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6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62화
93. 새로운 도약(1)
난트전이 끝난 날 당일.
상현은 캡슐에서 나와 주혁과 간단히 회포를 풀었다.
치익.
캔맥주를 따내며 주혁이 물었다.
“우승. 축하한다.”
“너도 수고가 많았다.”
탁.
요란히 부딪치는 유리잔 소리가 아니라, 맥 빠지는 알루미늄 캔 소리지만.
이 정도로도 둘은 충분했다.
꿀꺽.
맥주를 한껏 들이켠 상현이 ‘크으……!’ 소리를 내며 아몬드를 입에 털어넣는다.
와드득.
주혁도 따라서 아몬드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놈의 지겨운 아몬드.
“에라이. 치킨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달동네 계단 때문인지 뭔지 배달이 하도 안 와서 억지로 먹고 있는 참이다.
“야. 이게 다 광고야. 감사합니다, 하고 먹어.”
“우리끼리 먹는 게 어떻게 광고냐. 카메라라도 돌아가냐?”
주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몬드를 입에 더 털어 넣었다. 아까 먹은 아몬드를 이 아몬드가 정화해 주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던 중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나버렸는지, 그가 피식 웃었다.
“근데 광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그 와중에도 노바 광고를 잘만 하더라. 어? 이제 완전 스트리머야.”
“머릿속에 그거 언제 말하나 타이밍만 재고 있었지.”
상현이 씩 웃으며 받아쳤다.
아무리 그래도 과거사를 말하는 게 감정적으로 벅찼을 텐데, 꽤나 여유로운 척한다.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네.’
주혁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꼈다.
상현에게 숨기려 했던 그 과거가 이젠 그냥 친구끼리 곱씹을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거 다 얘기하고 나니 어때? 조금 후련한가?”
주혁이 넌지시 묻자, 상현은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아니.”
“?”
“아주 후련하지.”
둘은 빵 웃으며 다시 캔맥주를 부딪쳤다.
-띵~동!
그와 거의 동시에 울려 퍼지는 초인종.
치킨이 배달왔다.
주혁은 배가 고팠는지 얼른 뛰어나가 계산한 뒤. 반쯤 식어버린 치킨을 가져와 펼쳤다.
“배달원 표정이 또 안 좋네. 하하.”
아무래도 오토바이로 이 동네 계단을 올라올 수가 없어서, 걸어서 올라오다 보니 어지간히 힘들었을 것이다.
“별수 없지.”
조금 식긴 했어도, 치킨은 치킨이었다.
한입 뜯으니 육즙과 고소한 기름이 한 움큼 배어 나오는 게, 뇌가 저릿할 정도의 쾌감이 느껴졌다.
“으아. 이거지.”
“흐아…….”
이후, 둘은 아성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로 한참 열을 올리다가. 모든 추억을 다 곱씹고 도저히 더 꺼낼 게 없어지자, 박 부장이 이제는 완전한 대머리가 되었을 거라는 주제로 두어 시간가량을 토론했다.
결국 반 정도만 날아갔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 뒤에야 둘은 잠에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간만에 음주로 인해 숙취 해소를 위한 토마토 스튜를 준비하려던 주혁.
‘아. 셀러리가 없네.’
그는 필수 재료 중 하나가 없다는 걸 눈치채고는 상현을 깨우러 갔다. 어차피 늘 일찍 일어나서 조깅을 나가니까 나간 길에 사 오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현은 아직 자고 있었다.
“……뭐야.”
신기하게도, 자면서 웃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피식거리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자면서 저렇게까지 웃는 건 처음이었다.
“대체 뭔 꿈을 꾸는 거야.”
주혁은 결국 상현을 깨우진 못하고 자신이 직접 사러 나갔다.
아침 바람이 꽤나 쌀쌀하다.
‘이제 완전 한겨울이구나.’
11월이 지나고 어느새 12월 초다.
이 날씨에 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가끔 얼음이 얼어 있기도 해서 미끄러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이제 꽤나 익숙해진 주혁은 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여유롭게 휴대폰을 보기까지 했다.
[양궁 유망주가 아몬드가 되기까지]어제 지아가 올렸던 상현의 과거 관련 영상이다.
[조회 수 82.9만]12시간 정도 지났는데, 조회 수가 82만을 찍었다.
굉장한 추이다.
댓글도 당연히 많이 달리고 있다.
-ㅠㅠㅠㅠㅠ 어떡해 ㅠㅠ
-와 ㅠㅠ 진짜 무슨 영화냐
-아몬드 꼬꼬마 시절부터 존잘이네 인기 개많았겠다.
└지상 최악의 미드라이너. 유 상 현
-얼굴만 영화 배우가 아니라 인생도 영화네
-이게 뭔 일이야. 어린시절 상현이 미쳤다. 이 와중에 커여워 ㅠ
-헐 형님.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룬스타에 광고만 도배해도 욕 안 할게요 ㅠ
-우리 킹치만 협회는 당신을 지지합니다.
수많은 팬들의 위로의 댓글이 달리는 건 물론.
[양궁 협회] – 상현 씨…… 그때 그 학생이었군요. 오래 근무하신 분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잘돼서 다행입니다.└와 찐이다
└형이 왜 여기서…… 아니, 여기서 나오는 게 맞구나.
└진짜 공식 채널임? ㄷㄷ
양궁 협회 공식 채널에서도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최근 브이로그 등으로 가볍게 올튜브를 하는 현주도 댓글을 달아주었다.
[현쭈 Vlog] – 오빠. 이제 말했구나. 축하해. 앞으로 잘될 일만 있을 거야!└와 금메달리스트다
└헐 진짜 현주 님이다 ㄷㄷㄷ
└동창이셨어???
└여윽시! 누나 믿고 있었다고! 괜히 아몬드 룬스타 팔로우한 게 아니라고!
└금? 그거 골드 아냐? 아몬드는 다이아라고!
그리고 벌룬스타즈의 팀원들도 각각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남기고 갔다.
[미호] -오빠 ㅠㅠㅠ 나 이거 못 보겠어 ㅠㅠ [열혈! 감성타코] -어휴 고생이 많았다 몬드야. [풍선껌] -다음에 또! 다시 게임하자! [딸기슈터] -아몬드 오빠 ㅠㅠ벌룬스타즈 팀원들끼리는 상당히 친분이 돈독해진 모습이다.
보기가 좋았다.
단순히 주혁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댓글 여론도 그랬다.
-벌룬스타즈는 계속 우정 이어질 것 같아 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함
-껌형이랑 아몬드 케미 지릴 때부터 알아봤지 ㅋㅋㅋㅋㅋ
-계속 친했으면 좋겠당ㅋㅋㅋ
-몬드가 벌룬 멤버들이랑 있을 땐 엄청 표정이 밝음
└오 ㄹㅇ ㅋㅋㅋㅋ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네.
-와 오늘 뒤풀이 방송 ㅈㄴ 기대된다.
뒤풀이 방송.
저 글자에 주혁의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고 보니 오늘 뒤풀이 방송을 해야겠구나.’
난트전 같은 큰 사건(?) 이후엔 스트리머들은 흔히 뒤풀이 방송이란 걸 한다.
앞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한 번 더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아마 아몬드도 그런 방송을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전해줘야겠다.’
주혁은 자신의 메모 앱에 메모를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한편에 댓글이 보였다.
-와! 이거 메이저 언론에 기사 났어! 월클이다! 아몬드!
‘메이저 언론……?’
주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른 장 보고 와야겠다.’
* * *
아무리 1인 방송, 1인 기업, 1인 기획사, 심지어는 1인 언론사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인터넷 방송 세계에도 메이저 마이너 채널이 구분되듯, 언론사 역시 당연히 계급이 존재했다.
인터넷 찌라시 정도 급인 언론부터, 기성세대부터 꾸준히 신뢰를 쌓아온 전통 있는 언론사까지, 나름의 계급도가 있다.
연예인 뒤꽁무니를 캐고 다니는 언론과 국가 주요 동태를 외신과 합작해서 써내는 언론사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
하나 애석하게도 스트리머들의 사건 사고는 대체로 전자에서 다룬다. 연예인 뒤꽁무니 캐고 다니는 언론 말이다.
아니, 전자에서 다뤄주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연예인 취급이라도 받는다는 거니까.
대체로는 프리랜서 기자가 하청을 받아서 찌라시처럼 하위 언론사에 뿌려 버린다.
이런 기사들은 나가봐야 하나같이 도움도 안 되고 커뮤니티에서 이상한 어그로만 튀는 것들이다.
하나 지금 식사를 마친 후, 주혁이 보고 있는 기사는 달랐다.
[부상으로 좌절된 꿈을 딛고 일어선 양궁 소년] [한해일보, 기자 이정수]한해일보. 일제 치하에서부터 광복을 위해 활약했던 국내 최고 입지의 언론사다.
당연히 언론사다 보니 싫어하는 사람 반 좋아하는 사람 반이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정도 급의 언론사에서 상현의 사연을 메인 기사로 다뤘다는 게 중요한 거다.
쉽게 말해 ‘계급 상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민 부르주아에서 귀족으로 가는 길이지.’
계급…….
주혁과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가 이 직업과 관련된 일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아들의 사회적 계급이 떨어질 걸 우려한 것이다.
수익을 떠나서, 스트리머라는 직종, 그리고 심지어는 그 매니저를 한다는 건 기성세대에게 조폭으로 돈을 벌겠다고 집을 나서는 것과 크게 달리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 스트리머도 스트리머 나름이고, 매니저도 매니저 나름이다.
그걸 증명해 내야 한다.
그게 주혁의 계급 상승이며, 사회적 증명이다.
그런 만큼, 한해일보 기사를 읽는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기사 내용 좋은데……?”
일단 기사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팩트와 다른 점도 없고 굳이 더 자극적으로 꾸며낸 것도 없었다. 올튜브에 올린 상현의 사연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서 옮겨놨다.
기자가 한 건 그 위에 서사를 덧댄 것이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양궁 소년이, 스트리머로서 삶을 극복하는.
‘댓글은 어떤가…….’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런 기사의 문제는 보통 댓글이다.
보통 스트리머나 크리에이터 관련 기사가 이런 메이저 언론에 실리면 어떤 댓글이 달리던가?
-이게 누군데 기사가 남?
-뭔데 이 듣보는
-인방충 기사 좀 내지 마라
-진짜 누군지 모름;
이게 평균이다.
메이저 언론을 보는 대중과 마이너 컬쳐 쪽인 스트리머 시장의 대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게다가 요즘은 모두가 다른 컨텐츠를 소비하니까.
그러나 상현 관련의 기사는 달랐다.
-처음 보는 분인데~ 응원합니다~ 할머님을 부양해 내시고, 좌절을 극복한 게 대단하네요~~! (추천 4,091)
-스트리머 중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인방에 인식이 별로 안 좋았는데. 사연 읽다가 찔끔 울어버렸어요. ㅠㅠ 더 잘되길 바랍니다. (추천 2,882)
-그 택시 사건 ㅠㅠ 그때 난리도 아녔죠. 유명인들도 꽤 죽어서…… 와중에 아몬드 님 같은 분이 살아남으셔서 다행입니다. 재활도 꼭 다시 도전하시면 좋겠어요ㅠ (추천 1,022)
-아몬드 ㅋㅋ 이름도 귀엽네요. 얼굴이 훤칠하니 잘생기셨구요. 나도 겜방이나 볼까…… (추천 710)
-영화 배우급 얼굴. 영화 같은 사연. 신궁급 활 실력…… 이, 이게 스트리머? (추천 425)
이거다.
주혁이 상현의 메이저 가능성을 확신했던 이유.
이 기자가 썼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유상현 씨는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전통적인 스포츠인 양궁에서의 좌절을, 가장 혁신적이고 디지털화된 스트리머라는 직업으로 극복한 것이다……]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구세대에서 신세대.
그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것이다.
그걸 이 기자가 잘 짚어냈다.
“나 이제 방송 켠다?”
그리고 이제 오후 1시.
주혁의 재촉에 일어난 상현이 슬슬 방송을 켠다.
난트전에 대한 뒤풀이 방송이었다.
“어. 그래. 잠시만.”
주혁은 상현의 디스월드 모바일 채팅방을 확인한다.
이 뒤풀이 방송의 재미는 중간중간 다른 스트리머들이 후원이나 채팅으로 끼어드는 것이라 했다.
그러려면 다른 스트리머들이 지금 활동 중인지를 봐야 한다.
‘모솔 홍차 그린티 활동 중…….’
벌룬스타즈 팀 멤버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 조합도 나쁘진 않을지도.’
벌룬스타즈 멤버들은 상현의 방송에서 이미 이미지가 많이 소모됐다. 시청자들은 이미 난트전을 저들의 시점으로 관람했다.
하지만 적이었던 다른 스트리머들은?
주혁은 지아와 연주에게 메시지를 보내, 저들의 방에 들어가 은근한 정보를 흘리기로 한다.
-지금 아몬드 뒤풀이 방송한대여
-시청자 개폭발할듯 ㄷㄷ
-스트리머 시청자 안 가리고 질문 받는다는데?
등의 채팅을 치면, 당연히 한 숟갈 얹고 싶을 거다. 난트전 뒤풀이를 한다면 누가 뭐래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스트리머는 아몬드니까.
“상현아. 한 20분 뒤에 고.”
“……20분?”
“아, 아니다. 10부…… 5분!”
띠링.
지아와 연주에게 답장이 왔다.
역시, 생각보다 입질이 빨리온다.
“고!”
* * *
흠흠.
상현은 잠시 책상 앞에 앉아 목을 가다듬었다.
그렇다. 오늘 상현은 캡슐이 아니라 캠이 달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익숙한 손짓으로 만지작거리자 금세 방송이 켜진다.
띠링.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알림이 뜨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숫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