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6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61화
92. 추억(2)
교통사고.
소연의 죽음.
그로부터 약 5년이 흘렀다.
“……아무래도 프로 생활까지 가능한 재활은 힘들겠어요.”
의사의 이 말에도 이젠 큰 동요가 없는 표정의 상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려 5년이나 재활에 힘을 썼지만, 되질 않는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예. 어쩔 수 없죠.”
이미 시간은 지날 대로 지났다.
양궁 없이 현생의 생존에 집중하며 살아간 지도 한참이었다. 한 1년 전부터는 그저 관성처럼 병원에 들러 체크할 뿐이었다.
일상생활에나 문제없길 바라면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으셔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담당자가 알려줄 겁니다.”
“예.”
재활 포기 선언.
이로 인해서 얻는 이득이 참 많았다.
우선 의사로부터 장애인이라는 인증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정부의 보조금과 여러 혜택을 받는다.
상현에겐 별로 의미 없는 대학 등록금부터, 공기업 대기업 취업의 특별 전형까지.
상현이 바란 건 당연히 후자였다.
코치님과 이야기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할머님도 몸이 쇠하셨고…… 저도 얼른 밥벌이를 해야 하거든요.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어느새 가만히 상현을 응시한다.
5년 동안이나 봐온 환자다.
소년 시절에 봤던 그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청년이다. 그는 이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 역할을 짊어지려 하고 있다.
“그래요. 수고 많았습니다. 상현 학생.”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언제든 이상이 생기면 들러요.”
“예.”
상현은 공손히 손을 마주 잡으며 인사를 건넸고. 병원을 나섰다.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리라, 마음먹으면서.
그는 일부러 양궁에 관련된 그 어떤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사회에서 적응해야 하는데, 그런 것에 신경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 길로 그는 아르바이트와 기업 공부를 병행했다.
아무리 장애 등급 특별 전형이 떼 놓은 당상 식이라고는 해도, 조직 안에 들어가서 쓸모없는 인간이 될 수는 없었기에.
평생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책을 이때 가장 많이 봤으며, 관심도 없던 영어도 죽어라 익혔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더럽게도 입에 안 붙었다.
고등학생…… 아니, 거의 중학생 시절부터 다시 하는 셈이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그래도 새로운 목표가 생겨서 힘이 솟는다는 것일까?
그는 회사 안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나…….
“야. 신입. 경력 이거 뭐야. 무슨 에러 난 거 아니냐?”
회사 생활은 공부로는 익힐 수 없는 분야였다.
“너 장애 티오냐?”
부장급에게는 정확히 전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프라이버시라서일까.
어차피 대번에 들킬 거 그냥 써주지.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
“하…… 말하기 좀 그러면, 그냥 낙하산이라고 하자. 어차피 그거 비슷한 거니까.”
“……예.”
이게 나름대로 부장의 배려였을 수도 있었다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의 의도가 어찌 됐든 말이다.
입사 후의 5년은 그다지 빛날 일이 없는 세월이었다.
낙하산으로 오인받았기 때문은 아니다.
낙하산으로 오인받을 만한 실무 능력 때문이었다.
상현이 아무리 날고 기어 노력한다고 해도, 초등학생부터 회사 생활을 위해서만 훈련된 것 같은 괴물 같은 신입 사원들 사이에서 빛나기란 어려웠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5년간의 회사 생활은 그에게 쓴맛의 연속이었다. 패배의 향연이었다.
하나, 이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경험이 값졌다는 것.
그때의 세월이 지금 이 마이크 앞에 서 있는 날 만들어냈다는 것.
* * *
‘그런 날도 있었지.’
상현은 갑자기 밀려들어 오는 기억들을 쓴맛 나는 침과 함께 삼킨다.
“영상 속의 유상현이 아몬드 선수가 맞답니다! 이야~! 대답 정말 감사합니다! 아몬드 선수!”
관중석엔 박수 소리가 지나갔다.
“근데…… 왜 그만두셨습니까? 엄청난 성적을 내셨는데요!”
말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사연이다.
그 시절 휘몰아치던 시련과 감정의 파도.
어떻게 다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전부 담아낼 것인가. 상현은 알지 못했다.
“물론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심스레 덧붙이는 그의 눈빛에서 느껴졌다.
정말로 여기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하지만 상현이 직접 이 무대를 골랐다. 어차피 틀어막아도 계속해서 어디서든 솟아나는 과거의 망령을 떨쳐내는 곳으로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그 모든 기억들을, 단 한마디로 담아서 전달했다.
“오른팔 부상으로 은퇴했습니다.”
관중석에 침묵이 흘렀다.
하나 그리 무겁기만 한 침묵은 아니다. 저들은 모든 사연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부상으로 은퇴했구나…… 정도.
채울 수 없는 이해의 간극이 존재한다.
저들은 상현이 겪었던 그 풍파를 온전히 알 수는 없다.
하나 괜찮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서 그간의 팬들이 보내온 궁금증에 깔끔한 해명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욕심이다.
“중학교 때부터 양궁을 했었고, 부상으로 은퇴 후, 회사 생활을 하다가 구조 조정 이후에 나와서 스트리머를 하게 됐습니다.”
그의 10년을 아주 간단하게 압축해놓은 문장.
그래. 이거면 인터뷰로는 충분했다.
여기에 은인에게 보답하는 말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럼 지금까지 오른팔이 문제가 있습니까?”
상현이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예. 양궁을 할 정도로 정밀하게 움직이진 못합니다.”
“그럼 여기서도요?”
“아뇨. 가상 세계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러닝타임에 문제가 있어요. 오른팔을 많이 쓰면 오래 플레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 손 플레이가 나왔던 거군요?”
“예.”
조용하던 관중석이 웅성거린다.
-와…… 부상 때문이야?
-헐……
-난 몰랐어.
-아직까지 있다고?
“근데 결승에선 괜찮으셨나요? 한 번도 한 손으로 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연식이 좀 오래된 중고 캡슐로 게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캡슐이요?”
“예. 근데 얼마 전에 큰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캡슐을 얻었는데. 그 이후로는 괜찮습니다.”
“아! 그 애스턴의 플라톤인가요?!”
-와. 역시 애스턴
-그런것도 캡슐 영향을 받아?
-클라스 어디 안 가네
상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애스턴의 플라톤 모델이라고 착각할 법하다. 중계진이 그의 캡슐 변화를 알아챈 게 딱 그 시점뿐이니까.
“아니요. 다이버즈에서 저에게 맞춤 캡슐을 선물해 주셨어요.”
팅.
상현은 자신의 현재 연결 정보를 띄웠다.
카메라들이 클로즈업한다.
옆에 있던 킹귤이 말했다.
“어? 처음 보는 캡슐 코드인데. 다이버즈 맞나요? 다이버즈는 보급형이라 제가 다 아는데…….”
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다이버즈가 새로 런칭한 노바라는 브랜드입니다. 대표님께서 제 사연을 들으시고는 무료로 지원해 주셨습니다. 어차피 테스터가 필요하시다면서요.”
중계진이 놀란다.
“무, 무료로요?”
“와. 맞춤형 그거 비싼데…….”
캐스터가 상현에게 다시 물었다.
“이 캡슐로 바꾼 덕분에 러닝 타임이 늘어나신 겁니까?”
“예. 캡슐 교체가 안 됐다면 체력적인 문제로 5경기까지 진행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상현은 이쯤에서 인터뷰를 마쳤다.
“제 자세한 개인사는 제 개인 채널에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를 위한 우승 인터뷰 자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에게 넘어갔고.
상현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마치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끝났다.
‘잘했다.’
상현은 만족스러웠다.
‘잘했다. 유상현.’
* * *
“와씨!”
쿵.
주혁은 몸을 너무 크게 움직여 책상에 무릎을 찧었으나. 개의치 않고 외쳤다.
“잘했다! 유상현!”
어떻게 보면 결승전 경기보다도 더 긴장되는 인터뷰였다.
구구절절해 보일 수도 있었고, 괜히 감성팔이 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었던 내용인데.
상현은 정말 필요한 말만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그것만으로도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충분했다.
-ㅠㅠㅠ 아니. 부상으로 은퇴한 거야?
-어쩜 좋아 ㅠㅠ
-지금도 ㅈㄴ 잘 쏘는데 아깝네……
-덤덤하게 말하니까 더 슬프네 뭔가
굳이 이것저것 붙이지 않아도, 상현의 사연에는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 수밖에 없는 힘이 있다.
이런 경우엔 아무리 상현이 축약해서 말해도, 사람들이 손수 나서서 사연을 더 캐내고, 퍼뜨린다.
더군다나 난트전이 완벽하게 종료되면, 지아가 영상을 바로 업로드할 것이다.
상현의 사연을 훨씬 더 자세하게 다루는 인터뷰 영상이다.
인터뷰엔 상현뿐 아니라, 그의 양궁부 친구들 그리고 양궁 협회, 과거 코치님까지 참여했다.
이 인터뷰들을 다 딴다고 지아와 연주가 고생 꽤나 했다.
[자~! 여러분 즐거웠던 난트전이 끝났습니다!]주혁이 기다리던 말이 흘러나온다.
[저희는 다음에도 더 재밌고, 신나는 컨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트바!]우레와 같은 함성, 폭죽으로 화면이 도배되면서 방송이 종료되었다.
꿀꺽.
주혁은 괜히 마른침을 삼키며 올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상현은 아직 캡슐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 팀원들과 뒤풀이로 이야기를 좀 더 하다가 올 테지.
띠링.
[지아 : 주혁쓰. 올렸어!]난트전이 끝나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때.
지아가 메시지를 보냈다.
확인해 보니 올튜브에 정말로 영상이 올라가 있다.
[양궁 유망주가 아몬드가 되기까지]제목도 적당히 자극적인 게, 주혁의 마음에 들었다.
조회 수가 하나둘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회 수 2] [조회 수 10] [조회 수 32] [조회 수 183]당장에라도 커뮤니티로 들어가서 링크를 던지면서 떠들고 싶었으나.
주혁은 기다렸다.
‘참아야 된다.’
[조회 수 1.3천]마침내 1천 선이 돌파했을 때.
그는 그제서야 준비했던 링크를 복사 붙여넣기 하며 모든 커뮤니티에 글을 돌렸다.
[아몬드가 말했던 사연 올튜브에 진짜 올라옴]일단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상현의 양궁 선수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터라, 주혁의 글은 금세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킹덤의 활 아몬드. 알고 보니 국가대표가 될 뻔?]킹치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배틀 라지 커뮤니티인 배라31에서의 이슈글에도 상현의 이야기가 있었다.
[예전에 배라 다이아 신기록 세웠던 아몬드 기억남? 양궁 종합 선수권에서 금메달 땄었대 ㅋㅋ]릴프로는 당연했다.
[아몬드 드디어 난트전에서 인정했다!]이런 게시글이 빅프로에 서너 개나 박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혁의 글에도 금세 반응이 붙었다.
-오 개인 채널에 영상이 따로 올라옴?
-미리 준비해 뒀었나 보네
-엠바고가 풀린 거 아님? 대박
└아몬드 사연인데 엠바고가 있냐?
└난트전 인터뷰 때 말하기로 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와씨 인터뷰 너무 짧게 해서 호흡 곤란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당장 간다
-견과류 형님 힘들게 살았네 ㅠㅠ……
-와 아직 조회 수 1만도 안 됐는데 ㅋㅋㅋ 벌써 물어왔네
아몬드가 영상을 올렸다는 사실이 커뮤니티에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
[와 인터뷰에서 말한 건 새 발의 피였누ㅋㅋㅋ] [아몬드 무인 택시 사건 피해자 중 하나였네 ㄷㄷ] [아몬드 엄청 가난했는데 양궁으로 어떻게든 해보려 했던 거래 ㅠㅠ 지금 넘 잘돼서 다행 ㅠㅠ] [와 영상 봄?? 인터뷰 많이 따놨네]영상에는 상현의 생활고에 대한 이야기, 아성 입사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등.
소연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아몬드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더라도,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것들.
[애들 뭔 소리하는 거냐. 나도 좀 보자] [그게 뭔데 씹덕들아]영상의 조회 수도 따라서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조회 수 10.8만]올린 지 1시간도 안 된 영상의 조회 수가 10만이 넘었다.
주혁의 계산대로라면, 이 속도로 올라가는 조회 수는 반드시 ‘실시간 화제 영상’에 들어간다.
#실시간 화제 58위
아니나 다를까.
1시간 만에 실시간 화제 차트에 진입했다.
‘뭔가…….’
주혁은 이때 직감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르다는 걸.
‘기류가 바뀐 것 같다.’
어쩌면 스트리머 아몬드의 전성기가 이제 시작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