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4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8화
87. 검 대 검(2)
“아무리 신고를 넣어도 안 되네.”
하아.
주혁이 머리를 감싸쥐며 책상 위로 엎드렸다.
타임트러블이 올린 영상 때문이다.
[대한민국 양궁 선수 출신(?) 스트리머에 전 세계가 놀란 이유?]어떻게든 조회 수를 올리겠다고 제목은 실시간으로 바꾸고 있는 꼴이 우습다.
‘아직은 추측뿐이라 상관없긴 한데…….’
아직은 별다른 확실한 정보도 없는 영상이지만. 이런 올튜버들의 특성상 시간이 생명이라, 일단 최대한 빠르게 추측성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서야 제대로된 리서치가 들어간 영상을 추가 업로드하는 식으로 계속 조회 수를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이다음, 다다음 영상엔 어떤 정보를 들고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댓글이라도 그지같이 더 달아볼까.’
정말이지 할 수 있는 게 악플밖에 없어진 주혁.
그는 무력감을 느끼며 영상을 클릭했는데…….
‘음?’
깜짝 놀라서 안경을 고쳐 쓴다.
[저작권자에 의해 삭제된 영상입니다.]“……뭐지?”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주혁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뭐야. 이 타이밍.’
모르는 번호는 어지간해선 안 받지만, 묘한 타이밍이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자 목소리다. 저 짧은 문장에서도 기품이 넘치는 듯한. 기품이 넘치는 여성은 쌀 한 톨만큼의 생색도 없이 말했다.
-상현 씨한텐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전해줘요.
이 말로 미뤄보아 일단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여자가 지웠어.’
영상을 내린 게 이 여자라는 거.
하나 누군지를 모른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
상대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냥 팬이에요. 제가 무례하게 매니저 전화까지 알아내 버렸네요. 수고하세요.
툭.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긴다.
“뭐야…….”
주혁은 자기가 뭔가 놓친 게 있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봤다.
이렇게까지 상현을 위해서 힘을 써줄 만한 사람을 자기가 모를 리가 없다.
‘누구냐.’
하나 아무리 기억을 돌려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없었는데…….
「너. 혹시 전자파랑 아는 사이냐?」
전자파의 팔로잉 10명 중에 1명이 상현임을 알게 됐을 때 했던 질문.
그때 상현의 이상한 반응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니. 아니라니까.」
「야. 걱정돼서 그래. 좀 이상하잖아?」
「…….」
「말을 할 수 없는 거지?」
왜 이 기억이 스쳐 가는 걸까?
그가 알기로 전자파는…….
‘설마.’
주혁은 뭔가 알면 안 되는 걸 알게 된 사람처럼 고개를 휘휘 저었다.
상현이 굳이 비밀로 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만약 이 기억을 좀 더 빨리 떠올려서 쓸데없이 머리 좋은 척한답시고 방금 여자에게 아는 척을 했었다면?
‘날 떠보려고 겸사겸사 전화한 걸 수도 있어.’
상현이 주혁에게 발설했다는 걸 알고 눈앞에 보이는 영상과 같은 조치를 취했을 수도있다.
[저작권자에 의해 삭제된 영상입니다.]주혁은 그 텍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일단 내 할 일이나 하자.”
다시 본업에 착수한다.
일단 문제가 해결됐다는 거에 감사하며, 이다음 영상이 뜨기 전에 대비책을 만들어 놓으려는 것이다.
[지아]그는 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아야. 영상 하나만 미리 준비하자. 결승에 맞춰서.”
그리고 폴더에서 영상을 하나 꺼내 메시지로 보냈다.
‘국내 선수권’
10년 전 상현의 활약이 담긴 영상이다.
“이걸로 우리가 직접 소개 영상을 만드는 거다.”
이런 기회를 렉카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지아도 금방 알아듣고 작업에 착수했다.
주혁은 그제야 한숨 돌리며 커뮤니티 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이건 또 뭐야.’
실시간 검색어가 희한했다.
1. 상점픽
2. 아몬드
3. 점멸검
.
.
.
‘점멸검이 상점픽인 줄 아는 거야?’
* * *
실시간으로 릴프로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자면, 하나같이 점멸검을 상점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와 이걸 상점픽을?] [무리수 아님?] [뇌절인데.] [또점픽?] [실시간 아몬드 결승에서 상점픽] [아니 이건 선 넘네 ㅋㅋㅋ 결승에서도 상점픽?]이런 오해가 딱히 이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아몬드는 한 번도 점멸검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연습하는 장면조차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 제3자 입장에선 솔직히 상점픽과 다를 게 없다.
하나 여기엔 의외의 시비가 걸리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비매너 아님? ㅋㅋㅋ
└ㄹㅇㅋㅋ 진짜 그냥 기분 나쁘라고 하는 거 같음
-또 멘탈 공격임?
-이건 선넘었지 프로 상대로 ㅋㅋ
바로 결승에서 상점픽을 하는 게 비매너 행위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에 반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모솔 상대로 할 땐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찐따는 울어요 ㅠㅠ
└ㄹㅇ ㅋㅋ 모솔은 당해도 되고 단무지는 안 됨?
└그것이 모솔이다.
└우린 이걸 찐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우선 모솔에게 상점픽을 했을 때와 왜 반응이 다르냐는 것이 첫 번째 반론.
두 번째로는 대체 난트전에서 뭔 매너냐는 정론을 펼치는 식의 반론이었다.
-난트전에서 무슨 매너야 ㅋㅋㅋ
-전쟁에서 매너? ㅈㄹ을 하네
└ㅋㅋㅋㅋㄹㅇ 아~~ 그럼 인천 상륙작전도 하지 말았어야지~~ ㅋㅋㅋㅋㅋ 개졸렬 비매너 전술 아님?
└졸렬하게 옆구리에 몰래 상륙해서 후두려패다니. 대협이 할 짓이 아니지.
└ㄹㅇㅋㅋㅋㅋㅋ 중세시대였음 바로 교황한테 딱밤 맞을 전술
-별 이상한 억까들이 있네. 상점픽 ㅈㄴ 재밌는데 왜 ㅈㄹ이야.
└아몬드가 존잘이라 열등감 느끼는 새끼들이 많음
└아몬드 솔직히 무근본이긴 하잖아ㅋㅋ 무슨 프로 출신도 아니고 그냥 회사나 다니다가 ㅋㅋ
└아성이 ‘그냥’ 회사?
└아성이 좃으로 보이냐?
└아성이랑 릴이랑 뭔 상관임? 무근본 맞지
└아몬드 양궁 선수 출신이라던데? 그럼 활만큼은 근본 아님? ㅋㅋㅋ
└그 무근본 렉카 말을 믿냐 ㅋㅋ 영상도 내려갔던데.
상점픽이 불러일으킨 예상 외의 뜨거운 논쟁.
그러나 이 모든 논쟁은 뒤이어 나온 중계진의 해명(?)에 단번에 불식되었다.
킹귤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거 혹시 몰래 준비한 카드인가요?”
“예?! 상점픽이 아니라요?”
캐스터가 되묻자, 킹귤은 친밀도 창을 가리킨다.
“처음 쓰는 픽이라기엔 친밀도가 너무 높은데요?”
-진짜네. 맥시멈이네
-뭐야 근데 왜 기록이 없음?
-ㄹㅇ이네
친밀도 100.
상점에서 바로 사 온 화신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친밀도 수치였다.
-그냥 교류로 올린 거 아님?
-친밀도가 꼭 플레이해야 올라감?
-그냥 상점에서 사둔 다음에 교류로 올린 거 아님? 기록이 아예 없던데.
혹시 상점에서 미리 사둔 다음에 선물 공세 같은 걸로 친밀도 작업만 해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점멸검은 실력 인정 위주로 친밀도가 오르는 계열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교류로는 100까지 올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실력을 인정받았죠? 분석관님. 혹시 아십니까?”
캐스터는 이론에 빠삭한 분석관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빨간 안경을 고쳐 쓰며 설명을 시작하는 분석관.
“음…… 연습 모드에서 플레이해도 오르긴합니다.”
“아. 그럼 연습 모드에서 했다?”
“그렇습니다. 근데…….”
“근데요?”
“당연한 얘기지만 연습 모드에서는 화신에게 실력을 인정받기 힘들죠.”
“아~ 또 그런 문제가 있군요? 그럼 대체 아몬드 선수는 어떻게 한 거죠?”
“그런 걸 다 극복할 정도로 어지간히 연습을 했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늘 그렇듯이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거나, 혹은 둘 다죠.”
킹귤이 끼어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럼 아무래도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맞는 거겠죠?! 일단 픽하는 속도가 엄청났거든요?”
한마디로, 내가 맞혔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게 그건가? 고장난 소도 하루에 두 번은 맛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다 아니냐?ㅋㅋㅋㅋ
-킹귤은 하루에 두번은 맞아야 고장이 안 난다지ㅋㅋㅋㅋ ㅂㅅ들인가
물론 시청자들은 그의 예지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근데 단무지 선수. 왜 픽을 안 하고 있죠?”
단무지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평소의 해맑은 얼굴은 사라진 모습이다.
뭔가 충격을 받은걸까?
“단무지 선수……?”
들릴 리는 없지만, 캐스터가 다시 한번 그를 깨우듯이 불러본다.
그때, 단무지가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쿵.
엉덩방아를 찧어버린다.
“뭐, 뭐죠?”
“디스월드 버그인가요?”
단무지는 금세 다시 일어났다만,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잠시 얼굴을 가렸다. 아무래도 버그가 아닌 모양이다.
-뭐임ㅋㅋㅋ
-ㅈㄴ 웃기네ㅋㅋㅋㅋㅋㅋ
-저거 가끔 디스월드 할 때 다른곳에 너무 집중하면 저렇게 되더라
-왜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않나! 왜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않나!
단무지는 빨개진 얼굴을 숨기며 급하게 다음 픽을 골랐다.
[제천대성 – 손]중국 설화 쪽을 모델로 만들어진 화신, 제천이었다.
“이건…… 탑 픽 아닌가요?”
“그렇죠. 탑을 먼저 고르네요?”
“여기서 미드를 고르는 게 맞았을 텐데. 아무래도 조금 흔들리고 있나요?”
-흔들리긴했짘ㅋㅋㅋ
-obviously…….
-대놓고 흔들렸는데요? ㅋㅋㅋ
단무지가 심적으로 흔들린 건 자명했으니, 무슨 전략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긴장해서 실수한 것 같습니다. 이럴 수 있어요. 프로팀도 월즈 결승에서 밴픽 실수합니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죠!”
킹귤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단무지는 이후로 흔들림 없이 픽을 이어나갔고.
적절한 미드 화신을 골라냈다.
바람으로 빚은 칼날로 적을 베는 화신, 세이코였다.
“이거 픽 괜찮네요.”
“바람검은 점멸검이랑 승률이 어떻게 되죠?”
“음. 50 대 50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회에서는요.”
빨간 안경의 말에 킹귤이 거든다.
“검 대 검! 매치업 이름부터가 50 대 50이잖아요!?”
-검대검ㅋㅋㅋㅋㅋ
-엄대엄ㅋㅋㅋ
-근본 매치긴 해 ㅋㅋㅋ
-솔랭 주의보!
“아. 50 대 50이면 픽이 좋은 건 아니지 않나요?”
“그건 라인전 개인 상성이구요. 조합상 상당히 좋습니다. 일단 제천대성이랑 합이 아주 좋거든요!”
“아. 개인 대결 상성보다는 팀을 위한 픽이군요!?”
“그렇죠. 가장 하드카운터인 닌자는 이미 날려 버렸으니까요!”
이윽고 픽이 다 마무리된 후.
“알겠습니다! 대망의 결승전 첫 경기입니다! 픽이 마무리됐으니, 잠깐 결승전의 룰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뭔가 설명할 게 있었느지, 킹귤이 작위적인 대답을 하며 끼어든다.
“자. 난트전은 이벤트 매치인 만큼. 특별한 룰이 적용되는데요. 바로 2 대 2 상황에서 적용되는 룰입니다.”
“이거 나름 근본 있는 룰이죠?”
“그렇습니다. 2 대 2 상황이 되면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이 되는 룰입니다!”
-와 ㄹㅇ?
-개꿀잼ㅋㅋㅋ
-개막장 아녀?
-와 이거 몇 년 전에 프로대회에서도 하던 거 아님?ㅋㅋㅋㅋ 지리네.
블라인드 픽.
밴 없이 그냥 바로 픽하는 룰이다. 말 그대로 서로의 픽을 보지 못한다.
“이 블라인드 픽에선, 아무거나 자유롭게 픽할 수가 있고요. 적하고 화신이 겹칠 수도 있습니다. 일명 미러전이 나오죠?”
“그렇습니다! 그것도 또 나름 꿀잼이죠! 자. 로딩이 다 끝났군요! 경기이이이이! 시작합니다아아아!”
* * *
미드라인에 선 아몬드는 가만히 앞에 뜬 글자를 응시했다.
[단무지]단무지다.
그가 평소와 같은 해맑은 얼굴을 하고 건너편에 서 있다.
현재는 미니언이 나오기 전, 일종의 냉전 상태.
그래서인지 단무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여~!”
분명 아까 밴픽에선 꽤나 흔들리는 모습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목소리다.
“이야~! 그거 설마 상점픽인가요?”
단무지는 은근슬쩍 앞으로 한발짝 나오며 묻는다.
아몬드는 구태여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는 딱히 심리전을 거는 타입도, 받아주는 타입도 아니다.
그냥 무시하는 타입이다.
“역시나 묵묵부답이시네. 미니언 올 때까지는 어차피 안 싸우실 거죠?”
읏차.
단무지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흐암. 미니언 올 때까지. 명상이나 하죠.”
아몬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는 그저 멍하니 단무지가 앉은 위치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뭐야…….’
내색하진 않았지만 조금 당황했다.
‘점멸검이 주캐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 타코가 그렇게 말했었다.
단무지는 점멸검이 주캐라고.
그렇다면 점멸검이 가능한 킬각 정도는 체화하고 있을 텐데?
아몬드의 기준에서, 지금 단무지가 앉은 위치는 분명한 킬각이었다.
다만 단 한 번의 수로는 안된다. 체스로 따지면 2~3턴의 공방을 주고받은 뒤 체크메이트를 넣을 수 있는 정도의 빈틈.
‘이게 안 보이나? 아니면 보여준 건가?’
문제는 그 빈틈을 저 녀석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어처구니 없는 실수인지, 그것도 아니면 말도안 되는 방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나, 아몬드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슥.
아몬드의 조용히 검을 들어 올렸고.
호흡마저 멈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로 투척.
훙!
검은 마치 화살이 쏘아진 듯 팡 튀어나가갔고.
아몬드는 미리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위로 뛰었다.
[점멸]단무지의 뒤에서 빛이 번쩍이며 아몬드가 등장했다.
탁.
던져진 검은 어느새 다시 그의 손에 들렸다. 그 손에 힘줄이 툭 솟아나더니. 미리 가해놓은 회전력 그대로.
후웅!
살벌한 빛이 단무지의 목덜미를 향해 돌진했다.
‘걸렸다.’
단무지의 눈이 번뜩이며 입꼬리가 솟구쳤다.
아몬드는 그와 눈이 마주쳤고. 함정이었음을 눈치챘다. 일부러 킬각을 잠시 내준 것이다.
하나 오히려 이때서야 아몬드는 생각했다.
‘잡은 것 같은데.’
녀석은 한 수, 두 수 앞만을 내다봤고, 그 너머는 보지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