의 얼굴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게 되어서 시청자들도 가볍게 보기 좋았다.
-ㅋㅋㅋㅋ표정 개커여워 ㅠ
-몬드야 풍선껌 말고 미호 키워라 ㅡㅡ
-풍선껌 합성해 버리자 ㅋㅋ
그리고 가끔은 단편적인 싸구려 게임들도 진행했는데.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은 최대한 지양하고, 대부분 머리를 쓰는 게임 위주로 플레이했다.
[모뉴먼트 어비스]이런 제목의 3D 퍼즐 게임이었는데. 가상현실에서 3D 퍼즐을 푸는 건 또 다른 재미였다.
커다란 상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시간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어쨌든 아몬드는 재밌었다.
-으아 맵다
-아몬드 호두 혹사……ㅋㅋㅋㅋㅋ
-거의 풍선껌급 매콤함 ㅋㅋㅋ
-이빨 다 부서지겠어요
퍼즐 게임은 아몬드가 여태 했던 게임 중에 거의 제일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반응이 좋았다.
[소닉박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 견과류야 치과 광고도 하려고 각 잡는 거지?]‘음? 치과 광고?’
아몬드는 이건 이것대로 또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정말로 퍼즐을 끝까지 풀지 못하고, 시청자들은 죽어라 이를 악물다가 끝났다.
아니, 끝나야 하는데…….
“매니저!”
-헉 ㅋㅋㅋ 호두 호출
-호두 나와!
-??: 내 차례인가?
아몬드는 주혁의 도움을 받아서 퍼즐을 다 풀어냈다.
“미션 완료!”
그는 뻔뻔하게 ‘오늘 안에 15 스테이지 깨기’ 미션을 완료 누르며 20만 원을 챙겨갔다.
-매니저 월급으로 가는 거 맞죠?
-견! 견! 견! 견!
-이거 무효야!
“20만 원이나 받았으니까. 음…….”
그래도 리액션은 확실히 해주는 편이다.
그는 배틀 라지를 켠 뒤.
“트바아!”
이제는 꽤나 익숙한 동작으로 급강하해 버렸다. 낙하산을 피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하나의 화살이 되어서 애꿎은 사람 하나를 골로 보내는 게 목적이었다.
[아몬드 → 억울한오징어] [98/100]퍽!
소리와 함께 아몬드의 아바타도 사망했다.
[스트리밍 종료]이날 방송은 여기까지였다.
가벼운 게임이어도 게임은 게임. 내일 결승을 위해서는 캡슐에서 굳이 피로도를 쌓아선 안 되리라.
신형 캡슐이라도, 피로도를 아예 없애주는 건 아니니까.
‘준비됐으려나.’
그러고 보니 이 임시 캡슐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 * *
다음 날.
마침내 결승전 당일이었다.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초인종이 울렸다.
-띵~ 동~!
그 소리에 아몬드는 눈을 번쩍 떴다.
‘드디어.’
후다닥 나가서 창문을 열어본다.
설치 기사 둘이 위로 올려다보며 외쳤다.
“유상현 씨 맞으시죠?”
“캡슐 설치 왔습니다! 노바에서요!”
그에게 우승을 안겨줄 맞춤형 캡슐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