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7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9화
3. 비밀의 비밀(3)
[비밀(★) 클리어…… 실패!] [비밀에 관련된 숨겨진 조건이 더 있습니다.]조건 클리어가 안 됐다.
무슨 놀리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 표정 변화 클립 따놔야겠닼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
-이거 낚이는 거 ㅈㄴ 열받지.
채팅 반응을 보니 원래 이런 건가 보다.
-란 스토리모드는 1별 클리어만 하고 나가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1별 조건이 가장 마지막에 달성됩니다. 이건 스포 아니죠?
“……아. 그런 거였군요.”
확실히 지금 이 시점에 나갔다고 1별 클리어가 된다면, 뒤편을 다 만들어놓은 게임사 입장에선 좀 억울할 것이다.
‘일단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란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네게 샐리를 죽이라고 하고, 그 후에 어떻게 된 건데?”
란은 흐릿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저는…… 샐리가 마녀라는 증거를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샐리가 마녀였다고?”
“예. 그녀는 녹색 눈을 갖고 있었고, 새끼손가락의 손톱을 길게 길렀으며, 머리를 절대 묶지 않았습니다.”
“……그게 마녀의 조건이야?”
마녀치고는 꽤나 황당한 조건들이다. 눈앞에서 멀쩡한 사람을 양으로라도 변신시키는 걸 봤다면 모를까…… 겨우 저런 게 마녀의 조건이라니.
“새끼손가락 손톱에 마녀들이 마력을 저장한다는 건, 그리 큰 비밀도 아닙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는 전부 우연일 수도 있는 것들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교단의 성기사들이 추적하던 ‘사막의 마녀 – 메이사’와 너무나도 일치하는 인상착의였습니다. 무엇보다…….”
“?”
“달이 차오르는 것을 주기로 하혈을 쏟아내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
뭐래는 거야.
설마 저게 지금 월경을 말하는 건가?
아몬드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하혈이라는 게 그러니까…….”
“분뇨 대신 피를 쏟아낸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녀들의 특징입니다.”
-ㄷㄷㄷ
-와 애들한테 이렇게 가르친 거야???
-미쳤다……
-이러면 사실상 다 마녀로 해도 되겠네 ㅋㅋㅋ
어린 남자아이들을 따로 여자들로부터 격리해서 생리 현상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면, 확실히 이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소년들이 여성들의 생리를 볼 일은 어지간해선 없을 테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알 기회가 없을 테고.
마녀로 지목된 대상은 밀착해서 수사할 테니, 쓰고 남은 생리대 등으로 증거랍시고 잡아내기에 좋을 터다.
“혹시 그 마녀의…… 하혈이라는 거. 다른 일반인들도 알고 있나?”
“아뇨. 절대로 외부인에게 발설해선 안 되는 비밀입니다. 그랬다간 마녀가 자신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고, 오랜 기간 쌓아온 성기사들의 지식이 물거품이 된다 합니다. 이미 그전에도 몇 차례 그랬다지요.”
역시…… 외부인들에겐 이런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근데 나한텐 왜 말하는 걸까.
내가 외부인이라고 전혀 생각을 못 하는 건가?
아몬드는 일단 술술 불고 있는 란을 굳이 말리지는 말자고 생각하며 침묵했다.
“샐리는 교단의 가르침에 따르면 분명한 마녀였죠…….”
란이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그러더니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멈춰보려는 듯 양손으로 무릎을 꽉 쥔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천이 다 해져 버릴 정도다.
그리 벌벌 떨며 겨우 나지막이 뱉은 말은 이것이다.
“하지만 저는 망설였습니다.”
“왜지.”
“그야 제 생각에, 제 눈이, 제 귀가, 제 피부가 말하길, 샐리는 마녀가 아니었습니다.”
란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으나, 최대한 혼을 담아 말했다.
“아무리 뜯어봐도, 오랫동안 관찰해도, 그녀는 그냥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어느 행동 하나 타인에게 폐 끼치는 것이 없는 해맑고, 무해한 소녀였어요.”
“…….”
란의 입술이 파리하게 질렸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고통이라는 듯.
게다가 현재는 몸이 많이 쇠한 채다.
“됐어. 그만 말해도 돼.”
“아뇨…… 끝까지 말하겠습니다.”
란은 입술을 잘근 씹으며, 음절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내뱉었다.
“저는 샐리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교단에게 그녀를 죽이지 못하겠다고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보내주고 말았습니다.”
“……보내줘?”
“그녀에게 모든 걸 사실대로 다 말하고, 도망치라 했어요.”
-아…… ㅠㅠㅠ
-헐.
-첫눈에 반했구만 란 쉑 ㅋㅋㅋ
-아예 탈출을 도와줬구나…….
왜 란에게 이런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는지 알 만도 했다. 상식적으로는 여전히 납득 안 되지만, 교단의 논리로 생각했을 땐 이해는 되는 수준이다.
“왜 그렇게까지 했지? 그냥 교단에 보고만 해도 되는데.”
“……그랬다간 다른 소년이 와서 그녀를 죽일 테니까요.”
“마녀라며.”
“마녀가 아니었습니다!”
벌떡.
란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이내 휘청거리긴 했지만. 기세만큼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했다.
“……증거들은 어쩌고.”
“…….”
아몬드의 추궁에 란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마녀의 증거라고 하는 것들이 전부 샐리를 가르치고 있는데, 본인이 느끼기엔 그녀가 마녀가 아니다.
교단이 틀렸거나, 본인이 틀렸거나.
이 두 선택지에서 란은 차마 전자를 고르지 못했다.
“……예. 그래서 제가 벌을 받게 된 것이죠. 저는 마녀의 증거를 다 갖춘 마녀를…… 살려줬습니다. 살려주고 싶었어요. 제 입이 멋대로 움직였습니다. 제 손도, 발도 전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샐리를 마을 밖으로 빼내고 있었죠.”
“마음을 줬다는 건 그걸 말하는 거구나.”
“……예.”
이제야 사건의 전말을 대충 알게 됐다.
“첫눈에 반했나? 아니면 보다 보니까 좋아졌나?”
“예?”
갑자기 튀어나온 직설적인 질문에 란이 얼굴을 잔뜩 붉혔다.
오죽 빨개졌으면 벌거벗고 있는 상반신까지 불그스름해질 지경이다.
피식.
아몬드는 그 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첫눈에 반했구나?”
“……그, 그게 뭔진 모르지만 그거 같군요.”
“원래 다 그런 거야. 네 나이 때는.”
-꼰몬드.
-토피넛 라떼는 말이야~
-ㅋㅋㅋㅋㅋ아몬드 첫사랑 회상 중 ㅋㅋㅋ
-아저씨 같아 ㅠㅠ ㅋㅋㅋ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네 나이에,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어. 그게 설사 신의 이름을 빌린 자들이라도.”
“그, 그런…….”
신조차 막을 수 없다는 말에 란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몬드는 대답은 않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자. 생각해 보니 내가 겁줘서 쫓아냈던 녀석이 지금쯤이면 다시 용기를 되찾았을 수도 있겠어. 어디 갈 데는 있나?”
“그게…….”
란은 시선을 피하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새…… 샐리를 피신시킨 마을이 있어요…….”
“거기로 가면 되겠네.”
아몬드는 일체 망설임도 없이 란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었다.
“신분을 숨길 수는 있겠어?”
“그건 모, 모릅니다. 잘 해봐야겠죠. 하지만 저는 무조건 가고 싶습니다.”
-헐 ㅠㅠㅠ
-란 멋지다 ㅠ
-무작정 샐리한테 간다니…… ㄷㄷ
-와. 이게 로맨티스트지.
아몬드는 아무래도 샐리에게 가는 여정이 두 번째 별을 따내는 방법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로랑은 어쩌지?’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로랑이다. 로랑은 란의 신변이 안전한지, 왜 감옥에 갇혔었는지 궁금해했었다. 아마 이대로 떠나버리면 서운해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 돌아가는 걸 보면 로랑이 중요한 건 아니지.’
로랑에게 미안하지만 당장 란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기에 학교 친구의 서운함 같은 건 너무 작은 일에 불과했고.
“그럼 마을로 바로 가자. 길을 아나?”
당장 란을 살려야만 스토리모드가 성립이 되기 때문에 로랑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것이 그저 그런 엑스트라의 숙명이겠거니.
* * *
학교를 빠져나가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근처를 지키고 있던 경비 서너 명만 처리하면 되었는데, 그건 아몬드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경비들을 처리하고 얻은 갑옷과 무기들이 란과 아몬드를 더 강하게 해줬을 뿐이다.
이후 둘은 경비들의 휴게실로 들어가서 먹을거리들을 챙겼다.
란은 먹을거리를 챙기는 와중에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비스킷 등을 흡입하듯 먹어댔다.
“켁…… 켁.”
뻑뻑한 비스킷 덕에 목이 막혀 기침까지 해대면서도, 그는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그만큼 굶주렸던 것이다.
“흐아…… 흐으…….”
비스킷을 먹던 란은 조금씩 흐느꼈으나, 아몬드는 그저 모르는 척 파이와 여러 과자들을 더 챙겼을 뿐이다.
배낭 두둑이 먹을 것만 채운 둘은 이내 학교의 경계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화면이 암전했다.
[Loading……]씬이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두둥.
[루덴가드 마을]마을에 도착한 상황부터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가장 먼저 들려오는 건 누군가의 쌈박질 소리.
“아이 내가 언제 10실버를 깎아준댔나?”
“방금 그랬잖소!? 이걸 구매하면 10실버를 깎아서 합해서 90실버로 살 수 있다고!”
“그러니까 언제!?”
“이런……! 용서와 거짓의 여신에 맹세코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요!”
쌈박질 소리 주변으로는 그들을 구경하는 행인들이 한가득이다. 그들은 뭔 서커스를 보듯이 서로 속닥이고 웃으며 말싸움을 구경 중이었다.
“자, 마시면 뿅 가는 레몬 설탕물이 5코퍼! 마시면서 구경하세요, 마시면서!”
상인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껴들었다.
그렇다.
여긴 북적거리는 시장 한복판이었다.
“좀 비켜주세요…….”
란이 조심스레 말하며 인파를 가로질렀다. 아몬드는 자연스레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봐. 란. 우리 거의 다 온 건가?”
“……?”
란은 아몬드의 말에 고개를 돌렸는데. 미약하게나마 뭔가 놀란 눈이다.
“다시 돌아오셨군요. 아몬드 씨?”
“응?”
“한동안 레테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전 당신이 아예 떠나간 줄 알았어요.”
“아…….”
이럴 수가. 몸의 주인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씬이 스킵될 땐 레테가 주인인 상황인 것 같다.
“한동안은 그나마 편하겠군요.”
사람의 영혼이 왔다 갔다 한다는데. 꽤나 태연한 반응이다. 로랑도 이랬었는데.
레테라는 놈은 대체 평소에 어떤 놈이었던 걸까.
“이래도…… 괜찮은 거야? 레테는.”
“아. 레테는 원래 접신이 쉬운 아이입니다. 예전에 한 번 크게 다친 이후…… 다른 영혼을 받아들이는 일이 자주 생겼었습니다.”
그렇군.
이런 걸 흔하게 겪는 놈이라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렇구나. 그간 어떻게 된 거야. 난 기억이 없어서.”
상황을 요약하여 들어보니 이곳이 샐리에게 피신하라 일렀던 그 마을이라고 한다.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
이대로 란과 샐리가 만나면서 끝인 걸까?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일단 란을 따라나섰다.
란은 어떤 여관의 간판을 발견하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안으로 들어섰는데.
끼이익…….
여관의 낡은 나무 양 문이 열리고.
띠링.
[소녀를 발견했습니다!]이런 알림과 함께, 기다란 적갈색 머리 소녀의 뒷모습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손님들에게 열심히 메뉴를 설명하며 주문을 받고 있었다.
“아…… 네. 베이컨 샌드위치에…… 죄송하지만 오늘 양송이는 다 떨어져서요…….”
란과 아몬드는 자연스럽게 아무 자리에 착석했다. 자리에 앉자 그녀의 옆얼굴이 보였는데.
‘오…….’
사무치게 화사하고 꽃다운 얼굴이었다. 맑고 당찬 기운이 느껴지는.
“멜리! 새로 손님 오셨다!”
“아, 네! 주문 넣고 바로 가겠습니다!”
이름은 멜리인가.
그전의 이름을 완전하게 버리진 못한 게 또 그녀답다 할 수 있겠다.
“어떤 주문…….”
적갈색의 굴곡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눈이 마주친 그녀가 얼어붙는다.
아몬드는 옆의 란의 표정을 살폈는데.
멜리 정도면 덜 얼어붙은 것이고, 란은 그야말로 눈사람이었다.
“…….”
둘은 그렇게 한참을, 마치 선 상태로 기절해 버린 듯이 바라봤다.
마치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염원하듯이.
샐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한 발짝 디디는 순간.
아몬드의 두 눈이 부릅떠진 채, 굳어버렸다.
“……?!”
샐리 때문이 아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샐리와 란의 사이에 애정 어린 눈빛이 용접 불꽃처럼 여기까지 튀고 있는 건 맞았지만.
아몬드가 굳어버린 건 그 때문이 아니다.
‘저건…….’
저 너머 테이블에 익숙한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베레드 옆에 있던……?’
베레드와 양이었던 아몬드가 실랑이를 벌일 때.
레테를 찾고 다녔던 그 샌님처럼 생긴 선생님이다.
이름이 달리아였던가?
“……란.”
떨리는 목소리로, 란의 어깨를 부술 듯이 꽉 쥐었다.
그리고…….
“……예, 예?”
이내 밑으로 눌러버린다.
테이블 밑까지!
“엎드려!”
달리아가 움직인 것도 그와 동시다.
후우우우웅──!
방금 란과 아몬드의 상반신이 있던 자리로 거대한 빛의 창이 뚫고 지나갔다.
쿠웅!
이내 그것은 뒤쪽 벽면을 부술 듯이 박아버린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손님들이 대번에 자리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비명을 질렀다. 사방팔방 사람들이 뛰쳐나가는 와중.
란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뒤쪽 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컥…… 흐윽…… 라, 란…….”
샐리가 그 벽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창에 복부가 뚫린 채로, 그대로 날아가 벽에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크게 될 떡잎인 줄 알았건만. 고작 이런 여자에 빠져 일을 그르치니, 란?”
달리아가 활짝 웃으며 다시 하얀 마나를 피워올렸다.
“우리가 못 잡을 줄 알았어?”
경박한 광소를 흘리는 그는 학당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인간이었다.
“교단에서 너희들에게 처분을 내렸다.”
파지직!
다시 한번 하얀 창이 만들어졌다.
“사형.”
* * *
[초보자 Tip: 마녀들은 그날 쓸 수 있는 마법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아시나요?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들의 마력은 한층 더 강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