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7화
11. 전쟁(1)
성을 빼앗겼다는 소식이 탈로란트의 다른 친척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그들은 혈육의 복수 혹은 그들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군을 집결했고, 오늘 아침, 평야에 모인 것이다.
-오우, 전쟁!
-와, 대규모다.
-크! 이게 킹덤이지!
-뭐야? 이거 갓겜 같아
-ㄷㄷㄷ
킹덤 에이지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갑자기 엄청나진 스케일에 놀랐다.
-와 ㅋㅋㅋㅋㅋ 난 하다가 며칠 만에 꺼서 이런 거 못 해봤는데
-스케일 갑자기 무쳤네!
-크…….
보통 이런 수준의 스케일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어지간히 끈기 있는 종합 스트리머들도 보여주지 못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만큼.
심지어는 아무리 오래 플레이해도 이런 콘텐츠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일례로 극악의 매운맛을 자랑하는 풍선껌이 그러했다.
그는 약 한 달간 이 게임을 붙잡고 있다가 ‘자, 다음 게임은~’이라며 자연스럽게 게임을 정리해 버렸다.
-끈기의 아이콘 풍선껌도 이런 거 못 했는데 ㅋㅋㅋ
-아몬드는 무슨 며칠 만에 해버리네 ㅋㅋㅋㅋ
-ㄹㅇㅋㅋ
아니나 다를까, 채팅창에서 풍선껌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다른 스트리머 언급은 자제해 주시구요.”
상현이 능숙하게 관련된 화제가 나오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그보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마침 딱 끊기 좋네요.”
-!?!?
-뭐야!
-이제 재미 좀 보려는데!
-으어어어어
-ㅠㅠㅠㅠ
-안 대!
아쉬워하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평소보다 빠른 방종이었다. 무엇보다 굉장한 콘텐츠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트바!”
그러나 상현은 칼같이 방송을 꺼버렸다.
딱히 피곤하다거나 지친 것도 아니었다. 오늘 방송에선 전투 신이 없었다.
‘적절한 때 끊는 것도 중요하지.’
이쯤에 끊는 게 적절해 보였을 뿐이다.
이렇게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임류는 언제 끊느냐도 굉장히 중요했다.
당장은 아쉬운 반응이 나올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이게 훨씬 유리했다.
도토리묵이 그에게 남겨줬던 조언 중 하나였다.
치이익…….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상현의 캡슐 뚜껑이 열렸고.
평소보다 뽀송뽀송한 상태의 상현이 몸을 일으켰다.
“후우.”
전투 신이 없었으니, 땀도 별로 흐르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은 그냥 바로 자도 되겠네.”
시계를 보니 밤 12시 반이었다. 이렇게 일찍 자보는 건 간만인지라, 곧바로 잠이 오진 않았다.
상현은 옆으로 몸을 뉘고, 휴대폰을 스크롤하며 오늘 방송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 * *
커뮤니티 킹치만에서는 새로운 루트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에밀리아 호감도 만땅 찍는 법!]이런 제목의 글이 인기글이었는데, 들어가 보면 이런 식이다.
‘혼자서 성을 하나 궤멸시켜라!’
상현은 그게 자기 얘기였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에밀리아의 호감도를 만땅 찍으려면 성 하나 혼자 털 만큼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몬드처럼.
-미친놈ㅋㅋㅋ
-그 실력으로 왜 에밀리아 꼬심, XX아. 현실 여자친구 꼬시지.
└ㄹㅇㅋㅋ
└ㄹㅇ맞말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머리로 지금도 여친이 없누 ㅋㅋㅋㅋ
-그냥 게임을 클리어하라고 해…….
-ㅋㅋㅋㅋㅋ 안 사요! 안 사!
└못 사는 거 아님?
└팩트)다.
댓글 반응은 대체로 유머러스하다.
아무도 진심으로 아몬드의 성과를 따라갈 수 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하네.’
그 성과를 단 한 번의 시도로 만들어낸 상현은 진심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반응들인지.
정말로 자신 말고는 아무도 이런 플레이가 불가능했던 걸까?
‘솔직히 이상하잖아.’
양궁 선수가 대한민국에 유상현 한 명뿐인 것도 아닌데.
왜 상현이 세계 최고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걸까.
물론 킹덤을 하는 양궁 선수로 좁히면 극소수겠지만, 그래도 있긴 있지 않을까?
그들은 적어도 상현과 비슷한 퍼포먼스라도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반응으로 미뤄봐서는 상현의 플레이에 근접한 어떤 것도 없었던 모양이다.
‘설마 내가 게임에 재능이 있나?’
세울 수 있는 가설이라고는, 상현 자신이 양궁뿐 아니라 이 가상현실 게임에도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
그도 그럴 게 말을 타고 쏘거나, 몸을 날리며 적의 공격을 피하는 등.
이런 건 양궁 같은 신사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상현 씨는 순간 집중력이 내가 아는 선에서 최고 수준이야!’
도토리묵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집중력이라는 건 양궁에 있어선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러나 그게 꼭 양궁 선수만 강한 건 아니다. 바둑 프로도 집중력이 어마어마할 거다.
상현은 자신이 왜 특별한가에 대해서 잠시 의문을 품었으나.
그냥 다음 인기글로 넘어간다.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특출났던 인간인지라, 특별한 거에 별다른 거부감 같은 건 없었다.
이 현상은 그에겐, ‘이 라면은 왜 맛없지?’ 같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속보! 아몬드 실시간 에밀리아와 결혼 각!]결혼 각?
상현은 그 게시글을 보고 조금 황당해했다.
‘결혼은 아닌데.’
하룻밤…… 아니, 3일 정도 같이 잤다고 결혼하면 이 세상 출산율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거다.
여하튼 의아한 마음으로 그 게시물을 클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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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마차 옆에 앉게 한 걸로도 모자라서, 기사 얘기까지 꺼냄. 심지어 아빠 만나게 하려고 거짓말까지 함.
심지어 성에서 3일간 같이 지내고, 이제 말까지 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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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갈할 줄 알았으나.
-!?
-에밀리아가 거짓말까지 했다는 게 ㄹㅇ 충격이네.
└그런 적 없지 않았나?
└ㅇㅇ. 거짓말한 적은 없었지.
-3일간?! ㄷㄷㄷ
-ㄹㅇ 결혼이네
-ㅋㅋㅋㅋ와 부럽다, 아몬드의 삶!
└가상 캐릭터를 부러워하누…….
└진짜 아몬드도 부러운데.
└그건 ㅇㅈ
다들 에밀리아와의 결혼이 확정인 것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심지어 에밀리아와 결혼하는 아몬드를 부러워하는 댓글도 많았다.
‘신기하네.’
상현은 이불을 좀 더 끌어 올리며, 스크롤을 내렸다. 또 하나의 인기글이 시선을 끈다.
[아몬드의 활 스킬에 대한 분석 – 양궁 선수 뺨치는 드로우 자세]상현의 입장에선 저 제목을 보고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그의 과거 이력을 맞힌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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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란 스트리머가 활 솜씨가 그리 좋다길래, 나도 과거에 시위 좀 튕겨봤던 1인으로서 분석을 해보려고 영상을 봤다.
솔직히 그래 봐야 게임인데, ‘보정치나 이런 것들 다 활용하는 게 무슨 실력인가’ 이런 생각으로 봤는데.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은 REAL SHIT, 진짜, 혼모노라는 걸 알게 됐다.
소름이 돋는다.
밑에 분석 들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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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며 분석을 읽어본 아몬드.
‘진짜 관련 업계 종사자인가?’
아무래도 절대 비전문가는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상세하게 그의 자세를 분석해 내고 있었다.
드로우할 때, 정확하게 활시위가 입술 중간으로 안착하는 것, 릴리즈 과정에서 오른손이 전혀 딸려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것 등.
사실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대충해도 되는 자세들까지 아몬드는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내용.
-와, 진짠가?
-양궁 선수랑 비교한 영상 보고 왔는데, ㅅㅂ 아몬드가 더 나은 거 같은 건 내가 막눈이라 그런 거냐?
└ㅋㅋㅋㅋ나도 그 생각함.
└뭔가 쏘는 질이 다르다 느꼈던 1인 추가.
└작성자인데,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솔직히 양궁 선수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나도 선출이니 이런 말쯤은 해도 되겠지.
└선출 ㄷㄷㄷ
└ㄹㅇ임????
└분석글 보고 대충 미친 오타쿠거나 선수 했던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함.
-와, 양궁 선출이 분석해 주는 스트리머! 아몬드!
-ㅋㅋㅋㅋㅋㅋ킹치만 수준 미쳤누
선출?
선수 출신이란 말인가? 상현은 그 단어가 있는 스크린에서 한참 동안 엄지를 떼지 못했다.
“누구지…….”
양궁 선수라면 대충 다 건너 건너 아는 자들이다.
그의 오른손이 갑자기 떨려온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게시글을 읽어봤지만, 결국 작성자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상현에 대한 어떤 개인적 단서도 없었다는 것.
그러니까 작성자는 상현이 누군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감췄다.
“후우.”
휴대폰을 끈 상현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인지, 걱정인지 알기 힘들다.
‘아는 사람이면…….’
양궁 쪽 사람들은 이미 10년 전에 연을 다 끊었다. 코치님을 제외하고는 상현이 다쳤다는 사실도 아무도 모른다.
그게 최선이었다.
‘잠이나 자자.’
그는 눈을 감고 그냥 잠들기로 했다.
세상은 어둠으로 잠기고, 반짝이는 별들을 그 위에 하나, 둘 수놓았다.
상현은 별들의 개수를 세어본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쳐 가는 기다란 검은 머리칼.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다.
컴컴한 우주에, 검은 머리칼이라면 같은 검은색인데, 어떻게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걸까.
-이렇게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끝낸다고?
-어. 난 이제 재미없어.
-재미……? 너한텐 이게 그냥 재미야? 네가 양궁을 안 하면 누가 해? 모두가 네 그림자 보고 따라가는 거 몰라? 근데 재미가 없어서 그만둔다고?
-…….
-그래…… 가.
뒤돌아선 그녀는 어떤 별보다도 눈부시게 반짝이며 타올랐다.
상현의 눈에서도 반짝이는 것이 흘러내렸다.
* * *
다음 날.
킹치만에선 아침부터 오늘 아몬드의 방송을 기대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아몬드 오늘 공성전 어떨 거 같음?] [아몬드 활약상 예상도] [매드무비 하나 나오려나?]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부류들.
[킹덤 에이지 전쟁은 리얼리티가 높아서 아몬드가 아무리 활약해도 별로…….] [아처 하나가 아무리 날뛰어도 기사가 몇인데…….]아무리 그래도 전쟁터에서 궁수의 활약은 정해져 있으니 큰 기대는 말자는 부류들.
등등…… 여러 가지 반응들이 밀려 나온다.
‘좋네.’
이를 닦으며 각종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1천 대의 시청자를 보유한 아몬드의 입장에선 이런 식으로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설사 그게 악의적인 글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는 아침 식사를 대충 차려 먹고 평소처럼 조깅을 나섰다.
“어?”
동네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에, 후드를 쓰고 나온 서지아와 또 마주쳤다.
이번에는 지아가 먼저 말을 건넨다.
“운동…… 가시나 봐요.”
“아, 네. 그쪽도요?”
“……네.”
혹시 같이 가려나 하는 마음에 손짓을 해봤는데, 지아는 의외로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온다.
* * *
“허억…… 헉…….”
하천 공원을 한 바퀴 뛰고서 둘은 잠시 벤치에서 숨을 골랐다.
“새 채널에 올릴 영상들, 몇 개 완성됐는데…….”
상현이 가져다준 이온 음료를 마시며 지아가 말했다.
“아, 그래요?”
“보실래요……?”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공식 채널에 올라가게 될 영상이니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지아는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
[킹덤 에이지 EP.1 뉴비는 활 고르면 안 돼요?]이런 제목의 영상이었다.
지아는 자기 앞에서 그걸 본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 하천 쪽을 쳐다보고 있었고, 상현은 그 영상을 눌러 재생했다.
“……!”
이내 그의 눈이 큼지막하게 부릅떠졌다.
영상은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