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8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화
3. 좀비 스쿨(2)
“이거다. 이거 물건인 거 같아……! 와씨. 어쩌면 진짜 대박인가!?”
장 피디의 흥분한 목소리가 옥상에 울려 퍼지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뭘 또 옥상에서 궁상맞게 혼자 중얼거려?”
칙.
옆에서 담뱃불과 함께 말을 붙이는 그녀는 박수연 피디.
장 피디와는 입사 동기다.
“그나저나, 씨발. 우리 이사님들은 그냥 회사 뒷돈이나 배부르게 처드시고 사시지. 왜 사사건건 지랄을 싸놓을까.”
입이 매우 거친 게 특징이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엔 괜히 무시하는 자들이 있어서 일부러 이렇게 진화하는 거다…… 라고 장 피디는 그녀의 험한 입을 애써 이해하는 편이다.
‘어? 잠깐.’
무심코 그녀를 돌아본 장 피디는 순간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뭔가 번쩍 떠오른 것이다.
그의 구상에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게 맞춰진 느낌.
‘그러고 보니 얘가 전문이잖아.’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혁신적인 예능을 만드는 녀석이다. 그게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분명 새로운 포맷을 만드는 데에는 이만한 적자가 없다.
멘사 출신 피디로 유명세도 있고, 커리어도 나름 좋다. 했던 것들이 다 돈이 안 돼서 그렇지.
그래서 결국 이런 핫바지 메이저 채널 방송국까지 오게 됐지만, 여전히 능력은 출중하다.
“너…… 지금 하는 예능이 뭐였지?”
“……그것도 몰라?”
사납게 눈썹이 찌푸려지는 게, 또 욕이 한 사발 쏟아질 기세다.
“아, 아니. 아는데 이름이 잘 기억이──”
“추리 동아리.”
“아. 그래 그거!”
추리 동아리.
학교 안에서 추리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어드벤처식 예능이다.
“너 그거 엄청 불만 많았잖아. 세트장 예산이랑 연예인들 몰입 못 하고 중간에 매니저 부른…….”
“지랄한다. 이 수염쟁이 새끼가.”
박 피디가 웃는다. 분명 웃고 있긴 한데, 표정이 너무 좋지 않다.
“왜, 왜…….”
“내가 하고 있는 예능이 진짜 추리동아리인 줄 아네. 그거 시즌1만 하고 그만뒀잖아. 수지타산 안 맞는다고 해서.”
“……아.”
“그런 예능치곤 시청률이 높았는데. 어디까지나 그런 예능치고……인 거고. 광고도 안 붙고. 그냥 말 그대로 돈 안 되는 예능이지.”
“그, 그랬구나.”
장 피디는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막상 섭외하려는 상대에 대해 너무 그간 무관심했던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구식 여행 버라이어티 쇼야. 연예인들 모시고 쇼핑 다니면서 고생은 지들이 다 하는 척하는.”
“……크흠.”
“이렇~게 관심이 없으면서. 갑자기 하고 있는 예능은 왜 물어봐~? 응?”
박 피디가 난간에 등을 기대며 물어본다.
떨어질 것처럼 아찔해서 장 피디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짓인데, 저 녀석은 두 팔 다 걸치고 아주 자연스럽게 하곤 한다.
장 피디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냥 물러날 수 없어.’
여기서 설득이 안 되더라도, 일단 최대한 말해놔야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
“네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거, 그리고 구상했던 건 어드벤처식 예능이잖아. 추리 동아리 같은. 맞지?”
“흐음…….”
박 피디는 눈을 찌푸리며 이리저리 살핀다.
뿌연 담배 연기 너머 장 피디를.
‘알 수가 없네.’
한평생 남에겐 관심 없던 장 피디.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혼자 예술가인 척은 다 하면서 돈 냄새 나는 거 딱딱 잘하는 장 피디.
내가 지금 무슨 프로 하는지도 몰랐던 장 피디.
그가 갑자기 왜 관심일까?
돈도 안 되는 어드벤처식 예능에.
그간 따로 술도 안 마셔본 내게.
‘돈 냄새라도 맡았나.’
박 피디는 일단 대답해 준다.
“……어. 맞아.”
후.
연기를 뿜어내며 대답을 이어갔다.
“나 어드벤처식 예능 하고 싶어. 근데 그거 제작비가 엄청나잖아. 세트도 커야 하고. 연예인들 몇 박 며칠 박아놓으려면 돈도 돈인데 모시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지.”
“그렇지? 그런 게 힘들어. 세트도 커야 되고. 연예인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스케줄도 맞아야 하고.”
“……뭔데. 대체. 왜 하지도 않던 공감질? 수작 부리지 마. 나 이제 돈 되는 것만 할 거니까. 나 집에 애 있어.”
“이거 봐봐.”
장 피디가 다짜고짜 내미는 휴대폰.
어서 미끼를 물라는 듯한 표정이 거슬리긴 하지만.
박 피디는 담배를 다른 손으로 치우며 한번 들여다본다.
‘뭐길래…….’
장 피디의 화면에서 나오는 건 좀비 스쿨.
“음? 이 사람. 네 토크쇼에 게스트로 나왔던 그 사람 아니야?”
“어? 어. 너 어떻게 아냐.”
“잘생겨서.”
박 피디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 * *
“15번. 정답은 45제곱 센티미터다. 그래프에서 면적을 구하는 문제였다.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싸인 30…… 탄젠트…….”
“근의 공식 적용해야겠지…… 플마…….”
거의 강제 수면제나 다름이 없었다.
수학 교사의 수업을 끝까지 듣는 게 이 게임의 메인 퀘스트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미친 듯이 눈이 감겼다.
-아몬드 ㅋㅋ 호두 혹사 ㅠㅠㅠ
-왜 진짜 졸려 하냐고 ㅋㅋㅋ
-몰입을 너무 한 거 아니야??ㅋ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ㅋ 학창 시절이 보인다 보여~
아몬드는 시청자들이랑 말이라도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이런 상황에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건 왠지 반칙 같았다.
오기가 생겨서라도 조용히 입 닫고 저 수업을 다 들어야겠다, 생각하며 꾹 참는다.
그런데 그때.
띵!
[눈이 사르르 감깁니다.] [졸린 상태를 유지하면 ‘피곤함’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짧게나마 수면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
‘음? 이것 때문이었나?’
아몬드가 졸린 게 아니라, 아몬드가 들어가게 된 이 캐릭터가 졸린 거였다니.
-헐. 뭐야 ㅋㅋㅋㅋ
-호두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진짜 졸린 거여???
‘구분이 안 가잖아?’
정말 신기했다.
이 캐릭터의 상태가 나한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덕분에 그게 내 상태인지 캐릭터의 상태인지 구분이 안 간다.
‘피곤함 상태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피곤함 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대체 어떻게 수면을 취하라는 거냐. 게다가 저 선생님 앞에서?
그건 자살행위다.
아몬드는 일단 무시하고 다시 그 무시무시한 수학 선생의 수업에 집중한다.
“여기랑 여기가 수직이니까. 우린 또 삼각함수 쓰면 되는 거고…….”
역시 졸리다. 애들 겁줄 때 카리스마의 반만큼만 수업에 쓴다면 졸리진 않을 텐데…… 생각하는 순간.
띠링!
또 알림이 울린다.
[현재 ‘매우 배고픔’ 상태입니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조금씩 힘을 잃습니다.]“……이건 또 뭘까요.”
아몬드는 방송용 마이크 채널로 중얼거렸다.
그는 시계를 확인한다.
“점심시간 방금 지났는데. 저 왜 배고프죠?”
꼬르륵.
배에서 나는 소리다.
아몬드의 배는 아니지만, 꼭 실제로 배고픈 것 같았다.
-ㅋㅋㅋㅋ돼지인가
-한창 그럴 때긴 해
-근데 이상한데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출출하다도 아니고 매우 배고픔이라니
“점심 스킵했나 봐요.”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해 버리곤 일단 가만히 수업을 들었다.
-점심 스킵하고, 수업시간에 자고 ㅋㅋㅋㅋ 이거 완전 양아치네
-이, 이게 인싸의 학교 생활?
-혹시 여친도 있는 거 아니지? 나 그럼 진짜 좀비가 이기길 기원할 거야.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던 중.
아몬드는 또 신기한 점을 깨닫는다.
‘이거 왜 진짜 리얼 타임 같지?’
보통 이런 스토리 게임이라면 이 안에서 흐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빨라야 한다.
그런데 여긴 1분 1초가 다 그대로 카운트되는 것 같았다.
누군가 이 말을 들으면 기분 탓이라고 말할 테지. 그냥 수학 수업이 너무 지루한 거라고.
그래서 그는 시계를 확인한다.
‘……?’
무의식적으로 손목에 시계를 봤는데. 학생이다 보니 딱히 시계는 없다. 근데, 시곗줄 자국은 있다. 평소에는 차고 다녔던 모양이다.
어쨌든 지금은 없다.
아몬드는 칠판 위의 시계로 시선을 돌린다.
‘저걸로는 알기 힘든데.’
시계가 있긴 한데. 초 단위 표현이 안 된다.
그때였다.
딩~ 동~ 댕~ 동~!
종이 울린다.
“후아.”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뱉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학생 싱크로율 100%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왜 진짜 학생이냐고 ㅋㅋ
-후아 ㅋㅋㅋㅋ
-???: 나 수업 끝날 때까지 숨참음!
다행히 수학 선생은 종이 치고도 수업을 이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정답은…… 루트 3이네. 여기까지다.”
탕.
분필로 칠판을 뚫어버리겠다는 한 번 치고 쿨하게 나가버리는 수학 선생.
“흐아아아암……!”
그가 나가자마자 어떤 학생이 기지개를 요란하게 켠다.
“아. 전태중 새끼. 존나 까오 잡네.”
수학 선생 이름이 전태중인가 보다.
이름조차 뭔가 강력하다.
그것도 놀랍지만, 아몬드는 다른 포인트에 놀랐다.
‘와…….’
학생들의 리얼한 반응 때문이다.
“야. 방금 그거 왜 루트 3이냐? 또 그냥 답안지 읽어주네.”
“아…… 그거…….”
공부하는 학생.
“아. 매점이나 갈까?”
“난 소시지 빵.”
“같이 가. 십련아.”
매점 가는 학생.
“유진아. 화장실 가자.”
“응.”
화장실을 같이 가는 여학생들.
지나친 현실감.
그래, 지나치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
‘릴 화신들이랑은 전혀 달라.’
릴 화신들은 어디까지나 판타지적 인물들. 그렇기에 실제 사람같이 구현됐어도, 여전히 거리감이 있었다.
킹덤 에이지의 NPC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중세인일뿐더러 릴 화신들보다도 현장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인. 그것도 한국 학교의 학생이다.
거기에 그전의 게임들보다 압도적으로 구현율이 높다. 대체 어디까지 기술이 발전한 건지 걱정이 될 정도로.
아몬드 뒤쪽에서 크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야. 김우중. 너 전투중한테 존나 처맞을 땐 질질 짰던 거 기억 안 나냐?”
처음 기지개를 켰던 학생, 김우중에게 누군가가 시비를 건다.
“뒤질래? 시발, 누가 질질 짰다는 거야.”
“아. 진짜 욕 좀 그만하라니까?”
김우중 옆에 예쁘장한 여학생이 앉는다.
화장으로 눈꼬리를 바짝 치켜세우고 딱 달라붙는 치마를 입었다.
“아…… 오키.”
김우중은 그 학생한텐 꼼짝 못 하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알았다 해버린다.
‘진짜 학교 같다.’
그렇게 아몬드가 아이들을 감상하고 있을 때쯤.
“야. 김주혁.”
눈꼬리를 올린 여학생이 김주혁을 부른다.
“김주혁. 너 안 들리냐? 네 의자 내놓으라고. 왜 앉아 있어.”
‘와. 이름이 김주혁이란 애도 있…… 나잖아?’
아몬드는 뒤늦게 자신을 부른다는 걸 깨닫고, 휙 뒤돌아봤는데.
훙!
싸대기 공격이 날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뭐야 이건?’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멀찌감찌 뒤로 빼서 피해버렸다.
“……?”
싸대기를 날린 장본인은 눈꼬리 짙은 여학생이다. 그녀는 “뭐 하자는 거냐?”며 고개를 까닥거린다.
‘뭐야. 이거 장난인가?’
정말로 때리려 한 건지. 친구들끼리 하는 때리는 척인 건지 구분이 잘 안 된다.
때리려는 거였으면 좀 더 제대로 휘두르지 않았을까?
장난인 것 같긴 한데, 또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아 확인상 묻는다.
넌 뭐 하자는 건데. 때리려고?
티잉!
[상태 ‘공포’로 인해 대답할 수 없습니다.]말이 나가질 않는다.
‘?’
진짜로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는 착각마저 든다. 마치 진짜 공포를 느끼는 것 처럼.
“김주혁 이 찐따 새끼가…… 우리 소희 님의 은혜로운 싸대기를 피해? 나 같으면 반대쪽도 내밀어.”
꺄르르.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등장한 키 큰 녀석은 백준수라는 놈이다.
명찰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키도 제일 큰 걸 보니, 아무래도 여기서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 같다.
“넌 시발. 딱 대라.”
백준수는 마치 펀치 기계를 때리려는 듯 주먹을 뒤로 장전한다.
아몬드는 당황스러웠다.
“명치 스퐈이크!!”
저 느려 터진 주먹이 정말로 자신을 때리려는 건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진심인 거야 뭐야.’
장난으로라도 맞아줘야 할까.
그래도 일단 아몬드는 앉은 의자 채로 몸을 기울여 슥 피해버린다.
텅……!
의자 프레임에 주먹이 꽂힌 백준수는 고통에 얼굴이 팍 일그러진다.
“아오! 씹……! 너 누가 피하래!?”
그걸 어떻게 맞아. 반박하려 했으나 역시 공포로 인해 말이 나가지 않는다.
“이 새끼가 근데. 존나 건방지네?”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김우중이 앞으로 나선다.
그는 곧바로 뛰어오며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후웅!
‘장난 아니구나.’
아몬드는 이제야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누가 장난으로 이단옆차기를 날린단 말인가?
‘공포 상태라도, 피하기는 되는 거 같은데.’
스슥!
또 가볍게 공격을 흘려 버린 아몬드.
“?!”
허공에 이단 옆차기를 한 꼴이 됐으니 당연히 김우중은 우당탕 바닥에 널브러진다.
“아, 아오……!”
김우중과 그 친구들의 눈빛이 동시에 사나워진다.
“이 새끼가 또 피해?!”
“뭐 하자는 거냐. 김주혁. 진짜 뒤지고 싶다는 거지?”
살벌한 분위기.
-이거 이렇게 하는 게임 맞나요?ㅋㅋㅋㅋ
-그걸 피하면 게임이 진행이 안 되는거 아님?
-야 좀 그냥 한 대만 맞아줰ㅋㅋㅋㅋ
-ㅁㅊ ㅋㅋㅋ
-이 악물고 다 피하누 ㅋㅋㅋㅋ
아몬드의 눈빛도 바뀌었다. 다른 생각 때문이다.
‘……이 몸. 진짜 느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이 몸은 느려 터졌다. 이것도 상태 이상 중 하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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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모든 행동이 느릿해집니다. 피곤함이 지속된다면 체력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매우 배고픔]지구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많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공포]공포의 대상 앞에서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얼어붙어 행동이 느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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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배고픔이랑 공포는 원래 있었다고 해도, 결국 잠을 못 자서 피곤함이 걸렸다.
그래서 더 느려진 거다.
그러던 중.
“야. 너 이번에도 피하면 진짜 뒤질 줄 알어.”
김우중이 살벌한 눈빛으로 일어나며 다리를 턴다.
‘어쩌지.’
진짜 저놈들에게 맞아줘야 하는 걸까.
아몬드는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 * *
“앗 뜨거……!”
탁.
전부 타오른 담배를 내던진 후. 다시 한 대를 더 꺼내는 박 피디.
아까운 담배가 다 타가는 것도 모른 채 보고 있던 거다. 이 게임을.
“이 게임으로…… 어드벤처식 예능 뽑아보자는 거야?”
그녀는 이제야 장 피디가 하고자 했던 말을 이해한다.
“그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방송국 윗대가리들 눈치 볼 거 없이. 제작비도 훨씬 아끼면서.”
분명 틀린 말 하나 없다.
‘이 새끼…….’
박 피디는 자신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불쾌하다. 저 녀석에게 흔들린다는 게.
“……어떻게 생각해?”
장 피디가 조심스레 묻는다.
“괜찮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