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2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9화
11. 전쟁(3)
도토리묵이 한 번 언급했듯이, 게임 방송에서는 후원이 잘 안 터진다. 그러니 후원 한 번, 한 번이 꽤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미션 후원은 특별하다.
단순히 후원으로 재정적 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방송 흐름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킬당 1만 원 미션 걸게요.]그래서 미션 후원이 걸렸을 때.
‘킬당 1만 원?’
아몬드는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었다.
주변에 쫙 깔린 적들이 이젠 그에게 위협이 아니라 돈으로 보였다.
‘10명 죽이면 10만 원?’
그는 그런 생각과 함께 자신의 화살통을 살폈다. 기본적으로 제공된 화살 개수만 80발이었다.
이걸 다 맞히기만 하면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벌린다.
심지어 게임 흐름도 더 재밌어질 거다. 단순히 적장을 암살해서 끝내는 게 아니라, 병사들을 하나하나 다 죽이면서 진행하게 될 테니까.
“그럼 갑니다.”
아몬드는 수풀 아래로 기어서 적의 측면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굳이 따로 가게?
-합류해서 안 싸움?
-미션 안 하려는 건가?
-아까 한다고 했음
단독으로 행동하는 아몬드를 보고 모두 의문을 품었다.
순간, 아몬드는 말도 없이 스륵 몸을 일으켰다.
기리릭.
아몬드의 자신감만큼 주욱 늘어나는 활시위.
파앙!
시청자들이 미처 뭐라 한마디도 하기 전에, 그의 화살은 날아가 병사 하나의 머리통을 관통해 버렸다.
푸욱!
깔끔한 절삭음과 함께 쓰러지는 병사.
“좌측이다!!”
“제길?!”
갑자기 옆에서 화살이 날아오자 당황한 적들. 그러나 상대는 단 한 명이었다. 그 수적 열세는 불리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은신에는 그보다 유리할 수가 없었다.
슥.
아몬드가 다시 몸을 숨기자, 적들은 잠시 고장난 듯이 멀뚱멀뚱 좌우를 살피다가 결국 다시 앞으로 진격했다.
눈앞이 전쟁 통인데, 옆에서 화살 하나 날아온 걸 모두가 신경 쓸 수는 없으니.
그때, 다시 한번 병사 하나가 쓰러져 버린다.
털썩.
또 좌측에서 날아온 화살에 머리가 관통당한 시체였다.
“?!”
적의 백부장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찰나.
팡!
공기를 찢어내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파동이 사내의 고막을 울리기도 전에, 머리가 관통당했다.
“……컥!”
털썩.
백 명을 이끌어야 하는 백부장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이런?!”
“백부장!”
적들은 대혼란.
단 한 번의 시도로 한 명씩 죽어 나가니, 어디서 쏘는 건지 적을 특정하기도 힘들었다.
화살이 날아오는 여러 궤적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하나의 화살로 번번이 죽어버리니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파앙!
또다시 들려온 화살 소리, 이젠 모두가 알았다. 누군가 한 명은 죽는다.
푹!
역시나 한 명이 쓰러진다.
그러나 얻은 게 있다.
“좌측이다아!”
“남서쪽!”
수풀의 움직임을 보고 아몬드의 위치를 파악해 낸 것이다.
“스물을 편제해 좌측을 막아라! 궁수 부대가 잠입했다!”
적장은 아몬드가 1인이 아니라, 다수가 침입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스물을 보냈다.
-와, 혼자서 20명 어그로 ㄷㄷ
-미친 어그로 ㅋㅋㅋ
-이제 튀면 되나?
-들킨 것 같은데
아몬드도 20명을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았다.
화살 통에서 20발의 화살을 골라내 흙바닥에 꽂아놓을 뿐이다.
“20명이니까 딱 20발 준비해 보죠.”
아몬드의 이 말과 동시에.
[스킬. 고속 연사. 발동!]핑.
눈에서 푸른 이채가 감돌더니, 스킬이 발동된다.
기릭!
순식간에 당겨진 활시위.
현악기처럼 연주를 해도 될 듯, 팽팽하게 당겨진 활줄이 빠르게 화살을 쏘아낸다.
파아앙!
“크억!”
조심스레 다가오던 병사 하나의 머리가 뚫렸다.
“머리만 노린다! 머리를…… 컥!”
파앙!!
누군가 미처 명령을 하기도 전에, 그 목구멍에 화살이 박혀 버렸다.
파아앙! 파아아아앙!
그 이후로는 아몬드의 학살이었다.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가 화살 20발을 꽂아놓은 그 자리에서 모든 화살을 고속 연사로 쏘아버렸다.
그 모습은 마치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포탑 같았다. 그만큼 그의 움직임은 빠르고, 그 이상으로 정교했으며 완벽했다.
“미, 미친, 도망……!”
“이런!”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걸 직감한 적들은 후퇴를 도모했다.
각각 다른 20명의 인간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었으나.
그들은 전부 한 명의 궁수에게 몰살당했다.
“……크억!”
“악!”
털썩!
비명 소리와 우당탕거리는 소음만이 들판에 울려 퍼졌다.
“23만 원이죠?”
접근했던 병사들을 전부 죽이고, 아몬드가 씩 웃으며 뱉은 말이다.
앞서 죽인 셋과 추가로 접근한 20명을 전부 죽였으니 23만 원을 번 셈이다.
-와와아아아
-헐 개간지다ㅠㅠㅠㅠ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벌써 23만 원 강탈ㅋㅋㅋㅋ
-ㄷㄷㄷㄷㄷ
-무쳤다. 고속 연사로 20명을 다 죽인다고?!
-정확히 20발…….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단순히 그의 피지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달리는 말 위에서도 퍼펙트샷을 날린 전적이 있는 아몬드다. 지금처럼 가만히 서서 쏘는 모습만으로는 이제 이 정도 열기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쾌감 오지네 ㅋㅋㅋ
-미리 말하고 죽이는 게 ㄹㅇ 개 쩜 ㅋㅋㅋ
이 열광의 근원은 아몬드의 자신감.
이것이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한 원천이다.
아무리 게임을 잘하는 사람도 이런 난전에서 자신의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더군다나 자신이 100퍼센트 발휘할 거라고 한 치 의심도 없이 믿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그러나 아몬드는 달랐다.
그는 정확히 20발만을 바닥에 꽂았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의 확신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의 모습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의심하지 않는다. 이 명제는 자신감이 아니라, 수학적 결과의 도출이다.
그들은 실수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구조적으로 완벽하니까.
사람들은 그런 천재에 열광한다.
특히나 그들이 이제 막 등장해 세상에 이름을 알릴 때는 더더욱.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지랄났다 아몬드!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님. 지렸습니다.] [실화냐?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헷갈리네요…….] [오마에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알겠으니까 돈 가져가라고!] [풍선껌딱지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순식간에 23만 원이 털린 미션맨ㅋㅋㅋㅋㅋ] [진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20발만 미리 빼놓은 거 개미쳤냐고ㅠㅠ 핵간지ㅠㅠ]쏟아지는 찬사와 응원.
아몬드는 흐뭇한 표정으로 대답해 줬다.
“지랄났다 아몬드 님, 실화냐 님, 오마에 님, 풍선껌딱지 님, 진태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전쟁 통에서도 꽤나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이미 그를 견제할 적들은 전혀 없었으니까.
-이 또한 암살이지요…….
-생존자가 없으니까, 암살은 암살이지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모르고 있음ㅋㅋㅋ
-ㄹㅇㅋㅋ
20명 중 아몬드에게 패배했다고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서 전부 죽어버렸으니까.
아몬드는 여유 있게 다시 화살을 시위에 메기고 적들을 하나둘 요격하기 시작했다.
피유웅!
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미션금은 1만 원씩 올라간다.
아몬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주어진 화살의 절반을 소모해 버렸다.
“지금까지 40만 원인가요?”
그가 화살통을 체크하면서 중얼거리자, 미션을 걸었던 시청자가 우는 소리를 낸다.
[수줍은 여포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 살려줘…… 아니, 죽여줘…….]통 크게 킬당 1만 원 미션을 걸었던 수줍은 여포가 1천 원을 내며 질질 짜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유쾌하게 웃어댔다.
-ㅋㅋㅋㅋㅋㅋㅋ참교육
-죽여달랰ㅋㅋ
-살려달라는 거야 죽여달라는 거야?
-ㅋㅋㅋㅋㅋ이렇게 빨리 40만 원이 될지 어찌 알았겠누~
감히 아몬드에게 킬당 만 원 미션을 건 죗값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 통쾌하기 때문이다.
-오늘부로 아몬드는 아무런 미션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오늘이 마지막 미션 날
누군가는 이게 아몬드에게 마지막 미션일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에게 미션을 걸면 돈이 거덜날 테니까.
아몬드는 그런 반응을 보며 씩 웃으며 말을 보탰다.
“딱 100만 원 정도만 가져갈게요.”
수줍은 여포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그때였다.
“아니?!”
적 진영에서 놀라 자빠질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저, 전부 죽어?”
단 한 명의 궁수에게 스무 명이 당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계속해서 군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도.
“대체…… 대체 저놈이 누구냐! 이번엔 궁수를 편제해서 보내라! 옆에서 계속 이런 피해를 준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가 없다!”
적장은 이번엔 무려 마흔의 병사를 편제했고, 그중 10명은 궁수였다.
[수줍은 여포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오 제발…… 제발…….]수줍은 여포는 이제 아예 적군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소용없습니다…….
-늦었어! 돌아가! 안 돼!
-제발 뭔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는 수줍은 여포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지만.
‘미션은 클리어해야 제맛이지.’
어찌 됐든 미션을 준 건 수줍은 여포였다. 킬당 미션을 걸려면 최소 100만 원 이상이 트리비 계좌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돈이 없는 건 아닐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한 아몬드는 다가오는 마흔 명의 병사들을 향해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파앙! 파앙! 파앙!
순식간에 3명의 병사가 드러누웠다.
“다시 갑니다.”
헤드샷을 세 번 맞혀야 한다는 조건을 순식간에 달성한 아몬드는 다시 ‘고속 연사’로 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방!
그는 이번에도 마치 자동 포탑처럼 가만히 서서 오로지 쏘는 것에만 집중했다. 숫자가 스물이든 마흔이든 별 상관이 없는 듯했다.
딱 마흔 개 남아 있던 화살이 점점 사라져간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패턴이 끼어 있었다.
“저기다!”
기리릭.
적으로부터 들려오는 활시위 소리.
적의 궁수 중 하나가 아몬드를 발견하고 활시위를 당긴 것이다.
이게 아까와는 다른 점이다. 적들은 원거리 공격도 가능했다. 아몬드가 이번에도 가만히 한 자리에서 쏘기만 한다면, 분명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무빙하면서 쏴야 할 듯?
-고속 연사를 무빙하면서 쏘기엔 좀 무리지.
고속 연사의 속도를 온전히 다 활용하려면 가만히 서서 쏘는 게 가장 좋았으나, 그래서는 적의 원거리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격이다.
피융!
이미 적은 활시위를 놓았다.
적의 화살은 날아오고 있었고, 아몬드는 여전히 미동을 않았다.
-안 피함?!
-모르는 건가?
-피해피해피해!
-으어어어!?
-제발 죽어줘 아몬드!
-ㅋㅋㅋㅋ죽어라아!
그때, 아몬드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그의 푸른 안광이 쭉 늘어지는 모습은 매드무비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활의 각도 역시 고개만큼이나 휙 틀어졌다.
그의 매서운 눈이 향한 곳은 하늘.
파앙!
틀어진 각도로 쏘아진 화살은 빠르게 날아 공중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카앙!
-????
-뭐야!?
화살이 공중에서 튕겨 나간 이유.
그건 적이 쏜 화살과 맞부딪혔기 때문이다.
화살로 화살을 요격한 것이다.
-화살로 화살을 맞힌 거임!
-오우! 쒜에에에에엣!ㅋㅋㅋㅋㅋ
-미친…….
-실화야!?
-내가 제대로 본 거야 지금?!
-버그다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했다 여포님ㅋㅋㅋ
-닝겐자나이…….
-사람이 아니네 ㄹㅇ
-무쳤다!
자신의 화살이 화살에 막힌 장면을 멍하니 보던 궁수의 눈엔, 곧바로 아몬드의 화살이 박혀 버렸다.
푸욱!
이제 마흔의 적들 중 남은 자들은 몇 되지 않았다.
“이제 71만 원입니다.”
아몬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다음 타깃을 조준했다.