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2화
1. 란(2)
메에에에~?
아몬드는 당혹스러움에 뒷걸음질 쳤다.
‘나…… 양이야?’
내가 양이라니.
이 상태로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라는 건가?
-ㅋㅋㅋㅋㅋㅋ아니 양이었어?
-와 이거 올만이누
-아몬드 당황한 거 커엽닼ㅋㅋ
-양몬드 ㅋㅋㅋㅋㅋ 댕웃겨 ㅋㅋㅋ
아무리 봐도 양이 맞다.
“메에에에~”
또 뭐라 말을 해보려고 해도 양 소리밖에 나오질 않는다.
채팅을 꺼놔도 뭐라고 할지 뻔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꺼끌거리는 건 뭐야.’
이제서야 느낀 건데, 입안에 뭔가 잔뜩 꺼끌거린다 꼭 사포 더미를 씹고 있는 것처럼.
양의 혀일까?
툭.
엉덩이 부근에 뭔가 부딪혔다.
“뭐야. 이거.”
신경질적인 목소리.
뒤로 고개를 돌려보니, 학생들보다 훨씬 더 큰 키의 인간이다.
그 역시 하얀 옷을 입었으나, 훨씬 더 기다랗고 커다란 문양이 박힌 것이었다.
‘성직자인가.’
아몬드는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수도승이나 성직자 비스무르한 거라고 추측했다.
-나왔다. 유사 로만
-이 쉑ㅋㅋㅋㅋ
-&#&@**!
-어우 이 상판은 다시 봐도 짱나네.
남자는 얼굴을 팍 찡그리며, 삿대질한다.
“어이. 거기 둘!”
손가락이 가리킨 건 앞장서 가던 아이 둘이다.
자신들이 입은 옷만큼이나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보는 아이들.
그로써 아몬드는 이 남자가 저 아이들에게 뭔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이 성직자가 교사 같은 건가 보군.’
학교 비스무리한 시설에서 이런 구도라면, 아마 이 성직자가 선생님 역할인 듯했다.
여기 선생들이 다 성직자인지, 이 자만 성직자인지는 더 봐야 알겠지만.
“너희들이 이 양을 데리고 왔지? 어?”
“아,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강의실로 가고 있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럼 이 양이 알아서 여기로 지가 뛰어왔다는 거냐? 양들은 전부 잔디를 벗어나질 못하는데!”
양을 훈련이라도 시켰나. 양들이 잔디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 말하는 것치고는 굉장한 확신이다.
“너희는 오늘 예배당 홀 청소다! 알았냐? 이 양이 더럽힌 꼴을 봐!”
“그, 그게 아니라…… 저흰 정말로…….”
아이들이 징계를 받게 생겼다.
울상이 된 얼굴을 보니 괜히 죄책감이 드는 아몬드.
“아. 베레드 형제님.”
또 다른 교사 하나가 반대편 복도에서 나왔다. 동그란 안경을 낀 순해 보이는 인상의,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남자다.
커다란 책을 꼭 안고 있는 모양새가, 어딘가 소심해 보인다.
“혹시 레테 견습생 보셨습니까? 오늘 아침부터 강의에…… 음?”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베레드와 새하얀 얼굴의 두 학생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입니까?”
“아…… 달리아 형제. 별거 아니요. 저 둘이 장난으로 양을 학당 안으로 데려온 것을 징계 주던 참이니.”
“아…… 아니에요! 저희는 데리고 오지 않았어요! 양이 뒤에 있는지도 몰랐다구요!”
“무슨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싶어?! 아예 징벌방에 넣어줄까!”
“지, 진짜 아니라구요! 선지자님!”
학생 둘과 베레드의 치열한 대결.
“음?”
달리아라 불린 소심해 보이는 교사는 동그란 안경을 고쳐 쓰며 둘을 번갈아 본다.
“뭐가 음? 입니까? 달리아 형제. 제 말을 못 믿는단 말입니까!?”
신경질적인 베레드는 이젠 달리아에게 따지듯이 호통쳤다.
아몬드는 여기서 선택을 하기로 했다.
“음메에에!”
그는 베레드에게 달려가 마구 몸을 비볐다.
-엌ㅋㅋㅋ무친 판단ㅋㅋㅋ
-아니 왜 베레드한테 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
“아, 아니. 이거 왜 이래 갑자기……!”
그리고 아까부터 입안에 꺼끌거리던 것을 그의 의복 위로 뱉어버렸다.
“음…… 베레드 형제님. 제 생각엔 형제님을 따라서 온 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아니, 지금 이건 이 미친 양이 갑자기 이러는 겁니다!”
“…….”
빤히 쳐다볼 뿐 달리아는 별말이 없다.
그에 베레드가 더 화가 난 건지 버럭 소리친다.
“지금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까!?”
“아뇨. 여기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달리아는 아까부터 빤히 쳐다보던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로브에 묻은 꺼끌거리는 건초더미를 떼어냈다.
“이걸 따라서 온 거죠.”
“……?!”
베레드의 표정이 상당히 볼만해졌다.
그도 그럴 만했다.
그는 건초 더미를 묻힐 만한 일은 하지 않았고, 이 양은 자신보다 앞장서서 가고 있었다. 뒤꽁무니를 쫓아오던 게 아니란 말이다.
-세상 억울한 표정
-억울한 표정 장인 베레드
-ㅋㅋㅋㅋㅋㅋ나 같아도 개억울함
“이…… 이럴 수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옷에 건초 정도야 묻을 수 있지요. 그게 일곱 여신들께서 관장하는 이 세상의 재밌는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인간들은 그 분들처럼 통달하지 못했으니…….”
달리아가 두 학생에게 이만 가 보라는 눈짓을 보낸다. 아이들은 저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서 강의실로 향했다.
달리아는 베레드에게 싱긋 웃어 보인다.
“실수는 언제나 너그러이.”
그가 가장 주로 모시는 용서와 거짓의 여신 세테이야의 격언 중 하나.
그를 끝으로 본인도 이만 강의실로 몸을 돌린다.
“이…… 이 미친 양놈이!”
-미친 양 놈ㅋㅋㅋㅋ
-졸지에 서양인 등극;
-베레드 반응 ㅅㅂㅋㅋㅋ 개웃곀ㅋㅋ
-양놈은 너잖아 베레드야;
달리아가 사라지자, 베레드는 양에게 화풀이를 하기 위해 그를 찾았으나. 이미 저 멀리로 뛰어가고 있는 양의 엉덩이만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마치 자신을 엿먹이려고 작정한 듯한 양의 행동을 보며 베레드는 어이가 없어 씩씩거렸다.
하나 이제 곧 강의 시작인데 저 양을 따라가겠다고 발발 뛰어서 학당에서 멀어질 순 없었다.
“에라이…….”
* * *
“메에~~ 메에~~”
헉헉거리며 뛰던 아몬드는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안심했다.
베레드는 자신을 쫓아오는 걸 포기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굉장히 통쾌한 기분이다.
하나…….
“메에…….”
통쾌함도 잠시.
이 양의 몸으로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게임의 감을 잡기 위해 클리어 조건을 확인했다.
==== ====
[클리어 조건]★: 비밀
★★: 소녀
★★★: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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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 상태로 뭔 비밀을 알아내고, 소녀를 만나며, 복수까지 한단 말인가?
다음 날 양갈비로 도축되어 불판에 올라가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래도 해보자.’
그는 일단 다른 양들에게 다가갔다.
초원의 양들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메~ 메~ 거리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에~”
아몬드는 그들 중 한 마리에게 말을 걸어본다.
“메에~?”
녀석은 아몬드를 쳐다보며 갸웃거린다.
“메에~~ 메에에에~~”
아몬드는 이때다 싶어 뭐라 뭐라 말을 했으나.
“메에~”
녀석은 다시 풀이나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열이 받아 그를 앞발로 콩, 한 대 밀고는 다시 뒤돌았다.
“……메에.”
‘안 되네.’
-아니 지금 설마 양끼리 얘기하려고 한 거임?ㅋㅋㅋㅋ
-엌ㅋㅋㅋㅋ
-ㅁㅊㅋㅋ 상상력 보소
-이게 뉴비지~~ 크~
-드루이드냐고ㅋㅋㅋ
양끼리 말이 통해서 무슨 동물 네트워크라도 구축해 비밀을 알아내는 전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후로, 그는 건초 더미를 뒤져본다든가, 아니면 다른 양들의 양털 안을 마구 헤집어보기도 했으나.
“메에…….”
‘또 안 되네.’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는 별수 없이 초원에 벌러덩 누워 버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풀을 질겅질겅 씹으며 고민해 봤다.
처음부터 돌이켜보자…….
‘아까 베레드랑 마주친 게 우연일까?’
처음 레이나 스토리 모드를 했을 땐, 들어가자마자 필요한 요주 인물들이 곧바로 다 파악됐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닐까?
베레드, 달리아 그리고 두 학생. 이 스토리 모드의 키가 될 인물들일지도 몰랐다.
단지 눈치를 못 챈 것일 뿐.
‘근데 란이 없잖아.’
아무리 어린 란이어도, 레이나를 봤을 때처럼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아까 그 학생들은 란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란을 찾아낼 수가 없다.
“메에…….”
한숨이 나온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양인 상태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몬드는 괜시리 학당 쪽을 바라본다.
‘……!’
그러던 중.
“메에!”
어떤 생각이 머리를 휙 스쳐 간다.
‘레테가 없다고 했잖아.’
아까 달리아가 말하기를 레테라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 그 학생이 뭔가 관련이 있을까?
아몬드는 일단 다시 무작정 학당으로 가 보기로 한다. 지금은 전체가 다 수업 중이라 아무도 양 한 마리쯤 들어온 걸 눈치채진 못할 것이다.
* * *
학당 안에 들어온 하얗고 복실거리는 양 한 마리.
녀석은 양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학당의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창에 보이지 않기 위함인지, 아니면 소리를 듣기 위함인지 벽에 바싹 붙어서 걷는다.
-……순백의 마나를 계속해 정제하여 가다듬으면…….
-일곱 여신들 중 가장 엄하기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양의 귀로 스쳐 간다.
‘순백의 마나.’
하지만 한 단어 정도는 그에게 익숙한 것이다.
순백의 마나.
란이 다루던 에너지의 정체였다.
그걸 여기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란은 역시 이곳의 학생이다.
혹은 선생일 수도 있겠다. 레이나 스토리 모드처럼 어린 시절 이야기인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여신님들의 축복을 받기 위해선 언제나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여야…….
-……알다시피 여색은 순백을 ‘물들게’ 한다. 순백은 우리를 여신님들께 영원히 바치는 조건으로 받은 명패이니.
계속해서 복도를 거닐며 훔쳐 들어보니.
대충 여기는 종교 시설 같은 곳이 맞았다. 모든 수업이 다 여신에 관련된 것이고.
거의 세뇌하듯이 반복하여 말하는 건 여인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그게 이 종교의 신들이 대부분 여신인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순정을 그녀들에게 바쳐야만, 순백의 마나를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여색은 너희들이 제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니 필시 멀리하고 봐야 한다. 그리 모범적이었던 란도…….
“메에!”
너무 반가운 마음에 갑자기 육성으로 튀어나온 목소리.
동물이 돼서 그런가 이런 게 잘 제어가 안 된다.
아몬드는 후다닥 어딘가로 뛰었다.
타닥! 타닥!
발굽 소리까지 울려 퍼진다.
제기랄.
‘커튼?’
고풍스러운 아치 구조들 사이로, 작은 문이 있었는데. 문은 없이 커트으로 쳐진 곳이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양 소리 같은 게 나지 않았나?”
교사로 추정되는 목소리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기분 탓인가? 여기로 바로 오는 느낌이다. 어떻게 알았지?
‘발자국……!’
양의 발굽 자국이 시커멓게 복도에 다 나 있었다.
“뭔 장난질을…….”
커튼 바로 앞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야? 다시 시작해야 하나?’
아무래도 게임에 별로 도움이 될 전개는 아닌 게 분명했다.
촤락!
커튼이 젖혀지고.
‘……아.’
교사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하? 역시 네놈이었구나!?”
베레드라니.
어떻게 하고 많은 교사 중에 이 녀석인가?
“넌 오늘 진짜 도축을 해버릴 줄 알──”
처음부터 시작하면 어디서 어떻게 해야겠네…… 라고 생각하던 중.
“튜르-뮤토!”
교사의 뒤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파직!
번쩍이는 빛이 베레드를 강타했다.
“어어어어러러럵!”
-사이다!
-이 몸 등장!
-드디어 나왔냐
-@&*!
그의 눈에서 하얀빛이 솟구치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가만히 서 있었다.
“메에!?”
‘뭐야?’
아몬드도 깜짝 놀라 똑같이 서버렸다.
“레테! 뭐 해! 얼른 나와!”
부르르 떨고 있는 교사의 로브 뒤에서 나타난, 장난기 넘쳐 보이는 소년.
그가 양인 아몬드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레테! 지하 감옥은 갔다 온 거야? 아니다. 일단 나와! 얼른! 들키면 우리도 란이랑 같은 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