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8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화
1. 다시(2)
다소 어이가 없는 태연함이다.
보통 업계 선배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긴장하는 게 보통인데 말이다.
‘음…….’
인호는 뚫어져라 상현을 응시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때, 이 기묘한 침묵을 와장창 깨부수는 존재가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릴잔디다.
연두빛 머리, 형광색 탱크탑, 통 큰 흰색 스키 바지.
밤길 걷다가 차에 치일 일은 절대 없겠다 싶을 정도로 눈이 부신 색감이 엄습한다.
“안녕하세요!”
아몬드가 먼저 일어나 인사를 했고. 인호는 아는 얼굴인지 “누님! 간만이에요!” 휙 달려가 싹싹하게 달라붙는다.
“와우. 인호 님! 간만~!”
인호의 인사를 받아준 후, 아몬드에게 돌아섰다.
“오! 안녕하세요! 저 래퍼 릴잔디입니다.”
“스트리머 아몬드──”
“아아! 아!”
릴잔디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아몬드! 저 알아요! 와! 쒯! 실물 진짜 존잘이시다! 메잌업 하니까 진짜 나 배우인 줄 알고, 못 알아볼 뻔했잖아!”
“……아, 알아요?”
옆에 있던 인호는 당황하여 두리번거린다.
“어, 아니, 인호 님. 요즘 뉴스페이퍼 안 봐?”
“연예면 말고는 워, 원래 안 보는데.”
“아. 이 순도 높은 보이~ 퓨어 쓋~”
욕인지 뭔지 모를 말을 하며 릴잔디가 아몬드의 손을 부여잡았다.
“반가워요. 너무.”
“아, 네.”
릴잔디는 진짜로 아몬드를 아는지 난트전 사건을 막 이거저거 얘기하더니, ‘아, 이거 방송 들어가면 말해야 하는데!?’라며 혼자 멈췄다.
“오? 근데 아몬드 님. 제가 괜히 시간 잡아먹어서 저거 게임 하시던 거. 죽는 거 아녜요?”
“아, 자동이라 안 죽어요. 그냥 키우기 게임이라.”
“키우기? 아! 저거 ‘망나니 용사 키우기’ 맞죠? 와 평소에도 하시는구나.”
으하하하!
릴잔디는 빵 터져서 웃는다. 인호는 영문을 모른다. 알 리가 없다.
“진짜 광고에 진심이시네! 와! 전 컨셉인 줄!”
아몬드가 방송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웃은 거니까.
‘모바일 게임 광고를 했다고?’
물론, 인호가 집중한 건 다른 부분이다.
[형. 개인 대기실 없어도 돼.]인호는 급하게 다시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아무래도 여기서 나가면 안에 들어가서도 끼지 못할 것 같았다.
씨익.
그는 웃는 표정을 장전한 후.
“와. 저거 광고하신 거예요? 완전 대세들만 하는 건데.”
은근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 뭐, 그냥 운이 좋았죠. 재훈 님도 광고 많이 찍으셨잖아요.”
“……네?”
인호의 표정이 싹 굳었다.
재훈은 블라썸의 리더다.
노래랑 춤 다 잘하는, 싱어송라이터도 겸비한 아이돌이다.
인호는 얼굴 빨로 센터를 맡고 있으니, 재훈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안 봐도 훤했다.
“오우 노! 이분은 인호! 재훈은 다른 사람이에요! 아몬드 님 푸하하하! 진짜 방송에서 보던 거 그대로네.”
“아…… 죄송합니다.”
아몬드는 깜짝 놀라며 사과했다.
“제가 착각했네요. 소개하실 때 블라썸까지만 듣고 잘 못 들었나 봐요.”
“아하하! 그럴 수 있어요!”
릴잔디는 그 실수가 재밌다는 듯 빵 터져 웃었으나.
하나 인호는 쉽게 웃지 못했다.
‘무슨…….’
일단, 방금 그 말은 블라썸 하면 당연히 재훈이라고 생각해서 실수했다는 말이었으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뿐더러…….
‘나 소개 안 했는데.’
인호는 자신을 소개한 적이 없었는데도, 소개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뭐하는 놈이야.’
맥이는 실력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너무 쉽게 상대를 얕잡아봤던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바닥에서 나름 구를 만큼 굴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난 아직 너무 순진한 것이다.
그러던 중.
메인 피디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다들 인사 잘 하셨죠? 대기실에서 너무 힘 빼시면 안 됩니다. 릴잔디부터 들어갈게요. 갑시다.”
“와우. 내가 첫빠따네? 오키!”
릴잔디가 휙 나가버리자, 대기실은 다시 조용했다.
무슨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것처럼.
“…….”
아몬드는 다시 앉아 게임을 시작했고, 인호는 건너편에 앉아 그를 한참 쳐다봤다.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못 한 채로 다음 차례로 호명당해 나갔다.
“다음. 인호 씨. 들어와요!”
인호가 조용히 일어나 세트장으로 나갔고, 바깥에서 호스트들이 호들갑을 떠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기실에 다시 홀로 남게 된 상현은, 계속 플레이하던 망나니 용사 키우기 게임을 껐다.
그러고는 천장을 올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쉽지 않네.”
잠시 후.
아몬드의 차례가 호명됐다.
* * *
약 30여 분 전.
주혁은 초조한 마음으로 세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량이 많이 뽑혀야 할 텐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라이브에서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편집본에서의 분량이 정해질 것이다.
역시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라이브보단 편집본이 훨씬 중요했다. 파급력이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편집본 분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어렵게 메이저 채널에 나온 보람이 있을 거다.
분량 편집의 기준은 라이브에서 채팅 반응이 얼마나 좋았느냐이다.
-ㄷㄱㄷㄱㄷㄱ
-와 시작한다.
-가즈아~!
이처럼, 메이저 채널에도 이렇게 채팅이 올라온다. 이 채팅들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얼마나 많이 올라오는지가 관건이다.
그걸 기준으로 피디가 편집을 할 테니까.
즉, 요즘은 라이브에서 시장 반응을 보고, 편집도 그걸 기준으로 하는 거다. 이러면 아무래도 시장성이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나, 맹점도 있다. 말이 좋아 시장 반응이지 사실상 팬덤 대결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들이 등장할 때가 유독 그런 경향이 있는데. 오늘 게스트 중에도 아이돌이 있다. 그것도 꽤 유명한.
연예인도 아이돌도 아닌 아몬드는 이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잘할 수 있으려나.’
탕!
슬레이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작된다.’
메인 MC인 한민구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이브닝와이드입니다.”
간단한 인사말임에도 힘이 있었다.
막상 눈앞에서 보니, ‘진짜 방송인’이라는 게 느껴지는 발성과 발음이다.
억지로 텐션을 올리거나,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미 세트장엔 들뜬 공기가 가득했다.
“서린 씨. 잘 지냈어요?”
그는 자연스레 다른 호스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브닝와이드는 총 4명의 호스트와 3~4명의 게스트로 이뤄진다.
그중 ‘서린’이라는 여자 아이돌이 호스트 중 한 명이다.
“네! 저는 잘 지냈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슈가슈가의 서린입니다!”
-ㅎㅇㅎㅇ
-안녕!
-서린아! 나 죽어어!
-안녕 난 서린 남친.
그리 유명하진 않은 아이돌인데도, 역시 채팅 반응이 다르다. 주혁의 예상대로, 아이돌 팬덤은 기본 화력이라는 게 있다.
“선배님은 새로운 소식 있나요?”
서린이 한민구에게 되물었다.
“나? 나는 뭐 없어요.”
“야. 민구야. 너 얼마 전에 이혼했잖아~ 뭐가 없어 없긴.”
김트루라는 호스트가 끼어든다. 그는 기자 출신 예능인이다.
기자답게 팩트를 기반으로 사람을 놀리는 게 그의 주 임무다.
-김트루 ㅁㅊ ㅋㅋㅋㅋ
-시작부터 맵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이프가 없다구요~
서린은 자기가 한 질문이 이렇게 변질되어 버리자, 당황하여 두리번거렸고.
그사이 마지막 호스트인 아이돌 출신 예능인 ‘현민’이 말을 시작했다.
그는 ‘한때’ 아이돌이었던 인물로, 지금은 아이돌이 아니다.
“트루 형! 형도 조심해야 돼! ‘부부는 3개’ 안 봤어?”
“?!”
-ㅋㅋㅋㅋㅋㅋ엌ㅋㅋ
-김트루 표정 무엇 ㅋㅋㅋ
-쟤 어떻게 그간 아이돌로 살았냐고 ㅋㅋㅋ
현민은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상당히 방정맞은 목소리와 호들갑 떠는 말투의 소유자였다.
그냥 아무 말만 해도 분위기가 들뜨는 효과가 있었다.
“자. 우리 프로그램은 뭐, 우리끼리 떠드는 프로 아니잖아요?’
-자연스레 편집점 잡아버리는 한민구 ㅋㅋㅋ
-어림도 없지 ‘ㅋㅋㅋ’ 개수로 이미 이혼 드립은 본방 당첨.
-민구 표정 ㄹㅇ 철판이네 ㅋㅋ
한민구가 이제 슬슬 게스트들을 부르려고 하는데, 시청자들은 그냥 넘어가 주지 않았다.
이처럼, 시청자들도 이미 자신들의 반응으로 편집이 결정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아 형! 너무 어색해! 요즘은 방송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요? ‘개소리작작해한민구’ 님이 말하잖아요. 억지 편집점이라고!”
현민이 옆에서 한민구에게 딴지를 건다.
-아니 난 개소리 작작 하라고 진짜 말한 줄 ㅋㅋㅋ
-아이디였어?ㅋㅋㅋ엌ㅋㅋ
언뜻 들으면 한민구를 진짜 타박하는 듯한 아이디다.
한민구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야. 아이디 니가 지어냈지?”
-ㄹㅇ 지어낸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아이디 없었는데 ㅋㅋㅋ
-얼른 아이디 바꿔라!
“아, 아냐! 있었어요!”
“너 찾아낸다? 어?”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대는 한민구의 반응에 제작진들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진짜로 그 아이디를 찾느라 시간을 날리진 않는다.
그는 다시 재킷 매무새를 고치며 방송을 진행했다.
“흠. 여튼 우리는 게스트를 불러야 제대로 시작이잖습니까.”
휙.
피디의 손짓이 보였다.
드디어 첫 번째 게스트가 나올 모양이다.
“자. 오늘도 아주 각양각색의 게스트들을 모셨어요. 근데 이게 무슨 카테고리로 묶인 거죠?”
한민구의 물음에 김트루가 대답했다.
“아. 태세변환 특집입니다.”
“……태세변환? 그게 뭐야?”
“아~~~ 이걸 몰라요?!”
현민이 또 트렌드 모른다며 타박을 시작하자, 한민구는 얼른 그냥 진행했다.
“아, 어쨌든 태세변환! 특집! 첫 번째 게스트 모십니다. 동양 철학과 출신, 유교걸의 유쾌한 반란! 릴잔디!”
-유교걸의 반란 ㅋㅋㅋㅋ
-대본 좀 치네 ㅋㅋ
-공자 비켜! 이제 릴잔디가 유교다!
“안녕하세요오오오오!”
쾅!
등장부터 시원한 걸음걸이로 튀어나오는 릴잔디의 모습에, 호스트들이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이야~! 패션 진짜 산만하다~”
한민구가 한소리한다.
“어, 어우 눈이 부셔요 누나. 진짜 그냥 눈이 부셔…….”
-패션이 그저 빛… 진짜 빛……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눈갱
-갱!갱! 눈갱!
-아 ㅋㅋㅋ 이게 힙합이지. 갱(gang)이잖아?
현민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만큼 릴잔디의 패션 색감이 화려한 것이다.
그나마 반갑게 맞아준 건 여자 아이돌 호스트 서린.
그녀는 릴잔디와 면식이 있는지, 일어나서 포옹하며 반가워했다.
“언니! 너무 예쁘다! 오늘 이 형광색!”
“그치? 오우 역시 서린이가 보는 눈이 있어~!”
한민구는 눈꼴 시렵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일단 토크를 진행한다.
“아니. 근데 릴잔디 씨는 뭔 태세변환이라는 거예요?”
옆에서 김트루가 대본을 읊었다.
“명문대 동양 철학과에서, 갑자기 반유교, 반정부적 가사 힙합퍼로 태어난 릴잔디. 이게 태세변환이라는 거죠!”
“아~”
그제야 의미를 이해한 한민구.
-ㅋㅋㅋㅋㅋㅋㅋ철학과라고?
-아니 ㅋㅋㅋ 학력이 왜 좋냐고 ㅋㅋ
-상상도 못 한 정체
-ㄴㅇㄱ
“이야~ 어쩐지. 가사가 되게 철학적이네요?”
한민구가 히죽 웃으며 토스를 던지자, 늘 그렇듯 김트루가 강하게 날렸다.
“그쵸? 내 엉덩이 쩔어. 우리 동네 남자애들 나보면 말을 절어.”
푸훕.
릴잔디와 포옹했던 서린마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눈이 부셔서 말 저는 거 아니냐곸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ㅁㅊㅋㅋ
-ㅋㅋㅋㅋ개막장ㅋㅋㅋ
-ㅋㅋㅋ우리 동네 남자애들 말을 절어였어?? 난 여태 말을 걸어인 줄 ㅅㅂㅋㅋㅋㅋ
캐릭터 자체가 웃음벨이라 분위기가 좋다.
‘너무 강력한데…….’
정색하며 지켜보던 주혁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 걱정이 된다.
이후 릴잔디에 대한 토크가 십여 분 정도 진행된 후.
다음 게스트를 호명했다.
이번엔 처음부터 이유를 말해준다.
“이분도 역시 명문대 출신이죠? 공대생이었는데. 갑자기 아이돌을 하시다가, 이젠 또 배우로 태세변환! 블라썸의 인호!”
채팅의 반응이 상당했다.
릴잔디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와아아아
-오빠!
-와 오늘도 존잘
-진짜 개간지
-인호다 ㅠㅠㅠ
-내 새끼 ㅠㅠㅠㅠ
아이돌 팬덤인 게 분명해 보이는 채팅들이 무수히 올라온다.
‘……굉장하네.’
주혁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안녕하세요! 블라썸의 인호입니다!”
단순히 등장 때뿐이 아니라, 토크가 진행되는 중에도 반응이 좋았다. 말도 꽤 하는 놈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말빨 쩔어
-내 새끼는 왜 말도 잘하니
-여러분 ㅋㅋㅋㅋ 많이 쳐요 그래야 분량 많이 나옵니다!
일단 팬덤 크기가 있으니 기본적으로 채팅이 많았다.
거기에 이번에 출연한 드라마도 화제가 되고 있었으니, 그 관련 이야기에도 반응이 좋다.
-인호야 ㅠㅠㅠ
-악플 때문에 고생했구나 ㅠ
-아니, 인호 연기 개잘하는데 왜 괜히 열등감들 폭발이람?
-아이돌 배우라고 얕보네 ㅋㅋ 어휴 ㅋㅋㅋ
-상대 배역 진짜 계 탔네. 나도 인호 여친 하루만 ㅠ
현장 반응도 좋고, 채팅 반응은 압도적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자 다음 게스트 불러볼까요?”
“예. 이분은 아마 모르는 분들도 좀 많을 거예요.”
“하지만 화제는 진짜 많이 됐어요. 나름 기사도 나던데요?”
“그렇죠. 최근 핫하니까요.”
마지막 게스트로 상현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양궁 천재 소년에서, 대기업 아성의 정직원, 그리고 게임 스트리머로! 태세변환의 귀재! 스트리머 아몬드입니다!”
주혁은 떨리는 마음으로 채팅창의 변화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