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6화
10. 에밀리아(2)
그날 아몬드의 방송에서 에밀리아가 지은 표정은 전설적인 짤로 남아 널리 널리 퍼졌다.
[현 시각 아몬드의 대답을 들은 에밀리아.jpg]-미친 ㅋㅋㅋㅋㅋㅋ
-저런 표정이 나와?
-ㅋㅋㅋㅋㅋㅋㅋ
-에밀리아도 사람이구만.
-얼마나 놀란 거냐 ㅋㅋㅋ
-거의 ㄴㅇㄱ 급.
└상상도 못한 정체 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놀랄 만도 해. 성주를 죽이랬더니, 성 하나를 다 죽이고 왔잖아.
에밀리아의 평소 품격 있는 귀족으로서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녀가 지은 표정과 몸짓은 정말 ‘레전드’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수준이었다.
“겨, 경비가 삼엄하다고…… 다 처리해 버리셨다니……. 그,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군요.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경비가 있는 거니까요.”
“……그런가요?”
아몬드의 뚱한 대답에 에밀리아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귀족 영애가 용병 나부랭이의 말에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흠흠. 여하튼 그렇다면 성이 지금 텅 비어 있다는 얘기인 거죠?”
에밀리아는 시선을 돌리며 질문했다.
“예.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체할 필요 없겠어요. 지금 당장 가야겠네요.”
에밀리아는 다시 자신의 고용인들을 불러 마차를 움직였다.
다른 귀족들이 영향력을 뻗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가서 그곳의 영지민들을 흡수하려는 것이었다.
“아몬드?”
“예.”
“……뭐 하고 계세요?”
“그야…….”
“얼른 타세요.”
또한 에밀리아는 용병인 아몬드에게 자신의 마차 안쪽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숙녀가 개인 마차의 안쪽 자리에 남자를 들인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헐. 저거 호감도 만땅 찍어야 나오는 반응 아님?
-오우. 쒯!
-허허…….
-아몬드 네 이놈! 어케했누!
그간 한 번도 호감작을 진행하지 않았던 아몬드에게 에밀리아가 완전히 빠졌다니, 시청자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호감작 같은 거 왜 함?! 성 하나 털면 되지!
-ㄹㅇㅋㅋ
-암, 그렇고말고!
-난 걍 호감작 할래…….
-나도 ㅋㅋㅋㅋ
-성 하나를 어케 터누 ㅋㅋㅋ
-성과로도 호감도가 높아지는구나…….
성과로도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처음 발견된 순간이었다.
압도적인 성과는 마음마저 움직이는 것이다.
아몬드는 결국 자신의 활 실력 하나만으로 영애의 마음을 얻어낸 셈.
“……당신이 궁금해요.”
마차에서의 컷 신.
그곳에서도 역시 에밀리아가 아몬드에게 보이는 관심은 지대했다.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지. 저는 지금껏 많은 기사들을 봐왔지만, 당신만큼의 성과를 보인 사람은 없었어요.”
“그저 활을 잘 쏘는 재주 하나뿐입니다.”
“그거만으로 성내의 모든 병력을 해치울 수 있다구요?”
“……그럴 수 있던데요?”
“…….”
조금 이상한 대화였지만.
어찌 됐든 에밀리아 쪽에서 아몬드에게 먼저 질문을 계속 건넨다는 것부터가 굉장한 신호였다.
그러나 뒤의 대화는 더 충격적이었다.
에밀리아는 뜬금없이 기사에 대해 말을 늘어놓는다.
“기사들은 보통 검과 창, 그리고 말을 사랑하더군요.”
“그럴 리가요. 아마 거의 대부분의 기사가 그딴 것보다 영애님을 더 사랑할 겁니다.”
아몬드의 농담에 에밀리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보여줬던 영애로서의 모습이 아닌, 소녀스러운 웃음.
“그래요. 숙녀들도 좋아하죠. 그런데 그건 기사만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
“어떤 남자든, 설사 그게 거칠기 짝이 없는 용병일지라도…… 여자는 좋아하겠죠.”
-오우우우. 뭐야!?
-와우, 맨.
-형! 나 심장 떨려서 못 보겠어!!
-이런 건 처음인데!?
에밀리아가 ‘여자’라는 말로 치환했으나 사실 맥락상 그 여자란 에밀리아 자신이고, 거칠기 짝이 없는 용병은 아몬드다.
“여하튼 좋아요. 기사들은 에밀리아, 창, 검 그리고 말을 사랑한다고 정정할게요.”
에밀리아의 농담에 이번엔 아몬드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활을 좋아하는 기사는 본 적이 없어요.”
“저는 기사가 아니라 용병입니다.”
“앞으로 기사가 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예?”
이 대목에선 상현도, 시청자들도 잠시 생각이 멈춰 버렸다.
기사라는 게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심지어는 뛰어나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저 성이 새로운 영지로 편입되면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고…….”
에밀리아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얼버무렸으나.
이건 아몬드에게 기사가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우! 에밀리아 루트 씨게 섰는데?
-이런 전개가 있었던가?
-기사 루트도 있는 거야?
-쩌네 ㄷㄷ
-근데 용병질 하는 게임인데, 기사 하면 게임이 바뀌는 거 아니누ㅋㅋㅋ
-아직 기사 하라고 말도 안 꺼냈는데 찐들 또 앞서가네.
물론 시청자들의 설레발처럼 에밀리아는 기사가 되어달라는 말을 직접 꺼내진 않는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이렇게 얼버무리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할 뿐이다.
“제가 어찌 기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재주 좋은 용병입니다.”
“…….”
에밀리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씩 웃어 보였다.
마차가 한참 더 달리고, 목적지에 다다를 때쯤.
말발굽과 소리가 사그라든 그제야 침묵도 녹아내렸다.
“다 왔네요. 아, 아몬드. 아버지가 한번 보고 싶다더군요.”
“예?”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걸 좋게 보셨나 봐요.”
“……?”
아몬드는 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거짓말이잖아?’
에밀리아의 말이 너무 뻔한 거짓말이어서다.
백작은 아직 아몬드의 성과를 알지도 못하는데, 그가 보고 싶다 했다니.
-???
-뭐야?
-아직 백작한테 알리지도 않았는데 ㅋㅋㅋ
-방금 보고하고 마차 탄 거 아니었누 ㅋㅋㅋ
의아한 아몬드는 되물었다.
“아직 영주님은 모르시지 않습니까?”
에밀리아의 검지가 아몬드의 입술을 살포시 막는다.
“?!”
아몬드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에밀리아가 싱긋 웃는다.
“그런 건 대충 넘어가 주는 게 숙녀에 대한 예의죠.”
-오우, 맨ㅋㅋㅋㅋ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얘기를 지어낸 거야?
-아빠랑 진짜 만나게 해주려는 거 아님? 진짜 기사로 만들려고!
-이럴 수가
-홀리몰리!
-너무 사랑스럽다고, 에밀리아!!
이게 무슨 일일까? 정말로 기사로 만들기 위해 아버지를 보자고 한 건가?
아몬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이미 마차가 완전히 멈춰 섰다.
“다 온 것 같네요.”
에밀리아는 앞장서서 마차에서 내렸고, 아몬드도 멍한 표정으로 따라 내렸다.
그의 시선이 에밀리아의 찰랑이는 금발에 머물다가, 우뚝 솟은 성으로 향했다.
* * *
황량한 평야 위에 우뚝 솟은 성.
아몬드가 의도치 않게 점령한 성.
그건 탈로란트 가의 성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은 본래 탈로란트 가문이 지배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에밀리아는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거침없이 성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엔 어젯밤 습격의 참상을 정리하고 있는 영지민들이 있었다.
“실례지만 뉘시오? 혹시 탈로란트 가에서 오셨소?”
평민들은 에밀리아를 탈로란트의 친척 가문쯤 된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물론 그건 헛된 추측이다.
“아뇨. 저는 잔네렛입니다.”
전혀 반대의 인물이니까.
“……예?”
“자, 잔네렛?”
“이럴 수가.”
잔네렛과 탈로란트.
영지민들도 눈과 귀가 있으니 두 가문의 사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적대 관계다.
본래라면 영지민도 적대를 해야 옳다.
하나 영지민들은 마른침만 삼켜댈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자신들을 비호해 줄 탈로란트의 병력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이 성안에는 없다.
반대로 에밀리아에겐 호위로 따라온 10명의 완전 무장 병사와 2명의 기사, 그리고 아몬드가 있다.
무장을 갖춘 기사 둘만으로도 이 영지에 있는 모든 영지민을 상대할 수 있을 테니, 누구도 함부로 에밀리아 일행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가문의 휘장이 걸려 있는 곳으로 올라가, 그것을 뜯어내 버렸다.
탈로란트 가문을 상징하는 멧돼지가 그려진 휘장이 펄럭이며 떨어진다.
그 꺼져 버린 불꽃 위로, 아카시아 꽃이 피어났다. 잔네렛 가문의 상징인.
“……이럴 수가.”
“허…….”
영지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한다. 그들에게 윗사람들이란, 언제 누구로 바뀌어도 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탈로란트는 그야말로 최악이지 않았던가?
듣기로는 잔네렛이 통치는 훨씬 잘한다더라.
물론 그래 봐야 귀족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이런 말들을 서로 뇌까리며 다시 저마다의 삶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까?”
아몬드가 에밀리아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요?”
“연설이라든가……. 이제부턴 누굴 모셔야 하는지 저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상식으로는 통치하는 가문이 바뀌었다면, 응당 영지민들에게 연설 따위를 하고 기강을 잡아야 맞았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요. 영지민들은 금방 적응할 테죠.”
에밀리아는 여유로워 보였다. 아몬드는 조금은 의문스러웠으나.
곧,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 * *
약 1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영지민들은 이미 새로운 영주에게 적응했고, 오히려 더 만족하기까지 했다.
빚더미에 노예로 끌려가야 했던 영지민들은 다시 노동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게 됐고, 일정량의 금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자연스레 노동량이 증가했고,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 장기적으로는 이게 영지에 훨씬 더 큰 이득을 줄 것이다.
“……음?”
그런데 상현은 이 장면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성에 같이 있네요?”
-읍읍읍…!!
-킹리적 갓심……!
-ㅋㅋㅋㅋㅋㅋ
3일간 아몬드와 에밀리아는 탈로란트의 성에 머물렀다.
이 사실에 시청자들은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했으나.
게임상에선 별다른 묘사는 없었다.
다만 에밀리아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몬드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손을 맞잡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내일 아버지를 뵈러 가자. 아몬드.”
그리고 아몬드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자.”
그 순간 채팅창엔 수많은 갈고리가 걸렸다.
-????
-뭐임?
-말투가 바뀌었는데?
잠시 후.
그들의 애틋한 눈빛을 보고서야 시청자들은 확신했다.
-쒯~! 3일 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했네, 했어.
-아몬드 능력자네 ㅋㅋㅋ
-와, 벌써 에밀리아 루트 뚫어버렸넼ㅋㅋ
세 번의 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와. 해피 엔딩이네요.”
그러나 이 킹덤 에이지의 세상은 이런 행복한 결말로 그들을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뿌우우우우우우……!
바깥에서 심상치 않은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런.”
에밀리아가 황급히 창밖을 내다본다.
“올 것이 왔어. 조금 더 빨리 왔지만.”
“탈로란트의 친척 가문들인가?”
“응. 아몬드. 저들이 성을 돌려받겠다 할 거야.”
“내가 막을 수 있어.”
“부디…….”
에밀리아가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신이 넘어가 버렸다.
* * *
휘이잉……!
드넓은 녹색 평원 위로 은빛 갑주들이 늘어서 있다. 언뜻 보기에도 수백은 되어 보인다.
그중 아몬드의 대열은 가장 좌측이다.
그 대열의 선두인 로만이 깃발을 위로 쳐들며 고함을 내지른다.
“정려어어얼!!!”
쿵!
아몬드를 포함한 수많은 용병들이 발을 구르며 대열을 갖춘다.
그들을 훑어본 로만의 목에 핏대가 굵게 솟는다.
“우리를 고용하신 명예로운 잔네렛 영애를 위하여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귀청 터질 듯한 고함.
두둥.
익숙한 북소리와 함께 아몬드의 위로 큰 텍스트가 떠오른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