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8화
11. 전쟁(2)
[킹덤 에이지 EP.1 뉴비는 활 고르면 안 돼요?]킹덤 에이지의 유저들에게 있어선 다분히 도발적인 제목으로 뽑힌 영상.
영상은 아몬드의 첫 방송을 편집해 놓은 것이었다.
지아는 그날 하루의 방송을 약 15분 정도의 영상으로 압축시켰는데.
[신체 코드 생성 일자 : 20XX/11/13]일단 영상은 이런 텍스트를 거대하게 띄우면서 시작한다.
[촬영 바로 하루 전에 생성된 신체 코드…….]그 후,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지며 아몬드가 묻는다.
“활 고르면 안 돼요?”
그가 이렇게 질문하자, 화면이 치직거리며 그를 말리던 채팅들이 떠오른다.
활이 왜 안 좋은지, 뉴비들은 왜 쓰면 안 되는지, 누가 이미 포기했다는 말 등등.
그러나 아몬드는 그러거나 말거나 활을 집었다.
탄식하는 채팅들이 올라오고, 그다음 비지엠이 바뀌면서 화면이 통째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아몬드가 정확한 자세로 시위를 당기는 장면이 역동적으로 지나가고, 화면은 화살의 속도감을 그대로 따라간다.
푸욱!
첫 번째 화살이 적의 이마에 명중하며, 홀로그램 같은 CG가 곁들여진다.
방금 명중한 곳이 정확히 이마의 중앙이라는 걸 알려주는 과녁 모양의 CG였다.
“컥!”
한 명이 쓰러지자, 운이 좋다는 식의 채팅들이 올라온다.
그러나 그건 얼마 가지 못한다.
치지직!
그다음 화살이 쏘아질 때, 화면이 빨리 감기 되어 휘릭 지나간다.
푹!
얼어붙은 채팅창이 포커싱된다.
연이어 수많은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연출.
이제 슬슬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리고 마지막 적을 처치했을 땐.
아몬드의 천재성에 감탄하는 채팅뿐이었다.
로만에게 칭찬을 듣는 장면이 나오고 영상은 마무리된다.
“…….”
다 보고 난 후, 상현은 말이 없었다.
충격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미쳤잖아?’
영상의 몰입도는 굉장했다.
충격적일 만큼.
“……어, 어때요?”
지아는 조깅하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며 물었다. 언뜻 보면 관심이 없는 듯하나, 사실 모든 신경이 상현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 이건 굉장한데요.”
그제야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을 내뱉었다.
굉장하다.
이게 그의 감상이다.
이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이거 당장 올려도 손색이 없겠어요.”
“아직은 안 올려요. 모았다가 적어도 영상 서너 개를 한 번에 푸는 게 좋대요.”
“아, 그렇구나.”
지아는 상현의 칭찬에도 크게 기뻐하는 내색은 없었다. 적어도 상현이 보기엔 말이다.
하나 말이 빨라지고, 많아진 것이 이미 엄청난 변화다.
“계속 만들어 볼게요. 이 스타일이 마음에 드시는 거죠? 제일 잘나가는 상위 게임 올튜버들을 참고한 건데…….”
“아, 네. 물론입니다. 그대로 계속해 주세요.”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왔다.
그녀가 소중하다는 듯이 액정을 매만진 것은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녀 자신조차.
* * *
상현과 헤어진 지아는 집으로 돌아와 잠시 소파에 앉았다.
땀이 흘러 끈적한 상태지만, 샤워도 뒤로 미루고 앉은 것이다. 그렇다고 TV를 튼 것도 아니다. 그저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상상했다. 아니, 상상이라기보단 재생이다.
‘굉장한데요?’
상현이 칭찬하던 그 목소리를 되새겼다.
눈을 감고, 음미하듯이.
그녀의 마른 입가에 약간의 미소가 번진다. 그러던 중.
지이잉.
그녀의 휴대폰에 문자가 온다.
[개새끼]입가의 미소는 미끄럼틀을 타듯이 슥 미끄러져 내려왔다.
지아는 문자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삭제를 눌렀다.
지이잉.
삭제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휴대폰이 울린다.
[개새끼]역시나 지아는 한 번 더 삭제를 할 뿐, 문자 내용은 읽지도 않았다.
“…….”
잠시 말없이 비가 샐 듯한 낡은 천장을 바라보던 그녀는 옷을 벗고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 * *
그 시각.
킹덤 에이지의 커뮤니티 킹치만에는 오늘 아몬드의 방송에 대한 예측이나 잡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슬슬 아몬드의 방송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몬드 오늘 공성전 콘텐츠 함!] [와, ㅈㄴ 재밌겠다 ㅋㅋㅋㅋ] [세계 최초 활 챌린지 공성전!] [ㄹㅇ 기대됨] [활 챌린지로 공성전 하는 건 처음 아님? 진짜 ㅁㅊ놈이네] [쌉 재능충 아몬드…….]유저들은 활로 하는 공성전은 처음이라며 모두들 일단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몬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활 챌린지로 공성전을 하는 것 자체가 최초니까.
[오늘 학원 끝나면 꼭 봐야지.] [나도 생방 사수한다ㅋㅋ] [퇴근하고 본당!]그들은 대강 자신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언제 아몬드의 방송을 볼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계획이나 예측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띠링.
예상치 못한 시간에 울린 알람.
[스트리머 ‘아몬드’가 방송을 시작합니다!]아몬드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방송을 켜버린 것이다.
아몬드의 팔로워들은 깜짝 놀라서 우르르 몰려들었다.
-4시간이나 일찍 방송을 켜?! 절대 못 참지!
-아직 퇴근 전이지만 일단 켜고 본다!
-ㅋㅋㅋㅋㅋㅋ
-와! 오늘 빨리 오셨네요!
열성 팬들은 그가 미처 캠이나 마이크 세팅을 완료하기도 전에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세팅 확인을 전부 마쳤고.
팅.
화면 한쪽에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트하!”
-아하!
-아하하하!
-키야, 오늘도 존잘러네.
-아하!
-헐, 너무 일찍 오셨다 ㅠ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그를 반기는 팬의 숫자는 약 310명 정도. 켜자마자 나오는 시청자 수라는 걸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어제보다도 8, 90명 정도가 더 많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이상한 시간에 켰는데, 더 많아지다니…….’
시간도 퇴근 후와 같은 좋은 타이밍이 아닌, 아직 전부 일하거나, 학교에 있을 때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작하자마자 300명이라는 건 엄청난 숫자다.
“오늘 공성전이 궁금해서 평소보다 좀 일찍 켰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게임이 길어질 것 같아서요.”
-오오오.
-그럼 오늘 방송 시간이 더 긴 건가?
-개이득.
-크으, 킹덤 갓겜!
아몬드가 방송을 좀 더 일찍 켠 이유는 간단했다. 에피소드 하나의 볼륨이 클 것 같아서, 방송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밤을 지새울 수는 없으니, 차라리 방송을 일찍 켠 것이다.
“자, 그럼 공성전 하러 가 봅시다.”
-드가즈아아아!
-주몽 활 맛 좀 봐라 양놈 쉑들!
-ㅋㅋㅋㅋㅋㅋ 드가장!
* * *
착.
들어가자마자 발에 닿는 푸르른 잔디의 감촉. 그것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들바람.
사아아아…….
그건 마치 폭풍 전의 고요를 소리로 표현하려는 듯했다.
바람 소리가 먹먹하게 드넓은 평원을 헤집고 있을 때.
로만이 아몬드에게 다가왔다.
“아몬드.”
“예.”
“자네 출셋길이 꽤 훤해졌더군?”
“예……?”
툭.
로만이 장난스럽게 그의 가슴께를 치며 눈길을 뒤로 보낸다.
에밀리아 영애가 성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 먼 거리에서도 그녀의 고고한 자태는 빛이 났다.
“무슨 말하는지 뻔히 알면서.”
로만이 음흉한 미소로 킬킬댔다.
“아, 아닙니다. 그런…….”
아몬드는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지만 말뿐인 부인이었고,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에밀리아와 자신의 관계를.
“부럽구만, 부러워~”
툭툭.
로만이 어깨를 두드리며 장난을 친다.
-……?
-로만. 정말 다양한 면이 있는 친구구나.
-이런 성격마저 보여주다니ㅋㅋㅋ
-엄청 친해졌나?ㅋㅋㅋ
-크.
-로만 루트는 없나요? ㅎㅎ
그간 로만이 보여준 반응과는 또 다른 모습. 로만이 그간 아몬드에게 호의적이긴 했지만, 친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저 맨날 혼내기만 하는 사람이, 칭찬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로만은 아몬드와 꽤 친밀해진 듯했다.
“여하튼 자네 덕분에 큰 건을 물었구만. 어쩜 이제 나랑 같은 계급이 될 수도 있겠어, 아몬드 백부장.”
“무슨 그런 말씀을. 아직 모자라죠.”
“입바른 소리는 치우고, 저길 보게.”
로만이 평야에 늘어선 적들 중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뻔한 동화 속의 기사처럼 한가운데에 황금 투구를 쓰고 있는 자가 보이는가? 아마 자네라면 나보다 더 잘 보이겠지.”
“예.”
“저자가 이 전투의 핵심이네. 자네가 한번 요격해 보게나.”
“앞으로 나올 것처럼 보이진 않는군요.”
“당연하지. 아마 계속 뒤에서 지휘만 할 거야. 그런 스타일이거든.”
“알겠습니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황금 투구를 쓴 자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 후,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렸다.
뿌우우우우우우우……!
“우아아아!”
“간다아아아아!”
“돌겨어어어어!!!”
우렁찬 함성과 함께 말들이 내달렸다.
궁수들은 전부 활을 높이 치켜들어 시위를 당겼다.
“쏴라!”
아몬드가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치자, 그의 휘하에 있는 궁병들의 화살이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간다.
이히이잉……!
말 탄 기사들이 달려오다 화살을 맞고 떨어지며 병사들을 깔아뭉갠다. 뛰어오던 병사들도 화살에 벌집이 된다.
전투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치닫는다.
“들으셨죠?”
궁병의 지휘권을 인계한 아몬드는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며 홀로 앞으로 달려간다. 수풀에 몸을 최대한 숨긴 채로.
사사삭.
“황금 투구를 죽이고 오겠습니다.”
그는 몰래 황금 투구만을 요격해서 이 전쟁을 끝내려 했다. 그런데…….
띠링!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킬당 1만 원 미션 걸게요.]정말로 킬당 만 원을 준다는 미션이 걸렸다.
킬 수를 자동으로 카운트해서, 후원자의 계좌에서 그만큼의 액수가 빠져나갈 거다.
상현은 믿기가 힘들었다.
“……괜찮아요?”
그는 놀란 눈으로 적 진영을 한 번 더 살폈다.
최소 500명은 되는 숫자였다.
“너무 비쌀 것 같은데.”
그는 다소 도발적인 멘트와 함께 미션을 수락했고,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키야 킬당 1만 원 ㅋㅋㅋ
-아몬드를 무시하네
-ㅋㅋㅋㅋ 대체 얼마를 죽이려고 너무 비쌀 것 같다는 거여 ㅋㅋㅋ
-그래봐야 한 스무 명 죽일 텐데 ㅋㅋㅋ
-아몬드라면 50명은 거뜬하지!
-아무리 그래도 전쟁터에서 혼자 50명은 에바지 ㅋㅋㅋ
-난 통 크게 80만 원 예상해 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