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7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8화
3. 비밀의 비밀(2)
꿀꺽. 꿀꺽.
포션을 다 들이켠 란이 한결 나은 표정이 되었다.
“얼른 나가죠.”
그는 아몬드를 안내하려는 듯 앞으로 나서다가, 멈칫했다.
“……레테?”
이제야 아몬드의 외형을 제대로 본 것이다.
“아…….”
아몬드는 뭐라 대답해야 하나 곤란해했으나. 란이 알아서 찰떡같이 알아먹었다.
“레테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것 같은데요. 누구시죠?”
“아몬드.”
“아몬드…… 감사합니다. 왜 당신이 레테의 안에 들어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다시 몸을 돌려주실 테죠?”
로랑 때도 그랬지만, 여기선 사람 안에 누가 들어왔다 나가는 게 당연한 모양이다.
조금 당황스러운 설정이다.
“응.”
게임이 끝나면 자연스레 그리될 테니 아몬드는 곧바로 대답해 줬다.
“감사합니다. 레테는 모자라긴 하지만 깨끗하고 선한 아이거든요.”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 ㅋㅋㅋ
-레테찡 ㅠㅠㅠ
-란이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모자란 친구인 거 같닼ㅋㅋㅋㅋㅋㅋ
-ㅈㄴ 담담하게 말하네 씹ㅋㅋㅋㅋ
탁.
란은 바닥에 떨어진 횃불 하나를 챙겨 들었다. 그가 앞서가고, 아몬드가 따라간다.
저벅. 저벅.
수많은 간수들이 쓰러진 공간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러던 중 아몬드가 란의 등을 보며 물었다.
“나가면 어쩔 거야.”
“……무슨 말입니까.”
“이 난리를 쳐놨잖아. 탈옥을 하면, 교단에서 쫓아오지 않겠어?”
“사정을 설명해야겠지요.”
“……뭐?”
아몬드는 어이가 없어 걸음을 멈췄다.
-미친 트롤이네
-란아 왜 그래ㅠㅠㅠ
-아니 미친 애쉐이가 겨우 구해줬더니 또 잡혀들어가겠다고???
-이 새끼 전생에 발업 질럿이었나요? 왜 지뢰로 가죠?
사정을 설명한다니. 이런 순진무구한 답변이 있나.
“란. 어디에 사정을 설명한다는 거야. 그랬다간──”
“당신이요.”
“응?”
“당신에게 설명할 게 있습니다. 아까는 말을 다 못 했거든요.”
당연히 교단에다가 사정을 설명하겠다는 줄 알았더니. 나한테 설명을 한다니.
-휴~ (편안)
-아 난 또 ^^ ㅋㅋㅋ
-괜히 열냈네 ㅎㅎㅋㅋ
띠링.
[비밀이 단 한 발짝 앞에 있다.]‘비밀……!’
또 이런 메시지가 떴다.
란이 해줄 설명이 클리어 조건인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오오오
-뭐가 되고 있긴 하네!
-ㅊㅊㅊ
-1별 조건
란이 말해주는 비밀이 별 하나의 조건이었다. 어렵게 구한 보람이 있었다.
“좋아. 얼른 나가자.”
란은 다시 앞장서 나가기 시작했고, 아몬드는 군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 * *
컴컴한 지하를 빠져나와, 1층으로 올라가는 길.
여기서부턴 인간 병사들을 마주칠 수도 있었다.
“여기선 내가 앞으로 갈게.”
아몬드는 활에 시위를 매기며 란을 앞질렀다.
조금 더 걷자, 아몬드가 지나왔던 복도가 나왔다. 문이 양쪽으로 쭉 나열된 복도 말이다.
아몬드는 최대한 청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란이 갑자기 문을 열어버리는 게 아닌가?
끼익.
“!?”
뭐야. 왜 문을 열어. 애써 조용히 가고 있는데! 라고 입 모양으로 외치는 아몬드.
그런데…….
‘없어?’
이 안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누군가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인기척이 없길래 열어봤습니다.”
란은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빨리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아무도 소식을 들고 가지 못해서, 제가 나온 걸 모를 겁니다. 이 시설이 수상하니 한번 보겠습니다.”
이곳은 휴대폰이 없다. 멀리서 연락할 수단이 없다. 간수들 중 하나라도 빠져나갔다면 시간이 없다 할 수 있으나. 란을 가둔 아무개는 지금 란이 빠져나왔다는 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몬드는 란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며 주변 기구들을 살폈다. 삼각 플라스크 비스무리한 유리 용기들과 각종 증류기들…….
‘여긴 무슨 실험실 같은 건가.’
덜그럭!
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떤 박스를 선반에서 빼냈다.
‘포션?’
포션으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박스였는데, 안에 내용물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다.
“여기서…… 포션을 만들었던 것 같군요.”
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른 선반들까지 뒤지기 시작했다.
다만 별 소득은 없었는지, 금세 다시 정리해 넣어둔다.
“그럼 다음 방으로 갈까?”
“……예.”
* * *
다음 방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구조였는데. 아까의 방이 연구실 같았다면, 여긴 완전한 생산 라인이었다.
적어도 현대인의 눈을 가진 아몬드가 보기엔 그래 보였다.
“……이게 다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이하군요.”
란은 뭔지 모르는 듯했다.
“공장이야. 물약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전기 기술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저걸 돌리는지는 몰라도, 물약 생산을 빠르게 하기 위한 공장 구조임은 분명했다.
왜 확신할 수 있느냐면.
“제가 공장에서 일했었거든요. 여러분.”
지금 방송 채널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활쏘기를 못 하게 됐을 때 별일을 다 해봤기 때문이다.
-ㅠㅠ
-크 자수성가형 견과류 ㅠ
-공장에서도 일했었구나 ㄷㄷ
-자수성과류 ㅠ
-ㅋㅋㅋㅋㅋ은근히 아는 게 많음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다. 공장 특성상 할머니를 옆에서 보살피기가 힘들어서 짧게 큰돈을 땡기러 들어갔던 것이니까.
하나 숙식까지 해결하면서 매일같이 봤던 그 구조를 잊진 못했다.
지금 보이는 이곳은 공장이 맞았다.
“공장…… 그런 걸 아시는군요. 알겠습니다.”
“근데…….”
란이 이만 방을 나가려는 순간.
아몬드가 아까부터 의문이던 점을 결국 질문했다.
“왜 다 도망갔지?”
“도망이요?”
“이건 도망이야. 봐. 사람들의 짐이 하나도 없잖아. 외투 하나 벗어놓질 않았어.”
포션은 다 텅텅 비어 있고, 실험실의 병들도 전부 최근에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아몬드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생긴 것 위를 손가락을 쓸어본다.
“먼지가 조금 쌓였어. 만약 계속 돌렸다가 오늘만 없는 거라면 이렇진 않을 거야. 최근부터 사용을 멈춘 거야.”
“……왤까요.”
왜일까?
아몬드도 모른다. 란이 모르는데 그가 어떻게 알겠나.
“글쎄. 포션 공장을 옮기기라도 하나? 근데 애초에 왜 포션 공장을 감옥에 숨겨…….”
그때였다.
쿠구구궁……!
지진이 일어났다.
“!”
쾅! 콰광!
동굴 천장에서 돌덩이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친.”
아몬드는 란의 손을 잡아챘다.
“뛰어!”
“어…… 어, 예!”
타다다닥!
전속력으로 앞으로 뛰기 시작하는 둘.
하나, 란을 플레이 해봤던 아몬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겁나 느려!’
란이 얼마나 느린 놈인지.
“허억…… 허억…….”
바로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공간이 돌무더기로 덮여가고 있는데도, 이렇게밖에 뛰지 못한단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개느려
-아니 다음 방은 보면 안 됐던 거 아님??ㅋㅋㅋㅋ
-이렇게 죽나요~~
-아까 간수 죽이는 데 시간을 너무 썼다니까? ㅋㅋㅋ
점점 동굴이 무너지는 속도에 따라잡히고 있다.
아무래도 아몬드가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죽을 순 없었다. 그는 등을 가져다 대며 외쳤다.
“자! 업혀!”
“예?”
“업히라고! 죽기 싫으면!”
툭.
란은 일단 아몬드의 등 위로 몸을 던졌고, 아몬드는 그대로 받아내며 내달렸다.
“으…… 으아아아!”
무게가 늘어나서 허벅지와 허리에 상당한 부하가 실렸으나. 플레이어인 아몬드에겐 그냥 디버프의 일환일 뿐, 고통스럽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온전한 정신으로 최대한의 속도를 내서 달릴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아몬드는 단 한 번도 발을 헛디딜 수가 없었다. 넘어지는 수준의 헛디딤이 아니라, 미세하게라도 보폭이 짧아진다거나, 힘을 덜 받는 각도로 발을 박차서도 안 됐다.
앞의 돌무더기들의 평평한 면을 완벽하게 밟아나가면서, 물리적으로 가장 큰 효율로 차고 나갈 수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등에 란을 엎고서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ㄷㄷㄷ
-왤케 빠름???
-아니 이동 속도에 mmr계수있음??ㅋㅋㅋ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이동속도가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와 피지컬;
-개쩐다! 마치 오프로드 전용 자동차 같아! ㅋㅋㅋ
-최고 효율로 달리네 ㄷㄷ
-실수 한 번을 안 하누
-진짜 호두는 몰라도 아몬드의 피지컬은 무쳤다
볼 줄 아는 자들은 아몬드의 피지컬이 이 상황을 극복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사람을 엎고 뛰는 터라, 점점 무너지는 동굴에 따라잡혀 가고 있었는데.
-달려 ㅠㅠ
-좀만 더!!!
-으아 제발
-제발 죽어라 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설상가상으로 휴게실에 있던 병사들까지 마주쳤다.
“너, 너넨 뭐야!?”
“저거 죄수 아냐?!”
동굴이 심상치 않자 병사들도 허겁지겁 나오던 것이다.
놈들은 멍청하게도 이런 상황에도 검을 뽑아 들려 했다.
“란. 활 좀 뽑아봐.”
“예!”
란은 자신의 앞에 달려 있는 활을 뽑아 앞으로 건넨다. 아몬드는 곧바로 화살을 두 개를 뽑아 시위를 당겼다.
파앙! 파앙!
투구가 가리지 못하는 목 부분 정중앙에 박히는 화살.
퍽!
검을 뽑으려던 병사 하나가 당연하다는 듯 고꾸라지고, 연이어 옆에 있던 병사도 이마에 화살을 선물 받고 쓰러진다.
이어서 나오는 병사들도 대여섯이 있었는데. 아몬드는 달리는 채로 모두 쏘아 쓰러뜨렸다.
-ㄷㄷ
-란을 업고 달리면서 이렇게 쏜다고???
-이건 버그야!
-스토리모드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놈이 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와……
시청자들도 혀를 내두르고, 란도 감탄을 뱉었다.
“……이럴 수가.”
아까도 봤지만, 이 활 실력은 또 봐도 놀라웠던 것이다.
“호, 혹시…… 당신은 신궁의 화신이십니까?”
“……뭔 소리야.”
-신궁의 화신ㅋㅋㅋㅋㅋㅋ
-무슨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뭔데 저 개억지 네이밍은ㅋㅋㅋ
아몬드는 대답할 시간도 없다며 타박한 뒤, 앞으로 다시 내달렸다.
‘출구다!’
빛이 쏟아지는 출구가 보일 때, 아몬드가 몸을 내던져 미끄러졌다.
치이이익……!
[으시시 숲]다른 공간에 왔다는 표시가 뜬다.
지하감옥을 나온 것이다.
쿠우웅!!!
그 직후, 지하감옥 입구마저 무너져내리면서, 전체가 다 폭삭 주저앉았다.
“사, 살았다……!”
결국 살아남았다.
“저…… 저 좀 내려가겠습니다.”
란은 업혀서 왔다는 게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아. 어.”
쿵.
아몬드는 짐짝처럼 란을 내려줬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힘이 빠져서 그렇게 됐다.
-ㅋㅋㅋㅋㅋ
-택배 상하차냐고 ㅋㅋㅋ
-예상 답변: 여러분 제가 택배 상하차도 해봤는데요…….
-엌ㅋㅋㅋ
란은 당황했는지 아니면 잠시 렉이 걸린 건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있었다.
“……아.”
잠시 후에야 란은 아까의 약속을 기억해 내고 입을 열었다.
“이제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거. 샐리 때문이랬지?”
이제야 경위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예. 샐리 때문이 맞습니다만…… 예상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 말해봐.”
아몬드는 어느 정도 끝났다는 생각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바위에 걸터앉았다. 하나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저는 샐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입니다.”
“……계획적으로?”
-란 선수였누 ㅋㅋㅋ
-뭔 소리야 이게
-이세계 호빠!?
-샐리한테 홀딱 반한 게 아니라?
-걍 차이고 아무튼 계획대로였음! 하는 거 아님?
순백의 신도인 란이 샐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니. 의아한 일이다.
“왜지?”
“교단이 제게 샐리가 마녀인 증거를 잡으라 했으니까요. 그리고 죽이라 했습니다.”
-????
-ㄷㄷㄷ
-ㄴㅇㄱ 상상도 못 한 정체!
-이럴 수가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띠링!
[비밀(★) 클리어…… 실패!] [비밀에 관련된 숨겨진 조건이 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