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11화
3. 비밀의 비밀(5)
블루홀이 뭔지는 당장 몰라도, 이게 비밀(★)과 관련이 있음은 명확했다.
1별 달성은 이 게임의 기본적인 클리어 조건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2별 조건을 맞췄어도 1별을 못 맞추면 소용이 없다.
“샐리가 원래 살던 집. 어딘지 알지?”
“예……? 그, 그야 당연히…….”
“당장 안내해 봐.”
“그, 그렇지만 거긴…… 너무 위험합니다!”
당연히 신성 집행관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하고 있을 거다.
란은 절대 가면 안 된다며 완고했다.
“아니, 일단 가 봐. 내가 다 해치울 테니까.”
아몬드는 물론 안 죽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건 아몬드의 생각이었고.
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 무슨…… 당신은 신성 집행관들을 잘 모르시는군요. 달리아 하나를 치웠다고 해서 나머지도 호락호락할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기습당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나랑 가면 안 그럴 텐데…….”
한동안 이걸로 실랑이를 벌였으나. 란은 완고했다.
-ㅋㅋㅋㅋㅋ사람들이 다 너처럼 생각할 거 같냐고 아몬드야 ㅋㅋㅋ
-견과류쉑ㅋㅋㅋ 지가 잘 싸운다고 걍 가라고 하는 거 킹받네
-아몬드가 가면 진짜 되긴 하겠지
-NPC랑 왜 싸우냐고 ㅋㅋㅋㅋㅋ
-설득이 되겠냐 ㅋㅋㅋ
이미 돌아가지 못하도록 짜여있는 것 같다. 아몬드는 여기서 란을 버려두고 혼자 가는 것까지 계산을 해봤지만.
샐리네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혼자 간 사이에 란이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 레테라는 녀석이 가끔씩 다시 몸의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게 문제다.
잘 가다가 몸의 주도권을 잃어버리면 그대로 끝난다.
“하아. 그래. 그럼…….”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까. 아몬드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뭔 생각 중?
-오늘 호두 혹사하네 ㅋㅋㅋ
-???:아 방송 괜히 켰다(턱을 만지며)
“아…….”
짝.
아몬드는 좋은 생각이 난 건지 박수를 쳤다.
“근처에 대학교가 있나?”
샐리 아버지의 이름만 안다면, 다른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가 쓴 논문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 * *
“거의 다 왔습니다.”
완만한 언덕을 넘어가며 란이 말한다.
물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아몬드는 알고 있었다.
두둥.
[클라우스 대학교]장소가 넘어갔다는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쓰게 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가 보자.”
-안 돼 란 ㅠㅠ 대학교…… 그곳에도 지하감옥이 있어…… 대학원 랩실이라고 하는.
-와 여기도 cc가 있네. 순백 손해 꼬시다 ㅎㅎ
-대학 이쁘다 ㅠㅠㅠ
강의가 끝나는 시간인지,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무리가 우르르 언덕 아래로 내려온다.
수많은 남녀가 짝을 지어서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란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이내 다시 언덕 위로 시선을 돌렸다.
“저쪽이 도서관인 것 같군요.”
굳건한 석재 기둥 4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3층 정도의 건물이다.
“……딱히 지키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들어가자 도서관 로비가 나왔다.
천장에서 환하게 빛이 들어오는 뻥 뚫린 구조였다.
로비 끝엔 사서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클라우스 도서관입니다. 성명과 전공을…… 응?”
사서는 안경을 한 번 고쳐 쓰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애들이 여기는 어인 일이니?”
란과 아몬드는 현재 중학생이다. 척 봐도 이곳의 학생이 아님은 분명하다.
“저…… 견학을 하고 싶어서. 놀러 왔어요!”
“……?”
사서는 곤란한 얼굴을 하며 아몬드와 란을 번갈아 본다.
“으음…… 당연히 미리 예약은 안 되어 있고…….”
아몬드는 란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그가 억지로라도 웃게 만들었다.
베시시 웃는 란의 미소를 보자, 사서는 흔쾌히 수락했다.
“귀여운 애들이네. 좋아.”
끼익.
옆에 닫혀 있던 문을 열어준다.
-결국 얼굴이냐?!
-견과류 쉑…… 얼굴로 해결하는 일에는 이제 도가 텄구나 ㅋㅋㅋ
-란이 견과류에게 나쁜 것만 배우네요!
와아~ 하며 지나가려는 둘의 목덜미를 툭 잡는 사서.
“대신 소란피우면 바로 쫓아낸다? 책은 당연히 갖고 나갈 수 없고.”
“네!”
“쉿!”
“아…… 네.”
* * *
사락. 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를 제외하곤 어떤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도서관.
란과 아몬드는 조심스레 걸어서, 논문을 비치해 둔 곳을 찾았다.
“여기다.”
아몬드는 조용히 읊조리며 란을 쿡 찔렀다.
“아.”
“샐리 아버지 성함을 찾아봐. 얼른.”
“예.”
란은 샐리가 아버지 장례를 치를 때부터 접근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정확히 외우고 있었다.
그녀가 매일 같이 멍하니 바라보던 그 비석을 잊을 리가 없다.
“G…… G가…….”
이니셜을 따라가며 샐리의 아버지가 쓴 논문을 찾던 중.
“이, 이거 같습니다.”
란은 어떤 논문 둘을 집어냈다.
논문집이기 때문에 그리 두껍진 않았다. 오히려 어지간한 주간지보다도 훨씬 얇다.
물론 그렇다고 그 내용이 이해하기 쉽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이제 여기서 블루홀만 찾아보자.”
둘은 서로 논문집을 하나씩 나눠 들고 무작정 펼쳐서 넘기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범벅된 모습.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들이 찾는 단어는 딱 하나다.
‘블루홀…… 블루홀…….’
찾는 건 금방이었다.
목차에 떡하니 ‘블루홀 연구’라고 나와 있으니.
아몬드는 그 파트만 열심히 정독해 봤다.
다른 사족은 다 제외하고 중요한 부분을 뽑아보자면.
「……복용 시 환각 작용, 쾌락 중추의 자극이 활성화되는 것이 발견되어……」
「……흰 쥐 실험 중에 쥐들은 블루홀이 들어가 있는 우유만을 먹게 되었으며, 처음엔 훨씬 활기찼으나 후에 금방……」
「……장기간 지속적인 복용 시, 일상에서도 환각을 보기 쉬운 상태가 되어. 최면자가 원하는 환각을 일으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이 상태를 우리는 ‘트랜스 상태’라고 부른……」
요약하자면 마약이다.
샐리의 아버지는 왜 이런 마약을 연구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왜…… 죽임을 당했을까?
“란. 이거 봐.”
아몬드는 란에게 자신이 찾을 것을 보여주며 대강 설명을 보탰다.
란이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이 있기 때문에 애는 먹었지만.
“양귀비 같은 거군요?”
“그래.”
얼추 비슷한 것을 말하며 이해한 것 같았다.
“근데 훨씬 더 나쁜 거 같아.”
아몬드는 마지막 문단쯤에 있는 문장을 보여준다.
「이 트랜스 상태가 된 자는 절대로 블루홀을 끊을 수가 없다.」
이 블루홀의 중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학자들이 ‘절대’라는 말을 쓰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약을 끊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자력에 의해 변수가 꽤 많이 생기는 사안인데.
이 논문은 단정적으로 끊을 수 없다고 했다.
“근데 왜…… 이 연구를 막으려 했을까.”
“막으려 해요?”
“그래. 내가 봤을 때 교단은 샐리 아버지의 이 연구를 막으려고 샐리 아버지를 죽였거든.”
“……!?”
란은 다소 충격 먹은 눈이 되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해? 네가 투입되기 직전에 아버지가 살해당한 게?”
“그, 그럼 샐리도 똑같이 그냥 죽이면 될 걸 왜…….”
“글쎄. 내가 봤을 때 아버지를 죽였는데 막상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게 없던 게 아닐까? 그래서 혹시 그 딸은 뭘 아나 해서, 널 붙이고. 뭘 아는지 보고 싶었던 거야.”
-호두 고속 스핀 ㄷㄷ
-와우
-명탐정 견전일;
아몬드는 채팅창을 흘끔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자기가 봐도 꽤 그럴듯한 추리여서.
“근데…… 대체 뭘 말입니까?”
“응?”
“뭘 알아내고, 뭘 아는지 보고 싶었다는 겁니까?”
“그건 모르지.”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ㅋㅋㅋㅋㅋ코건 모르지
-그럼 그렇짘ㅋㅋ
-난 몰라~ 네가 말해~
교단이 이 마약 연구를 막기 위해서 샐리 아버지를 죽였다?
그렇다면 샐리는 왜 죽인 걸까?
샐리도 마약 연구 내용을 알고 있어서?
“마약을 근절하기 위한 교단의 활동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란이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다.
중학생 정도 나이에, 교단에 평생 세뇌됐던 란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다.
나이를 30 가까이 먹고 온갖 사회생활을 다 해본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 못 하지만.
“그건 아닐 거야.”
“……그렇습니까? 왜죠?”
그야 그렇게 비생산적이고 이타적인 일을 너희 교단이 할 리가 없으니까…… 라고는 차마 말을 못 했다.
“음…….”
아몬드는 단서를 더 잡아보기 위해 논문을 뒤적거렸다.
블루홀 연구는 이미 다 읽었지만, 또 다른 날짜에 기고된 논문 주제 중에 ‘트랜스 상태’라는 게 있는 것이다.
만약 블루홀 연구를 읽지 않았다면 이게 블루홀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 못 했을 터다.
사락. 사라락.
얼른 그쪽으로 페이지를 넘겨 본 아몬드.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이건……?’
어디선가 들어봤던 말이 여기 적혀있다.
「……종교적인 용어로는 ‘그릇이 열렸다’ 표현하는 곳도 있었다. 즉, 접신이 쉬운 상태……」
그릇이 열렸다.
아니, 접신이 쉬워진 상태.
“이거…… 이거 어디서 봤더라?”
아몬드가 란에게 이 문장을 보여준다.
“접신이…… 아. 화신을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씀하시는군요. 쉽게 말해 계약자라고 불리는 존재들입니다. 당신이 이걸 모르십니까? 당신이 화신이고 레테가 계약자가 아닙니까?”
뭐?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아몬드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레테가 계약자구나. 한마디로 그릇이 열린 상태.
그래서 아몬드가 화신으로서 들어온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란이 나한테 신궁의 화신이니 뭐니 하는 낯부끄러운 말을 했던 건가.’
대체 뭔 화신이라는 말까지 하나 했더니. 란은 정말로 아몬드가 화신이라 여겼던 것이다.
“잠깐.”
아몬드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란의 어깨를 팍 쥐었다. 란이 화들짝 놀라 머리가 쭈뼛 서버렸으나. 아몬드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질문을 뱉기 바빴다.
“레테가…… 언제부터 계약자 비슷하게 된 거지?”
“일전에 크게 다친 이후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수준이었습니다. 보통 그렇게 천문(天門)을 열어봤던 아이들이──”
“아냐!”
갑자기 소리치는 아몬드.
도서관의 다른 학생들이 신경질적인 눈초리를 보낸다.
저 꼬맹이들은 뭔데 아까부터 시끄러워?
“죄, 죄송합니다…….”
아몬드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으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게 전혀 미안한 눈치는 아니다.
“포션이야. 포션.”
그는 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포션이 마약이야.”
띠링!
아몬드의 그 추측이 맞다며 맞장구치듯 울리는 알림 소리.
[비밀(★) 조건 클리어!]드디어 모든 비밀이 풀렸다.
* * *
[초보자 Tip: 계약자들은 화신을 자신의 몸에 받아들여, 그들의 힘의 일부를 자신의 것처럼 쓸 수 있습니다. 계약자들은 모두 순수하게 선택받은 자들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왜 생기는지, 어떻게 생기는지는 미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