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56화
90. 단 하나의 픽(2)
블라인드 픽이 다 끝난 후.
중계진은 양 팀의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번에 10개의 픽이 다 정해지니만큼 일일이 여러 개 말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중요한 픽 몇 개만 짚고 넘어가야 했는데.
그중에 하나는 역시 레이나다.
“이야! 레이나가 나왔어요!?”
“아! 저희는 사실 다 점멸검을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레이나!? 어떻게 보십니까! 분석관님!”
분석관은 잠시 양쪽 진영의 픽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블라인드 픽에서 저희가 뭔가 예상하기는 너무 힘들고요. 결과로 봐야 맞거든요.”
“아~ 그렇죠! 블라인드 픽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죠! 솔직히 운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구요!”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단무지 님의 픽이 폭풍 닌자입니다. 점멸검을 픽하지 않은 건 진짜 다행이라고 봐야겠죠.”
이때 킹귤이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아무리 아몬드가 점멸검을 잘해도, 단무지가 폭풍 닌자를 들고 오면 진짜 힘들어요! 아까 바람검 상대로도 초반엔 고전했잖아요?!”
폭풍 닌자는 점멸검의 대표적인 카운터다.
매커니즘상 그가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데! 저는 그래도 고단백 쪽의 픽이 좀 더 좋았다고 봅니다!”
킹귤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다.
“아. 그래요? 왜죠?”
“일단 미드 레이나! 물론 아몬드의 레이나 엄청나지만. 미드로는……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분석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레이나를 잘한다고 해도, 레이나는 근본이 원딜러다. 서포터와 함께 바텀에서 활약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기본을 어길 경우엔 당연히 게임 운영에 불리한 점이 생긴다.
“모든 원딜러들이 그렇듯이,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근데 미드는 그야말로 혼자서 뭘 해내는! 게임을 뒤집는! 그런 라인이거든요?”
“그렇습니다! 플레이 메이킹!”
“예. 레이나는 그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대되는 건 아몬드 선수 하면 활인데! 지금 처음으로 나왔어요! 계속 밴됐었잖아요!”
“아~ 그렇습니다! 란은 확실히 활을 쓴다고 보긴 어렵죠?”
“예! 레이나 혹은 사나, 서리 궁수 정도 돼야 진짜 활인데! 서리 궁수는 미드로는 도저히 못 쓸 성능이라 못 나왔구요. 사나, 레이나는 계속 밴됐죠!”
“그렇죠~ 아몬드 선수의 결승 첫 ‘활’ 기대가 되고요. 또 기대되는 화신이 있죠?”
킹귤이 고단백의 탑 라인을 가리킨다.
“발키리죠! 드디어 등장했잖아요!”
“아~! 그렇죠! 저거 원래 진짜 나오기 힘든 픽인데요!”
-우우우우……
-어우. 역겨워.
-력겨워!
발키리가 호명되자 관중석에선 야유를 퍼부었다.
채팅창의 반응도 비슷했다.
-저 더러운 화신을 꺼내다니
-언제 너프하냐 ㅂㄷㅂㄷ
-저게 결국 기어나오넼ㅋㅋㅋ
“자. 반응 보셨죠? 다들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
“그만큼 발키리가 모두가 인정하는 OP 화신이라는 거죠!”
“예! 맞습니다. 반면에 벌룬스타즈는 숙련도 문제로 풍선껌 님이 아이언볼을 꺼낼 수밖에 없었구요.”
“아…….”
탄식이 절로 나오는 선택이다.
발키리에 비하면 아이언볼의 성능은 진짜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하나, 릴이란 게 화신의 성능으로만 싸우는 건 아니다.
장인들은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물론! 풍선껌 님이 또 아이언볼의 장인이시기 때문에! 뭔가 보여줄 수도 있어요!”
“그쵸! 항상 때가 되면 뭔가를 보여줬어요!”
-구슬동자냐곸ㅋㅋ
-저것도 구슬이긴 해
-껌형이 그래도 할 땐 해.
-껌! 껌! 껌!
“저희가 말하는 중에! 대기 시간이 끝났습니다!”
“대망의 5세트! 함께 보시죠!”
* * *
5세트가 시작됐다.
슝.
성소에 다섯 명의 계약자가 소환된다.
아무리 숙련된 플레이어라고 할지라도, 이 마지막 세트에 감도는 긴장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조용하네.’
성소에 소환된 아몬드는 일단 말이 많던 동료들이 눈에 띄게 조용해졌음을 느꼈다.
심지어 관중들마저도 조용했다.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외부 요인이 그의 내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는 건, 이미 숙달되어 있는 기술 중 하나.
기리릭.
그는 자신의 활 ‘데미안’을 이리저리 당겨보며 익숙한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좋네.’
그러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곧장 아이템을 사고 미드로 달렸다.
이때는 늘 그렇듯 상대 미드 픽을 곱씹어본다.
‘폭풍 닌자…….’
폭풍 닌자는 초반에 강한 편이다.
하나, 역시 1레벨 싸움에선 레이나와 비교할 게 못 된다.
1레벨에 폭풍 닌자가 갖고 있는 스킬이라고는 챠크라 컨트롤과 패시브인 닌자의 직감뿐.
상대가 실버 수준이 아닌 이상 이 두 개로 죽어주는 경우는 없다.
즉, 레이나가 유리하다.
정확히는 1레벨에만 유리하다.
2, 3레벨에는 다시 불리하다가, 또 4레벨 타이밍이 오면 레이나가 유리해진다.
하나 아몬드는 4레벨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음. 상대는…… 하루키구나. 기선 제압이 좋아 보여.〕
레이나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럴 생각이야.’
* * *
“이야 5세트까지 오면 진짜. 이건 진흙탕 싸움이거든요? 제가 전자파 선수 상대로 결승 5세트까지 가봤잖아요?!”
선수들이 각각 위치로 가는 사이, 킹귤은 한참 자신의 경기 썰을 풀고 있었다.
-정보) 킹귤은 전자파에게 5연 점멸검을 당해서 결승에서 패배했다. 그게 전자파가 첫 데뷔한 해였다.
-정보) 킹귤이 5세트까지 간 게 아니라, 당시 미드였던 라임이 잘했던 거다.
“그때 가면 정말 아무런 전술 전략 남아 있는 게 없어요! 이미 다 썼거든요!”
“그렇죠! 아무도 결승을 5세트까지 가는 걸 염두에 두고 전술을 짜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전에 다 쓰죠!”
“예! 여기서부터는 무협에서는 선천진기라고 하죠? 그거로 싸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5세트 가면 전자파 선수도 미니언 막 흘리고 그래요!”
“아니, 그거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5세트를 오시면 안 되죠!”
-정보) 선천진기는 쓰면 생명력을 깎아 먹는다
-뭐래는 거야 ㅋㅋㅋ
-???: 걔가 잘했으면 5세트를 안 갔겠지!
-선천진기ㅅㅂㅋㅋㅋㅋ
“한마디로 정신력 싸움이라 이겁니다. 한국 축구처럼요.”
-이 와중에 또 극딜ㅋㅋㅋ
-뻥축구에도 감동이 있다! 킹귤새끼야!
-???: 왜 우리나라는 맨날 정신력으로 싸워요? 체력이 애초에 없나요!?
-야구는 정신력도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ㅁㅊ
-우리나라 이제 축구 잘한다고…… 씨이……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절대로 나쁘게 이야기한 게 아닙니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다는 말이죠…… 아니!?”
한참 웃고 떠들던 킹귤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버린다.
“아니, 잠시만요?”
그의 눈은 미드 라인으로 향해있었다.
“저거…… 데자뷔인가요?”
“뭐가요!?”
캐스터도 허겁지겁 미드로 눈길을 돌렸다.
“저거요! 저거 1세트에서 봤던 거 아닙니까!? 근데 진영이 바뀌어 있을 뿐이죠!”
-??
-이야 저 견과류 쉑 뒷끝ㅋㅋㅋ
-왘ㅋㅋㅋㅋ
-이게 수미쌍관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미드라인 한가운데.
아몬드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로 명상 중이었다.
이는 단무지가 1세트에 썼던 전략(?)인데. 그걸 5세트에 와서 그대로 구현해 버린 거다.
“이건 명백한 도발이죠!? 나와서 한번 덤벼봐!”
“이야! 시작부터 벌써 재밌네요!”
-와중에 연기를 개못하네 ㅋㅋㅋ
-누가 봐도 앞쪽 ㅈㄴ 의식하고 있음ㅋㅋㅋㅋ
-개커여워 ㅋㅋㅋ
-멍을 때리는 거치고는 너무 집중한 거 아니냐?
“아 물론! 누가 봐도! 지금 이거 방심한 게 아닙니다?”
“예! 그래서 더 열받는 거 같긴 합니다. 아니, 이렇게 허접한 연기력으로 날 도발해?! 단무지 선수는 기분 나쁠 수 있거든요!”
그 말이 진짜 일리가 있었던 걸까?
단무지는 안 그런 척하면서도, 계속 아몬드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었다.
-달려들 것 같은데?ㅋㅋㅋ
-아니 단무지 왜 진짜 화나냐고 ㅋㅋ
-견과류가 사람 킹받게 하는 데 재능이 있어
-VNS수치는 사실 어그로 수치였고 ㅋㅋㅋ
단무지의 발걸음이 슬그머니 아몬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단무지! 점점 움직이죠?”
“이거 근데 주변을 보세요!”
“……?”
-와 ㅋㅋㅋㅋ
-비겁의 비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ㅋㅋㅋㅋ
-이걸 1레벨에 친다고??
“아니. 대추 선수! 왜 미드에 있죠?”
“일종의 약식 인베이드죠?!”
인베이드(Invade).
1레벨에 적진으로 쳐들어가서 킬을 내서 이득을 보려는 행위다. 보통 정글 쪽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미드 라인으로 서포터가 동원된 ‘약식’ 인베이드다.
-전프로 새끼가 ㅋㅋㅋ 스트리머 상대로 미드 인베!?
-이건 진짜 억까지
-와 이거 당할 거 같은데???
“이건 아무리 타코 선수가 예언가 문어여도 예상 못 하죠?”
“서포터가 1렙부터 아몬드 하나 조지겠다고 미드로 갈 거라고 생각 못 할 거 같거든요!?”
“아몬드 선수도 전혀 모르고 있는 거 같죠!”
중계진의 말은 거의 다 맞았다.
틀린 건 딱 한 가지.
“단무지 달립니다!”
“대추 수풀에서 튀어나와서! 속박 구!?”
아몬드는 적이 더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튀어나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고 있던 아몬드의 눈이 번쩍 뜨인다.
촤락!
푸른 망토가 크게 휘날리더니.
“피했어요!”
적 서포터가 던진 속박구가 매끄럽게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아몬드의 활시위가 그녀를 향해 당겨졌다.
기리릭……!
“이걸 싸운다구요!?”
순식간에 퍼부어지는 푸른 화살.
파바방!
[3 콤보!]입이 떡 벌어지는 스피드였다.
-뭐, 뭔데?
-이게 무야
-왜 더 빨라진 거 같냐;
[마나 피폭]화르륵!
서포터의 몸에 곧장 푸른 불길이 솟았다.
그사이, 닌자가 달려든다.
“단무지! 끼어듭니다!”
푹!
그사이 달려온 폭풍 닌자의 단검이 아몬드의 복부를 찔렀다.
동시에 도검이 어깨를 베어버린다.
촤아악!
[망나니 용사] [체력 62%]꽤 큰 대미지다. 하나 대세에 지장이 없다 판단한 아몬드는 신경 쓰지 않았고, 되려 상대 쪽 방향으로 발을 내밀며 자리를 바꿔 버린다.
타닥!
서로의 위치가 바뀌고.
챠크라 가속으로 인한 관성 때문에 폭풍 닌자는 레이나를 한참 지나가 버린다.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뭐죠 이 움직임은?!”
단무지는 곧바로 흡착 챠크라로 바꾸며 관성을 제어했으나.
키이이익!
브레이크가 걸린 듯 그의 발이 한참 더 미끄러졌고.
아몬드는 이미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화살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퍼버벙!
4개의 타깃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7콤보!]화르륵!
[마나 피폭]단무지의 몸에 푸른 불길이 감긴다.
[단무지] [체력 54%]“어느새 7콤보예요!”
“1레벨에 7콤보면 진짜 악몽 같은 대미지죠!”
다른 화신을 때려도 타깃만 빗나가지 않으면 콤보는 누적된다.
콤보가 누적될수록, 레이나의 화살 대미지와 마나 피폭 대미지가 상승한다. 그 수치는 이론상 24콤보 안에 죽지 않는 화신이 없을 정도다.
“다시 대추가 달려듭니다!”
서포터가 이어서 달려들었으나.
이는 실수였다.
아몬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하여 시위를 당겼고.
퍼버버벙!
[12콤보!]콤보 제조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이, 이게 뭐예요! 주, 죽었어요!?”
킹귤의 쉰 목소리가 알려주는 것처럼.
서포터는 달려들던 그 모양새 그대로 죽어버렸다.
[퍼스트 블러드!] [망나니 용사 → 대추]-우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아몬드의 레이나는 압도적으로 빠르고, 정확했다. 그러니까 그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이게 뭡니까! 왜 더 잘해졌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전보다 더 강력한 아몬드의 활은 이제 단무지를 노리고 있다.
단무지는 이미 아몬드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한 번만 피하면 돼.’
그는 아몬드의 화살을 한 번만 피하면 이긴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면 콤보가 끊길 테니까.
피유웅──
화살이 날아온다.
단무지는 도검으로 쳐낼 생각으로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카앙!
칼면에 화살이 꺾이며 튕겨 버린다.
‘됐…….’
[마나 피폭]화르륵!
시야가 푸른 불길에 가렸다.
‘뭐?’
정신 차려보니 몸에 있던 타깃이 다 터져갔다.
그가 쳐낸 화살은 가장 마지막에 날아온 화살이었을 뿐이었다.
쿠웅……!
뒤늦게 묵직한 충격이 가해진다.
[16콤보!]무려 16콤보가 쌓인 화살의 위력.
그가 화살 하나를 쳐내는 사이에, 앞에 무려 4발이 더 쏘아진 것이다.
[망나니 용사 더블킬!] [망나니 용사 → 단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