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7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14화
4. 마녀(3)
“……예?”
란이 옆에 있다가 되묻는다.
“아, 아니야. 혼잣말이야.”
“그 편지가 로랑에게서 온 겁니까?”
“아마도.”
아몬드는 그렇게 대답하고, 병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화살을 수거했다.
네가 쏘는 것보다 내가 쏘는 게 낫다고 설득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은 시간] [00:09:12]편지의 주인은 그에게 10분을 살아남으라고 했다. 그중 1분여가 이미 지났다.
그때 즈음, 슬슬 이상한 조짐이 나온다.
쿵……! 쿵……!
단단히 잠가놓고 나온 지하실 입구에서 거센 충격이 오기 시작했다.
뚫리기 직전이다.
‘아직 탈출구는 멀었나?’
용병들은 아직도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던 중……
“어! 다, 단장님! 탈출구가……!”
드르르륵.
병사들이 묵직한 진열장을 옆으로 치워내며,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발견…… 됐습니다…….”
쿠웅……!
진열장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드러난 탈출구는 용병단이 사전에 보고받았던 대로였다.
다만 용접한 것마냥 철문이 녹아 절대 열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다르다.
“…….”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이래서 10분간 살아남으라는 거구나.’
아몬드는 그제야 편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고, 나머지 용병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첩보를 남긴 자가 누구요?”
어떤 용병 중 하나가 그리 외치며 성을 내었다.
“그가 우리를 속인 것 아니요!”
용병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졌고.
란은 아몬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몬드 님…….”
“괜찮아.”
아몬드는 란에게 안심하라 말한다.
“방법은 있어.”
“방법…… 이요?”
란은 지하 공장을 둘러보며 되묻는다. 감히 손댈 수도 없을 정도로 위쪽 높은 곳에, 자그맣게 뚫린 창 말고는 사방이 다 막혀 있는 곳.
불이 꺼지면 아마 어둠에 잠기게 될 테지. 이래서는 지하 감옥으로 제발로 걸어들어온 꼴이다.
털썩.
란이 주저앉아버렸다.
“하아…… 하아…….”
그는 자신의 심장을 움켜쥔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란?”
“시, 심장이…….”
아무래도 지하 감옥에서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트라우마로써.
“란.”
“포, 포션을…….”
“포션?”
포션을 달라니.
“그, 그건 안되지.”
아몬드는 거절했다.
턱.
그러나 란의 손이 그의 무릎 부근을 꽉 쥔다.
“어, 얼른요. 소량은 상관 없다잖습니까. 포, 포션은 실제 효과가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이 녀석이 달라는데, 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여기.”
꿀꺽. 꿀꺽.
란이 포션으로 심신의 안정을 회복하는 사이.
[남은 시간] [00:08:01]남은 시간은 7분대로 접어든다.
이때까지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만…….
그건 이때까지뿐이다.
“멈춰.”
단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서로 싸우던 용병들이 멈춰선다.
“첩보의 오류는 후에 판단해. 지금은 전투를 준비해라.”
쿵.
단장이 가리킨 쪽은 위. 막혀 있는 지하 공장의 입구다.
거기서 아까부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쿠웅……!
이제 슬슬 부서질 때도 된 것이다.
팅…… 티리링…….
쇳조각들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까지 난다.
-큰 거 온다……!
-ㅋㅋㅋㅋㅋ보스전
-이제 시작이구만
시청자들의 말을 흘끔 본 아몬드 역시 전투태세를 준비했다.
스릉.
단장이 검을 뽑아 들며 말한다.
“죽도록 저항하면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거다.”
사기진작을 위해서 하는 말에 끼어들면 초치는 것 같았지만. 아몬드는 어쩔 수 없이 끼어든다.
“아뇨. 그냥 여기서 버티시면 됩니다.”
“……뭐?”
“조력자를 불렀습니다.”
웅성. 웅성.
용병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수근댄다.
단장도 고개를 까닥이며, 되묻는다.
“그 조력자가…… 우리를 다 구할 수 있나.”
아몬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끄덕인다.
“예.”
콰아아앙!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반파된 철문이 계단을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이런…….”
“온다!”
“제기랄……!”
파지지지직……!
새하얀 빛이 위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얼마나 강렬하면 고체마저 뚫고, 빛의 파장이 새어 나올까.
콰아아앙──
그 빛은, 계단마저 다 부숴 버리면서 바닥을 뚫고, 정확히 아몬드와 란 앞으로 착지한다.
──파지직! 쿵!
빛의 덩어리 위에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선지자 – 네메시스]이 녀석이 보스 같다.
“아하하하하!”
언뜻 들으면 활기찬 웃음소리였지만, 광기가 느껴진다.
빛은 점차 사그라들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너희들.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오면 뭐가 될 것 같았어?!”
머리칼이 마치 하얀 벼락처럼 발광하고 있는 남자였다. 아니, 머리칼뿐 아니라 눈썹 등 온몸의 털이 다 발광하고 있다.
“이제 어쩌나~~!? 계단까지 다 부숴 버려서! 새처럼 훨훨 날아가지 않으면 너흰 다 여기서 죽은 목숨인데!?”
솟구쳐 오른 눈매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척!
그가 손가락을 내민다.
그러자 용병들이 단체로 움찔하며 석궁과 활을 조준했다.
손가락은 그냥 좌우로 흔들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쯔쯧. 너희만 첩보가 있는 게 아니라구~”
“이간질이야.”
“으응~?”
단조롭다고 느껴질 정도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단장이다.
“이간질이야. 믿지 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온 확신에 찬 대답.
네메시스는 뭔 자신으로 그리 말하냐며 단장을 턱짓했다.
“자기들이 첩보가 있다는 걸 굳이 알려주는 머저리가 아니라면. 당연 거짓말이지. 그리고…….”
파지지직……!
단장의 활에 마나가 깃들기 시작한다.
청명한 푸른색의 마나다.
‘……어?’
아몬드의 입이 멍하니 벌어진다.
단장이 활시위를 당기며, 네메시스에게 말한다.
“……난 계약자는 안 믿거든.”
콰과과과광──
무시무시한 마력을 머금은 단장의 화살이 네메시스를 관통해 버린다.
그렇다. 관통해 버렸다. 좋게 말하면 뚫어버렸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지나갔다.
──콰아앙!
단장의 화살이 꽂힌 건 네메시스의 뒤쪽 벽.
“아, 아, 아하하하하하하!”
네메시스는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재밌네! 나한테 저런 게 먹힐 거라 생각한다는 게!”
워우우우후!
네메시스는 희한한 비명 소리를 내며, 다시 빛으로 돌변했다.
그 상태로 용병단에게 돌진해 진영을 헤집었다.
──촤아아악!
“끄아아악!”
“으억!”
“컥……!”
너덧 명의 용병들이 빛에 감전되듯이 쓰러진다.
단장이 활을 연이어 더 쏴봤으나.
이번에도 전부 통과.
아몬드의 공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일하게 먹힌 공격이 있었다.
……펑!
“?!”
네메시스가 어이없다는 듯 돌아본 대상은 바로 란이다.
“……수, 순백의 신도가 왜 여깄어?”
란은 그 말을 싹 무시한 채 아몬드에게 일렀다.
“제 순백과 저자의 순도가 동일하여 제 공격은 먹힙니다.”
“……?”
“저를 엄호해 주세요.”
그렇구나.
이번 게임은 란을 지키는 게임이 되는 거였다.
[남은 시간] [00:06:32]앞으로 약 6분.
6분만 버티면 된다.
“알았어.”
근데 상대는 한 명인데 뭘 엄호하라는 거야? 하는 순간.
파지지지직!!!
네메시스가 갑자기 발광을 하더니, 수많은 정령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일전에 봤던 귀병 같은 느낌인데, 그냥 색채가 훨씬 밝은 녀석들이다.
“쓸어버려어어엇!”
네메시스가 허리를 거의 120도로 뒤로 젖히며 외친 고함에, 그 소환수들이 일제히 검을 빼 들었다.
스르릉!
놈들이 앞으로 내달린다.
저 녀석들은 내 공격이 먹히겠구나. 생각한 아몬드는 활로 놈들을 쏴본다.
‘어디가 약점이지.’
어디가 약점인지 몰라, 그는 무려 8발의 화살을 골고루 맞혀 버렸다.
“크어……!”
소환수의 반응을 통해, 이 녀석들의 정확한 한가운데에 ‘핵’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운데 핵이 있어!”
아몬드는 그렇게 용병단에 정보를 전달한 후. 본격적으로 소환수들을 쏴대기 시작했다.
파앙! 파아아앙!
‘두 방이야.’
정말 열받게도 핵을 맞힌다고 한 방에 죽는 게 아니라 두 방은 때려야 잡혔다.
어지간히 귀찮은 녀석들인 것이다.
하지만 아몬드는 굴하지 않고 란 근처로 오려는 소환수들을 죄다 처리해 냈다.
푹! 푹!
‘두 놈.’
벌써 두 놈째 보냈고.
‘셋, 넷…….’
소환되었던 게 한 열댓 마리 정도였는데, 벌써 네 마리가 사라졌다. 절반 가까이다.
‘다섯.’
그게 다섯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푹! 푸욱!
연이어 둘 발의 또 핵에 적중한다.
‘여섯.’
소환수들이 차례로 도미노처럼 쓰러져간다. 용병단들은 놀라서 아몬드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네메시스는 란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전에 달리아가 쓰던 그 방패를 구사하고 있다.
하나 지금의 란은 그때의 란이 아니다.
란은 맹공을 퍼부어 녀석이 방패 전개 말고는 다른 일을 생각도 못 하게 했다.
곤란한 표정을 짓던 네메시스는 잠시 자신의 소환수들을 끌어들이려 했다가, 낭패한 표정이 되어버린다.
“버, 벌써 다아아?!”
만들어냈던 소환수가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방패를 해제하고 다시 소환수를 만들어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퍼버벙……!
아니, 마찬가지가 아니라 더 쉽게 더 많이 죽어 나갔다.
결국 순백의 마나만 낭비한 셈이 된 것이다.
네메시스는 부글부글 끓는 표정이 되더니.
“이러어어어어언! 버러지들!!!”
콰과광!!!
붉은 전격이 사방을 휩쓸며 그의 신형이 위로 떠올랐다.
새하얀 마나가 새빨갛게 변한 것이다.
‘페이즈 2’
페이즈 2로 넘어간 것 같다.
[남은 시간] [00:04:59]딱 5분 남은 시점에.
* * *
-와 ㅅㅂ 페이즈 2로 넘어가는 속도 보소 ㅋㅋㅋ
-10분 버티는 거라 이러면 오히려 불리한데 ㅠㅠㅠ
-???: 아몬드 그만 잘해! (진심을 담아)
-이걸 오히려 너무 잘해서 어려워져버리누 ㅋㅋㅋㅋㅋㅋ
이런.
아몬드는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빨리 처리하면 안 되는 거였나…….’
소환수를 너무 빨리 처리해서, 네메시스의 힘을 더 부추긴 꼴이 된 것 같았다.
10분을 버텨야 한다는 명제를 잊은 채 그를 죽이려 들었던 거다.
다만 보아하니 실제로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꺄아하하하하하하!”
광소를 터뜨리며 팔을 휘두르자, 붉은 전격이 공장을 다 휩쓸어버렸다.
콰광!
붉은 용병단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진다.
단장조차 뭘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충격에 휩쓸려 날아갔다.
‘전방위 공격?’
팔을 한번 휘두르는 걸로 전방위를 다 공격한 것이다. 이건 이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와중에 아몬드와 란만 겨우 버틸 수 있었는데.
“괘…… 괜찮으십니까…….”
울컥.
피를 쏟아내며 막은 란 덕분이다.
그는 순백의 마나를 전부 방패로 전개하여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하나 마나가 거의 고갈되었는지, 입에서 줄줄 피가 새어 나온다.
“꺄아하하하하하하!”
또 다음 공격이 오려는 모양이다.
파지지직……!
붉은 마나가 한가득 모이고 있다.
그가 팔을 휘두른다.
콰광!
남아 있던 붉은 용병단이 이번엔 확실하게 전부 쓰러졌고, 란은 이제 코에서까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읏…….”
란은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았다.
아몬드는 시간을 확인한다.
[남은 시간] [00:03:52]시간은 이제 겨우 1분 정도 지났다.
‘방법이 있을 텐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대로 버티는 건 말이 안 됐다.
“꺄아하하하하! 거기? 너희 둘만 남은 것 같다~?”
네메시스가 이제 이쪽을 주목하게 됐다. 아까와는 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들어올 것이다.
그걸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전방위 공격이라 피할 구석도 없다.
‘계속 전방위는 아니겠지.’
게임인 이상, 보스 몬스터라고 해놓은 이상…… 매 공격이 피할 수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이건 용병단의 도움을 제거하기 위한 장치일 거 같아.’
방금 두 번의 공격은 용병단만을 쓸어갔다.
게임적 의도는 아마 란과 아몬드만의 힘으로 버티라는 것일 터다.
아니, 플레이어만의 힘으로 버티라는 것일 터다.
“란.”
“예.”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지?”
지금은 란과 아몬드뿐이었다.
“……두어 번 정도까진 될 겁니다.”
녀석은 무리해서 산정한 것 같았다만. 아몬드로선 여기에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 따라와!”
타악!
아몬드가 발을 박차며 어딘가로 달렸다.
“예? 예……!”
* * *
[초보자 Tip: 계약자들은 성소의 힘을 받아 불사의 상태로 ‘전장’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걱정이 없는 전장에서 마음껏 실력을 뽐내고 힘과 명예를 쟁취하세요! 고통을 덜어줄 포션도 무한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