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화
3. 좀비 스쿨(1)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킹덤 제작사에서 준 광고니까, 기왕이면 관련된 게임으로 골라야지.’
사실 다른 스트리머였다면 이런 선택이 전혀 특별할 건 없었는데.
문제는 아몬드의 방에서 킹덤에이지라는 게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와 진짜 돌아왔구나 킹태식이!
-ㅁㅊㄷㅁㅊㅇ
-ㄴㅇㄱ
-킹덤 무새들 단체로 성불ㅋㅋㅋㅋ
-로제니타 누님 ㅠㅠ 제가 드디어갑니다아아!
킹덤은 아몬드의 첫 게임이자, 그 팬층의 기반이 된 게임이다. 또한 아몬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게임이도 했다.
무려 게임 매출을 일시적으로 올려주기까지 했었으니까.
이렇듯, 킹덤과 아몬드는 상당한 인연이 있는데. 애석하게도 가장 짧게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그렇기에 킹덤의 컴백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항상 기다려왔던 것이다.
킹덤에이지의 킹이 돌아오길.
-킹의 귀환 (찐)
-크…… 몬드야. 니가 하고 나서 활 유저들 비율 ㅈㄴ 늘었더라 ㅋㅋㅋㅋ
-자랑스런 킹덤의 활 ㅠㅠ 돌아왔냐고!
-우리가 왜이렇게 악질이냐고?! 키, 킹치만……! 이러지 않으면! 아몬드! 킹덤엔 관심조차 없는걸!
-킹덤무새 어셈블!
소위 킹덤무새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
킹덤에이지만 앵무새처럼 외친다는 뜻인데. 이들이 숫자는 몇 안 되더라도, 화력은 상당한 편이다.
킹덤이란 게 꽤나 고인물 게임이다 보니…….
물론 모두가 킹덤 에이지를 바라는 건 아니다. 사실 절대적인 숫자의 대중들은 킹덤 에이지를 원하지 않는다.
-ㅈㄹ난리가 났네 킹덤무새들ㅋㅋㅋ
-레이나랑 꽁냥이나 해줘 ㅠㅠ
-릴 이제 안 해요?
아몬드가 결정적으로 크게 유명해진 게임은 킹덤이 아니라 릴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킹덤보단 릴을 원했고. 아니면 차라리 신작 게임을 하길 원했다.
애초에, 킹덤은 인기가 없는 게임이다.
그런데 채팅만 보면 킹덤무새로 넘쳐난다. 마치 초인기 게임인 것 마냥.
이유는 ‘컨셉 킹덤무새’다.
-요즘은 컨셉충들도 많음.
-폰킹덤무새 ㅋㅋㅋ
-유입인 거 티 나는데 킹덤 외치는 거 진짜 ㅋㅋㅋ
-걍 유행이라 따라 하는 거임
-잼미니들 ㅈㄴ 왔네
이건 아몬드 입장에선 참 신기한 현상이었다.
‘본적도 해본 적도 없으면서 킹덤을 하자고 하다니.’
킹덤을 해본 적은 당연히 없고, 심지어는 당시 아몬드 방송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킹덤을 외친다.
이 아몬드의 방송 문화에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서…… 라고 주혁은 해석했었다.
물론, 그런 모든 ‘킹덤 이펙트’가 다 무색하게, 지금 아몬드가 실행하려는 건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좀비 스쿨]-???이건 뭔 겜?
-왜 킹덤 안 해!? 왜 킹덤 안 해!? 왜 킹덤 안 해!? 왜 킹덤 안 해!?
-킹덤 광고 아니었음??
-견과류 쉑…… 우릴 또 속였어 ㅠㅠㅠ
-테스트 플레이지?? 그렇지?
애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채팅들을 싹 무시한 채, 아몬드는 신작 게임의 로딩 화면을 배경으로 인사를 건넨다.
“트하!”
-아하!
-아아하하!
-안녕하세요 ㅎ
우르르 올라오는 인사 채팅.
“준비가 조금 늦었네요. 방금 다운받고 켜보는 거라서요.”
-이게 뭔 겜?
-이게 광고야?
-이게 왜 ‘그 게임’이야 견과류 쉑아
-제목 어그로임??
곧바로 따지는 채팅들이 올라오지만, 아몬드는 거리낄 게 없었다.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 그는 당당하니까!
“아뇨. 어그로 아닌데요.”
-그럼 뭐냐고 ㅋㅋㅋ
-개킹받네 뻔뻔한 얼굴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이유를 말해줘야 할 거 아냐 ㅋㅋ
-어그로 아닌데요. 뚱인데요
“이거 킹덤에이지 제작사에서 광고 주신 거예요.”
-헉
-ㄴㅇㄱ
-ㄹㅇ??
-와
-신작임???
-찾아보니까 진짜네 ㅋㅋㅋ
킹덤 제작사의 광고라는 얘기에 다들 놀란다. 그도 그럴 게 해외 제작사의 광고를 직접 받기란 상당히 어려우니 말이다.
더군다나 펑크를 통해서 받은 것도 아니란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펑크에 없는데?
-뭐임 베타 테스트임?
-어딨음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면 단번에 사서 같이 해보려고 하는 시청자가 늘 몇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게임을 찾을 수가 없다.
“펑크가 아니라…… 음…… 크흠.”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인 아몬드는 차마 하이게임즈에서 사라고 말하긴 힘들었는지, 그냥 얼버무렸다.
-하이게임즈 독점이냐? ㅋㅋㅋㅋㅁㅊ
-엌ㅋㅋㅋ
-이거 진짜 무친넘이넼ㅋㅋㅋ
-???: 하이게임즈에서 사세요!
“뭐 언젠간 펑크에도 들어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한 광고예요.”
독점 기간이 풀리면 펑크에도 들어오긴 할 테니 틀린 말은 아니다.
-무적의 논리;
-이, 이게 아성 대리 출신의 변명 스킬?!
-ㅋㅋㅋㅋㅋㅋ 둘러대는 데 1초도 안 걸리누
-굉장하다 진짜 진심으로 감탄함.
아몬드는 슬쩍 채팅창 눈치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납득한 듯 보였다.
이제 게임을 시작해 보면 될 거다.
‘재밌을 것 같다.’
두근. 두근.
간만에 플레이하는 신작 게임.
게임 컨셉도, 추구하는 재미 방향도 아몬드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것투성이었다.
“일단 도네를 다시 켤게요. 킹덤무새님들이 킹덤인 줄 알고 도네하고 화낼까 봐 잠깐 꺼놨거든요.”
-수금 타임 ㅋㅋㅋ
-이 자식 화낼 걸 알고 있었어!
-알고 한 거네 십ㅋㅋㅋㅋ
-딜계산 도랏누
후원 제한을 풀자마자, 쏟아지는 후원들.
10만 원부터 심지어는 복귀 기념이라며 100만 원 단위를 쏘는 큰손들도 있었다.
모두 감사 인사를 보내는 데에만 거의 30분이 걸렸다.
그 후로는 주로 질문 타임.
이브닝와이드 출연 감상을 묻는 질문도 많았지만, 대체로…….
[릴 이제 안 해요?? ㅠㅠ] [진짜 레이나 버려!?] [레이나의 입술을 빼앗고 릴을 버린다면 데협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릴을 안 하냐는 질문들이 많다.
“아. 릴 공성전은…… 할 만큼 해서 저번만큼 쭉 이어서 할 수는 없을 것 같구요. 아마 호송전을 나중에 해보려 생각 중입니다.”
딱히 주혁과 상의도 안 했으나. 둘은 같은 생각이었다.
-레이나: 휴……
-호송전 하는구나 ㄷㄷ
-오! 그거도 잘하겠네 그걸 더 잘할듯
-호송전은 진짜 피지컬 대결이 대부분이라 진짜 밸런스 망가지겠는뎈ㅋㅋㅋ
-와 하는구나 ㅠㅠ 다행 ㅠㅠ
-이제 킹덤 무새에 이어서 릴무새도 생기겠누 ㅋㅋㅋㅋㅋ
-배라처럼 리액션 겜으로 써버리셈. 배라 무새 박멸됐잖어 ㅋㅋㅋㅋ
“일단…….”
아몬드는 아까부터 허공에 떠 있던 버튼을 눌렀다.
“이 게임부터 시작합니다.”
[좀비 스쿨] [싱글 모드]사방이 어두컴컴해지면서, 소리마저 전부 자취를 감춘다.
-ㄷㄱㄷㄱㄷㄱ
-가즈아아아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레이나 줘!
* * *
‘뭐야. 왜 시작 안 해.’
생각보다 로딩이 길다.
아무런 감각도 없이 어두운 공간에 오래도록 떠 있어야 하는 건 별로 유쾌한 기분이 아닌데.
‘신작이라 그런가.’
아몬드는 혹시나 싶어 이리저리 손을 휘저어본다.
“……흐으으.”
음?
이상한 소리가 난다.
왠지 자고 있는 사람이 내는 듯한 소리다.
“야! 12번!”
퍽.
이런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방에서 하얀빛이 몰려든다.
눈이 떠진 것이다.
“또 자나? 아예 대놓고 자네?”
눈앞엔 험악한 인상의 교사 한 명이 서 있다.
그렇다. 좀비 스쿨이라는 이름답게 이 게임의 무대는 학교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12번.”
경상도 억양을 쓰는 험악한 인상의 선생님. 처음부터 선생님과 트러블이 난다는 건 어찌 보면 란 스토리 모드와 비슷한데…….
사실 완전히 달랐다.
‘뭐야. 여기.’
주변을 둘러본 아몬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무나 익숙한 환경.
현장감.
‘학교잖아?’
학교다.
그래, 당연히 학교다. 그건 당연한 건데.
‘완전한 한국식 학교.’
아몬드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시절 한국의 학교를 그대로 구현해 놨다.
이런 게임은 그간 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뭔가 예고도 없이 급습당한 느낌이었다.
꿀꺽.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너무나도 현실 같은 이 상황에, 갑자기 긴장이 된 것이다.
그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렇게까지 한국 학교를 똑같이 구현하다니.’
어두운 녹색 칠판, 아이들 눈높이보다 위에 뚫린 감옥 같은 창, 대충 칠해서 우둘투둘한 벽면의 페인트. 먼지가 풀풀 날리는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와중에 교실 중앙에 걸린 태극기와 그 밑에 급훈까지.
[랭크가 다이아에 가까워질수록 인생은 브론즈에 가까워진다.]-와 고증 ㅅㅌㅊ네
-무쳤ㅋㅋㅋㅋㅋ
-ㄹㅇ 한국 학교 맞네 ㅋㅋ
“그러게…… 다이아로는 안 되지. 챌린저를 찍어야…….”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흠칫한다.
매서운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12번.”
사나운 경상도 억양의 선생이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다가온다.
“예!”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학창 시절처럼 대답해 버린다.
-ㅋㅋㅋㅋㅋㅋ뭐야 아몬듴ㅋ
-아몬드 선생님을 무서워하넼ㅋㅋ
-몰입을 잘하는 거겠지~~
“방금 뭐라 했냐. 12번.”
쿵.
거의 사람 하나 죽일 기세로 다가온 선생이 내려보며 물었다.
-와 이 선생은 복싱 선수를 하지 왜 선생을 했냐
-이 피지컬로 수학선생 ㅅㅂ ㅋㅋ 지옥이다 ㅋㅋㅋ
-무슨 ㅋㅋㅋ 조폭 두목 같은 새끼가 선생이여 ㅋㅋㅋㅋㅋ
아몬드가 봐도 이 선생님은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아……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요.”
“…….”
선생은 말없이 그저 아몬드를 지긋이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대뜸 이렇게 물었다.
“넌 왜 명찰도 없어. 이름이 뭐냐.”
아무래도 여기서 이름을 말해야 하는 것 같다.
“……아몬드요.”
“뭐?”
-ㅋㅋㅋㅋㅋ표정ㅋㅋㅋ
-안 먹히는 거 같은데?
-그딴 이름이 어딨어? 라는 눈인데 ㅋㅋㅋ
-와씨 ㅈ됐다
-???: 뭐? 아몬드? 마 장난치나?
‘뭐지.’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니었나.
게임 플레이상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닉네임을 짓게 되는 건데. 반응이 이상하다.
“아몬드?”
선생의 얼굴이 용광로에 처넣은 솥뚜껑처럼 일그러진다.
“그러니까. 니 성이 아 씨에, 이름이 몬드라 이거제?”
푸하하핫.
옆에 아이들이 웃기 시작한다.
“맞……는데요.”
아몬드는 뭔 영문인지 몰라 두리번거린다. 아이들이 전부 그게 말이 되냐는 듯 비웃는다.
“쟤 왜 저래.”
“몰라. 풉.”
“또 시작이네.”
선생은 다들 조용히 하라는 듯 매섭게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자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360도로 반경을 싹 정리한 그 카리스마 넘치는 눈은 다시 아몬드에게 돌아왔다.
“어이. 12번.”
“……?”
“니 내랑 장난치나?”
“아, 아뇨.”
“이름이 뭐고. 딱 한 번 더 물어본다. 니 제대로 말해라.”
대체 뭐야.
이름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니.
아몬드는 열심히 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배경…… 엄청난 고증…… 현장감을 최우선으로 한 게임 같아.’
일단 이 게임의 특징, 현장감이다.
그런 게임에서 한국인 이름이 아몬드라는 건 말이 안 될 것이다.
‘그럼…….’
그는 고민하다가 이름을 외친다.
“기, 김주혁이요!”
한국인 하면 김 씨다.
선생은 갸웃거리더니.
출석부를 쳐다본다. 만약 이번에도 틀린다면 저 출석부는 곧바로 흉기로 변할 것이다.
“명찰 꼭 붙여라. 알았나.”
“예!”
휴.
다행이다. 인정이 됐나 보다.
그제서야 수학 선생은 다시 자신의 교탁으로 돌아갔다.
-김주혁??
-뭔데 갑자기 ㅋㅋㅋ
-그거 호두 이름 아냐? 그 매니저
-매니저 이름을 왜 ㅋㅋㅋㅋㅋ
-미치겠넼ㅋㅋㅋㅋ
아몬드도 왠지는 모른다. 그냥 자기 이름으로 하기 싫었을 뿐이다.
딩! 딩!
주혁이 뭐라 뭐라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지만, 아몬드는 그냥 수업이나 구경해 보기로 했다.
“아까 어디까지 봤지. 아…… 그러니까. 코싸인 제곱에…….”
탁. 타다다닥…….
느긋하게 깔리는 중저음 목소리에, 분필이 만들어내는 나긋나긋한 비트.
‘아…….’
제길. 처음부터 시련이다.
또 졸리다.
* * *
“아 뜨거. 씹…….”
어느새 손가락 끝에까지 다다른 담뱃불에 장 피디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불붙여 놓고 몇 모금 빨지도 않은 담배를 내다 버렸다.
지금 담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거 뭐야…… 진짜 장난 아니잖아.”
사실 게임이라는 매체에 별 관심이 없던 그였다. 옛날에 VR 게임 첫 등장에나 집에 장만해서 즐겨보다, 풀다이브로 즐기는 게임이 나와서 신기하다며 몇 번 들어가 보고 며칠 가지 않았다.
‘분명 이 정도 퀄리티가 아니었는데.’
태생이 게임에 별관심이 없었던 그이기에, 관심이 금방 식은 것일 수도 있었지만.
당시의 풀다이브 게임은 너무나 조악했던 탓도 크다.
그런데 지금 나온 이 ‘좀비 스쿨’이란 게임.
별다른 스토리는 진행되지도 않았지만.
‘거의 구분이 안 가잖아? 아니, 아예 구분이 안 가.’
현실과 전혀 구분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일부러’ 그래픽인 티를 내준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도 풀다이브로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좀비 스쿨은 돌아가지 않았다. 정면 돌파했다.
[딩~동~댕~동~]학교 종이 울리니, 보고 있는 장 피디마저 움찔한다.
예전의 그 학교 종과 너무나 똑같아서.
벅차오르는 추억, 그리움, 당시의 설렘, 토 나오던 입시, 때론 감옥 같았던 독서실…….
오래된 책상이 내던 향기와 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 소리.
이 작은 화면 너머로도 이렇게 전달되는데. 저걸 실제로 플레이하는 자들은 얼마나 몰입될까?
게다가 한국인 정서에 딱 맞는 학교생활…….
“이거…… 괜찮네. 이거 괜찮아.”
장 피디는 머릿속에서 새로운 구상이 마구 샘솟았다.
보인다.
그간 없었던 예능.
새로운 시장.
아니,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