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6화
86. 결승 시작(2)
설치 기사들이 왔다는 말에 주혁이 뛰쳐나왔다.
“아, 이쪽입니다.”
그가 대표로부터 뭔가 전해 들은 게 있는 모양이다. 상현은 잘 알지 못하는 프로세스를 짚으며 질문해댄다.
“최적화까지 보고 가시는 거죠?”
“아뇨, 저희는 설치 기사고 그건 따로 연구원분들이 방문하세요.”
“아, 그럼 그분들은 언제…….”
상현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켰다.
‘주혁이가 알아서 하겠지.’
그는 찬장을 열어 오늘의 그를 안정시켜줄 안정제를 찾는다.
시리얼 박스다.
사르륵.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은 소리가 들려오며, 상현의 입꼬리가 따라 올라간다.
그는 시리얼 옆에 있는 ‘구운 아몬드’도 따로 꺼낸다.
와르르.
두 개를 동시에 그릇에 쏟아버린 뒤 우유를 넣어 퍼먹었다.
오득거리는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퍼지자, 이제야 일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듯 휴대폰을 켜본다.
[타코야끼 : 오늘 결승도 화이팅~] [미호 : 아자아자>~<!] [딸기슈터 : “아무튼 아몬드가 해결할 것이다”]이젠 꽤 친해진 팀원들의 채팅이 가득 올라온 톡방.
[결재 또 못 받았어요.] [부장님이 6시까지 회의 잡으라고 합니다.] [오주창 상무님 부친상 오늘 선정된 사원들은 7시까지……]한때 회사원들의 사무적인 말만 오가던 시절과 겹쳐 보였다.
그때는 빨간 공 안에 새겨진 숫자를 볼 때마다 조금씩 숨구멍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저 안에 숫자를 보면 활기가 돈다.
[풍선껌 : “아무튼 아몬드가 해결할 것이다”] [미호 : “아무튼 어쩌고”]그런데 팀원들이 마치 밈처럼 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아몬드 : 저게 뭐임?] [미호 : 릴프로에서 미는 밈이래요]릴프로에서 또 무슨 밈이 생겼나 보다.
[미호 : 들어가서 봐봐요. 엄청 웃긴데.]팀원들은 들어가서 확인해 보라고 링크까지 건네줬으나.
상현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금은 이 평화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아몬드 시리얼을 먹는 촉감을 머리에 하나둘 새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팀원들과는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언뜻 게으른 듯한 하루의 시작을…….
[딸기슈터 : 아 릴프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아몬드 형 이거 보셔야 할 것 같던데요? 이거 진짜 형입니까?]……하려 했던 상현의 계획은 전부 수정돼야 했다.
[링크 : ‘아몬드 과거 영상으로 추측되는 영상 개쩐다’]‘이건…….’
딸기슈터가 보낸 링크는 얼마 전에도 봤던 익숙한 영상의 썸네일이다.
급하게 퍼가서 그런지 화질은 더 낮아져 있으나.
제목만으로도 영상이 훤히 그려질 정도니 알아보는 데에 방해가 될 요소는 아니었다.
때문에 영상은 굳이 보지 않았다.
댓글 반응으로만 넘어갔는데. 당연히 얼추 비슷할 줄 알았던 댓글 반응이 상당히 달랐다.
-와. 미친.
-고딩 때 아몬드임? 개존잘이네
└와 씨 핵존잘 미친 진짜…… 할많하않……
└위에 놈 겨우 선 안 넘었누 ㅋㅋ
└급브레이크 ㅋㅋㅋㅋㅋ
-이 떡밥 뭐야. 굴려~
-와 아몬드 원래 활 쐈구나. 얼마 전에 회사 다니다가 게임하는 무근본이라고 한 새끼들 나와라 ㅋㅋㅋ
일단 아몬드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놈이 없었다. 영상에선 분명 아몬드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이게 킹치만과 릴프로의 다른 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댓글을 보던 중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때가 더 잘생겼네
-성형미남이 아니었다니…… 시부레. 내 마지막 믿음마저 배신했어. 복수할 거야.
-아몬드 본명이 유상현이야??
‘……본명?’
그 영상에서 내 이름은 안 나오는데.
설마…….
‘내가 갖고 있는 영상인가?’
상현은 혹시나 하고 영상을 재생해 봤는데.
‘와.’
이젠 감탄이 나온다.
상현이 갖고 있던 지방 방송 송출용 영상이었던 것이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어디서 찾아내는 걸까?
커뮤니티에서 한번 발동이 걸리면 멈출 수 없다고 한 주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툭.
그때 옆에 주혁이 와서 건드렸다.
“다 됐다. 한번 들어가 봐.”
“…….”
“뭐해? 캡슐 빨리 테스트해 봐야지.”
“아…… 어. 근데 이것 좀 보고 있어 봐. 들어갈 테니까.”
상현은 주혁에게 떠밀듯이 휴대폰을 넘겨주고는 캡슐로 향했다.
“뭔데 그래…….”
그렇게 중얼거리던 주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 빠르네.”
* * *
사실 캡슐을 보기 전까진 상현의 머릿속엔 아까의 그 양궁 영상뿐이었다.
‘음……’
어떡하면 좋아? 들킨 건가? 같은 느낌은 아니다.
무슨 범죄도 아니고.
그냥 기분이 싱숭생숭하달까.
영상이 퍼졌다는 사실보다, 그 영상 자체가 주는 향수가 너무 짙다.
상현은 코를 괜히 한번 훌쩍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
그런데 그 순간…….
“와.”
그의 머릿속에 영상에 관한 것들은 싹 다 지워져 버렸다.
‘뭐야. 이게.’
그간 봤던 캡슐과는 너무나도 다른. 마치 다른 세계선에서 온 것 같은 물건.
가끔 명차를 보고 우주선 같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들었다. 따위의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건 외계문명에서 직수입한 것 같았다.
미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오로지 사용자의 편의와 집중도 향상만을 위해 설계된 외형.
생물체처럼 하나하나 조직이 분리되어 움직이는 모습.
이 캡슐은 말하고 있었다.
난 패션이 아니다. 무기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주장이다.
슥.
상현이 캡슐을 한번 쓰다듬어본다.
‘질감이…….’
꼭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다.
팅!
그때, 홀로그램 웰컴 라이트가 켜졌다.
[NOVA]새로운 브랜드의 이름이 적힌 로고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상현이 놀라서 멈칫하자, 정리하던 설치 기사 한 분이 웃으며 설명해 준다.
“아, 맞춤 캡슐은 최적화 대상의 생체 정보를 읽고 주인으로 인식하거든요. 아마 근처에 온 걸 인지하고 웰컴 라이트를 띄워주는 겁니다.”
옆에 있던 다른 설치 기사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상현이 다가가서 뚜껑에 손을 얹자…….
[ALMOND]새로운 이름이 떠오른다.
“대표님이 이 개인 캡슐 기반으로 만들 양산형 모델 라인업을 아몬드라고 지으셨습니다.”
단순히 상현의 캡슐만 아몬드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 이 캡슐을 기반으로 한 양산형 캡슐 라인 전체의 이름을 아몬드로 짓기로 한 듯했다.
미국으로 따지면 머스탱의 쉘비 라인 같은 것이다.
“와씨. 대표님 아몬드가 우승 못 하면 어쩌려고…….”
어느새 다가온 주혁이 놀라서 한마디 거든다.
“그럼 DANMUJI로 바꾸시겠지.”
상현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받아친 후.
설치 기사가 시키는 대로 손을 대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스르르륵.
그러자, 캡슐이 조직 하나하나로 분리되며 마치 입을 벌리듯이 상현을 반겼다.
* * *
상현이 캡슐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연구원 둘이 도착했다.
이들은 설치가 아니라, 동기화 관련 체크를 도와줄 사람들이다.
“안녕하세요. 오늘 캡슐 최적화 파이널 체크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아…… 저희가 조금 늦었나요?”
그들은 가동 중인 캡슐을 보며 물었다.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방금 들어갔어요. 어차피 가동하면서 체크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맞습니다.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주혁은 대표에게 따로 전해 들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 과정을 전부 빠삭하게 외우고 있었는데.
최적화 캡슐, 전용 캡슐을 처음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외부 진단’이다.
캡슐의 외부를 체크한다는 게 아니라, 캡슐 밖에서 최적화 판단을 다시 해보는 것이다.
캡슐은 자신에게 입력된 알고리즘 안에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기 때문에 처음엔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걸 밖에서 한 번 더 직접 숙련된 인력이 체크해 주면 확실하게 동기화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오자마자 익숙한 동작으로 키트를 설치하고, 두툼한 선들을 캡슐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마침 지금 게임을 하고 계시니까, 바로 연결해서 체크할게요. 아몬드 님한테는 아무 영향 가지 않을 겁니다.”
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화면을 함께 지켜봤다.
‘뭐가 뭔지…….’
뭔가 아는 척하며 보긴 했지만 -그래야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사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꿀꺽.
괜히 긴장되어 마른침이 삼켜진다.
드디어 연구원 하나가 말을 꺼낸다.
“……문제는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
한데 뉘앙스가 조금 이상하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는 건가요?”
주혁이 되묻자 연구원이 고개를 돌렸는데. 드러난 표정에서 적잖이 당황한 게 느껴졌다.
“동기화 수치가 저희가 측정했던 것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
연구원이 잘 보라는 듯이 화면을 가까이 들이댄다.
봐봐야 아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주혁이 보고 뭔가 알 수 있을 법한 건 화면 한편에서 점멸검을 플레이 중인 아몬드.
비록 혼자서 하는 훈련 모드지만 그 유려한 움직임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쉭! 탁! 파앗!
검을 던지고, 이동하고 다시 잡아 던지면서 적을 베어내는 일련의 동작이 마치 하나의 스킬인 것처럼 순식간에 이어졌다.
점멸검의 컨셉을 몰랐다면 그냥 저게 원래 스킬인 줄 알았을 정도로 부드러운 동작.
무엇보다 오른손과 왼손 양손을 자유롭게 아무 거리낌 없이 쓴다는 게 느껴진다.
주혁은 단순히 그 동작이 주는 일종의 아름다움과 미적 쾌감에서 놀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연구원은 뭔가 불만이 있다고 느꼈는지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그……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동기화가 높으면 일단 무조건 좋은 겁니다. 저는 단지 측정했던 것보다 높아지신 상태라 놀란 겁니다.”
주혁은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안도했다.
그런데 불현듯 예전의 사건이 생각났다. 판타지아에서 사용했던 캡슐에선 동기화가 너무 높아져서 결국 튕기지 않았던가?
“근데 동기화가 너무 높아서 튕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건 양산형 캡슐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오로지 한 명을 위해 만들어진 개인용 캡슐에서는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아…….”
즉, 이 캡슐은 상현의 저 높은 동기화율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연구원이 첨언했다.
“단지, 저희는 측정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 보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대표님께 일단 연락드리고 오겠습니다.”
연구원 두 명이 결승 내내 옆에서 캡슐을 진단해 준다는 말인데. 당연히 좋은 일이다.
주혁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시죠.”
“아, 그리고 일단 사용자님의 체험 감각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아무리 모든 게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어도, 막상 사용자님이 불쾌하시면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몬드 님이 나오시면──”
슝.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캡슐이 열렸다.
화면을 돌아보니 이미 연습 모드를 끝낸 상태였다.
약간의 찬 바람과 함께 상체를 일으킨 상현.
연구원들은 물론이고 주혁까지 그의 입만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할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었다.
당장 오늘 결승인데, 만약 뭔가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빨리 손봐도 영향이 갈 수 있었다.
‘뭐야 대체.’
상현의 눈빛으로는 도저히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입을 열어야 알 수 있을 터다.
“음…….”
상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 * *
당일 오후 6시.
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은 경기장.
그 위로, 외로운 빛이 하나 쏘아졌다.
파앗!
밝은 하얀 빛에 검게 타버린 실루엣이 하나.
그가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오오오오래──”
파앙!
경기장 전체에 불이 들어오며 빛이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빛의 편린 사이로 보이는 관중석. 대충 훑어봐도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꽉 들어차 있는 듯했다.
“──기다리셨습니다아!”
슈웅……!
검은 실루엣이 점점 거대해졌다.
경기장을 뒤덮을 만큼.
“대망의 난트전 결승!!!”
그 거대한 몸집으로 그는 다시 한번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시~~~~작! 합니다아아아!”
파앙!!!
모든 경기장이 하얀빛으로 타오르고, 폭죽이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폭약의 굉음을 다 뒤엎을 정도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채팅창의 스크롤도 일순간 우르르 올라갔다.
-가즈아~
-ㄷㄱㄷㄱㄷㄱㄷㄱ
-드디어!
-시~~~~작~~~!
-ㄷㄱㄷㄱ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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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트전 역사를 전부 되짚어 비교해도 엄청나다고 할 만한 숫자의 시청자였다.
[현재 시청자 32.6만]이런 폭발적인 시청자 수를 이끌어낸 이유는 올튜브의 한 대형 채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구독자 320만을 거느린 초대형 이슈 관련 채널.
그곳엔 약 두어 시간 전에 올린 영상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증거]제목은 이런 식.
썸네일엔 대충 ‘전 세계가 경악’ ‘세계 최고 수준의 VNS 수치’ 등의 텍스트가 크게 적혀 있고, 하얀 모자로 가려진 상현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